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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깁니다.


대략 일주일 전부터 검은 변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선지국을 먹었으니 그렇겠거니 싶어 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습니다만, 일주일째 가루같은 설사와 함께 검은 변을 보니 뭔가 겁이 나기 시작합니다. 동네 내과에 들렸습니다. 혈변을 본다 하니 혈압을 측정합니다. 건물 2층에 있는 내과인지라 조금 걸어서 올라왔더니만 혈압이 높아 이곳에서는 내시경을 할 수 없으니 큰 병원에 빨리 가 보라며 진료의뢰서를 하나 줍니다.




일주일 동안 흑색변을 지속적으로 보는 환자입니다. active bleeding이 의심되오니, 입원하여 출혈에 대한 위대장 내시경등 검사를 빨리 시행하시는 것이 좋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active bleeding. 활동성 출혈이라는 전문 용어가 들어갑니다만, 의학 지식이 없는 제가 봐도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는 소견을 적어주었습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하기에 내심 겁을 먹고 집에 들어가 만반의 준비를 마친 뒤 가장 가까운 큰 병원인 홍성의료원으로 향했습니다.


아 물론 병원으로 향하다가 펑크가 나서 거기서 시간을 잡아먹었구요...



그렇게 내시경 검사가 가능한 홍성의료원으로 향했습니다만.....



입구컷 당해버렸습니다.


약간의 감기기운이 있다고 하니 체온은 정상이지만, 일단 선별진료소로 보내더군요. 선별진료소를 무조건 통과해야만 한다고 합니다. 뭐 이런 법이 다 있느냐고 항변합니다만, 방법이 없다네요. 결국은 대략 열흘만에 선별진료소에 다시 가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여튼 선별진료소에 왔습니다. 의료원 입구에서 작성했던 문진표를 보여주고, 고생하는 진료소 담당 공중보건의 선생님께 얘기를 하니 일단 의료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 부분을 확실히 하고 가야만 한답니다.



결국 선별진료소 옆 컨테이너 휴게실에서 잠시 머무니 저를 부릅니다.


방진복과 고글을 쓴 사람이 저를 데리고 응급실 안 진료소로 들어갑니다. 이런 이유에서 큰 병원에 가 보라 해서 왔다고 진료의뢰서를 보여주니 진료를 보는 전문의 선생님과 방호복에 고글로 무장한 간호사 선생님들이 여기저기 전화를 돌립니다.


진료의뢰서상으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하는데, 약간의 감기기운이 있는 환자를 들여보내냐 마느냐 혹은 입원이 가능하냐를 놓고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더랍니다. 애초에 전례가 없던 비상사태로 만들어진 선별진료소인지라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이 잡힌것도 아니니 일선 현장에서는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더군요. 저 역시나 방진복과 고글로 무장한 사람들 사이에서 지레 겁을 먹고 있었습니다.


결론은 코로나 검사를 하고 검사 결과가 나오는 시간까지 기다린 뒤 내시경 검사를 받는 쪽으로 진행하려 했습니다만, 홍성의료원 음압병동에 확진자가 치료중이기도 하고 결국은 제게 내어 줄 수 있는 입원실도 없는데다가 출혈이 의심되는 이쪽이 훨씬 더 급한 사안이니 다른 병원으로 가라 하네요.


그렇게 천안쪽 큰 병원으로 가라는 얘기와 함께 홍성의료원에서 쫒겨났습니다.


뭐 방법 있나요... 천안 순천향대 단대병원 응급병상 역시 전화를 돌려보니 만석이라고 하고.. 천안으로 가던 길에 혹시나 싶어 아산충무병원으로 차를 돌려 들어갔습니다.


아산충무병원 응급실. 뭐 일단 들어가서 진료의뢰서를 보여주고 링거부터 맞습니다.


조영제를 넣고 CT와 X-RAY를 촬영하고, 혈액검사와 배변검사를 진행합니다. CT상으로는 혈관종과 지방간이 나타난 것 외 특이사항은 없다 합니다. 코로 호스를 집어넣어 검체를 채취하려 했습니다만, 코뼈가 휘어있어 결국 실패했습니다. 여튼 응급실 검사로는 빈혈도 없고 변에서 혈액반응이 있지도 않아 결론적으로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다음날 내시경 검사를 위해 입원을 진행합니다.




링거 두개가 걸려있습니다. 거기에 시간마다 다른 주사가 하나씩 추가되곤 하네요.


그렇습니다. 금식에 물조차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3일날에도 물 몇잔 마신게 전부였습니다. 배는 아프고, 화장실에 가도 검은 설사가 계속 나옵니다. 그렇게 병실에서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버텼습니다.


병원 자체는 사실상 지어진지 대략 10년쯤 된 그리 오래된 건물도 아닙니다만, 신관 준공과 함께 일부 시설이 신관으로 옮겨가고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중이더군요. 뭐 여튼 병원 내부 시설은 매우 깔끔하고 좋았습니다.



새벽쯤 되니 쿨프렙이라는 이름의 분말을 물에 섞어서 여러통 주시더군요.


비타민C 함유 전처치용 세정제라는 설명을 달고 있는 이 분말을 물에 타서 대략 네다섯통을 먹었습니다. 맛은 비타민C에 소금을 탄 것 같은 맛. 썩 좋은 맛은 아녔습니다만, 계속 먹어야 검사가 가능하다기에 질리도록 마셨습니다. 마시다 보니 처음에는 검은 변이 나오다가 가면 갈수록 노란 오줌과 같은 변이 나오더군요.


