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휴일따위 없는 노예생활 2주차 일요일이였습니다.

9월 어느날부터 10월 말까지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 없이 출근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암담했지만 계속 일-집-일-집을 반복하다 보니 체념하게 되더군요. 그런 상황에서도 똥차와 고물과 같은 물건들. 폐교같은 장소를 좋아하는 제가 좋아할만한 물건들을 보는 일도 생기더랍니다.



에어컨도 고장나고 여러모로 외관 상태도 불량한 포터.

주유경고등이 들어와 기름을 넣은 돈을 제외하곤, 나머지 돈은 그대로 사장님께 헌납.


지난 일요일. 현장 대청소를 진행하며 나온 고철을 한차 가득 싣고 갑니다. 그리 무게가 나가보이지는 않지만 판넬 껍데기를 접어서 꾹꾹 눌러담은 상태입니다. 여튼 이런식으로 현장과 고물상을 2회 왕복하여 고철값으로 약 27만원을 받았습니다.



방문한 고물상이 집게차는 있지만, 직접 사장님이 까대기로 내리는 형태인지라 시간이 좀 걸리더군요.


그래서 고물상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버려진 물건들을 구경했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그저 쓰레기 고물로 보이겠지만 최소 20년의 세월을 버텼고, 현재도 상태가 괜찮은 물건들은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귀한 물건들이 많이 나오더군요.



빨간색 내쇼날(National) 전기밥솥. 그리고 테팔 튀김기.


1983년 부산의 한 부녀회 회원들이 코끼리표로 유명한 조지루시 전기밥솥을 들고 입국하는 사진이 기사화 된 뒤 질타를 받으며 여행사 직원 두명이 구속되고 여행객 한명이 입건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일제와 국산 전기밥솥의 기술격차는 상당했었고, 이후 90년대를 기점으로 IH전기압력밥솥이 개발되어 국산 전기밥솥의 품질은 일제 대비 월등히 좋아졌습니다. 


지금은 반대로 한국산 전기밥솥이 외국인들의 주요 쇼핑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관광객에 의해 한국으로 들어왔을 일본 내수용 빨간 내쇼날 전기밥솥도, 외관은 투박해 보이지만 2000년대 초반 생산된것으로 추정되는 테팔 튀김기도 머나먼 타국의 고물상에서 최후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사실상 모두 사라진 두꺼비집과 다 썩고 눌려버린 이 쇳덩어리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무려 1970년대에 제작된 전압조정기입니다.


220V를 110V로 낮춰주는 변압기. 즉 도란스입니다. 아까 위에서 본 일제 전자제품을 사용하는 경우나 정말 오래된 110V 전용 전자제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딱히 볼 일이 없는 물건이지요. 


약 40년 넘는 세월을 버틴 뒤 곧 용광로에 들어갈 운명입니다.



한켠에 버려진 타자기. 마라톤 88TR.


마치 자동차에 합판 박아놓고 부니휠캡 껴놓는 빈티지 튜닝을 해놓고 복원이랍시고 온갖 유세는 다 떠는 사람들처럼 뉴트로(New-tro) 열풍에 힘입어 이런 타자기도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제품 역시 외판은 멀쩡하여 그런 사람들에게는 비싼 가격에 거래되지 않을까 싶은데 고물상 한켠에 버려져 있습니다.


진한 밤색은 지금 봐도 전혀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오 구닥다리 컴퓨터가 보이네요. 근데 슬림(LP)케이스입니다.


사실상 사무용과 관광서 납품용 PC의 대세는 이 규격이 차지하고 있지만, 팬티엄3 로고와 구형 윈도우즈 로고가 선명한 이 구닥다리 컴퓨터가 출시되던 시절만 하더라도 일반적인 미들타워 규격의 PC가 절대적인 대세였습니다. 



윈도우즈 정품 시리얼도 붙어있고 일련번호도 그대로 살아있네요.


이미 사장된 브랜드인 드림시스(Dreamsys) 이름을 달고 판매되었던 PC로 2001년 8월에 제조되었습니다. 물론 삼보컴퓨터는 IT 버블이 꺼지고 확장했던 여러 사업이 실패하며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관공서 업무용 컴퓨터 납품계의 큰 손이자 다이소에 여러 주변기기와 용품들을 납품하며 그럭저럭 잘 살아있는 회사입니다.


