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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생각보단 일이 잘 풀리긴 했습니다만, 정말 오랜만에(?) 프레임이 썩어서 뒤뚱거리는 렉스턴과 유리가루가 들어오는 1.2톤 봉고트럭 이후로 길이 기억에 남을 차량을 타게 되었습니다.


수출을 위해 송도유원지로 가는 차량치곤 생각보다 단가가 좋아 오더를 잡고 출발지로 이동했는데, 차종이 그레이스라는 사실과 차량이 있는 주소지만 알고있던 제 눈에 보이는건 멀리서 봐도 크게 망가진 현대의 원박스형 승합차 그레이스였습니다. 저거말고 다른 그레이스는 없었습니다. 



어... 이걸.. 타고가라구요?


그렇습니다. 이 차라고 합니다. 미리 시동을 걸어두셨더군요. 이 그레이스가 맞다고 합니다. 이런 상태로 갈 수 있느냐 물으니 사고가 난 뒤 여기까지 큰 문제 없이 끌고 왔다고 합니다. 뭐 그래요. 다시 돌아갈순 없으니 타고 넘어가야만 합니다. 나름 그래도 뉴그레이스 후기형입니다. 거기에 85마력짜리 터보엔진이 올라간 15인승 투어 모델입니다.


등록증을 보아하니 2002년 12월식이고, 2003년 1월 2일에 등록했던 차량이더군요. 15인승 승합차가 비교적 높은 가격대에 거래되고 있다보니 고쳐서 계속 타거나 중고로 내다 팔아도 큰 문제는 없어보이는데, 결국 한국땅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운전석 문짝과 차체의 도장이 다르긴 한데.. 차체도장은 제치인가 연비스티커가 붙어있네요.


뻥연비이긴 하지만, 연비스티커도 아주 온전한 상태로 남아있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따진다면 복합연비가 한 7km정도 나오려나 모르겠네요. 보통 수출을 위해 매입하는 승합차들의 경우 노란차들은 얼마 이상 감가후 매입하고 다른 색을 칠해서 나가는걸로 알고있는데, 아마 다른 색상의 도료가 칠해진다면 곧 떨어질 운명의 연비스티커입니다.



뭐... 앞유리도 크게 깨져버렸고. 본넷 역시 우그러들었으니 와이퍼 역시 따로놉니다.


그리고.. 우측 사이드미러도 깨져서 도망갔네요.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동그란 보조거울이 있어 저 보조거울에 의지해서 갔습니다. 주행중엔 크게 문제될건 없었습니다.



다행히 겉에만 저럴뿐이지 주행하는덴 아무런 문제가 없네요.

나름 후기형이라지만 깡통모델이라 계기판에는 RPM게이지가 없습니다.


조수석 문까지 살짝 접혀서 바람이 새어 들어오는 소리와 잔해물 무언가가 차체를 탁탁 차체를 치는 소리가 나긴 합니다만 그거 말곤 달리는데 전혀 이상이 없습니다. 그나저나 주행거리도 이제 겨우 13만km를 넘어가고 있는데, 정말 수출로 떠나보내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계는 죽었고.. 오디오는 다른 차량의 2din 데크를 올려놓았습니다.


오디오 역시 비슷한 시기에 나온 승용차종에 달려있던 물건으로 보입니다. CDC 버튼까지 있는걸로 보아 나름 고급 오디오가 아닐까 싶네요. 당연하게도 히터도 잘 나옵니다. 신기하게도 도어트림에 붙은 윈도우 스위치는 우드그레인이 적용된 부품이 달려있는데, 계기판부터 센터페시아까지 이어지는 대시보드 판넬은 그냥 싸구려틱한 검디 검은 물건입니다.


우려와는 달리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확인해보니 방향지시등 전구 소켓이 소리의 원인이더군요.


저 배선과 깨져버린 방향지시등 일부가 바람에 의해 차체를 툭툭 치면서 나던 소리였습니다. 딱 봐도 성하지 않은 모습 빼고는 다행스럽게도 멀쩡한 차량이였습니다. 유리가루가 들어오던 차도 아니고, 그렇다고 뒤뚱거리며 가는 차도 아녔습니다.



동그란 볼록거울에 의지해야만 했기에 주차가 조금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그레이스와의 작별인사를 나누고 돌아갑니다. 한국을 떠날 시점에서는 깔끔하게 고쳐져 있을테고, 색도 바뀌어 있겠지만 말이죠. 부디 타국에서 만날 새 주인과 함께 오래오래 별 탈 없이 굴러다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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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9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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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차, 방치차, 폐교, 쓰레기더미 탐방 전문 블로거.


정확한 위치는 어디라 얘기 할 수 없는 곳에 버려진 베스타를 보았습니다. 외부인의 손길이 잘 닿지 않는 공간이고 도저히 차를 버릴 수 없는 공간인지라 아무래도 최소 10년 이상은 허허벌판에 방치되어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최근까지 간간히 보이는 90년대 출시된 뉴베스타가 아닌 80년대 후반 생산된 오리지날 초기형 베스타입니다. 86년 출시 당시 모델은 아니고 88년과 89년 사이에 나온 차량으로 보이는군요.



그나마 온전하고 선명하게 남아있는 일명 공장기아 엠블럼.


최초기형 차량의 경우 흔히 공장기아라 말하는 물결무늬의 기아자동차의 로고 대신 'KIA MOTORS'라는 영문 엠블럼이 들어갔습니다. 이후 88년부터 물결무늬 엠블럼이 적용되었지요. 물론 사고로 인한 교체나 개조로 인해 달린 부품일 확률도 있지만, 일단은 88~89년 사이에 생산된 차량임을 추정 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이미 바랠대로 바래버린 테일램프. 그리고 사라진 번호판.


