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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오늘은 일이 잘 풀려서 깔끔하게 집에 왔습니다만, 어제는 그렇지 못했답니다. 


보령에서 춘천으로 가는 활어차 신차를 탔었고, 바로 춘천에서 동두천 상패동의 폐차장으로 무쏘를 몰고 갔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아다리가(?) 딱 맞아 떨어집니다만, 전철을 타러 걸어가던 중 동두천 상패동에서 양주의 또 다른 폐차장으로 가는 콜이 올라왔더군요.


사실상 동두천이나 양주나 의정부나 거기서 거기인(?) 거리고, 동두천의 동쪽에 치우쳐진 상패동에서 양주시 남면 입암리는 사실상 바로 옆동네나 다름없는 수준인데 2만원이라는 가격에 오더가 올라왔기에 얼씨구나 하고 잡고 갔지요.



경기41. 지역번호판이 달린 1인신조 구형 렉스턴. 구렉입니다.


그냥저냥 세월의 흔적이 있는 걸 제외한다면 딱히 문제 될 건 없어보이긴 합니다만, 폐차 오더를 받았을 땐 먼저 차주분께 차량이 폐차장까지 가는데에 문제가 될만한 요소가 있는지 확인을 합니다. 


그동안 수많은 똥차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데려다 주었지만 비교적 운이 좋게 가다가 시동이 꺼졌음에도 다시 시동을 걸고 갔던 차량도 있었고, 크게 문제가 되었던 차량들은 없었습니다.


여튼간에 차주분 말씀으론 차가 고속주행시 핸들이 확 돌아가고 조향이 안된다 합니다. 물론 상패동에도 폐차장이 있긴 합니다만 옆동네 양주 남면까지가 그리 먼 거리도 아니고 하니 천천히 조심해서 가면 된다고 하더군요. 물론 여기까지만 듣고 보면 가까운 거리고 하니 큰 문제가 될 건 없다 느꼈습니다만...



03년 1월 2일에 등록된 이 렉스턴은 128,476km를 끝으로 차생을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차를 후진으로 빼는 과정에서도 차가 출렁출렁 합니다. 마치 상다리 하나가 부러졌거나, 제대로 펴지지 않은 것 처럼 말이죠. 천천히 가라는 말을 50~60km/h 수준으로 주행하라는 이야기로 이해해서 별 생각없이 가속을 했습니다만, 속도계 바늘이 40km/h 가까이 올라가기도 전에 차가 미친듯이 요동을 칩니다.


핸들도 도저히 컨트롤이 불가할 수준으로 돌아가고, 차는 요동치고. 그렇습니다. 운전석 뒷편 현가장치를 고정하는 프레임이 다 썩어서 외관도 엔진도 실내도 모두 멀쩡한 차가 사실상 주행이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니 차생을 마감하러 폐차장에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30km/h 가까이 속도가 올라가도 정상적인 운행이 힘들어집니다. 적정속도가 20km/h입니다. 그 이상 밟다가는 제 의지와는 달리 어디 전봇대에 꼬라박거나 하천 밑으로 떨어질 분위기입니다. 거기다가 설상가상으로 이루 말하지도 못할 수준의 장대비가 쏟아집니다. 와이퍼도 수명이 다 된 물건이라 잘 닦이지도 않고, 폭우로 인해 코앞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비상등을 켜고 뒷차들한테 비켜가라는 수신호를 위해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니 차 안에 습기도 가득 찹니다. 에어컨도 그리 신통치 않습니다.


약 6km 가까운 거리. 정말 목숨걸고 20여분만에 도착했습니다.



사진으로도 장대비가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폐차장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언덕을 타고 내려가서 도로는 그냥 계곡으로 변해버리네요.


30여년의 차생을 마감하고 쉬러 온 포니픽업도 보이구요. 포니픽업보다 반도 더 못살은 렉스턴도 무사히 폐차장에 도착했습니다. 진짜 목숨 걸고 왔습니다. 차선이 잘 보이지 않고 갓길로는 커다란 계곡이 생성되어 중앙선을 넘어서 가는 아반떼 탓에 핸들도 급하게 돌리지 못해 식겁하기도 했었고, 초 긴장 상태에서 운행을 하고 왔습니다.



폐차장 사무실에 서류를 전달해 주고, 제 가방을 찾으러 렉스턴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일단 급한데로 서류와 우산만 들고 사무실에 들어가서 일 처리를 마치고 왔네요.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이 폐차장에 가지고 왔던 차량도 가다가 큰 '펑'소리와 함께 시동이 꺼졌던 카렌스였습니다.



프레임이 형태도 없습니다. 비가 와서 제대로 확인하진 못했습니다만, 

보이는 부분이 저 수준이니 보이지 않는 부분 역시 뻔하겠죠.