Windows Millennium Edition. 

XP도 보기 힘든 마당에 흑역사로 기록된 Windows Me의 시리얼은 너무도 선명하게 붙어있습니다.



구닥다리 삼성 로고가 붙어있던 브라운관 TV.

대략적인 생산년도를 확인하기 위해 전선을 보니 1993년에 제조되었습니다.


지금은 사장된 규격이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비디오 플레이어는 필수품에 가까운 물건이였습니다. 물론 VHS 플레이어가 브라운관 TV에 붙어있는 일체형 TV 하나만으로도 비디오 녹화와 재생이 가능했으니 나름 공간을 아낄 수 있었죠. 


90년대생이라면 이러한 형태의 TV를 많이 보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저희 집에도 대우에서 나온 비슷한 형태의 TV가 있었으니 말이죠.



에어컨 본체는 보이지 않고.. 리모콘만 덩그러니 남아있습니다.


대우전자 에어컨의 리모컨. 나름 대우전자가 암흑의 길을 걷고 있던 시기에도 에어컨은 판매되었습니다. 간간히 모텔이나 원룸에 가면 볼 수 있었죠. OEM이지만 말입니다.


물론 현재는 만도기계로부터 위니아를 한참 전에 인수했던 대유그룹에 대우전자가 인수된 이후 위니아 에어컨이 뱃지 엔지니어링을 통해 대우마크를 달고 판매되고 있습니다.



뻐큐모양 삼성 로고까지 찍혀있는 구형 VHS 플레이어.


SV-598이라는 모델명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정확한 정보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후 DVD 플레이어 혹은 DVD 콤보에서나 볼 수 있는 슬림하고 세련된 디자인이 이 기기의 특징이 아닐까 싶습니다.



잠을 자는 고양이와 그 앞에 놓인 구닥다리 디지털 카메라.


고양이는 사람의 손이 닿자마자 여기도 저기도 쓰다듬어 달라며 손에 자신의 몸을 비빕니다.



HP에서 나온 메탈바디의 디지털 카메라.

2004년 출시된 HP Photosmart R707 모델입니다. 


510만화소, 광학 3배 줌을 지원하며 당시 40만원대 후반이라는 비싼 가격에 판매되었습니다. 지금은 사실상 보급형 스마트폰만도 못한 스펙이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최신 문물에 가까웠던 디지털 카메라입니다.


작은 액정과 뷰파인더가 공존하네요.



무선전화기의 시초격 모델. JAPAN MEG-80000

벽돌폰 아니 무전기처럼 생긴 무선전화기입니다만 수장되어 있었습니다. 모델명에서 볼 수 있듯 일제입니다. 물론 국내에도 극소수 이 제품을 보존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긴 합니다만, 해외 포럼 혹은 판매글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현재도 약 2만원대에 거래되는 물건이라고 하네요.


금성 왕관로고가 선명한 물펌프.


지하수 펌프로 보입니다. 금성사는 1969년 대한민국 최초로 물펌프를 개발했고, 이후 펌프사업은 LG전선의 사업부로 분리되었으며 2000년에 세계 2위 펌프제조업체인 독일회사 윌로심슨에 매각되었습니다. 2004년까지는 LG윌로펌프라는 법인명을 사용하다가 그 이후로는 윌로펌프라는 브랜드로 펌프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선풍기와 소형가전으로 이름을 알린 한일펌프와 함께 윌로펌프는 국내 펌프시장의 양대산맥입니다.



구형 신일 벽걸이 선풍기.


초등학교 저학년때 일부 교실의 선풍기가 교체되었는데 그 당시 이렇게 생긴 선풍기도 교체되었던것으로 기억합니다. 대략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에 제작된 제품이라 볼 수 있겠죠. 


요즘 판매되는 벽걸이 선풍기는리모콘 혹은 줄을 잡아당기는 형태로 편리한 조작이 가능합니다만, 이 당시만 하더라도 풍속은 단 한가지. 회전 조절 역시 레버로만 가능했었습니다.


