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포스팅은 '당진愛' '순성브루어리'에서 무상으로 식사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당진시 순성면은 인구 5천명 규모의 '면'입니다.
시청소재지인 동지역과 가깝고 접근성도 딱히 나쁘지 않은 동네입니다.
어느 지역을 가도 하나쯤은 있는 그저 그런 평범한 시골 동네처럼 느껴지겠지만, 약 20년 전인 2002년부터 순성면을 지나는 삽교천의 지류 남원천 제방과 마을 곳곳에 왕매실나무를 식재하였고 이후 영농조합법인 주축으로 매실을 활용한 다양한 식품을 제조하여 현재는 왕매실과 매실을 가공하여 만든 식품이 순성면을 대표하는 특산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러한 순성면의 특산품인 매실을 첨가한 수제맥주가 최근 '당진맥주'라는 브랜드로 탄생했고, 맥주를 생산하는 브루어리와 펍(PUB)이 문을 열었다 하여 다녀왔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순성브루어리(BREWERY)는 말 그대로 맥주를 만드는 양조장과 펍(PUB)입니다.
지난 2011년부터 매실막걸리를 만들어 판매하던 순성왕매실영농조합 산하 순성양조장에서 최근 전통소주 '상록수'에 이어 매실원액을 첨가한 수제맥주를 개발했고, '당진맥주'라는 브랜드에 맥주마다 당진지역의 지명을 붙여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했습니다.
올해로 12회 차를 맞는 순성 왕매실축제와 함께 수제 맥주펍 순성 브루어리도 본격적으로 손님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순성 왕매실축제는 6월 19일부터 25일까지 비대면으로 진행됩니다.
충청남도 당진시 순성면 매실로 398
'순성왕매실영농조합'이나 '순성양조장'을 검색하여 방문하시면 됩니다.
아직 순성브루어리라는 이름으로는 네이버지도나 다음지도(카카오맵)에 상호가 등록되어있지 않아 영농조합이나 양조장을 검색하여 방문하면 됩니다. 면소재지에서는 약 2km 떨어져 있습니다만, 대중교통편이 좋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자차를 이용하거나 택시를 타야 하는 부분은 매우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대리운전도 잘 잡히지 않아 술 대신 콜라만 마셨던 동네 동생이 대리운전을 해줘서 집에 왔습니다.
PUB은 2층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1층에는 직접 맥주를 생산하는 시설이 있다고 하네요.
사실상 왕매실축제가 비대면으로 진행되기에 그리 북적거리지는 않았습니다. 병에 담긴 당진맥주를 판매하는 작은 부스가 있었고, 주변으로 방문객들이 쉴 수 있는 피크닉 테이블들이 보이더군요. 매실을 판매하는 부스에 가서 매실원액을 구입했습니다. 잘 놔뒀다가 선물용으로 귀인분께 드리려 합니다.
대략적인 동영상으로 남겨보았습니다.
작은 브루어리와 펍이 자리 잡은 건물. 그리고 그 앞으로 맥주를 판매하는 부스가 있고, 맞은편으로는 농촌체험 민박과 매실 판매장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행사입니다만, 그래도 행사장을 찾는 사람들이 매실과 맥주에 관심을 보이고 지갑을 열어 구입해 가더군요.
출입구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출입구는 건물 간판 좌측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1층은 수제맥주를 생산하는 양조장이고, 2층이 펍(PUB)입니다. 1층 양조장은 관계자가 아닌 이상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 출입 명부를 작성하고 옆에 보이는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시원한 느낌의 하늘색 계통의 벽.
그리고 빈티지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골조와 계단이 조화를 이룹니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철골조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지는 건물들은 굉장히 칙칙하고 두서없이 느껴지는데 확실히 시원한 하늘색 빛의 벽과 어두운 색의 철제 계단이 생각보다 잘 어울립니다. 꾸밈없는 인테리어가 미니멀한 트렌드에 부합하는 느낌입니다.
순성브루어리 펍에 도착했습니다.
