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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제 차는 완전히 구형입니다.


올 뉴 아반떼라는 이름의 신형 아반떼가 며칠 전 공개되었죠. 완성형 삼각떼이자 신형 삼각떼인 CN7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AD PE. 더 뉴 아반떼는 그렇게 망작이라고 못까서 환장하던 분들도 신형 삼각떼에는 열광하고 계십니다. 저 역시 신형 아반떼 디자인은 마음에 듭니다.


적산거리 6만km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신형 아반떼까지 나왔지만, 그렇다고 차를 바꿀 여력이 없는 저는 디젤 삼각떼를 계속 타야만 합니다. CN7 올뉴아반떼는 디젤모델 대신 하이브리드의 출시가 예정되어 있다고 합니다만, 앞으로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승용디젤은 더이상 보기 힘들테니 그냥 탈 때 까지 계속 타야죠.


여튼 오늘은 세차와 함께 그동안 신차를 구입하여 1년 3개월 가까이 타면서 단 한번도 교체하지 않았던 에어컨 필터를 교체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지금껏 하다하다 미션오일도 내렸으면서 단 한번도 교체하지 않았었네요.

 


일단 세차부터 깔끔하게 해 줍니다. 뭐 항상 그렇듯이 폼건을 뿌리고 미트질을 하네요. 


대략 랩핑 8개월차에 도래했습니다만 아직까지는 상대적으로 우수한 보존상태를 자랑합니다. 중간에 자동세차도 두어번 들어가곤 했습니다만, 매번 물왁스라도 뿌려줘서 그런건지 밝은 컬러의 랩핑이라 내구성이 좋은건지 여름도 보냈고 겨울도 보냈습니다만 아직도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상태로 3~4년 버텨봅시다.


여튼 평범하게 세차를 마치고 실내세차까지 마쳤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에어컨 필터를 교체하기로 합시다.



롯데마트에서 단종상품이라고 떨이로 판매하던 초이스웰 에어컨/히터필터.


본래 가격은 6,000원. 다만 현재 떨이중인 가격은 3,000원. 이 가격이라면 인터넷에서 천원대 최저가 제품을 구매하여 배송비를 지불하는 수준보다 훨씬 저렴하니 하나 집어왔습니다. 나름대로 저렴한 제품에 많은 기능을 바라는건 아닙니다만 초미세먼지도 95% 차단한다고 광고를 하니 대충 만들지는 않았겠거니라는 믿음이 가네요.


권장 교환주기는 6개월 혹은 12,000km입니다만, 대략 3개월마다 교체를 해야하는 저는 그렇게 자주 교체를 할 이유가 없다고 보기에 스파크를 타면서도 대략 1년씩 타고 오프라인에서만 판매하는 4만원대의 불스원 향균필터로 매번 교체를 했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대략 4만km마다 교체를 하게 된 꼴인데 차를 바꾼 이후로는 그것마저도 교체하지 않고 그냥 탔었습니다.


물론 동승자가 있거나 어린 아이나 노약자를 차에 태우는 경우 신경을 쓰는게 맞지만, 제가 이 차에 누구를 태우겠습니까. 걍 혼자 타고 다니니 크게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없었죠.



자. 본격적으로 교체를 하기로 합니다.


흔히 콘솔박스 혹은 글로브 박스(Glove box)라 하는 조수석 수납장을 열어야 합니다. 에어컨필터는 에어컨의 증발기 역할을 하는 에바포레이터 앗세이 안에 들어있는데, 이는 대시보드 안쪽에 자리를 잡고 있어 수납장을 탈거해야만 에어컨 필터를 교체 할 수 있습니다.


뭐 말은 어렵게 적어놓았지만, 매우 쉽습니다. 초등학생도 혼자 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스파크는 그냥 잡아만 당기면 빠졌는데, 현대기아차는 수납장 좌우의 레버를 돌려줘야 합니다.


