오늘의 올드카 목격담은 지난 5월에 창녕에 갔을 때 보고 왔었던 차량 석대를 함께 다뤄볼까 합니다.
시간이 날 때 올려야지 했다가 벌써 4개월 이상이 흘러버렸네요. 경남 북부지방의 창녕군은 세계자연유산인 우포늪을 제외하면 딱히 알려진 게 있나 싶은 인구 5.5만 명 수준의 평범한 시골동네입니다만, 마산/창원과 대구 사이에 끼어있는 동네라 반은 대구생활권, 반은 창원 생활권인 그런 동네입니다.
대구와 창원 사이에 끼어있기에 1977년 개통된 구마고속도로가 창녕을 남북으로 관통하며 동네 규모대비 고속도로도 빨리 개통된 편에 속합니다. 그리고 지역 규모 대비 박원순, 홍준표, 박영선 같은 이름만 들어도 다 알고 있는 유력 정치인들도 상당수 배출해 냈습니다.
오늘은 창녕에서도 오래된 차량 세 대가 함께 있던 자리에 다녀온 이야기를 좀 해보려 합니다.
95년 11월 등록된 중신형 포터와 95년 12월 최초등록된 그레이스
그리고 92년 2월에 등록된 각포터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 세대가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미 이 차량들의 존재를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더군요.
먼저 95년 11월에 최초등록된 포터입니다.
'경남 8'로 시작하는 지역번호판이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각포터의 부분변경 모델로 93년부터 96년 뉴포터로 세대가 교체되기 전까지 판매되었던 중신형 포터입니다. 그래도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드문드문 보이던 차량이지만 지금은 대부분 수출길에 오르거나 중국발 미세먼지에는 침묵하고 모든 원인을 석탄화력발전소와 5등급 노후경유차로 규정했던 이전 정권 시절에 조기폐차라 쓰고 적폐청산이라 읽는 행위로 얼마 남지 않았던 개체마저 모두 사라져서 이렇게 어쩌다 한 번 볼 수 있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30년 넘는 세월을 보내며 여기저기 바둑이 같은 모습이지만, 그래도 온전히 살아있었습니다.
칠이 바래고 중간에 새로 칠을 했던 자리와 색이 달라지며 바둑이 같은 상태가 되었겠지요.
판독이 가능하진 않았지만 출고 바코드의 흔적도 남아있었습니다.
당시 출시된 지 얼마 안 됐던 초장축 적재함이 달려있었습니다.
지금은 사실상 초장축이 기본사양으로 판매되는데, 적재함 날개의 고리 개수로 초장축과 장축을 구분합니다. 고리가 7개 초장축 적재함이 맞지요. 당시에도 적재함 골바닥에 얇은 함석을 대는 차바닥 시공을 했던 차량들이 다수였는데 차바닥 역시 그냥 골바닥 상태로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39년 넘는 세월을 보내왔음에도 꽤나 준수한 실내 상태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딱히 깨지거나 찢어진 부분도 ㅇ벗이 대시보드와 도어트림 그리고 시트까지 온전한 상태였네요.
측면 도어에 붙은 데칼 역시 훼손과 색 빠짐은 있었지만 온전히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남색이 빠지며 약간 시뻘건 빛을 내기도 하네요. 당시 포터는 이렇게 데칼에 슈퍼캡 더블캡 등의 캡 종류가 표기되어 있었습니다. 일반캡만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고요.
락카칠의 흔적도 보이긴 하지만 온전한 휠과 오래된 타이어도 문제없이 장착되어 있었습니다.
OO자리가 타이어 모양인 한국타이어 구 로고도 오랜만에 보네요.
먼지에 가려져 계기판의 적산거리는 볼 수 없었지만..
우레탄 재질의 핸들의 자잘한 무늬가 닳지 않은 모습으로 얼마 타지 않은 차량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뉴포터 출시 직전 차량들에서 볼 수 있던 초장축 스티커도 잘 붙어있군요.
바래고 찍힌 부분들도 있긴 하지만 뒤 발판 고무까지도 문제없이 다 붙어있었습니다. 자동차검사 역시 여유로운 편인 정기검사 지역이고, 큰 문제가 없다면 앞으로도 오랜 세월 생존하겠지요. 부디 오랜 세월 그 모습을 간직하며 살아남길 기원하겠습니다.
