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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나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새벽에 나가거나 밤에 나가 차박을 하고, 돌아와서 또 하나 다녀오고 야상으로 익일착을 또 하나 상차하는 기계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가할 때는 정말 한가하더니 바쁠 때는 이렇게 바쁩니다. 방통대 과제도 제출해야 하는데 손도 못 대고 있고 포스팅 거리도 많은데 막상 손을 쓸 여유가 없네요.

 

오늘의 트럭커 일기는 흑석동 중앙대학교에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흑석동에 소재한 중앙대학교는 나름 인서울 중상위권 대학으로 잘 알려진 학교입니다만, 다른 학교들은 근처를 지났던 기억이라도 있어도 중앙대는 막상 그 앞을 지났던 기억도 없는 느낌입니다. 여튼 오더를 받았는데 현장이라고 중앙대학교 정문을 찍고 오라고 하네요.

 

미리 찾아보니 중앙대학교는 정문 중문 후문까지 입구가 세 곳이 있습니다. 그 중 정문이라고 하는 곳은 중앙대학교 병원 옆에 붙어있었는데, 길을 타고 가면 큰 건물의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는 형태였습니다. 그래서 이곳이 정문이 맞는지, 아니면 다른 큰 문을 보고 정문이라 착각하고 얘기하는지 싶어 중앙대 출신에게 물어봐도 거기가 정문이 맞다고 그러네요. 아마 중앙대학교 찍고 와서 그 주변 어딘가로 안내하겠거니 싶어 이른 새벽 중앙대로 향했습니다.

 

사당

6시 조금 넘은 시간에도 사당역 근처는 차들이 많네요.

 

남태령 건너서 사당을 지나 현충원을 거쳐 들어갈지, 서부간선 타고 쭉 위로 올라와서 내려갈지. 그게 아니면 길이 별로 좋지 않더라도 삼막골로 나와서 서울대를 거쳐 올라갈지 고민 많이 하다가 결국 남태령을 택했습니다만, 역시 교통량이 많네요. 평소 승용차로도 사당역 부근 통과에만 30분 이상 걸려 기피하는 구간이지만, 이 루트를 택했습니다.

 

중앙대학교 정문에 거의 도착하여 전화를 걸었습니다. 정문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네요.

 

무사도착. 인도 타고 올라옴.

중앙대학교 정문 안으로 들어와서 인도를 타고 올라오라고 합니다.

그럼 그렇죠. 길이 없어서 설마 여기겠냐 싶었지만, 맞았습니다.

 

우측으로 꺾었다가 후진으로 건물 사이 끝까지 들어오라고 하네요. 새로 건물을 짓는 현장은 아니고, 정확히 무슨 공사를 하는지는 물어보지 않았습니다만 노후화된 시설을 보수하는 현장으로 보입니다.

 

후진으로 저 끝까지 들어가야 한다.

차 한대 겨우 비집고 들어갈 공간입니다.

인도 옆 작은 언덕이 높다고 후부 안전판이 닿는다고 그러네요.

 

인도가 끝나는 부분. 아스팔트로 된 작은 언덕이 생각보다 높습니다. 사제 후축 차량이면 가변축이 프레임 끝에 붙어버려 바퀴가 바로 올라오니 덜하겠지만, 3축이 가변축인 제 차량은 뒷바퀴와 차량 후미 부분이 생각보다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일단 안전판부터 올려서 고정하고 다시 후진으로 들어갑니다.

 

하차 시작

하차는 4.5톤 지게차로 두 다발씩 떠서 옮기는 형태입니다.

 

공간이 여유롭지 않기에 지게차가 철근을 들어 올리면 차를 전진으로 빼서 공간을 만들어 철근을 내려놓고 다시 후진으로 주차한 뒤 같은 작업을 반복합니다. 철근 종류도 무려 네 가지라 이 자리에서 일부만 하차하고 다시 어느 정도 앞으로 나와서 내려야 한다고 하네요.

 

하차도 빠를수록 좋습니다. 빨리 내려야 빠른 회차가 가능하니 말이죠. 지게차로 한 줄씩 그대로 뜨는 현장도 있고, 호이스트로 한줄씩 혹은 와이어로 스무 개 이상을 들어 올리는 물류창고도 존재합니다만, 이렇게 하차가 까다로운 현장은 하차에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에 다들 좋아하지 않습니다.

 

전진은 그래도 쉽다.

중간 정도까지 나가서 하차를 하고 다시 후진으로 들어와 나머지를 내린다고 합니다.