그냥 잡아서 좌우로 돌리다보면 유격이 생기고 잡아당겨서 빼주면 됩니다.



둥근 원 안에 보이는 양쪽 레버를 모두 풀어줘야 합니다.


대충 빼다보면 감이 오시리라 생각됩니다. 참고로 수납장에 담긴 물건들은 미리 바닥이나 시트 위에 빼놓고 작업하시기를 권장합니다. 사실상 저 두 레버가 적당히 열리도록 잡아주는 임무를 맏고 있습니다. 뭐 대략 15년 전 출시된 NF쏘나타 역시 비슷한 구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두 레버를 풀어주면 글로브박스가 앞으로 떨어집니다. 

그리고 대시보드 안쪽으로 또 하나의 커버가 보입니다.


엄지와 검지로 마치 집게를 집듯이 한쪽씩 잡아당겨줍니다. 에어컨 필터 커버가 열립니다. 



코스피 상장기업인 한온시스템에서 만든 순정필터가 들어있네요.


한라그룹과 미국 포드의 합작법인인 한라공조에서 시작하여 현재는 사모펀드가 대주주인 세계적인 자동차 공조장치 제조업체입니다. 뭐 여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부터 아니 한온시스템 대전공장에서 에바포레이터 앗세이의 생산과 동시에 끼워넣었을 이 에어컨 필터를 잡아당겨 탈거하기로 합니다.


품번은 97133-F2200. 가격은 대략 2만 4천원. 


2017년 3월 이후 생산된 아반떼AD와 더 뉴 아반떼, i30PD, 코나, 벨로스터(JS), 더 뉴 아이오닉(부분변경).

기아차에서는 올 뉴 K3가 같은 규격의 에어컨 필터를 사용하여 품번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쉐보레 순정필터는 그냥 하얀 필터인데, 현대기아 순정필터는 활성탄 필터입니다. 그래서 비쌉니다.



대략 6만km 주행한 에어컨 필터의 모습입니다.


나름 순정품인데도 활성탄 필터이다보니 원래 검게 보이는게 맞습니다. 필터 자체가 매우 굵고 튼튼하여 현재 대 유행중인 코로나바이러스까지 막아 줄 것 같은 그런 알 수 없는 신뢰감이 드는군요.



자세히 확인합니다. 나뭇잎이라던지 커다란 이물질들의 모습이 보이긴 하네요.


커다란 이물질들. 그리고 미세한 흙먼지의 모습이 보입니다. 시골 똥냄새도 상대적으로 잘 막아줬고, 여름철 에어컨 곰팡이냄새도 잘 막아줬습니다. 뭔가 불편함을 느꼈더라면 진작 교체 욕구를 느끼고 교체를 했을텐데 큰 불편함 없이 지금껏 사용했다는 얘기는 성능도 우수하다는 얘기겠지요. 일단 삼천원짜리 필터를 써 보기로 하고 별로면 다음부터는 그냥 순정 필터를 구입하여 끼우기로 합시다.


삼각떼가 공장에서 조립되어 나오던 시점부터 함께했던 에어컨 필터는 임무를 마치고 퇴역합니다.



새로 장착하게 될 롯데마트 PB 에어컨 필터와의 피교샷.


확실히 순정 에어컨필터가 훨씬 더 필터가 굵고 견고하게 보입니다. 암요 그럼요. 무려 일곱배나 가격이 차이가 나는데 그정도는 감수하고 사용해야지 않겠습니까? 저 새하얀 필터도 언젠가 교체를 위해 탈거를 하면 오염되어 있겠죠.



화살표 방향에 따라 필터를 다시 넣어줍니다.



앞으로 대략 1년여동안 고생하게 될 필터. 나중에 더러워진 모습으로 다시 봅시다.



에어컨 필터 커버를 닫아줍니다. 