다음은 그 뒤에 세워져 있었던 그레이스입니다.
95년 12월 등록 그레이스인데, 번호판은 96년 이후 두 자리 지역번호판이네요.
이 사하라 레드 컬러의 그레이스 예전에 한 번 봤던 기억이 있지요. 엑센트에 적용되었던 컬러가 잠시 그레이스에 적용되었는데 무채색과 어두운 색을 선호하는 특성상 당연하게도 판매량이 많았던 색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30년의 세월이 흐른 2020년대에 두 번째 목격이네요.
[목격] 1995 현대 뉴 그레이스 (1995 HYUNDAI NEW GRACE)
오늘의 올드카 목격담은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리던 그레이스입니다. 당시 현대차가 다 그러했듯 미쓰비시와의 기술제휴로 탄생했던 차량입니다. 출시 당시 최신형 모델이던 3세대 델리카를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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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에 목격했던 차량은 포승 근처에서 가끔 보인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이 차량에 비하면 클리어는 다 벗겨지고 색도 많이 바래서 상태는 그럭저럭 좋지 못했지만 그래도 엑센트에 적용되었던 사하라 레드 컬러의 그레이스는 상당히 귀하기에 목격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상당하다 여겨집니다.
역시 앞의 포터처럼 30년 넘는 세월을 버텨왔기에 바코드 역시 흔적만 남아있었습니다.
이 바코드를 제거하라고들 얘기하고 실제 제거하는 경우도 있는데, 요즘 차량들이야 유리창에 붙어 나오지만 도장면에 붙어 나오는 예전 차량들의 경우 교체나 도색이 없었음을 이 바코드가 붙어있는 흔적으로 파악하기도 합니다.
Grand Saloon
그레이스의 최고급 사양인 그랜드 살롱입니다. 이미 전면부의 안개등으로 눈치 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투톤 컬러 바디에 안개등과 알루미늄 휠이 최고사양인 그랜드살롱만이 가질 수 있는 익스테리어 요소였습니다. 스타렉스의 출시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봉고차라 불리는 이런 원박스형 승합차들이 지금의 미니밴과 비슷한 역할을 했었기에 당시 레저용으로 이런 승합차를 출고하는 사람들이 주로 최고사양을 택했었지요.
특유의 바람개비 모양의 14인치 알루미늄 휠입니다.
분진이 남아있어 조금 더럽긴 하지만 특유의 바람개비 형태는 큰 데미지 없이 남아있었습니다. 지금은 경차도 깡통으로나 14인치 휠이 끼워져 나오는 시대인데, 30년 전 당시만 하더라도 14인치 알루미늄 휠은 최고사양의 상징이었습니다.
측면은 한 번 판금을 했었는지 퍼티가 들고일어나서 깨지고 있었습니다.
30년 넘는 세월을 버티며 한 번쯤은 수리를 하긴 했었겠지요. 외판이 찌그러져서 판금을 했었고 세월이 흐르며 부식이 생기고 퍼티가 깨지며 이런 상태가 된 것 같았습니다.
3-3-3(접이식1)-3 배열의 12인승 차량이었습니다. 4열 시트는 접혀있었네요.
15인승 롱바디 모델은 '투어'라는 트림으로 판매되었고, 일반 승합 모델은 3열에 접이식 의자를 포함한 3-3-3-3 배열의 12인승 모델과 3인승 시트가 하나 빠진 9인승 모델로 판매되었습니다.
혼캡이 중간에 고장 났었는지 교체하여 색이 조금 다르네요.
갤로퍼도 그렇고 포터 그레이스를 비롯하여 90년대 초반 현대차들이 고만고만한 핸들을 사용하며 같은 고질병을 지녔던지라 혼캡이 교체된 차량들이 많습니다. 다른 형태의 핸들을 가진 엑셀도 비슷한 문제로 혼캡을 교체한 경우가 있더군요. 애초에 그레이스야 타원형 현대 로고가 들어간 혼캡이 적용되었지만, 현대정공에서 생산했던 갤로퍼의 경우 같은 핸들이지만 타원형 로고가 아니라 HYUNDAI 레터링이기에 작년에 꾸역꾸역 살려냈었던 기억이 나네요.
