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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오후 6시 넘어서 들어간 고양시의 한 폐차장에서 폐차 대기중이던 구형 세피아를 목격했습니다. 



순백색 바디의 93년 10월 등록 세피아. 헤드라이트는 이미 다 바래버렸고, 그릴은 어디서 주워다 끼운 흔적이 역력...


자세히 들여다 보니 지금이야 뭐 수동차 보기가 힘들지만, 수동이 대세였던 그시절 흔치않은 오토매틱 차량. 만 26년 가까이 타고 왜 폐차장에 보낸건진 몰라도 최소한 주행에 문제가 없다면 올드카 애호가들에게 폐차값 그 이상 받고 팔릴 차량인데 왜 폐차장에 왔는진 모르겠다.



트렁크의 후진등과 반사판은 뉴세피아용으로 개조. 


그 외엔 공장기아 엠블렘과 당시 1.5 DOHC 사양의 최고트림인 GLX Di 레터링이 붙어있습니다. 여기에 꿈돌이 스티커가 부착되는 엑스포팩이나 이미지팩을 넣으면 알루미늄 휠과 스포일러등의 옵션이 추가되지만, 이 차량은 옵션팩을 따로 추가하지 않은 차량으로 보입니다.


그럼 뭐하나요 폐차인데... 갈 길이 바빠 짧은 시간 마주치고 나왔지만, 지금쯤이면 이미 다 눌려있겠죠.


세피아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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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을 하면서 가장 배기량이 높은 차를 타 본 날이 아닐까 싶습니다. 


폐차장에 가는 상상 이하의 상태를 가진 똥차부터 시작해서 수억원을 호가하는 비싼차들. 벤츠 S클래스 포르쉐 911같은 차량들도 타 보았습니다. 이 업계에 발을 들이셨던 분이 아니라면 '비싼차 원없이 타서 좋겠네' 라는 생각을 가지시겠고 그럴 생각에 이 직업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오히려 이런 비싼차들은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많고 작은 데미지라도 입었다가는 몇달치 일당이 날아가기에 그리 선호하진 않습니다. 그렇다고 단가가 평범한 국산차에 비해 좋은것도 아니고요.


여튼 화성 남양에서 죽치고 있는데, 마도에서 일산으로 올라가는 오더가 하나 올라옵니다. 면사무소에서 차주를 만나기로 했는데 뭐 평범한 차량이겠거니 생각하고 면사무소에 왔습니다만.. 삼지창이 보입니다. 마세라티입니다.



마세라티도 그냥 마세라티가 아닙니다. 삼지창 중 가장 빠르다는 그란투리스모입니다.


면사무소에서 차주분을 만나 공장까지 들어간 뒤, 공장에서 일산까지 끌고 갈 차를 인도받습니다. 한국에도 2009년부터 정식수입이 되는 차량입니다만, 타국에서 배를 타고 들어온 차량인지라 아직 정식번호판 대신 임시번호판이 달려있더군요. 여튼 차고도 매우 낮고, 더군다나 과속방지턱이 넘쳐나는 동네에서 출발하는지라 차량 검수를 꼼꼼히 진행합니다.



SM3 전기차 느낌이 물씬 풍겨오는 그란투리스모의 테일램프.


2007년 제네바모터쇼에서 데뷔한 뒤, 현재까지 자잘한 변화를 거치며 판매중인 차량입니다. 신차 가격은 2억이 넘어가고요, 페라리의 F136 자연흡기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4.7초대의 제로백을 자랑합니다. 차구경이 목적이 아니라,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도착하는게 목적입니다. 고개를 숙이고 앞범퍼 하단에 긁힌곳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낮은 차고 탓에 여기저기 긁히고 깨진곳이 보입니다.


혹시 모르는 일이니 작은 흠집의 위치까지도 상세히 확인하고 찍어줍니다. 그렇게 사진을 여러장 촬영한 뒤 목적지로 향합니다. 그래서 밟았냐구요? 아뇨. 길도 막히고 괜히 밟았다가 일을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에 천천히 갔습니다.



엔진을 공유했던 페라리의 F430과도 유사한 핸들입니다만, 제 눈엔 그냥 에스페로 씨에로 핸들마냥 보이네요.


뭐 여튼 계기판도 죄다 마일로 표시. 온도 역시 화씨로 표시. 네비게이션을 켜고 그냥 천천히 갔습니다. 톨게이트를 빠져나오며 잠시나마 가속을 해본게 사실상 가속의 전부. 그렇게 재미 없게(?) 신경만 곤두세우고 목적지까지 왔습니다.



목적지에 와서도 조그만한 턱에 닿을까봐 길 좋은 뒤로 돌아서 들어왔네요.


힘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여러분들이 원하시듯 막 밟아 조지고 오지도 않았고요. 갑작스레 억만장자가 되지 않는 이상 평생 운전석에 앉아 볼 일도 없는 차를 몰아보았다는 부분은 평생의 이야기거리가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같은 일을 한다면 평범한 국산차 타고 신경 덜 쓰고 다니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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