제발 목숨을 담보로 타야하는 이런 차는 부디 렉카로 견인했으면 하는 바램이네요. 탁송기사의 목숨도 소중합니다. 부디 탁송회사 관계자 여러분, 그리고 폐차장 관계자 여러분. 제발 부탁드립니다. 로드 기사들 쓰는게 커다란 5톤 렉카가 움직이는 일 보다 싸게 먹히는 일이긴 합니다만, 우리 기사들도 부디 오래 살고 싶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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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도리

만 31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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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탐방&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부실대학) 탐방 시리즈


건동대학교(폐교)

2013/09/25 - [티스도리의 여행이야기] - 나홀로 경상도 여행기 (10) 안동에서 있었던 일

2013/10/08 - [티스도리의 여행이야기] - 나홀로 경상도 여행기 (11) 안동 건동대학교 - 1 비운의 폐교

2013/10/16 - [티스도리의 여행이야기] - 나홀로 경상도 여행기 (12) 안동 건동대학교 - 2 폐교에 남겨진 흔적


아시아대학교(폐교)

2013/09/19 - [티스도리의 여행이야기] - 나홀로 경상도 여행기 (9) 경산 아시아대학교(대구한의대 오성캠퍼스)


한민학교(폐교)

2016/08/08 - [티스도리의 기획연재물] - [폐교탐방] 논산 한민학교(한민대학교) -1

2016/08/11 - [티스도리의 기획연재물] - [폐교탐방] 논산 한민학교(한민대학교) -2


벽성대학(폐교)

2015/02/25 - [티스도리의 여행이야기] - [미공개 시리즈] 폐교된 대학교 탐방 - 김제 벽성대학


선교청대학교(성민대학교) - (폐교)

2017/01/08 - [티스도리의 기획연재물] - [폐교탐방] 천안 선교청대학교(성민대학교) -1

2017/01/29 - [티스도리의 기획연재물] - [폐교탐방] 천안 선교청대학교(성민대학교) -2


가야대학교 고령캠퍼스 - (사실상 폐교)

2014/09/02 - [티스도리의 여행이야기] - 2014 나홀로 여행기 (7) 가야대학교 고령캠퍼스 -1

2014/09/10 - [티스도리의 여행이야기] - 2014 나홀로 여행기 (8) 가야대학교 고령캠퍼스, 지산리 대학가


서남대학교 아산캠퍼스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2016/09/18 - [티스도리의 기획연재물] -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탐방기] 서남대학교 아산캠퍼스 (1) 들어가는 길

2016/09/20 - [티스도리의 기획연재물] -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탐방기] 서남대학교 아산캠퍼스 (2) 캠퍼스 구경


U1대학교(영동대학교) 영동캠퍼스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2016/10/31 - [티스도리의 기획연재물] -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탐방기] U1대학교(영동대학교) - 1

2016/11/03 - [티스도리의 일상이야기] -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탐방기] U1대학교(영동대학교)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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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7 - [티스도리의 기획연재물] -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탐방기] U1대학교(영동대학교) - 4


신경대학교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2017/03/26 - [티스도리의 기획연재물] -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탐방기] 신경대학교 - 1 프롤로그, 가는 길

2017/04/01 - [티스도리의 기획연재물] -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탐방기] 신경대학교 - 2 학교 둘러보기

2017/04/14 - [티스도리의 일상이야기] -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탐방기] 신경대학교 - 3 학교 탐험하기

2017/05/14 - [티스도리의 기획연재물] -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탐방기] 신경대학교 - 完



프롤로그에서 이어집니다.


전라남도 강진군 성전면. 경상북도 동북권 지역과 더불어 전라남도 서남권 지역은 대한민국에서도 가장 발전이 더딘 지역이라 평가받는 지역입니다. 목포를 제외하곤 인구 5만 수준의 군단위 지자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지요. 여튼 영암 해남 진도 장흥 등등 고만고만한 지자체가 모인 지역에 강진군이라는 인구 3만 7000명 수준의 작은 동네가 하나 있습니다.


뭐 고려시대 청자의 생산지로도 이름을 날렸고,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제주도로 가는 배가 오고 다녔다고 합니다만 지금은 그저 평범한 시골동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었답니다. 그래도 나름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지금보다 부흥했으므로, 의외로 볼만한 관광지는 꽤나 많은 동네라는군요.


여튼 그러한 전라남도 강진군에 2년제 전문대학이 하나 있었습니다. 1997년에 개교하여 2012년 2월 29일자로 폐교된 성화대학이 그 주인공입니다. 15년의 세월을 뒤로하고 역사속으로 사라지긴 했습니다만, 강진읍 소재지에서 조금 북쪽에 위치한 성전면 소재지 중심에 변함없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남해고속도로 영암-순천구간의 강진무위사ic입니다.


고속도로에서 나와서 차량으로 약 2분거리에 성화대학이 나타납니다. 택시를 타고 학교 본관 꼭대기까지 올라간다 하더라도 기본요금 수준일테고요. 걸어간다 해도 충분히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입니다. 2012년 4월 27일에 성전면 소재지 바로 옆에 고속도로 ic가 영업을 개시했습니다만, 애석하게도 성화대학은 고속도로 개통효과를 보지 못하고 폐교가 되었습니다.