구형 갤로퍼 혼캡(혼스위치) 수리
약 2주 전 주말에 일본에 가 있었는데 차고에 넣어놓았던 갤로퍼의 경적이 제멋대로 울려서 배터리 - 단자를 빼놓았다는 얘기를 뒤늦게 들었습니다. 그래서 시간 날 때 수리를 해야지 마음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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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범퍼도 성한 곳이 없었고, 도장을 하지 않은 자리들은 클리어가 날아가 있었습니다.
물건을 싣고 내리며 생긴 작은 상처들과 그걸 가리기 위한 덧칠 그리고 제치 도장의 클리어가 벗겨져 나가며 보이는 흔적들까지 조금은 지저분했지만 몰딩도 잘 붙어있고, 제치임을 증명하듯 측면의 그랜드 살롱 레터링 역시 제대로 붙어있었네요.
세월이 세월인지라 미닫이 유리의 몰딩도 다 끊어지고 있었습니다.
요즘은 이런 형태의 미닫이 유리가 적용되는 차량도 버스의 일부 사양을 제외하면 거의 없고 현역으로 꽤 돌아다니던 시절에도 유리 몰딩이 경화되어 끊어지는 모습은 딱히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만, 이 그레이로 처음 보네요.
앞의 포터와 달리 인조가죽 시트커버를 씌워놓았는데, 운전석과 조수석의 커버가 벗겨지고 있었습니다.
30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앞 포터보다 최초등록일이 조금 늦은 차량이지만 포터에 비하면 조금은 험한 상태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큰 이변이 없는 이상 포터와 함께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겠죠. 별 탈 없이 그 자리를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은 이 그레이스 뒤에 있었던 각-포터입니다.
92년 2월 최초등록. '경남 7 루' 지역번호판과 함께 생존한 흔치 않은 일반캡 각포터입니다.
살아남은 차량도 거의 없는 각포터인데, 무려 일반캡이니 상당히 귀한 차량이라 보면 되겠습니다.
1986년부터 93년 부분변경 이전까지 생산되었던 각포터로만 따지자면 후기형 모델입니다.
운전석 뒤에 공간이 없는 일반캡 혹은 표준캡 모델과 작은 공간과 쪽창이 있는 슈퍼캡 혹은 킹캡. 그리고 승객이 탈 수 있는 공간이 있는 더블캡 모델이 존재했습니다만, 예나 지금이나 한국에서는 운전석 뒤로 작은 공간이 있는 슈퍼캡이 대중적입니다. 적재함 길이를 조금 포기하더라도 실내공간이 조금 더 넓은 슈퍼캡이 중고차 수출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인기가 좋습니다.
2008년식이지만 제 폐지수집용 칠성사이다 포터도 그렇고 그럼에도 이렇게 일반캡을 출고하는 경우가 종종 보입니다. 일반캡의 적재함 길이가 조금 더 길기 때문이죠.
지금 판매되는 1톤 트럭의 경우 같은 초장축 적재함이라도 일반캡/표준캡의 적재함 길이가 더 깁니다만..
이 시절만 하더라도 지금의 슈퍼캡/킹캡의 초장축 적재함과 동일한 길이의 초장축 적재함이 적용되었습니다. 먼저 봤던 95년식 슈퍼캡 포터에 초장축 적재함 스티커가 자랑스럽게 붙어있던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일반캡/표준캡 사양용 적재함을 슈퍼캡에 적용했다는 이유에서 말이죠.
여튼 적재함 날개의 고리가 7개라 앞서 봤던 95년식 차량과 동일한 적재함입니다. 지금 나오는 일반캡 초장축 차량의 경우 적재함이 조금 더 길어져서 고리가 8개 들어갑니다.
찌그러짐 없이 연로탱크도 잘 살아있었습니다.
부분변경 모델인 95년식 차량과 동일한 연료탱크입니다. 구형 차량들이 다 그렇듯 반을 접합한 형태입니다.
이 차량은 아까 봤던 95년식 차량과 달리 함석 차바닥 시공이 되어있네요.
다만 뒤 발판의 경우 쇠파이프를 용접하여 더 튼튼하고 길게 작업되어 있었습니다. 적재함 문짝의 형상만 다를 뿐 사실상 테일램프도 레터링 스티커도 동일합니다.