 

그래도 시야가 확실히 확보되는 전진은 어렵지 않습니다. 중간에 계단 옆 작은 공간에 지게차가 최대한 붙고, 지게차가 철근을 안전하게 들어 올릴 수 있는 부근까지 전진한 뒤 철근을 들어 올리면 다시 전진으로 나가고 지게차는 사진상 우측에 보이는 자리에 철근을 하차하는 일을 반복합니다.

 

대충 이런 상황.

대충 이런 상황입니다.

 

지게차가 철근을 들어올리면 앞으로 전진. 8M 철근을 아슬아슬하게 들어 올려 내려놓고 돌아오면 다시 후진하는 일을 반복합니다. 공간이 좁아 두 다발 이상 들어 올리지 못합니다. 7시쯤부터 하차를 시작했음에도 진행 속도는 더디기만 합니다.

 

대기

밖에서 보면 이런 느낌.

 

인도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면 이런 느낌입니다. 무언가를 하긴 하는데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수업을 듣기 위해 등교하는 학생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1시간 30분간 하차를 마치고 애매하게 서있는 가로수를 겨우 피해 가며 꺾어 인도 밖으로 나왔습니다.

 

탈출완료

겨우 차단봉과 부스를 통과하고 나왔습니다만, 차가 계속 넘어와 우회전도 어렵네요.

 

화물차를 타고 다시 올 일은 아마 없겠지만, 월요일 아침부터 꽤 많은 시간을 소비했습니다. 당연히 나가는 길도 막히니 꼴찌에서 3등으로 회차했네요. 당일착 오더의 경우 회차 순서대로 배차하니 빨리 가면 갈수록 빨리 받아서 나오는 상황에서 거리가 가깝지도 않고, 들어가기 까다롭고, 하차도 오래 걸리고, 극심한 정체구간을 지나야 하는 이런 현장은 최악입니다.

 

그런데도 꼭 걸리는 게 이렇게 복잡하고 하차 난이도가 있는 현장이나 경기도 북부지역 같이 멀어서 기름값이 비싼 요즘같은 시기에 많이 남지도 않고 회차에 두 시간 이상 걸리는 현장들이네요. 뭐 어쩌겠어요. 남들 보통 수준도 못하는 운이라곤 없는 도태한남충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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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9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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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커 일기는 초보 트럭커로 전직한 제 이야기를 다루는 신규 콘텐츠입니다.
일상적인 이야기와 업무적인 이야기가 적절히 섞여있는 트럭일기 역시 앞으로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그간 정신도 없고 해서 좀 뜸했습니다만, 이제 본격적으로 그간의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업무일지의 카테고리로 넣어야 좋을지, 일상다반사의 연장으로 봐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일단은 업무일지 하위 카테고리를 새로 생성했습니다. 물론 폐교탐방도 독립적인 카테고리로 분리를 계획하고 있으니 트럭커 일기 역시 추후 독립적인 카테고리로 떨어져 나갈지 모르겠습니다.

 

덜컥 대출을 받아 카푸어 트럭커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예상에도 없던 타타대우 프리마 25톤 카고트럭의 차주가 되었는데, 새차와 함께 새로운 출발을 하는 상황이네요. 그간 다른 차로 일을 배우거나 이런저런 작업을 하며 본격적으로 제 차로 일을 시작했던 그날의 이야기를 다뤄보려 합니다.

 

본격적으로 11월 3일 오전. 업무에 투입됩니다. 일이 많다고 사무실에서 언제부터 투입되느냐고 묻더니만 사실상 최소한의 준비가 끝난 11월 3일부터 업무에 투입되었습니다.

 

운송사 사무실에서 받는 인수증

출력된 인수증을 확인하고 특이사항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다시 확인합니다.

낼아침착이라 적혀있지만, 당일날 하차가 가능하다고 하니 사무실 코앞의 공장으로 출발합니다.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업무 흐름은 이렇습니다.

 

1. 운송사 사무실에 배정된 오더를 순번에 따라 배차받습니다. 하차지에 연락하여 한번 더 확인합니다.

2. 배차된 오더의 인수증을 출력해주는데 이 인수증을 참고하여 공장에 진입합니다.

3. 출입 후 출하실에 방문하여 출하지를 배정받습니다. (공장 1,2,3,4,5문 등등)

4. 상차 준비를 마친 뒤 물건이 출하되는 문에서 대기합니다.

5. 천장크레인이 내려주는 화물을 상차합니다.

6. 공장에서 나와 화물의 결박작업과 상황에 따라 방수포(갑바)를 칩니다.

7. 서류 출력용 무인 컴퓨터에서 하차지에 가져갈 부속서류를 출력합니다.

8. 계량 후 출문합니다.

9. 하차지로 이동하여 하차합니다.

10. 다시 회차합니다.

