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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항상 그렇듯이 올해도 벌초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예년과는 다르게 올해는 벌초대행을 맏겼습니다. 뭐 대행을 맏기긴 했는데, 미리 확인차 다녀오시곤 지난 여름에 비가 많이 내려 잣나무가 뿌리채 뽑혀버렸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비가 내리던 토요일 오후 대행을 맏기긴 했지만 벌초를 다녀왔습니다.


여튼 코로나의 확산 방지를 위해 정부에서 벌초 대행을 권장하는 시기입니다만, 그와 별개로 진행했습니다.


얼마 전 할아머지 산소가 있는 지역을 지나가다가 동네 농협 청년회에서 벌초를 대행한다는 현수막을 걸어둔것을 보았는데, 그 현수막을 보고 연락을 했고 생각보다 비싸지 않은 가격에 벌초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갑작스레 비가 내리던 토요일 오후. 이미 먼저 오셔서 진입로부터 길을 내고 들어가셨더군요.


올해는 유독 비가 많이 내렸고, 당장 벌초를 하러 가서도 비가 내리던지라 땅이 푹푹 들어가더군요. 산소로 올라가는 경사지도 토사가 흘러내려 경사가 더욱 심해졌고 그놈의 비좀 작작좀 왔으면 좋겠습니다.



매년 벌초를 갈 때 마다 보여드렸던 폐가입니다. 아예 진입조차 불가능한 수준이네요.


매실밭과 농가주택이 있던 자리입니다만, 농가주택은 폐가가 된지 10년이 넘었고 매실나무는 보이지도 않을정도로 잡초가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그래도 중간중간 뭐라도 한다며 컨테이너 박스도 가져다 놓고 포터 새차도 가져다 세워놨지만 포터는 대략 2년동안 방치된 뒤 사라졌고, 컨테이너 박스 역시 덩쿨이 집어삼킨지 오래입니다.



올라가는 길 커다란 잣나무가 뿌리채 뽑혀 누워있더군요.


올라가면서 방해가 되는 가지를 치운 흔적도 보입니다. 인위적인 충격에 의해 나무가 쓰러진 모습은 봤어도 비가 많이 내려 지반이 약해져 커다란 나무가 쓰러진 모습은 처음봤습니다.



잣나무가 넘어지고도 시간이 꽤 흐르지 않았나 싶습니다.



여튼 정글 속 예초기가 낸 길을 통해 묘지로 진입 할 수 있었습니다.



벌초작업은 꽤나 진척된 상황. 산소 주변으로 심어져 있던 잣나무가 넘어져 향나무를 덮쳤습니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묘지를 조성하면서 심었던 작은 나무가 33년의 세월을 거쳐 아름드리 잣나무로 성장했지만, 전례없이 매일같이 내리던 폭우로 인해 결국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봉분 위로 넘어지지는 않았습니다. 현실적으로 이 큰 나무를 장비라고는 전기톱 말곤 없고 굴삭기나 트럭이 들어 올 수 없으니 큰 기둥은 남기고 자잘한 가지들만 처리하기로 합니다.



오랜 세월 한 자리에서 자랐던 나무가 뿌리채 뽑히는 모습을 벌써 두번 목격합니다.


이 거대한 나무가 넘어질 수준이면 대체 비가 얼마나 내렸다는겁니까. 이것도 자연의 섭리하 하지만, 30년 넘게 살아왔던 잣나무도 거기 깔려 함께 생을 마감하게 된 향나무도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전기톱으로 커다란 잣나무를 해체합니다. 

자르고 또 잘라도 꽤 무거운 나뭇가지들이 계속 튀어나오네요.


그냥 질질 끌어서 산소 구석이나 밖으로 던지는 거 말곤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그렇게 수없이 많고 굵었던 잣나무의 가지를 어느정도 베어냈습니다.


이제 봉분과 산소 주변으로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준까지 정리했습니다. 다시 예초작업이 진행되고 대행을 온 아저씨를 도와 봉분 주변을 마저 정리합니다.