이 외에도 많은 물건들이 버려져 있었습니다만, 하차작업이 다 끝나고 다시 회사 현장으로 돌아왔습니다. 비록 고물로 버려진 운명이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물건들이 가득했습니다. 비록 고물로 사라지지만 누군가의 추억 속에서는 영원하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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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waiian 2019.10.12 08: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워... hp 디카 정말 오랜만에 보네요.
    당시엔 진짜 별의 별 업체들이 디카산업에 뛰어들었지만 hp는 진짜 의외였죠.


또 액정이 나갔습니다...



지난해 10월 액정 교체 후 한번 더 떨어뜨려 모서리 유리가 깨져있었는데, 일요일 오전에 씻고 나갈 준비를 하다가 체중계에 핸드폰을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엣지패널의 특성상 케이스를 끼우고 다니지 않으면 살짝만 떨어뜨려도 액정이 깨지는듯 합니다. 


터치패널은 다행히 파손되지 않아 터치는 잘 되는데 액정 백라이트가 들어오질 않더군요. 그러니까 전화가 오면 감으로 터치하여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수준으로 눌리긴 눌리는데 화면이 보이지 않아 오는 전화를 받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는 말입니다.



그나마 핸드폰이 하나 더 있고 어지간한 연락처도 동기화되어있어 망정이지..


그게 아녔더라면 일요일 그리고 월요일까지 누가 전화를 해줘야만 받을 수 있지 문자나 카톡은 볼 수 없는 그런 답답한 상태로 버텼어야 할 겁니다. 이럴때는 전화기를 두개 가지고 다니는게 확실한 장점이네요.



분명 최근에도 왔었죠. 지난 4월 초. 일본 여행을 가기 전 들렸습니다.


갤럭시J7(2016)의 충전단자 교체를 위해 찾은 뒤 약 3개월만에 다시 찾은 삼성전자서비스 홍성센터. 따로 바뀐건 없습니다. 월요일 점심시간대에 방문했는데 대기고객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제가 들어가서 담당 엔지니어를 배정받으니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하더군요.





담당 엔지니어에게 갤럭시노트8을 건네드리고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4월에는 에어컨과 에어드레서의 전시코너가 없었는데 그 새 생긴듯 합니다. 요즘 무풍에어컨은 에어컨처럼 생기지 않았네요. 가성비를 중시하는 저는 위니아 에어컨을 3년 전 12개월 할부로 구매하여 설치한 뒤 에어컨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수리는 일사천리로 진행됩니다.


약정은 대략 8개월정도 남아있습니다. 그동안 보험으로 타먹은 수리건수만 이번을 포함한다면 총 세건이 되겠네요. 카메라 모듈과 백판넬을 교체했고 액정도 이번을 포함하여 두번 교체했으니 핸드폰의 겉 케이스는 사실상 처음 구매했을 당시 달려나왔던 물건들이 아닙니다.


그나마 이번에는 보험을 들어놨으니 망정이죠. 보험이 없었더라면 하루종일 쌍욕을 달고 살았을겁니다.



보험 청구를 위한 서류까지 발급받은 뒤 서비스센터를 빠져나옵니다.


디지털프라자를 거쳐 주차장으로 나가네요. 새 액정에는 비닐이 씌워져 있었고, 그 비닐을 벗겨내면 보호필름이 붙여져 있다고 합니다. 남들은 사자마자 벗겨낸다는 자동차 비닐 역시 6개월 2만3천km를 타면서 하나 안떼고 다니는 사람인데 핸드폰 역시 제 손으로 비닐을 떼어 낼 일은 없을겁니다. 어짜피 비닐을 떼어내도 액정보호필름이 붙어있다 하지만 말이죠.



수리비 명세서와 카드 결제 영수증. 그리고 담당 엔지니어의 명함을 받아왔습니다.



이미 여러번 진행하여 익숙해진 폰안심케어 보상금 청구 절차대로 서류를 촬영하여 접수하면 됩니다. 초창기만 하더라도 분손 자기부담금 5만원 선에서 어지간한 전손급 수리까지 처리가 되었지만, 구성 부품과 출고가는 점점 올라가고 온갖 뽐거지들이 악용하면서 손해율이 높아진지라 현재는 자기부담금 비율이 점점 높아져 수리비의 25%를 공제한다고 합니다.


다음에는 또 액정을 교체하러 서비스센터에 간다는 포스팅을 하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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