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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초딩일기를 가지고 왔습니다.

 

정확히 만 21년 전 2002년 3월 27일에 있었던 일인데, 당시 수학이라는 과목을 거의 혐오하는 수준의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요즘 교육과정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초등학교 1학년 2학기에 당시 담임선생님께서 수학 진도가 너무 늦다고 다른 수업 없이 수학 수업만 해서 그때부터 수학을 엄청 싫어했던 기억이 납니다. 너무 일찍 예비 수포자의 길을 탄 것 같습니다만, 지금 생각해도 수학은 진절머리 납니다.

 

2002년 3월 27일 제목 : 수학은 절대 흙이야


제목 : 수학은 절대 흙이야

 

나는 수학을 너무 싫어한다.

왜냐하면 1학년 후반 때 다른 반 보다 못하였다고 1주일 모든 4~5교시까지 수학이었다.

오늘은 문제집 수학을 하는데 수학이 봐도 들어도 계속 싫어졌다.

엄마는 잘할 때까지 계속 폭행하였다.

싫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엄마만 없으면 다 찢어버렸을 것이다.

나는 다음부터 수학을 쪼끔 좋아지게끔 노력해 보아야겠다.


대충 그런 내용입니다. 당시 어휘력으로 횡설수설하는 내용이긴 하지만, 1학년 때 수학 진도가 느리다고 하루 종일 수학 수업만 받은 뒤로 수학이 싫어졌다는 배경 설명과 함께 수학 문제집을 푸는데 엄마는 잘할 때까지 계속 폭행하였다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즉 문제를 잘 풀어내지 못하니 계속 때렸다는 이야기라 볼 수 있겠죠. 요즘 같으면 아동학대로 잡혀갈 일이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나 체벌이 만연했던 시기였습니다. 그런 상황에 대한 불만을 문제집을 다 찢어버리고 싶었다는 문장으로 표현했으니 제가 겪었을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였을지 대충은 짐작이 가시리라 생각됩니다.

 

아무리 싫어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만, 좋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데 아마 체벌이 큰 악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되네요. 다른 방법으로 수학에 대한 흥미를 유도했더라면, 지금껏 수포자로 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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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초딩일기를 가져왔습니다. 정확히 만 20년 전 2002년 일기네요.

 

몇 년 전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들이 직접 자신의 속옷을 빨래하도록 하는 숙제를 내주고, 영상을 올리도록 한 뒤 성적 표현이 담긴 댓글을 달아 물의를 일으키고 파면당했었지요. 보통은 손빨래를 하라는 숙제를 내는 경우 20년 전의 저처럼 양말을 빨라고 하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세탁기가 본격적으로 보급된 지 40년 가까이 흘렀지만, 아직까지도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한 비슷한 숙제를 내주고 있는 느낌입니다. 일단 보고 오시죠.

 

2002년 5월 29일 제목 : 내 양말 빨기


제목 : 내 양말 빨기

 

오늘 나는 내 양말을 빨아보았다.

내 양말은 먼지가 많이 묻어서 처음에는 먼지가 잘 빠져나왔다.

그리고 먼지가 다 빠져나오고 아무리 많게 보였다.(?)

이번에는 잘 안 빠져나와서 아무리 솔로 갖다가 싹싹 닦아도 되지 않았다.

나는 엄마께서 양말이 더러워서 고생을 하는 것을 잘 알았다.

그리고 다음에는 우리 가족의 모든 양말들을 다 빨을 것이다.


중간에 먼지가 다 빠져나오고 아무리 많게 보였다는 문장이 정확히 무엇을 표현하려 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고 이해도 가지 않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처음에는 먼지와 같은 구정물이 잘 나왔는데, 먼지가 다 빠져나와도 양말에 절어 붙은 때로 인해 더럽게 보였다는 의미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때가 절어있는 양말을 솔로 닦아도 잘 닦이지 않았고, 결국 그렇게 양말 빨래를 마치지 않았을까 생각되네요. 오늘도 세탁기를 돌렸습니다만, 그 이후로 진짜 양말 손빨래를 언제 했었는지 제대로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세탁기에 넣고 그냥 슝 돌려버리고 잘 말려서 다시 신고 나가는 일을 무한 반복하고 있네요.

 

사실 양말도 때가 잘 타지 않는 회색 양말만 신고 다닙니다. 그리고 초등학생 시절처럼 기름 걸레질을 하는 마룻바닥에서 활동하지 않으니 그렇게 더러워질 일도 딱히 없네요. 벌써 만 20년을 바라보는 그 시절처럼 언제 직접 손빨래를 할 일은 거의 없겠지만, 하게 된다면 아마 이날의 일기를 상기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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