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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년 1월 27일에 등록되었으니 곧 31세 생일을 맞이하는 빨간 갤로퍼의 검사기간이 도래하였습니다.

 

아무리 산화촉매장치(DOC)가 장착되어 운행제한과 적폐청산에 면죄부가 주어진 차량이라도 본질은 5등급 차량이라 검사는 아무래도 걱정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지금껏 5등급 적폐 차량을 소유하며 검사를 받아본 적이 없어 꽤나 겁을 먹었고, 이런 오래된 디젤차의 경우 검사원이 노하우가 없어 충분히 통과가 가능한데도 재검 판정이 나오는 경우들도 있다고 하더군요.

 

큰 걱정과 함께 집에 일찍 들어온 날 검사를 받으러 다녀왔습니다.

참고로 불스원샷은 미리 먹여두었습니다.

 

시동

 

정초에 배터리를 교체하고 티코하고 위치를 바꿔놓았죠.

 

티코와 갤로퍼로 수개월째 점거했던 자리라 청소차가 지나다니지 않아 바닥이 좀 더럽습니다만 크게 신경 쓰일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서울을 두어 번 다녀오긴 했습니다만 그것도 최근이 11월이고, 일단 조금 달려서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검사가 가능한 공업사에서 검사를 받기로 합니다.

 

2020년. 지난 정권이죠. '높은 산봉우리 같은 나라'와 인접하여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뿐인데 충청남도의 경우 금산군을 제외한 모든 시,군을 대기관리권역에 포함시켜 군 단위 지역까지도 수도권 및 대도시와 동일한 규제를 받게 되었습니다. 다른 도는 일부 공업도시나 그 주변 위성도시를 대기관리권역에 포함시켰으나, 충청남도만 인구 3만의 청양군 같은 지역까지도 수도권에 준하는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고로 검사비 부담만 늘어났고 시골에서 타던 차량들도 상당수가 갈려나갔습니다. 그렇다고 현 정권을 지지하지도 않지만, 정말 좋아할 수 없는 정당과 정권 탓에 검사 걱정까지 해야 합니다.

 

홍성자동차 종합검사소 정원공업사

 

홍성에 교통안전공단 검사소도 있습니다만 100% 예약제이고..

정기검사 시절에도 종합검사가 가능했던 공업사 검사소가 하나 있습니다.

 

검사비는 55,000원. 물론 교통안전공단 검사소에 비하면 비싸지만, 예약 없이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작년에 티코가 검사를 받았던 곳은 59,000원인데, 홍성은 담합이 없는지 이 공업사는 55,000원을 받습니다. 참고로 당진은 죄다 담합을 하는건지 어딜 가도 69,000원을 받더군요.

 

근처에서도 대형차의 종합검사가 가능한 검사소가 없어서 여기까지 원정을 다니곤 했었다고 하는데, 다 옛날 얘기죠. 예전에 한 번 공매 잡았던 티코의 검사를 위해 오긴 했었습니다. 검사를 받으러 오면 이렇게 작은 타월을 하나 주네요. 조금 거친 타월인데 막타월로 쓰기엔 부족함이 없습니다. 참고로 사업자 명칭이 '홍성자동차종합검사소 정원공업사'입니다.

 

 

검사대기

 

검사 차례를 대기합니다.

 

검사를 기다리는 차량이 많습니다. 제 앞에 대략 여섯 대 정도 있었던 상황입니다. 3~40분 걸릴 거라고 했는데 앞에 있던 5톤 탑차의 배출가스 검사가 생각 이상으로 시간이 걸려 대략 한 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검사를 받으러 온 동네 아저씨들나 공업사에 근무하시는 직원분들이 신기하신지 구경을 하고 계시더군요.

 

정기검사장 종합정밀검사장

 

두 곳을 통과해야 합니다.

 

정기검사장으로 들어가 관능검사를 거치고 종합정밀검사장으로 들어가 배출가스 검사를 진행합니다. 관능검사는 금방 끝나는데 배출가스 검사가 상대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려 대기하는 차들이 줄을 서더군요.