누렇게 변색된 테일램프와 35년 가까운 세월을 버티며 흔적만 남게 된 스티커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래도 덧칠을 좀 해주셨는지 드문드문 바랜 자리 주변으로 칠이 흘러내린 흔적이 보이는군요. 이렇게 보니 마치 수채화를 보는 느낌과도 비슷합니다.
부분변경된 93년형 이후 차량들에도 한글로된 스티커가 붙어있긴 했었죠.
다만 부분변경 이전 각포터는 사각형 타입의 스티커였고, 부분변경 이후 모델엔 타원형 스티커가 붙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이야 중장년층 및 노년층도 간단한 영어는 읽을줄 알고 촌스럽게 느껴진다고 차량에 붙는 한글 레터링 자체가 사라졌지만, 이 시절만 하도 큼지막하게 한글로 차량의 이름이 붙어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절 와이드봉고도 그렇고 포터도 마찬가지로 전착도장 적재함임을 알리는 스티커도 붙어있었습니다. 스티커는 사라져지만 흔적만은 선명하게 남아있네요.
스페어타이어의 모습도 보입니다.
전륜용 타이어도 한 번 사용했던 것 같고, 후륜용 타이어 역시 사용하다 트래드가 뜯겨나가 교체하고 걸어놓은 흔적이 보이는군요. 보험사의 긴급출동 서비스가 대중화된 지금은 공차중량만 늘어나고 사용 빈도도 적어진 스페어 타이어 대신에 LPG 탱크가 들어갑니다.
부분변경 모델과 동일한 사이즈의 휠과 휠캡.
타이어는 금호타이어의 솔루스 4VAN KL15. 역시 은색 락카로 휠을 덧칠했던 흔적이 타이어에도 남아있습니다. 최소 20년은 묵은 타이어겠지요.
덧칠이 된 부분도 녹이 올라오는 부분도 보이지만 특유의 문짝 도색도 잘 살아있습니다.
한 번 판금을 했었는지 속에서 녹이 올라와서 퍼티가 깨진 부분에 덧칠을 했던 흔적도 보이고요. 문짝의 경우 제치로 보이지만 세월이 흐르며 칠이 바래며 녹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시절 미쓰비시 차량들의 라이선스를 받아 생산했던 현대 트럭에서도 공통적으로 볼 수 있던 특유의 문짝 도색은 잘 살아있네요.
인조가죽 시트커버가 씌워져 있지만 운전석 방석에만 벗겨져 있네요.
그걸 제외하고 봐도 도어트림도 그렇고 그레이스보다 실내 상태는 더 좋아보였습니다.
주행거리는 11.3만km. 33년 넘는 세월을 버틴 차량 치곤 그냥 세워뒀다고 보는 것이 맞을 수준의 주행거리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리스토어라 쓰고 빈티지룩 튜닝카를 만드는 사람들이 환장하고 주워가는 델리카와 동일한 특유의 핸들 역시 세월의 흔적으로 다 삭았지만 그대로 남아있고요.
현행 포터2는 일반캡이더라도 공간이 좀 있습니다만, 이 시절 일반캡은 운전석 뒤 공간이 그냥 없었네요.
이 차량은 후기형. 당연하게도 익숙한 플로어 타입 기어가 적용되었습니다.
자동변속기가 기본화된 근래들어서 현대차도 기어가 핸들 뒤에 자리잡는 추세입니다만, 86~90년형 포터만 하더라도 칼럼 시프트 방식의 기어가 적용되었습니다.
시골에 남은 구닥다리 트럭이라고 닭다리로 창문을 돌려서 내릴 줄 알았다면 큰 오산입니다.
그래도 당시 고급 옵션이던 파워윈도우까지 적용된 고급형 차량입니다.
쏘나타도 그랜저도 그레이스도 이런 무미건조한 레터링을 사용했었죠.
위에서 봤다시피 이런 각진 레터링은 부분변경을 거치며 사라지긴 했지만, 그 시절 차량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철제 범퍼도 녹슬고, 방향지시등 램프도 변색되어 누렇게 변했지만 그래도 살아있습니다.
30년 넘는 세월 그 자리를 지켜왔던 세 차량이 앞으로 얼마나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규제가 덜한 중소도시인지라 앞으로도 큰 문제만 없다면 오랜 세월 생존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부디 오랜 세월 변함없이 자리를 지켜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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