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올드카 목격담은 96년에 생산된 기아의 상용차량들입니다.
마침 두 차량의 번호판이 '서울80'으로 시작하고 비슷한 시기에 발급되었네요. 비슷한 시기에 발급되었던 번호판이지만, 아직 건재하게 고속도로를 달리는 모습으로 다시 목격했고 다른 한 대는 저감장치를 장착하여 적폐청산은 면했지만 폐차장 렉카가 걸고 가는 안타까운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차량 특성상 폐차 분해보다는 수출길에 오르겠지만 여러모로 안타까웠습니다.
먼저 96년 10월에 최초등록된 프레지오 6인승 글라스밴입니다.
2022년 10월 13일에 평택제천고속도로 남안성IC 인근에서 촬영했던 사진입니다.
왜 이 차량을 올드카 목격담에서 깜빡하고 넘어갔는지 저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만, 마쓰다의 3세대 봉고를 기반으로 하는 베스타의 후속으로 95년 11월 출시되었던 기아의 독자개발 모델입니다. 지금 봐도 세련된 유선형 디자인을 채택하였고 이 차량과 함께 개발했던 J2엔진이 적용되었습니다. 그렇게 자잘한 부분변경과 풀체인지급 부분변경 모델인 '봉고3 코치' 까지 약 10년간 생산된 뒤 단종되었습니다.
프레지오의 출시 이후에도 한동안 베스타와 15인승 롱바디 모델인 토픽이 병행하여 생산되기도 했지만 베스타는 기아자동차의 사정이 나빠지기 시작하던 97년 12월에, 토픽은 2000년에 부분변경을 거치며 프레지오의 롱바디 모델이 출시되며 단종되었습니다.
승합차 시장에서 벤츠제 파워트레인을 들고 나온 쌍용 이스타나, 현대 그레이스에 밀려 상대적으로 고전했던 차량이지만 2003년 단종되었던 두 차량보다 더 오랜 세월 살아남았고 초기형에는 남색이나 빨강색 그리고 이 차량에 적용되었던 청녹색을 비롯하여 다양한 색상의 선택이 가능했었습니다. 거기에 매우 보기 드물었지만 95년에 등록하여 한자리 지역번호판을 부착했던 차량들도 간혹 존재했었네요. 동네에 광동제약 도색이 된 프레지오 밴이 96년 이전의 한자리 지역번호판을 부착하고 2000년대 후반까지 돌아다녔던 모습을 봤던지라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2023년 9월 19일 발안IC에서 다시 목격.
여튼 이 차량을 서해안고속도로 발안IC에서 약 1년만에 다시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서울방향으로 올라가던데 육안상 보이는 부식도 별로 없고 도장에서 광이 납니다. 휠커버도 분진이 조금 뭍어있긴 하지만 차령을 생각한다면 상당히 깔끔하고요. 트렁크 도어에는 최대적재량 스티커까지 그대로 남아있을 정도로 사실상 교환이나 도장 없이 공장 도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경이로운 모습입니다.
대부분의 프레지오가 수출길에 오르거나 노후경유차를 적폐취급하는 정책으로 폐차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만, 서울이나 수도권에 차적을 두고 있는 이상 스티커는 없지만 높은 확률로 DOC나 DPF같은 저감장치를 장착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니 27년 가까운 세월을 버틸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되네요.
아직까지 고속도로 운행도 가능한 모습으로 보아 앞으로도 문제 없을듯 합니다. 부디 오랜 세월 살아남아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은 2023년 8월 당진의 국도 32호선에서 목격했던 96년 8월 등록 점보타이탄입니다.
마쯔다의 초대 타이탄을 기반으로 71년에 출시된 기아 타이탄의 부분변경 모델인 점보타이탄입니다. 초기형 모델은 말소처리가 되지 않아 서류상으로만 남은 차량을 제외하면 사실상 잔존개체가 없다고 봐야 맞을테고, 후속 모델인 트레이드의 출시 이후의 후기형 모델들을 이렇게 간간히 볼 수 있습니다. 올드카 목격담에서도 수차례 다뤘었지요.
이 차량은 이전에 목격했던 차량들과 달리 95년에 그릴의 형상이 약간 변경된 최후기형 모델입니다. 93년까지는 소하리 공장에서 생산되었지만 이후 단종시까지 광주공장에서 생산되었으며 이 차량은 광주공장 생산분이지요. 잘 보면 적재함에 저감장치 혹은 LPG 개조 스티커가 붙어있던 흔적이 있습니다. 저감조치를 마친 차량인지라 더 달릴 수 있을텐데 폐차장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적재함 문짝 하단의 일부 부식을 제외하면 27년 가까운 세월을 달렸음에도 상당히 깔끔합니다.
데칼도 살아있고요. 온갖 폐차를 견인하며 칠이 벗겨지고 녹이 생긴 견인차보다 더 깔끔합니다. 확실히 대도시에서 차생을 보낸 차량들이 시골에서 농업용으로 이용하는 차량들 대비 준수한 상태를 보여줍니다. 이렇게 깔끔한 차량이 저감조치까지 마쳐 더 타도 큰 문제가 없음에도 폐차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한참을 같이 달리다 헤어졌습니다.
차생의 마지막을 낮선 지방에서 마무리하게 되는군요. 높은 확률로 부품 혹은 완차로 수출길에 오르겠지만, 승용차도 아니고 짐차인 타이탄의 마지막 가는 모습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저 말곤 없었습니다. 타국에서 새 삶을 살아갈지 분해되어 제강소로 향할지 모르겠지만 그간 고생했던 타이탄에게 수고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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