 

검사 시작

 

면죄부를 받았어도 적폐로 규정당한 배출가스 5등급,

미쓰비시의 기술로 한국에서 라이선스 생산한 토착왜구 자동차의 검사가 시작됩니다.

 

노재팬과 적폐청산을 얘기하시는 분들은 내심 이 환경적폐이자 기술독립을 실현하지 못해 일제의 기술을 가져와 생산했던 토착왜구 자동차가 검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이 땅에서 사라지길 원하시겠지만, 아직도 잘 달리고 잘 섭니다. 누유의 원인이던 마스터실린더도 교체했으니 딱히 누유되는 부분도 없고, 등화류도 다 순정. 광량도 문제없습니다. 고로 안전검사와 관능검사는 아무런 문제 없이 합격했고 배출가스 검사를 기다립니다.

 

노익장 과시중

 

5톤 탑차가 노익장을 과시 중입니다.

 

메가트럭 이전의 슈퍼트럭. 속도표시등까지 순정으로 붙어있는 모습으로 보아 최소 99~2000년식으로 보입니다. DPF를 달고 적폐청산을 면한 채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더군요. 이 차량의 검사가 좀 오래 걸려서 뒤로 다른 차들이 줄줄이 대기했었고 작은 차들의 검사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배출가스 정밀검사 진행중

 

검사원 아저씨가 탑승하고 모니터에 보이는 코스대로 밟는 배출가스 정밀검사가 진행됩니다.

 

대부분 언덕 구간에서 매연이 막 나오며 불합격한다고 하는데, 다행히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배출가스 검사 진행중

 

머플러에 꼽은 저 장비가 매연을 측정합니다.

 

그리고 건물 옆의 환풍구를 통해 매연이 배출됩니다. 그래서 검사동 두 건물 사이만 가도 매연냄새가 진동합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합격

 

합격입니다. 라벨에 '다음 검사 때 뵙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있네요.

2026년 1월까지는 문제없습니다.

 

2년간 2,128km를 주행했습니다. 검사원 아저씨께서 차량 관리가 잘 됐다고 칭찬을 해주시네요. 다만 주기적으로 좀 밟아서 매연을 빼주고 다니라고 합니다. 매연이 최대 17%가 나왔다고 합니다. 하긴 뭐 시동만 걸어주고 타도 살살 타던 차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합니다. 그거 말곤 크게 문제가 될 부분은 없다고 합니다. 

 

자동차종합검사 결과표

 

검사 결과표입니다.

이 땅에서 환경적폐와 토착왜구 자동차가 사라지길 원하시는 분들의 염원과는 달리 합격입니다.

 

2년 전 검사표를 보니 당시엔 10%로 합격했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쌓여있던 매연들이 좀 있었는지 17%가 나왔네요. 그래도 30% 안으로만 들어가면 상관없으니 문제는 없습니다만 2년 뒤 검사에서는 좀 더 낮은 수치로 합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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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도리

만 31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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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차를 주워왔습니다. 역시 막 타긴 아까운 차량이고 만 30년이 넘었습니다. 

이미 2020년에 한 번 다뤘던 차량인데 제게 오는군요.

 

 

1993 현대정공 갤로퍼 숏바디 터보엑시드 구매대행+등록

결과적으로 내 차는 아닌데 내 차를 사서 등록하고 온 기분이네요. 지난 2018년 가을 울산까지 가서 8만km를 주행한 민트급 갤로퍼를 구입해서 소장하는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새차도 있고 소장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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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제가 가서 끌고 오고 이전도 해줬던 차량인데 결혼자금을 위해 이후에도 큰돈 들여놓은 차량을 매각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배우자와 미래의 자녀를 위해 아쉽게 매각하는 차량이 결혼과 처자식은 꿈도 꾸기 어려운 비행기 타고 메이드카페에 가는데 재미 들린 그런 도태남에게 왔습니다. 도태남이라 이 차를 맞이 할 수 있었다고 봐야 맞겠죠.

 

 

100년 보존 될것같은 당진 겔로퍼 수리

29년 된 무사고 갤로퍼 칠 한곳 없고 부식땜에 첫 수리 입니다 칠하기 너무 아까운차. 최대한 원 도장을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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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처음 봤던 당시 부식이 좀 있었지만, 대구에 내려가서 모든 수리를 마치고 왔던 차량입니다. 매각 직전에 에어컨까지 수리해 놓았고 몇몇 부품들은 트렁크에 넣어준다고 하네요.