그리고 조립은 분해의 역순이니 글로브박스를 달아주고 그 안에 담겨있던 물건들을 다시 넣어줍니다. 말을 길게 해서 그렇지 에어컨 필터 교체작업은 매우 허무하게 끝났습니다. 깨끗한 에어컨 필터와 함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앞으로도 무탈히 달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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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31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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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올드카 목격담의 주인공은 현대자동차의 소형차 엑셀(EXCEL)입니다. 


정오에 가까워진 시간. 평범하게 서해안고속도로 서서울ic를 통과하고 있었습니다. 


통행권을 뽑은 뒤 속도를 내어 본선에 진입하는데 제 눈 앞에 구형 지역번호판을 부착하고 상대적으로 체격이 외소한 쥐색 세단이 보이더군요. 그렇습니다. 지금은 어쩌다 하나 보기도 힘든 현대의 3세대 소형차 엑셀이였습니다. 94년까지 판매된 부분변경 모델인 뉴-엑셀이 아닌 89년부터 91년까지 판매되었던 전기형 모델이네요.



빛바랜 "서울 2 드" 번호판. 그리고 요즘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에 비한다면 외소한 체격.

마치 칸을 나누듯 세로로 줄이 간 테일램프로 2세대 엑셀(X2)의 전기형 모델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현대자동차의 첫 독자모델인 포니와 부분변경 모델인 포니2. 후속모델인 포니엑셀과 프레스토. 그 뒤를 잇는 현대자동차의 3세대 소형차이자, 엑셀이라고들 흔히 부르는 2세대 엑셀입니다. 1989년 4월 출시되어, 1991년 후기형 뉴엑셀의 출시. 그리고 1994년 파워트레인과 플랫폼을 비롯하여 전반적인 부분에서 자체 기술력으로 해결한 엑센트가 출시되기 전까지 판매되었습니다.


이미 엑셀이 출시되던 당시만 하더라도 경쟁 차종인 대우 르망은 MPI엔진을 기본 적용했지만, 엑셀은 상위트림(GLSi, TRX)에 한해 1.5 MPI엔진의 선택이 가능했었습니다. 중하위 트림에 적용되던 1.3리터와 1.5리터 FBC엔진은 밸브를 전자식으로 제어하기는 합니다만 캬브레타를 사용합니다.



이 엑셀은 하위트림의 GL입니다. 당연히 1.3리터 캬브레타방식의 엔진이 적용되었습니다.


1989년 6월 최초등록. 엑셀의 출시와 함께 계약하여 출고한 모델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려 32년. 어지간해서는 고속도로에서 이보다 차령이 훨씬 더 오래된 차량을 찾기 힘드리라 봅니다. 8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거쳐간 년대만 놓고 본다면 거의 반세기 가까운 세월을 살아있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여튼 측면의 문콕을 제외한다면 칠 하나 벗겨지거나 부식이 생긴 곳 없이 매우 깔끔한 상태로 관리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머플러에서는 광이 나고, 후미등 역시 바래지 않고 제 색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노익장을 과시하며 꽤나 잘 달렸습니다.

휠커버도 제치 그대로. 엠블렘도 제치 그대로. 도색도 어디 크게 손상된 부분 없이 제치 그대로. 


정말 완벽한 상태의 엑셀이였습니다. 지하주차장 혹은 개인 차고에서 차생의 대부분을 보냈으리라 여겨집니다. 우측 휀다에서 올라오는 팝업 자동안테나 역시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고, 실내 상태 역시 제치 직물시트와 그 시절 흔히 볼 수 있던 자동차 용품들의 모습까지 그대로 볼 수 있었네요.


어르신께서 엑셀을 타고 달리십니다. 서울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과연 어디로 내려가시는지. 서른살 넘은 엑셀에게는 조금 무리스러운 여정이 아닐지 싶습니다만, 엑셀은 고속도로를 달리고 달렸습니다.



엑셀과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렸습니다. 

중간에 정체도 생겨 엑셀의 모습을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었지요.