조금만 더 버텼더라면 고속도로 개통효과를 제대로 봤을게 분명한데 말이죠. 일례로 충남 서산의 한서대학교가 서해안고속도로 해미ic의 개통효과를 아주 효과적으로 누렸다 볼 수 있겠습니다. 뭐 강진무위사ic에서 성화대까지의 거리보단 훨씬 먼 거리에 있고, 걸어가는건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수도권 접근성이 좋아진 만큼 신입생 충원에는 꽤나 많은 이득을 보았습니다. 여튼 전남권 최대 도시인 광주에서의 접근성은 그럭저럭이라 할지 몰라도 목포나 순천권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은 종전보다 꽤 많이 늘었으리라 판단됩니다.





학교가 사라진지는 5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습니다만, 이정표에는 고스란히 그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시골마을인만큼 사라진지 20년은 족히 되어가는 우성타이어 간판도 아직 깔끔하게 남아있습니다. 그런걸 본다면 사라진지 5년이 갓 지난 성화대학의 흔적이 남아있는건 그리 신기하게 볼 일도 아니겠지요.



주변으로는 논과 새마을운동 시절에 지었을법한 낡은 단층건물들이 소재해 있습니다.



일요일 오후의 한적한 시내입니다. 지나가는 차도 보기 힘들고, 사람의 모습은 간간히 보이네요.


일요일인만큼 교회를 가거나 평일 내내 열심히 영업을 했던만큼 하루쯤은 편히 쉬는지라 문이 굳게 닫힌 상가들도 보이고, 폐업한지 꽤나 오랜 시간이 흐른걸로 보이는 상가들도 보였습니다. 종전에 방문했을땐 커다란 세븐일레븐이 터미널 자리에 있었던걸로 기억합니다만, 현재는 이런저런 시골마을까지 침투한 편의점도 하나 보이지 않더군요.



면소재지 중심부 삼거리에 거의 다 오니 낡은 이정표만이 성화대학 방면임을 가르켜 주고 있습니다.


종전에 방문했던 다른 대학들도 그렇고 폐교된 학교들의 낡은 이정표를 볼 때 마다 오묘한 느낌이 듭니다. 학교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었더라면 방치해두진 않았을 물건이니 말이죠.



면소재지의 작은 삼거리에는 90년대 쓰였던 구형 도로안내표지판이 걸려있습니다.

굴림체 자체가 일본에서 넘어온 폰트인지라 일본에서 보던 이정표와도 유사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90년대 중후반을 기점으로 굵직한 폰트로 변경되었고, 그 이후 최근들어 또 한번 더 변경되었지만, 이곳에선 아직도 현역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만큼 발전이 더딘 시골 면소재지란 이야기겠죠.



이정표가 가리키는 곳으로 방향을 돌리면, 바로 성화대학의 정문이 나타납니다.


크고 으리으리하게 지어둔 정문과 텅 빈 경비초소만이 우리를 반겨주고 있습니다.





성화대학의 간판만큼은 건재하게 걸려있습니다.



2011년 교육부에서는 학교 폐쇄 및 학교법인 세림학원의 해산명령을 내렸습니다만,

대법원에서는 2016년 5월. 학교 폐쇄 및 학교법인 해산명령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2009년 즈음부터 여러 비리가 터져나오더니만 결국 교육부에서 특별감사에 들어갔고, 정말 곪을대로 곪아버린 학교였던지라 현존하는 대학에 가할 수 있는 최고의 징계인 폐교와 법인 해산이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이명박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신호탄이자 마루타가 되었던 이 학교와 명신대학교의 폐교 이후로 줄줄이 자진폐교 및 폐교명령을 받아 문을 닫는 학교들이 생겨났습니다. 



정문으로 가는 길목에 꽃이 심어져 있었을 대리석 화분엔 쓰레기만이 잔뜩 올라가 있습니다.



경비초소에는 작은 브라운관TV와 주차요금 혹은 통행료를 받았었는지 포스기가 놓여있네요.



정문 바로 옆. 대학상권을 그 어느 상가보다도 누렸을법한 상가 역시 폐 건물처럼 남아있습니다.


정확히 뭐라 적혀있는지 읽기도 힘들 정도로 훼손된 PC방의 간판. 그리고 텅 빈 중국집과 폐 집기류와 건축자재만이 나뒹굴고 있습니다. 닭꼬치집과 분식집은 현재 영업은 하지 않지만 사람은 있는 듯 보이더랍니다. 사실상 대학생들이 성전면 자영업자들의 주된 고객이였을텐데, 그 고객들이 떠나고 나니 동네 전반에 빈 상가들이 가득합니다.



본격적으로 정문을 너머 올라가기로 합니다.


여느 학교와 마찬가지로 보도블럭 위로는 잡초들만 가득하고, 제멋대로 튀어나온 나뭇가지들은 도로까지 집어삼킬 기세로 자라나고 있습니다.


2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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