 

완전 개썩다리 매물도 300만 원에 거래되며 DOC 하나 달려있다는 이유만으로 500만 원 이상 받아먹고 리스토어라 쓰고 합판쪼가리 붙여놓은 인스타 갬성용 빈티지 튜닝카를 만들어둔 차량들은 투자비 뺀다고 1000 이상의 어마어마한 시세를 자랑하는 마당에 꽤 큰 투자비가 들어간 차량이지만 제 3자에게 매각하지 않는 조건으로 들으면 꽤 놀랄 가격에 가져왔습니다.

 

1993 HYUNDAI GALLOPER S TURBO EXCEED M/T

일단 보험을 가입하고 차량이 세워진 모처에서 차량 먼저 가져가기로 합니다.

 

키는 총 네 개. 차량은 완전 생 순정입니다. 2020년 9월에 가져왔던 상태와 비교한다면 당시에도 일부 부식을 제외하곤 나쁘지 않았지만, 좀 더 깔끔해진 느낌입니다. 그간 년간 주행거리가 500km 수준으로 그냥 움직이는 것 자체가 아까울 수준의 상태입니다. 

 

시동

시동을 걸어줍니다.

 

93년 1월에 최초등록된 차량인데 주행거리 14만 km를 갓 넘겼습니다. 한 해에 평균적으로 4,600km 정도 탔다는 이야기네요. 제가 한 달에 타는 주행거리를 1년간 탔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30년 넘는 차령을 자랑함에도 이보다 적게 탄 차들도 있습니다. 그런 차량들에 비하면 많이 탔다고들 얘기하는데 연식을 감안하면 평균보다 한참 적게 탄 차량은 맞습니다.

 

전반적인 레이아웃은 미묘한 차이를 제외하면 1세대 파제로 후기형 차량과 거의 동일합니다. 2020년 이 차를 처음 봤던 당시 약간 다른 뉴포터용 혼커버가 끼워져 있었습니다만 혼커버도 순정으로 바꿔놓았고 오디오도 연식에 맞는 순정 오디오로 바꿔놓았습니다.

 

지하주차장 명당자리에 주차

그렇게 집으로 가져와서 지하주차장 명당자리에 주차했습니다.

 

이렇게 독립된 공간으로 이루어져 다른 차량들과 접촉이 거의 없는 자리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동 주변의 그런 주차구역은 모두 차가 있었고 비어있던 다른 동 주차장에 차량을 세워둡니다. 그냥 구경하고 지나가는 주민은 있을지 몰라도 옆 차량이 문을 열며 문콕이 생긴다거나 그런 식의 접촉은 없을 겁니다.

 

주차 후 사진

주차 후 사진을 남겨봅니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경이롭습니다.

 

당시 국산차가 다 그랬듯이 80년대 일본차를 그대로 가져다 라이센스 생산했던 차량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고, 알고 있어도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추구하는 방향과 배치되는 사안인지라 좋아하는 차량임에도 그런 사실을 애써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현대차 헤리티지에 있어 꽤나 중요한 차량으로 인식되는 듯합니다.

 

시동도 끔

정말 아까워서 못 타겠습니다..

 

일단 세워두고 서류상의 차량 이전절차를 진행하러 갑니다.

 

취등록세

93년 1월에 최초등록된 30년 넘은 이 차량의 과세표준액은 745,000원.

 

갤로퍼 II라고 나옵니다만, 차량 형식은 구형이 맞습니다. 특이하네요. 취득세는 52,150원. 공채는 25,000원. 거기에 수입인지도 구매해야 합니다. 공채를 즉시 매도하니 이천 원 수준의 수수료만 붙네요. 다 해서 약 5만 7천원 정도 쓰고 왔습니다. 2020년 이전 당시 대비 과세표준액이 줄어서 그런지 취득세도 약간 줄었습니다.

 

이전 완료

이 차는 이제 제 겁니다. 제 마음대로 팔 수 있는 겁니다.