펍(PUB)인지라 혼자 오는 손님들을 위한 자리도 마련되어 있고, 저는 단체로 왔으니 자리를 잡고 앉아 주문을 진행합니다. 대표님께서 메뉴를 설명해주십니다. 저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던 사람이기에 잘 모르지만, 함께 온 친구는 술잘알이라 금방 이해하는 눈치더군요.
샘플러 4잔, 순성꽈리고추크림파스타, 토마호크 스테이크, 왕매실 토마토 피자를 제공해주셨습니다.
펍(PUB)에서 판매하는 음식 역시 순성 땅에서 자란 매실과 꽈리고추가 접목되었습니다.
맥주에서 끝나지 않고 과연 잘 어울릴까 싶은 양식 메뉴에 순성 지역에서 자란 매실과 꽈리고추가 접목되었습니다. 지역에서 나고 자란 매실과 꽈리고추를 접목하여 지역을 찾는 외지인들에게 우수한 품질의 농산물을 기회 역시 제공해주고 있었습니다. 지역 특산품을 접목시킨 메뉴에 대한 소개를 대표님께 듣고 난 뒤 가장 기대되던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음식이 준비되는 잠시 동안 밖으로 나와 당진맥주 부스를 구경합니다.
백석, 검은들, 아미, 솔뫼.
바이젠에 붙은 백석은 순성면 백석리를 의미합니다.
행정구역상 순성브루어리와 영농조합이 있는 자리는 봉소리에 들어가지만, 봉소리와 백석리의 경계입니다.
스타우트에 붙은 검은들은 봉소 2리 검은들 마을을 의미합니다.
검은들이라는 지명은 전국 곳곳에서 사용하는 지명이지만, 순성면 검은들을 의미합니다.
페일 에일에 붙은 아미는 아미산을 의미합니다.
ARMY가 아니라 峨嵋입니다. 해발 350m. 당진에서 가장 높은 산입니다.
IPA에 붙은 솔뫼는 우강면 송산리 일대를 의미합니다.
송산(松山). 풀어 읽자면 솔뫼. 김대건 신부의 생가가 있는 솔뫼성지가 유명합니다.
맥주 이전부터 만들어 판매하던 왕매실막걸리입니다.
이 막걸리가 없었다면 맥주도 없었으리라 생각됩니다. 매실과 지역에서 나는 쌀로 만든 막걸리를 시작으로 여러 지원사업에 참여하며 전통 증류 소주와 수제 맥주까지 저변을 넓히게 된 데엔 이 막걸리의 성공에서 시작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셔보지는 않아 모르겠습니다만, 평범한 쌀막걸리에 매실 특유의 단맛과 향이 느껴지겠죠.
'상록수' 소주입니다.
전통 소주인지라 도수는 25도와 40도로 꽤 높습니다.
심훈 선생께서 당진의 필경사에서 집필하셨던 소설 상록수가 어원입니다. 물론 소설의 배경이 되는 지역이 안산 본오동 일대이기에 안산시 역시 '상록'이라는 이름을 지명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만, 당진도 심훈 선생의 상록수 정신을 이어받아 지역의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매년 상록문화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각 제품별 가격표입니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하기에 괜찮아 보입니다. 특히 맥주 4병 세트는 전용 박스에 담겨 그냥 선물세트라 생각해도 무방하게 느껴집니다. 막걸리 역시 영원한 서민의 술이니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더군요. 상록수 소주는 화학 소주가 아닌 전통 소주인지라 조금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다시 펍(PUB)으로 올라갑니다.
당진 최초의 CRAFT BEER.
막걸리는 만드는 양조장은 그래도 지역마다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만, 소규모로 맥주를 만드는 양조장은 근래 수제 맥주 열풍을 타고 많이 늘어났다 쳐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당진 최초의 타이틀을 걸고 1층 양조장에서 맥주가 만들어집니다.