여튼 고생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내시경실로 향했습니다.



(이미지뱅크 같은 사이트에서 대충 퍼온 이미지)


위 아래로 내시경 카메라가 다 들어가야 합니다. 뒤가 뚫린 바지를 입고 한쪽으로 구부린 채 누웠습니다. 마취제가 투여되고 대략 40여분정도 지나니 침대에 누워있더군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원병동에 가 있으니 검사결과를 알려주십니다.


소장을 제외한 위 아래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은 모두 다 들어갔지만 출혈이 있는 부분은 없었고 위염이 조금 있다고 하네요. 일단 퇴원하고 일단 약을 먹으면서도 증상이 계속된다면 내원을 해 보라 합니다. 소장은 캡슐 내시경을 하는 곳으로 가야 한다고 합니다만, 확률상 추천하지는 않는다 합니다.


여튼 장기 입원을 염두하고 갔습니다만, 다행스럽게 단기 입원으로 끝이 났습니다. 다시 집에 돌아왔고요. 죽으로 끼니를 떼웠습니다. 앞으로는 부디 이런 일이 없도록 식단관리에 만전을 기해야겠습니다. 시트콤 줄거리 같던 이틀간의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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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아픈지는 대략 일주일정도 지났습니다만, 아무래도 맹장 주위가 아프다보니 맹장염으로 의심되고 배를 째는게 무서워 병원에 가지 않았습니다. 다만 상태는 점점 심해지더군요. 결국 참다 참다 배를 쨀 각오를 하고 홍성의료원을 찾았습니다.



이미 지난해에 진짜 맹장염으로 수술을 할 뻔 했으나 약물로 치유하여 지금껏 멀쩡히 살았습니다. 근데 이번에는 그 당시만큼 아프지도 않고, 아팠다 안아팠다를 반복합니다. 그리고 그 부위만이 아니라 여기저기 아프더군요.





월요일 오후. 약 4시 30분 즈음. 접수창구에 가 배가 여기저기 아프니 내과로 접수를 합니다.


맹장은 수술을 하기에 보통 외과로 간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일단 배가 여기저기 아프니 내과로 접수를 합니다. 어짜피 맹장이라는 진단이 나오면 소견서와 함께 외과로 보내줍니다.



의사선생님을 만나니 거짓말처럼 아프지 않습니다. 맹장을 눌러도 아프지 않습니다.


일단 당장 아프지 않다고 하니 시간도 늦었고 일단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만 진행하고 다음날 CT를 촬영하기로 합니다.



그렇게 화요일 아침. 사장님의 배려로 이른 시간에 홍성의료원에 왔습니다.


의료원이라고 해서 일반 병원과 다르지 않습니다. 인구 10만명 수준의 동네에 걸맞지 않는 480병상 수준의 종합병원입니다. 물론 도에서 운영하는 기관인지라 어느정도 공공적인 성격을 띄기도 합니다만, 일반 병원과 똑같이 접수창구를 거쳐 의사선생님을 뵙고 그에 맞는 치료를 합니다. 


접수를 마치고 소변과 혈액검사상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소견을 들었습니다. 근데도 배가 아팠다 안아팠다 한다고 하니 CT를 찍어보기로 합니다.



수액을 하나 차고 들어갑니다. CT촬영시 조영제를 넣습니다.


이 조영제.. 여러번 맞아보았지만, 조영제가 들어올 때 온 몸이 후끈하게 달아오릅니다. 스무살때 지금은 철거되어 은평성모에 통합된 성바오로병원에서 처음 맞아보고 30년 가까운 세월을 살아오며 한 다섯번정도 맞은 느낌입니다. 


처음 이 조영제를 맞았을 당시엔 그냥 살짝 후끈거리고 말았던 기억인데 이날 CT촬영을 위해 맞았던 조영제는 온몸이 한참동안 달아오르더군요. 참을만은 했습니다만, 좀 답답했습니다.



진찰료와 주사료 CT촬영비까지. 본인부담금으로 10만 1천원이 나왔네요.


실비보험이 있으니 다행입니다. CT 판독 결과는 약 이틀정도 뒤에 포스트잇에 적어준 번호로 전화를 하고 오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이틀. 그리고 목요일에 바빠서 병원에 가질 못해 금요일에 전화를 하고 병원에 방문했습니다.



접수번호 503.... 근혜 수감번호.....


여튼 떨리는 마음으로 접수를 하고 진료를 받으러 들어갑니다. CT를 유심히 보시고 염증이 없다며 영어로 된 판독소견서를 유심히 보더니만 멀쩡(?)하답니다. 다행입니다ㅠㅠㅠ 다행히 배 쨀 일은 없겠군요 ㅠㅠ


다만 혈관종만 하나 보인다고 하네요. 여튼 다행입니다. 결론은 일반적인 장염이라는 이야기. 위염과 장염약을 처방해줍니다. 그리고 병원 밖을 나옵니다.



약이 무려 7일치입니다.


약국에서 큰 봉지에 약을 담아오긴 처음이네요. 약봉지 너머로 보이는 약의 양도 꽤 많아보입니다. 부디 약 먹고 멀쩡하게 쾌유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하나는 현탁액류의 짜먹는 위장 보호제. 그리고 나머지 알약들입니다.


최근 일주일. 정말 일상생활에 제약이 있을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증상이 많고 많아서 그런건지 알약이 무려 다섯개나 되는군요. 한번에 삼켜버립니다. 부디 이 약을 먹고 다시 멀쩡히 다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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