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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에게 보이는 이미지를 중시하는 우리나라는 유독 다른 나라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거기에 전후(戰後) 정착한 문화입니다만, 식사는 누군가와 함께 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그렇다 보니 공개적인 장소. 식당에서 밥을 혼자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도 많지요. 혼밥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생각됩니다만, 생각보다 혼밥을 못하는 사람들이 많나 봅니다.

 

타인의 인식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대한민국 하위 10% 도태남인 저는 지금껏 다양한 혼밥을 시도해 봤습니다. 학생 때 곱창집도 혼자 갔었고, 지난 21년 3월에는 야외에서 혼자 삼겹살도 구워 먹었네요. 그냥 남들이 터치하지 않았으면 하거나 혼자 있었으면 하는 상황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혼밥에 적절한 메뉴가 아닌 2인 이상이 기본이라 여겨지는 메뉴로 혼밥을 즐기기도 합니다.

 

 

210307 야외에서 혼자 삼겹살 구워먹기

사실 올해 들어 이런 분류의 기행을 하나의 콘텐츠화시켜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보려 했습니다만, 혼자 삼겹살을 구워 먹는 게 그저 이 나라에서는 혼밥이라고 무시당하는 일이라지만 딱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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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고깃집에서 구워 먹는 고기가 먹고 싶기에 근처 고깃집에 혼밥 가능 여부를 물은 뒤 혼자 다녀왔습니다. 갈매기살만 취급하는 '금오갈매기'라는 식당입니다.

 

 

금오갈매기

 

근처 지역에 같은 상호를 가진 식당이 많습니다만, 여기가 본점이라고 하네요.

 

내포신도시 동쪽의 애향이라 부르는 이주자택지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큰 의미는 없지만 행정구역상 삽교읍으로 들어가네요. 미리 전화로 금방 간다고 얘기를 해놓았는데 바로 자리를 세팅해 놓았더군요.

 

기본 차림

 

기본 차림은 여타 고깃집과 다르지 않습니다.

 

숯불구이집입니다. 삼겹살이나 갈비같은 고깃집의 대표적인 메뉴는 없고 특수부위인 갈매기살만 취급합니다. 소금으로 간을 한 소금갈매기살과 양념갈매기살 둘 중 하나를 선택하여 구울 수 있습니다.

 

소금갈매기

 

소금으로 간을 한 갈매기살이 나왔습니다.

 

1인분에 15,000원. 2인분을 주문했습니다. 생각보다 양이 많네요. 차라리 소금과 양념을 각각 1인분씩 주문할걸 싶었습니다.

 

굽는중

 

숯불에 고기를 고기를 올려 굽기 시작합니다.

 

생각보다 빨리 익고 자주 뒤집어주게 되네요. 갈매기살은 갈비살과 삼겹살 사이에 끼어있는 부위인데 삼겹살보다는 갈비살에 가까운 비쥬얼과 갈비보다는 좀 더 쫀득한 식감을 자랑합니다.

 

굽고있음

 

생각보다 빨리 구워지고, 먹는 속도보다 구워지는 속도가 빠른 느낌입니다.

 

최소 둘 이상이 먹는 음식을 혼자 먹으려 하니 버겁습니다. 별 생각 없이 삼겹살이나 먹을까? 하다 갈매기살을 먹으러 왔지만 삼겹살보다 훨씬 깔끔하고 맛있습니다.

 

혼밥 맞음

 

조용한 식당에서 혼자 먹거나 혼밥이 아니라고 할까봐 광각으로 찍어봤습니다.

 

주변 테이블엔 2~4인 이상 앉아있습니다만, 고독한 도태남은 고독을 즐기며 혼자 고기를 굽고 있습니다.

 

쌈도 싸먹고

 

상추에 쌈무 양파 콩나물까지 넣고 쌈도 싸먹습니다.

 

혼자 왔다고 대충 먹진 않습니다. 반찬도 다 먹고 쌈도 잘 싸서 먹었습니다.

 

불판 교체

 

불판은 1회용 석쇠를 사용합니다. 불판이 검게 그을리니 바로 갈아주시네요.

 

얼추 고기를 다 먹을 즈음 밥과 된장찌개를 주문합니다. 그리고 배는 부르지만 맛이나 보고 갈 생각으로 양념구이 1인분도 추가했네요.

 

된장찌개 공기밥

 

후식으로 누룽지나 냉면도 있습니다만, 저는 무조건 밥에 된장찌개입니다.

 

냉면이나 누룽지를 선호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무조건 고깃집 후식은 밥에 된장찌개입니다. 된장찌개 맛은 그냥 평범했습니다.

 

양념갈매기

 

양념갈매기살 1인분을 추가로 주문했습니다.

 

솔직히 배는 불렀는데 맛이나 보고 가자는 생각에서 주문했습니다. 그냥 주물럭같은 느낌이고 갈은 마늘이 양념에 들어가네요. 구워지면 양념 맛이 어떤지 느끼기는 어려웠습니다.

 

양념 구이

 

그렇게 양념 구이까지 먹고 나왔습니다.