번호판이 있었던 자리는 흔적만 남아있고 누군가 강제로 떼어낸 흔적만 보입니다. 지금은 그저 방치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한시절 이 베스타를 아끼던 차주께서는 나름 캐리어도 달아두고 사다리도 달아두셨습니다. 


화물차로 분류되는 3밴 혹은 6밴 차량이 아닌 12인승 모델입니다만, 뒤에 영업을 위한 스티커를 붙여두었을걸로 추정되는군요. 스티커 역시 바랠대로 다 바래고 갈라져서 판독이 불가했습니다. 



10년 넘게 시동이 걸릴 일이 없었던 로나 디젤엔진은 쥐들의 생활 터전이 되어버렸습니다.


보조석 좌석을 살짝 들어보니 들리더군요. 로커암커버에 선명하게 'LONA DIESL'이라 각인되어 있습니다. 당대 기아자동차의 여러 디젤차량에 적용되었던 마쯔다제 엔진입니다만, 헤드가 녹아버리고 화재까지 발생하는 결함으로 인해 사실상 흑역사 취급을 당하는 엔진입니다.


이후 이 엔진의 중대한 결함으로 인해 기아차는 독자기술로 디젤엔진을 개발해냈고, 92년에 베스타와 와이드봉고에 2.7리터급 JS엔진이 적용됩니다. 그 엔진이 개량을 거치고 또 거쳐가며 비교적 최근. R엔진이 적용되기 전 그랜드카니발과 2012년 F/L 전 봉고3에까지 그 생명을 이어갔었습니다.



실내 상태도 장기간 방치된 차량인지라 그리 좋지만은 못합니다.


오디오를 비롯한 쓸만한 전자장치들은 모두 다 떼어갔고 비바람에 십수년 이상 방치된 시트와 도어트림은 이미 다 갈라질대로 다 갈라진 상황입니다. 더불어 차량 안에는 폐 농자재들과 꽤 오랜세월 방치된게 아닐까 싶은 쓰레기들이 잔뜩 담겨있습니다. 



내외관 모두 상태가 그리 좋지만은 않습니다.


이미 녹은 차량 전체를 감싸안았고 칠도 상당수가 벗겨져 있었습니다. 꽤 오래전 시장에서 사라진 우성타이어가 장착되어 있었고, 그마저도 다 찢어지고 갈라진 상태였네요. 그냥 고물상 집게차가 와서 들고 가는 방법 말고는 이 차량을 치울 방법은 없어보입니다.



과연 어느 세월부터 인적이 드문 허허벌판 속에 방치되어 있었을까요.


또 하나의 단서를 찾았습니다. 주황색 비슷한 순정데칼. 89년 출시된 EST 트림에 적용되었던 스페셜 데칼이라 하는군요. 1990년 1월에 뉴-베스타가 출시되었으니 전기형 끝물 모델. 년식으로 따지자면 1989년식 차량으로 보입니다.



다른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만, 트렁크는 열립니다.


백도어마저도 부식으로 구멍이 송송 뚫려있군요. 차량 안에도 폐 농자재들이, 밖에도 폐 농자재들이 가득합니다. 그나마 이 차에서 멀쩡하게 제 기능을 하고있는 부속품을 꼽아보라면 트렁크 가스쇼바 말곤 없지 않을까 싶네요.



나름대로 차주분이 오디오에도 신경을 쓰셨던 모습이 보입니다.


사제 코엑셜 스피커네요. 이름있는 브랜드에서 만들어진 제품인지 아니라면 오픈마켓에서 저렴한 가격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저가형 중국제 스피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그저 고물덩어리처럼 보이지만, 이 차량이 굴러다니던 시절에는 탑승객에게 순정 스피커보다는 좋은 소리를 들려주었으리라 확신합니다.



공장기아 엠블럼. 그리고 한국유리공업의 옛 로고.


지금은 한글라스라는 브랜드로 익히 알려진 회사의 유리입니다. 국내 자본으로 설립된 회사입니다만, 2005년 프랑스의 생고뱅 그룹에 인수된 상태입니다. 물론 프랑스 자본이 대주주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국내에 꽤나 많은 계열사를 두고 있다죠.



꿈이 있는 곳, 생활이 있는 곳- 

「기아자동차」가 함께 있습니다.



당대 기아자동차에서 제공하던 성에제거기로 보입니다.


꿈이 있고 생활이 있던 기아자동차는 결국 경쟁사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일원으로 흡수당하고 맙니다.



전반적인 베스타의 모습이네요.


닫히지도 열리지도 않은 상태의 슬라이딩 도어와 트렁크를 제외하곤 절대 열리지 않는 나머지 문들. 그리고 전륜 휠도 어디론가 사라졌네요. 꽤나 오래 방치된 상태를 감안한다면 비교적 멀쩡합니다.



과연 언제까지 광활한 허허벌판을 지키고 있을진 모르겠습니다.


30년 전 모두의 부러움을 사던 신차에서 벌판에 버려진 헌차가 되기까지. 물론 말로는 표현 할 수 없는 험난한 차생이 있었겠지요. 원부상으로도 아직 살아있는 차량일테고, 과연 이 차를 버리고 간 주인도 이 고철덩어리가 아직까지 그 자리에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지도 않겠지요.


떠나간 주인은 영원히 나타나지 않겠지만, 베스타는 오늘도 찬바람을 버티며 벌판을 지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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