먼저 출시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Y2 쏘나타의 모습을 그대로 빼다 박은 느낌입니다. 


요 근래 출시되는 소형차는 타겟이 되는 젊은 소비층에 맞추어 더욱 화려하고 파격적인 디자인을 채택하는것이 인기의 한 요소입니다만, 중형차 쏘나타를 보는 느낌의 중후한 멋이 보수적인 한국의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끄는 요인 중 하나가 아녔나 싶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렇습니다만 그 당시에도 현대차가 다른 메이커 대비 품질도 우수했고 한국인의 성향에 가장 잘 맞는 자동차를 만드는 메이커라는 평가가 지배적이기도 했습니다.



정체가 풀리고 엑셀도 가속을 시작합니다. 대략 110km/h까지 거뜬하게 올라가더군요.


세상은 많이 변했습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엑셀 주변을 달리는 다른 자동차들 역시 바뀌어 갑니다. 사진상 보이는 차량들. 엑셀 주위로 달리는 스타렉스와 저 앞에 보이는 신형 디스커버리5. 그 옆의 오렌지탑 스카니아 트랙터. 제가 타고있는 쏘렌토UM의 차령을 대략 산정하여 계산해도 엑셀 혼자 살아온 차생에 한참 미치지 못합니다.


막상 그렇게 따져보니 엑셀이 얼마나 오랜 세월을 주인과 함께 달려왔는지 짐작이 갑니다. 엑셀 주위를 달리는 차량들의 나이를 모두 더한다 한들 엑셀 어르신에 비비지 못하니 말입니다.



터널에 진입합니다. 모든 등화류가 선명하게 들어옵니다. 비상등도 절도있게 들어옵니다.


등화류 역시 정상 작동합니다. 주행에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다시 한번 실감합니다. 비록 저만큼 엑셀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운전자는 없었습니다만, 어딘가에는 엑셀의 진가를 알아보고 저처럼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하리라 생각됩니다.



터널 밖으로 나와서도 주행은 계속됩니다.


매송ic 부근을 지나고 있습니다. 저는 비봉에서 내려야 했기에, 엑셀과 함께 갈 길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틴팅이 되어있지 않아 훤히 보이는 유리창 사이로 보이는 어르신의 모습과 그 시절 감성이 담긴 인테리어와 차량용품들. 부디 오랜 세월 그 모습 간직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엑셀은 속도를 냅니다. 옆 차선에서 따봉을 날려주니, 엑셀 차주 어르신도 같이 엄지를 올려주십니다.


어느순간 사라져버린 추억의 자동차들. 점점 사라져가는 추억의 자동차와 30년 넘는 세월을 함께 한 차주. 아무리 비싼 외제차가 지나간다 한들 남부럽지 않게 보입니다. 남들 눈에는 30년 넘은 똥차에 경제 사정이 좋지 못한 사람으로 보일지 몰라도 제 눈에는 그 어느 고급 수입차보다 훨씬 더 멋지고 아름답게 보입니다.



그렇게 같이 달리던 와중 엑셀 어르신께서 제게 손을 흔들고 차로를 변경하여 멀리 사라지셨습니다.


억대가 넘어가는 고급 수입차도 추월합니다. 요즘 나오는 차량들과 비등한 속도로 달려 추월합니다. 저 역시 출구가 머지 않았고, 엑셀과 어르신은 저 멀리 사라지셨습니다.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잘 모르지만 어르신과 엑셀은 다가오는 봄을 향해 힘껏 달려갔습니다.


강산은 여러번 바뀌었고, 자동차 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한다 한들, 오랜 세월 함께한 자동차가 주는 그 추억만큼은 구현해내지 못하리라 생각됩니다. 엑셀과 어르신의 30년 넘는 카라이프를 잠시동안 간접적으로 지켜 본 것이 전부입니다만, 어려운 이 시국에 잠시나마 미소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지나온 30년의 세월처럼 부디 오래오래 엑셀과 어르신께서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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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31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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