대략 한시간만에 벌초작업이 모두 끝났습니다.

벌초를 마치고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묘지를 조성한지 오래되어 봉분이 많이 주저앉았습니다. 잔디는 이미 오래전 사라졌고요. 뭐 이후 납골당으로 모실 계획이 있다고 하는데 당장 실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차라리 일손을 돕기보다는 훈수만 두며 오히려 일을 만들어 내고 시간은 더 오래 걸리는 분들이 오시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네요.



향나무는 잘려나갔고, 잣나무는 앙상한 몰골을 남기고 누워있습니다.


여튼 그렇게 올해 벌초도 비를 맞긴 했습니다만, 별 탈 없이 무사히 마쳤습니다. 아마 내년에는 대행을 맏겼어도 벌초를 하는 날 올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지나가는 일이라 뭐 크게 어렵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벌초를 마쳤으니 올해도 추석 명절 가벼운 마음으로 성묘길에 오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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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뒤면, 민족의 최대 명절(?) 추석입니다. 연휴가 꽤나 많던 2016년인지라 올 추석 연휴 역시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최장 5일이 이어지는군요. 물론 제대로 쉴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추석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습니다. 물론 추석 전에 해야 할 일이 한가지 있지요. 바로 원활한 성묘를 위해 벌초를 하는 일입니다.



벌초 일정이 잡히고, 과연 날이 더운데 벌초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을 했습니다만, 며칠 전 비가 내리고 완연한 가을이 찾아온걸로 보이는군요. 구름도 적당히 낀지라 그리 덥지 않게 벌초작업을 마쳤답니다.



어떤 험로라도 잘 올라갈것처럼 보이는 멀쩡한 짐차를 놔두고 체어맨으로 벌초를 다녀옵니다.


이럴때 쓰라고 사둔 막타는 180만원짜리 코란도는 저 멀리 다른곳에 세어두고, 막상 체어맨을 활용하네요. 골프백도 여러개 들어가는 나름 대형 세단이긴 한데 예초기가 온전히 트렁크에 들어가진 않습니다.


이건 뭐 일요일 내내 벌초를 하러 돌아다니면서 봤었던 에쿠스나 K9같은 다른 대형 승용차들도 마찬가지였으니.. 그냥저냥 참고 가기로 합니다. 



고무줄을 번호판가드 뒤에 걸고, 트렁크 모서리 끝에 걸어둡니다.


어떻게 달려도 트렁크가 흔들리지도 열리지도 않습니다. 단지 계기판에 트렁크 열림 경고등만 계속 떠 있을 뿐. 예초기 기둥과 트렁크가 닿는 부분은 목장갑으로 감싸줘서 트렁크에 생길지 모르는 기스도 방지해 줍니다.


가다가 농기계 수리점에 들려 테스트를 해보고, 기존에 장착되었던 날을 꽤 오래 썼던지라 7000원짜리 일본제 부사(富士)날을 사다 끼웁니다. 안전을 위해서는 나일론 날을 활용하는게 좋습니다만, 비교적 굵게 자란 잡초들은 무쇠날이 잘 듣습니다.  



이번엔 네사람이 갔습니다.


88년에 작고하신 할아버지 생전에 뵌적도 없었거니와 당시에 사돈관계도 아녔던 외삼촌과 이모의 아들인 사촌형들입니다만, 객지 합덕에 와서 기사를 타고 있는 형들입니다. 아버지가 외동아들은 아닙니다만, 사실상 작년부터는 저랑 단 둘이서 벌초를 했었기에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느낌입니다. 



외할머니 산소의 벌초작업에서도 직접 예초기를 맨다는 형이 앞장섭니다.


원래 민가가 두집이나 있었고, 차량 출입이 가능한 비포장 도로입니다만, 약 2~3년 전부터는 차량 출입도 힘든 수준으로 풀이 자랐습니다. 그래서 차는 바로 밑 농가주택 앞에 세워두고 이렇게 예초기로 길을 만들면서 올라가는 실정이네요.