 

혼밥치곤 꽤 비싼 혼밥을 했습니다만, 갈매기살이 이렇게 맛있는 부위였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고 왔습니다. 혼밥 손님도 부담없이 받으시니 종종 다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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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올해 들어 이런 분류의 기행을 하나의 콘텐츠화시켜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보려 했습니다만, 혼자 삼겹살을 구워 먹는 게 그저 이 나라에서는 혼밥이라고 무시당하는 일이라지만 딱히 특별한 일도 아니고 하니 그냥 새 카테고리를 만드는 대신 일상 이야기로 올려봅니다.

 

조만간 카테고리를 정리하며 자동차이야기 속의 올드카 목격담처럼 일상 이야기 분류 속에 카테고리를 하나 더 만들어 분류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렇게 된다면 기획연재물은 아예 폐교 탐방으로 카테고리를 바꿔버리고 잘 사용하지 않는 카테고리는 통합하여 단순화할 예정입니다.

 

뭐 그게 중요한건 아니고요. 그냥 혼자서 삼겹살이 먹고 싶었습니다. 그것도 식당이 아닌 밖에서요. 불판이나 집기류는 이미 별장이라 부르는 할머니 댁에 다 있습니다. 매주 주말 어지간해서는 차고가 있는 그곳에서 하루 정도는 꼭 잠을 자고 시간을 보냅니다만, 막상 뭘 해먹은 기억은 손에 꼽네요.

 

그런 고로 마트로 향합니다. 마당에서 혼자 삼겹살을 구워 먹어 봅시다.

 

삼겹살 부탄가스 쌈장 상추

네. 정말 기본적인 물건만 구입했습니다. 저는 거지라 가장 저렴한 제품으로 구입했습니다.

어차피 음료수는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부탄가스는 기존 버너에 달려있던 게 다 닳을 줄 알고 사 왔는데 막상 쓸 일이 없었네요. 삼겹살 한 근에 상추 한 봉지 그리고 찍어먹을 쌈장 정도만 소비했다고 보면 됩니다. 음료수는 그닥 좋아하지 않아 잘 마시지 않으니 구입하지 않았고 막상 먹으면서는 찌개가 생각나긴 했지만, 그냥 고기에 상추쌈만 먹었습니다.

 

대략 2만 1천원을 마트에서 결제했습니다. 삼겹살 한 근을 구입했는데 요즘 삼겹살이 꽤 비싸더군요. 그냥 덜 기름지고 저렴한 앞다리살 같은 부위를 구입할걸 그랬습니다. 한 근을 조금 넘어서는 양이긴 하지만, 삼겹살 가격이 꽤 비싸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더 느꼈습니다.

 

대충 버너와 불판을 꺼내본다.

네. 마당에서 대충 버너와 불판을 꺼내봅니다.

 

오래된 솥뚜껑과 부탄가스 버너를 먼저 올려놓습니다. 쌈장과 삼겹살은 그냥 봉지를 뜯기만 하면 될 일이니 상관없고 상추만 흐르는 물에 잘 씻어주면 야외에서 혼자 삼겹살 구워먹기의 모든 준비가 완료됩니다. 남들은 뭐 감성 캠핑용품이니 비싼 버너니 장작이니 어쩌고 합니다만, 돈도 능력도 없는 저는 그냥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맛만 있음 된 거죠.

 

그냥 돗자리 펴고 먹자

의자에 앉을까 하다가 그냥 돗자리 펴고 먹기로 합니다.

 

불을 올려서 솥뚜껑을 달궈줍니다. 집기류도 다 준비했고 나무젓가락 하나면 충분하지요. 삼겹살에 비계를 하나 집어 솥뚜껑을 기름으로 잘 닦아줍니다. 그런 다음 본격적으로 고기를 올려 먹기만 하면 됩니다.

 

고기 굽는 사진

본격적으로 삼겹살을 구워봅니다.

 

혼자 먹으니 뭐 얘기할 사람도 없고 그냥 묵묵히 먹었습니다. 고기가 익는 소리와 골목으로 사람이 지나다니는 소리 말곤 별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고독을 즐겼습니다. 어차피 혼자 사는 인생 아니겠습니까. 반대편 정원이라도 바라보고 먹을까 싶었지만 벽을 바라보며 묵묵히 먹었습니다.

 

돈도 능력도 없는 도태된 20대 끝자락의 남성이 혼자 기분 좀 내보겠다며 소주도 음료수도 없이 고기와 상추만으로 저녁식사를 즐기고 있습니다.

 

고기도 상추도 딱 맞았다.

고기도 상추도 딱 맞았네요. 마지막 한 점을 마지막 남은 상추에 싸 먹으니 딱 끝납니다.

 

날도 어두워졌고요. 마당의 형광등 조명 하나만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치우는 게 일이긴 한데 아파트와는 달리 기름을 막 버려도 상관없고, 불판을 닦아내기도 용이합니다. 정리까지 금방 끝나더군요. 네 조용히 먹고 조용히 치웠습니다. 인생 뭐 다 그렇죠.

 

애초에 남 눈치를 많이 보는 사회인지라 유독 혼밥을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학생 때는 단체손님 사이에서도 혼자 곱창집에 가서 구이 한판 먹고 찌개와 밥을 먹다가 싸오곤 했었는데, 왜들 그게 어렵다 느껴지는지도 모르겠고요. 날이 좀 더 따뜻해지면 이렇게 고독을 즐김과 동시에 분위기를 내며 자주 먹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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