2년 전 후쿠오카 여행을 가서 아사히맥주 공장에 견학을 갔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물론 대형 브루어리는 설비의 규모도 수백 배 이상이고, 배합부터 발효 포장까지 모두 자동으로 이루어지는지라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합니다만, 작은 양조장에서도 충분히 맥주를 만들 수 있다는 모습을 펍을 찾은 손님들에게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순성브루어리 펍은 대략 이런 느낌입니다.
그렇게 넓은 공간은 아닙니다만, 양조장의 모습을 보거나 통유리 너머로 비치는 풍경을 볼 수 있는 자리도 있습니다. 미니멀한 인테리어에 화덕이 포인트가 되는 느낌이네요.
테이블 세팅이 완료되었습니다.
샘플러 맥주와 메뉴에 대해 대표님께서 다시 상세히 설명해주십니다. 보통 맥주는 보리로 만든다고 생각합니다만, 맥주를 만드는 과정에서 설탕의 비율을 줄이고 매실액을 첨가하는 방식으로 제조한다고 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매실의 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맥주가 있었던 반면 일반적인 라거와 비슷한 맛을 내는 맥주도 있었습니다.
각 맥주에 특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조금씩 시음해보기로 합니다.
저는 한번 아팠던 뒤로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습니다만, 꽤 오랜만에 술을 입에 댔습니다.
아프기 전에는 술을 마시긴 마셨던지라 술 알못이라 칭한 들 간단한 시음평을 내는 데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같이 왔던 동네 동생만 콜라를 마셨고, 술 잘 알 친구와 두 잔씩 나누어 마신 뒤 친구는 가장 마음에 들었던 페일 에일을 한잔 더 주문해서 마셨습니다. 공통적으로 부드럽게 넘어가더군요.
먼저 백석 바이젠은 이름처럼 가장 밝은 톤의 맥주입니다. 물론 라거와는 재료가 다르지만 가장 비슷한 평범하고 익숙한 맥주의 맛이 느껴지더군요. 조금씩 시음을 한 뒤 제가 가져다 마셨습니다.
두 번째 아미 페일 에일과 솔뫼 IPA(India Pale Ale)는 비슷한 느낌입니다만, 강하게 느껴지는 매실향의 강도 말고는 술알못인 제 입장에서 큰 차이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친구는 이 시음 이후 이 두잔을 가져다 마셨고 페일 에일을 한잔 더 주문했습니다.
네 번째 검은들 스타우드는 6.5도로 맥주 치고는 꽤 도수가 높은 축에 속했습니다. 색도 그렇지만 향도 풍미도 마치 블랙커피를 마시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래서 훌쩍훌쩍 마셨습니다만.. 본래 술 체질도 아니고 술을 안 마신 지 오래되어 별다른 내성이 없던 저를 훅 가게 만들었습니다..
크림 파스타에 순성에서 자란 꽈리고추를 접목시켰습니다.
이날 순성브루어리에서 맛을 봤던 음식 중 지역 농산물인 꽈리고추가 한식이 아닌 양식에서도 단점을 보완해주는 식재료가 된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 줘 가장 만족스러웠던 메뉴라 생각됩니다. 느끼한 크림 파스타에 매콤한 꽈리고추를 곁들여 먹으면 자극적인 두 맛이 중화되어 물리지 않고 수백 그릇을 먹을 수 있을법한 환상의 맛을 자랑합니다.
샐러드드레싱 역시 은은한 맛에 거의 다 제가 먹었습니다.
샐러드의 맛은 신선한 채소도 채소겠지만 사실상 드레싱이 좌우한다 생각합니다. 똑같이 매실로 만들더라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매실의 맛이 강하면 자극적인 단맛을 싫어하는 제 입장에서는 딱히 선호하지 않았을 텐데 자극적이지 않은 은은한 맛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뼈에 갈비살과 등심 새우살이 붙어있는 형태의 토마호크 스테이크입니다.
요즘 토마호크 스테이크를 취급하는 레스토랑도 많이 늘었고, 최근 들어 레시피도 많이 소개되고 있습니다만, 저는 사실 처음 먹어봤습니다. 소 한 마리에서 매우 적은 수량만 나오는지라 가격이 비싸고 고급 요리 취급을 받는다고 하네요. 시골 놈들이 그냥 임의대로 컷팅을 하다 보니 잘못됐다고 합니다.
