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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올드카 목격담은 오산시 외곽에서 목격한 구형 대우버스입니다.

 

90년대와 2000년대 초중반까지 도로 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형태의 차량이지만, 지금은 자취를 감춰버린 그런 존재입니다. 85년 BH120H를 시작으로, 86년 부분변경을 거쳤던 BH115가 이 디자인을 채택하였고 당시 대우버스는 업계에서 독보적인 존재였기에 세기말까지 불티나게 팔려나갔습니다.

 

플랫폼은 일본 이스즈의 것을 유용했지만, 8~90년대 미국 버스로 자주 보이던 GMC RTS와 유사한 디자인을 채택하였습니다. 국내에서 유사한 버스를 흔히 보았기에 미국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RTS 버스가 더욱 익숙하게 느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여튼 BH115는 다양한 파생 차종들이 존재했습니다. 그중 가장 많이, 오랜 기간 판매되었던 차량이 오늘의 주인공인 BH115H. 98년 유선형 디자인의 BH116이 등장하며 자리를 내줬으나 워낙 판매량이 많아 2000년대 중후반까지는 그럭저럭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 최근 목격이 언제인가 살펴봤더니 2009년 4월. 한 기업체에서 통근버스로 활용하고 있던 차량을 목격했던 게 마지막이었습니다.

 

여튼 그런 버스를 2022년. 오산시 외곽에서 목격했습니다.

 

1996 DAEWOO BH115H

이 익숙하지만 정말 오랜만에 보는 디자인. 경이롭습니다.

경기대학교 분자생물학연구실 부설 한국꿀벌질병연구소에서 사용중이거나 사용했던 차량으로 보입니다.

 

96년 8월 출고. BH115H 치곤 끝물 후기형에 속하는 모델입니다. 특유의 스틸바디가 인상적이던 버스였지만 전체 도장이 된 상태라 그런 모습은 볼 수 없어 아쉽기만 하네요. 수원에 소재한 경기대학교에서 사용하던 버스를 구입하여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지, 아직도 이동식 연구소로 사용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유리창과 버스 천장에 보이는 구조물(태양열 집열판 추정)을 보면 일반적인 승객 수송용 버스가 아닌 다른 특수한 목적으로 개조되었을 확률이 높아보이네요. 화물차를 주차 할 공간이 없어 자세히 볼 순 없었지만, BH115H가 맞습니다.

 

1996 DAEWOO BH115H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갈 길을 갑니다.

 

같은 장소에서 해당 차량을 목격했다는 게시글이 보배드림에 있었습니다만, 화성시 정남면으로 표기해뒀더군요. 화성과 오산의 경계이긴 하지만, 오산땅이 맞습니다. 여튼 위치도 알고 있고 하니 나중에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다시 찾아가서 자세히 보고 오기로 합시다. 25년의 세월을 버텨 온 낡은 버스가 과연 얼마나 오랜 세월 살아남을지는 모르겠다만, 부디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켰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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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올드카 목격담은 외곽순환고속도로 시흥 IC 부근에서 목격한 98년식 레간자입니다.

 

소리 없이 강하다는 캐치프라이즈를 들고 나왔던 대우의 독자개발 중형 세단인 레간자는 출시 당시 획기적인 광고로 관심을 얻는 데 성공했습니다. 차는 기억하지 못해도 개구리가 나왔던 이 광고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으니 말이죠. 여튼 97년 3월. 레간자는 그렇게 큰 관심을 받으며 시장에 등장했습니다만, 곧 현대의 EF소나타가 등장하고 비등하게 경쟁이라도 가능했지만, 이건희의 야심작 삼성자동차의 SM5가 등장하며 곧 관심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IMF를 겪고 대우그룹이 어려워지며, 99년 준대형으로 출시 예정이던 매그너스가 중형차 포지션으로 출시되며 레간자는 염가형으로 판매되다 2002년 단종되었습니다. 먼저 출시되었던 라노스 누비라와 함께 패밀리룩을 이루고 나름 중형차 최초로 5홀 휠과 풀오토 에어컨을 적용하는 등 고급화에도 꽤 신경을 썼습니다만, 어수선한 분위기와 후속 차종의 빠른 등장으로 애매한 퇴장을 하고 말았습니다.

 

여튼 이번에 목격한 레간자는 5홀 15인치 알루미늄 휠이 적용된 모습으로 보아 2.0 DOHC 모델에 트림은 정확히 확인이 불가하지만, 상위급 모델로 추정됩니다.

 

1998 DAEWOO LEGANZA 2.0 DOHC

크고 아름다운 요즘 차들 사이에 조금은 왜소하게 느껴지는 레간자가 있었습니다.

 

소리 없이 강했지만, 2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른 2022년 이 시점에서는 소리가 없지도 않고 강하지도 않습니다. 함께 도로 위를 누비던 차량들도 모두 폐차장의 이슬로 사라지거나 수출길에 올라 이 땅을 떠났지만, 녹색 전국번호판이 부착된 레간자는 아직 대한민국 땅을 달리고 있습니다.

 

로고는 GM대우 로고가 붙어있고, 우측에는 DAEWOO 레터링이 붙어있습니다. 그 아래에는 포르쉐 엠블럼 스티커가 붙어있네요. 왜 붙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우와 포르쉐가 공존하고 있는 레간자입니다. 쉐슬람들조차 대우를 부정하고 혐오하고 대우 마크 못 떼서 안달인데 감히 포르쉐 같은 고급차 타는 분들은 서민들 타는 대우차에 붙어있다는 그 자체를 수치로 여길지도 모르겠지만요.

 

AIR BAG

당시 고급 안전 옵션인 에어백이 적용되었다고 뒷유리에 자랑스럽게 스티커가 붙어있습니다.

 

ABS는 적용되지 않았고, 에어백만 적용된 차량이네요. 2000년대 초중반까지 이렇게 적용된 안전사양이 무엇인지 자랑 겸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 나오곤 했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출고와 동시에 틴팅을 하러 보내니 모두 떼어내는 스티커입니다만, 노썬팅으로 25년 가까운 세월을 버텨왔으니 이 스티커도 그대로 살아있는듯 보입니다.

 

1998 DAEWOO LEGANZA 2.0 DOHC

전반적으로 부식 없이 깔끔한 상태입니다.

 

당시 대우차가 특히 부식에 취약하여 쇼바가 휠하우스를 뚫고 나와 폐차장의 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만, 이 레간자는 25년 가까운 세월을 지하주차장에서 보냈는지 육안상의 외판부식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상태라면 분명 하체 상태도 깔끔하리라 생각됩니다. 부식으로 큰 문제가 되었던 차량이고 부식으로 인해 폐차장에 간 개체가 상당한 차종이기도 합니다만, 이렇게 우수한 상태로 살아있다는 사실이 경이로웠습니다.

1998 DAEWOO LEGANZA 2.0 DOHC

그렇게 항동지구에서 저는 직진. 레간자는 좌회전을 하네요.

 

레간자의 후속인 말리부가 생산되는 부평 2공장이 11월 폐쇄되며 이와 함께 중형세단 말리부가 단종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완전한 직계 후속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우시절부터 이어지던 유구한 전통을 가진 중형 세단이 단종된다는 사실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우리 고유의 브랜드 대우를 지켰더라면, 아직도 이 땅에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대우 브랜드로 승용차를 생산했더라면..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지 의문입니다.

 

대우를 잊은 쉐슬람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비록 대(代)가 끊어지는 레간자입니다만, 부디 오랜 세월 주인과 함께 도로를 달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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