 

고정적인 상차지가 없는 콜바리 화물차의 경우 콜을 찍고 돌아다닌다지만, 고정적인 자리입니다. 흔히 시내바리라 부르는 근거리 오더를 주로 진행하기에 장거리를 가는 일은 장거리 용차가 잡히지 않는 경우나 매월 매출이 부족하다 싶은 시기에 다녀들 온다고 그러네요.

 

여튼 타타대우 군산공장에서 출고하여 적재함집만 두어번 왔다갔다 하며 300km 남짓 탔던 프리마를 타고 처음으로 공장에 진입했습니다.

 

상차대기

출하실에서 상차를 해야 하는 문을 배정받고 대기합니다.

 

다 저보다 앞에 대기하고 있는 차량들입니다. 보통 배정된 순번대로 입차합니다. 이 배정된 순번은 따로 밖에서 확인이 어렵고 입차하는 문 앞으로 가야 공장 안에 있는 전광판에 보입니다. 차량번호와 상차하게 될 품목의 명칭 그리고 갯수가 표시됩니다.

 

상차대기

상차를 대기합니다.

 

철근입니다. 철근 가공공장이나 공사현장 혹은 동네에 하나 둘 보이는 작은 판매점으로 배송됩니다. 천장크레인에 달려있는 저 마그네틱으로 철근을 붙여 들어올린 뒤 차량의 적재함 위에 올려줍니다. 보통 철근의 굵기나 길이같은 규격에 따라 3~4층까지 쌓이는 경우도 있고, 2층까지 쌓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차는 사실상 금방 합니다. 한줄씩 천장크레인이 가져다 올려놓으면 나무를 대고 2층 3층을 쌓아줍니다. 과적을 할 일은 없습니다. 고속도로 축중차로를 빨리 지나가도 부저가 울지 않습니다. 축중량 기준으로 잘 나와봐야 8.6~9톤 이내인 수준입니다.

 

결박작업

상차 이후 철근이 떨어지거나 밀리지 않게 하기 위해 고정하는 작업을 진행합니다.

 

굵기가 16mm 길이가 10m인 철근다발입니다. 철근이 상차하는 과정에서 서로 겹쳐져있어 그리 쉽게 밀려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하네요. 그러한 특성 탓에 이전에는 판스프링을 꼽고 다니는 차들이 많았는데 그 자체가 문제시되어 지금은 판스프링을 고정하여 달고 다니는 차들은 거의 없고 저처럼 슬링바나 레바블록으로 결박합니다.

 

그렇게 출발했습니다. 목적지는 충북 음성군의 철근 가공공장입니다.

 

첫 주유

차량 출고 후 처음으로 주유를 진행합니다.

 

연료탱크의 약 4분의 3을 채웠는데 기름값만 50만원이 넘어가더군요. 지금은 유가보조카드를 받아서 사용하고 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유가보조카드가 발급되지 않아 일반 신용카드를 사용하여 주유했습니다. 이 당시 받았던 영수증은 지입사를 통해 시청에 제출하면 유류세를 환급해준다고 합니다.

 

첫 하차지 도착

그렇게 약 한시간 반을 달려 첫 하차지에 도착했습니다.

 

후진으로 차를 공장 안으로 밀어넣고 하차과정을 돕습니다. 보통 규모가 있는 공장들은 직원들이 알아서 합니다만, 소규모 사업장이나 여건이 그렇지 못한 곳에서는 와이어를 걸어주는 일 정도는 도와줍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는 나무를 치우고 정리하는거 말곤 딱히 없습니다.

 

호이스트 고장

마침 또 호이스트가 고장났네요.

 

호이스트를 고친다며 약 30분이 지났습니다. 이후 무사히 하차작업을 마쳤습니다. 하차를 마친 뒤 인수증과 기타 부속서류를 사무실에 제출하고 인수증은 싸인을 받아 가져옵니다. 그렇게 빈차로 다시 돌아오면 일과 하나가 끝났다고 보면 됩니다.

 

이후 순번에 따라 오더 배차가 진행되는데, 오더가 많은 날이면 하차를 하고 사무실에 돌아오지 않았음에도 미리 배차를 끊어놓는다고 연락이 옵니다. 사무실에 가서 인수증을 받아 공장으로 들어가 상차를 하는 그런 과정을 계속 반복합니다.

 

첫날 끝.

다음날 아침에 하차하는 철근을 또 상차한 뒤 차량을 세워두고 들어갑니다.

 

이런 일상의 반복입니다. 매일같이 트럭커 일기의 소재가 되는 일들은 벌어지지 않겠지만, 이런 일상 속 이야기도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재미있고 신선한 이야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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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9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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