조금 뒤 대표님께서 오셔서 죄송하다며 결대로 잘라주시고 부위별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새우살과 등심. 그리고 갈비살이 전문가 손에서 분리되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등심 사이에 기름이 많이 낀 부분이 있는데, 토마호크 특성상 제거가 불가하다며 그 부분은 제거해주셨습니다.
자체적으로 간이 되어있으나, 특유의 소스 혹은 소금을 조금 찍어먹었습니다. 고기 맛은 그냥 살살 녹아내리니 특별한 설명은 필요 없어 보이고, 살짝 익힌 마늘과 곁들여 먹으니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스파라거스는 고기 조각 크기로 잘라먹고 당근 작은 양상추도 고기와 함께 곁들여 먹었습니다.
왕매실 토마토 피자입니다.
직접적으로 왕매실 조각이 토핑으로 올라와 있지는 않았습니다만, 토마토 소스에 매실액을 곁들였다고 하네요. 피자 전문가이자 피자 맛집을 찾아다니는 제 입장에서는 먹기 좋은 피자였습니다. 다만 왕매실이 피자에 어떻게 접목되었을지 꽤나 기대했습니다만, 토마토소스의 맛만 느껴지고 매실의 향과 맛은 크게 느껴지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여기서 끝내기는 아쉬운지라 추가로 감자튀김과 순살치킨을 주문했습니다.
감자튀김은 평범했습니다. 치킨에도 감자튀김이 곁들여 나오네요.
저는 닭을 먹지 않는지라 먹지 않았지만, 같이 간 둘의 의견은 치킨은 좀 짭조름했다고 하네요.
전형적인 술안주. 바삭하게 튀겨진 감자튀김은 평범했습니다. 치킨도 뭐 조금 짭조름했지 평범한 맛이라고 하더군요. 다만 어느정도 크기가 있는 치킨은 빠지지 않았습니다만, 감자튀김은 먹다 보니 아래로 빠져버려 조금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열심히 마시고 먹고 있었습니다만, 제가 급하게 한계가 왔습니다.
한동안 마시지 않던 술을 마셨더니 금방 가버리네요. 그늘막 아래 의자에 앉아 바깥바람을 쐐며 이야기를 나누니 그럭저럭 정신이 돌아왔습니다. 정신이 없던 사이 친구가 계산을 하고 내려왔더군요. 전반적으로 맥주의 수준이나 시설의 인테리어 음식의 수준은 모두 우수했습니다.
다만, 화장실에 가기 위해서는 건너편 건물까지 걸어가야 한다는 부분과, 술을 판매하는데 순성 면소재지와 2km정도 떨어져 있어 도보로 이동하기도 어렵고 앞을 지나는 버스는 하루에 얼마 없기에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 어렵다는 부분은 조금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최근 심야시간 케이블TV에서 방영되는 '좀비랜드사가 리벤지(ゾンビランドサガ リベンジ)'라는 애니메이션을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쇠퇴해가는 지역을 살리기 위해 망자를 좀비로 환생시켜 지역 활성화를 위한 아이돌 활동을 한다는 이야기인데, 주요 배경이 당진과 한자가 같은 사가현 가라쓰시(唐津市)입니다. 주요 관광지와 함께 지역의 특산물이나 그러한 특산물을 가공하여 만든 식품도 소개되었고, 2018년 1기 작품이 인기를 끌며 전 세계적인 관광지와 기념품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갑자기 생뚱맞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만, 앞으로 꾸준한 연구개발과 홍보로 당진의 대표적 명소로 자리 잡는다면 당진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가 제작될 경우 순성브루어리 역시 배경으로 비중 있게 소개될 테죠. 그렇게 전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명소로, 왕매실이 첨가된 당진맥주가 전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맥주로 그 위상을 널리 떨칠 그날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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