 

초기형 차량에 한해 차명이 '갤로퍼' 대신 '겔로퍼'로 등록되어 있는데, 이 차량 역시 '겔로퍼'입니다. 그간 수많은 똥차 썩차를 가져봤지만 이런 2,500cc급 고배기량 차량은 처음 소유해 봅니다.

 

DOC 장착

그리고 등록증 한편에는 구조변경사항으로 저감장치가 부착되었음이 표기되어 있습니다.

 

3종저감장치. DOC가 부착된 차량이라 5등급 노후경유차를 적폐로 규정하여 청산하는 적폐청산의 칼바람 속에서도 살아남았습니다. 서울 사대문 안을 들어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계절관리제가 시행 중인 기간에도 높은 산봉우리 같은 나라에서 미세먼지가 엄청 몰려와서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기간에도 ㅗ를 날리며 타고 다닐 수 있습니다.

 

물론 DOC는 저감효과가 미미하여 2000년대 후반에 보조금 지급이 중단되었던 저감장치인지라 장착해 줬던 기간도 상대적으로 짧고 아직까지 장착된 상태로 돌아다니는 개체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DPF가 개발되지 않았지만, 갬성이니 리스토어니 어쩌고 하며 차값이 크게 뛰어버린 갤로퍼에 DOC가 부착되었을 경우 시세가 천정부지로 뛰어버립니다.

 

영어와 독일어 설명서

다시 돌아와서 차량을 구석구석 살펴봅니다.

독일어와 영어 설명서가 있네요.

 

이 차량을 최초로 출고하셨던 차주분이 처음엔 사업자인지 법인인지 알 수 없는 명의로 두었다가 99년에 같은 주소지에 개인 명의로 이전을 했다는 이력을 이전에도 언급했었는데, 일반적인 루트로 출고되었던 차량이 아니라 특판팀에서 출고했던 차량이라고 합니다. 출생 및 등록부터 일반적인 차량과 달랐던 이 차량에 한국어 설명서와 함께 왜 영어 독일어 설명서가 비치되어 있는지와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었는지 정말 알고 싶습니다.

 

주행

흔히들 말하는 갬성이 살아납니다.

 

그냥 순정상태로만 타더라도 80년대 쇼와시대 일본차를 타고 달리는 느낌입니다. 아니 한국에서 생산했지만 쇼와시대 일본차가 맞긴 하죠. JDM이니 뭐니 얘기 많이 하는데 버블이 절정을 향해 달려가던 시기 일본인 아저씨가 파제로를 타던 심정은 어땠을까 상상하며 살살 달려봅니다.

 

센터페시아

센터페시아의 배치도 좌우만 대칭되어 있을 뿐 파제로와 사실상 동일합니다.

 

뉴갤로퍼나 갤로퍼 2로 이어지며 파제로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만, 구형 갤로퍼는 파제로와 사실상 동일합니다. 기어봉도 부츠도 파제로와 같으니 말이죠.

 

1993 HYUNDAI GALLOPER S TURBO EXCEED M/T

화창한 날에 바깥에서 사진을 촬영한다고 잠시 끌고 나왔습니다.

 

밖에서 보니 더욱 아름답습니다. 전국번호판이지만 녹색 번호판이라 분위기가 더욱 살아나네요.

 

태양 아래에서

역광을 받아도 피사체가 준수하니 멋있는 사진이 나옵니다.

 

오프로드 타는 척

비포장 도로를 달려온 척하며 후진으로 넣었습니다.

 

실제론 포장된 곳에서 후진으로 조금 넣어놓았을 뿐인데 마치 비포장 도로를 타고 달려온 느낌이지요.

 

완벽한 측면

부식 수리를 진행한 자리를 제외하면 순정 제칠에 사이드 데칼도 순정 제치입니다.

 

일본에서도 적색 파제로는 귀하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갤로퍼 역시 마찬가지고요. 흔히 말하는 연탄휠도 깔끔하고 데칼도 현재는 구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합니다. 앞으로도 이 우수한 상태 그대로 보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아 초 카와이한 일녀 태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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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도리

만 31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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