과수원으로 활용하던 부지입니다만, 사람이 살지 않은지 10년이 넘은 집입니다.


매년 벌초 관련 포스팅에 등장하는 건물인데 꽤나 오랜 세월을 방치해둬도 철근콘크리트조로 지어진 건물인지라 흙집처럼 무너지거나 하진 않습니다만, 매년 볼때마다 상태가 점점 더 심각해 보입니다. 평소 덩쿨이 건물 앞 전봇대만 감는 수준이였는데, 건물까지도 점령당했습니다.


도저히 진입이 불가한 수준이더군요. 어디 폐가탐방 가실 분은 저 집 한번 탐험해보시길 바랍니다.


P.S 차를 주차하는 자리에 사는 아저씨한테 이 집에 살았던 분의 근황을 듣긴 했습니다만, 그냥 사업을 하고 어쩌다 한번 와서 그냥 쑥 둘러보고만 간다고 하시더랍니다.



산 중턱까지 올라왔습니다. 거의 다 왔습니다.


이쪽은 보통 산딸기 넝쿨이 지배하고 있는 구간입니다만, 예초기가 앞장서서 올라가던 중 벌집을 건드리고 말았습니다. 말벌이네요. 벌집을 건드린 이상 모기약을 사러 면천 시내로 나갑니다.



땅벌로 알고 있었는데 말벌이네요. 안전을 위해 모기약 스프레이로 제압을 해 두었습니다.



묘를 쓴지 약 30년의 세월이 지나버린지라, 잔디는 사실상 찾기 어렵습니다.


약 10년 전만 하더라도 잡초보단 잔디의 비율이 높았습니다만, 지금은 사실상 잔디는 찾아보기 힘들고 잡초가 대다수입니다. 언제 대대적인 보수작업이 필요하리라 여겨지네요.



봉분의 위치 역시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게 핸드폰은 주머니속에 집어넣어두고, 열심히 벌초작업에 임했습니다. 새로 사온 톱을 가지고 그동안 둘이 다닐때 신경쓰지 못했던 나무의 가지도 쳐주고, 주변 잡목들의 가지들도 하나하나 정리해줬네요.



약 두시간정도 벌초작업을 진행합니다. 산소 주위까지 꼼꼼히 예초기를 돌립니다.



주변 나뭇가지를 정리하다보니 이렇게 새가 만들어둔 둥지도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새가 살지 않는걸로 보입니다만, 혹시나 모르기에 둥지 근처는 건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크고 작은 잔가지들을 정리해주다가 벌에 물렸습니다.



봉분 뒷편의 저 덩쿨을 정리하고 있던 중, 갑자기 허벅지에 살면서 느껴보는 고통이 느껴집니다.


으아ㅏ아안ㅇ러ㅏㅣㄴ이ㅏ러ㅏㅣㅎ어ㅏㅣㅇ리허ㅏㅣㅇ러ㅏㅣㅇㅀ


하고 냅다 톱도 던지고 멀리 뛰어왔네요. 그렇습니다 벌에 쏘였습니다. 병원에서 굵은 수술용 링거주사를 맞을때보다 한 다섯배는 아픕니다. 덩쿨 위에서는 노오란 땅벌 수십마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네요. 수년 전 이 근처에 벌집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긴 했습니다만, 방심했던게 화를 불러일으킨 원인입니다.



다행히 침은 박히지 않았습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고통의 종류인데다가 꽤나 아픈지라 벌초작업도 거의 다 끝나가고 그냥 쉬기로 했네요. 그래도 수년간 일손이 부족해서 손대지 못했던 부분까지도 손을 댈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벌에 쏘인지 약 10시간이 다 되어가는 현재는 붓기도 다 빠지고 사실상 멀쩡하네요. 올 추석 성묘도 그렇고 내년 벌초도 마찬가지로 벌집을 건드려서 벌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행위는 절대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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