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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또 차를 들고왔습니다.

이번에는 1톤 트럭 포터2를 가져왔습니다.

 

근래 미국산 대우 전기차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보니 파지를 가져다 버릴만한 적당히 실용적인 차량을 찾고 있었습니다. 1톤 트럭은 얼마나 하나 띠띠빵빵 카페를 구경하다가 우연히 2008년 10월에 등록된 2009년형 포터를 20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육안상으로 봐도 포터라면 다 있는 휠하우스 부식이 조금 있었고 롯데칠성 도색이 되어있을 뿐 주행거리도 연식대비 적은 수준인 19.6만km였고, 누유가 한방울도 없다는 설명과 함께 육안상 보이는 차량 상태도 상당히 괜찮아 보였습니다. 수출업자들도 환장하고 외국인 바이어들도 조건만 맞으면 서로 가져가려 하는 포터인데 아무래도 수동이 아닌 오토에 전용 도색까지 된 차량인 탓에 수출업자들이 매입을 거부하는 듯 보였습니다.

 

바로 채팅으로 연락을 하니 판매자는 서울 가양동의 매매단지에서 근무하는 중고차 딜러였습니다만, 차는 용인에 있다고 하더군요. 같이 바이크를 타는 아는 형님이 농업용으로 이용하던 차를 대신 팔아주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조기폐차를 시키면 되지 않냐 물어보니 최근 새차가 출고되었고 아직 조기폐차 공고가 올라오지 않아 기다리기 뭐해 그냥 빨리 정리하려고 하는 상황이라고 하더군요.

 

200짜리 포터2

 

휠커버만 봐도 포터는 년식 파악이 쉽습니다.

딱 봐도 08년~11년까지 생산되었던 유로 4 포터 2네요.

 

2004년부터 현재까지 무려 20년간 판매 중인 포터 2는 강화된 배출가스 기준이 적용되는 시기에 맞춰 크고 작은 부분변경이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총 두번의 큰 부분변경을 거쳐오며 이 차량은 초기형으로 분류됩니다만, 같은 초기형 중에서도 유로3(5등급)와 유로4(4등급)로 배출가스 등급이 나뉩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판매되었던 유로 3 TCI 94마력(T엔진) 및 CRDI 123마력(A엔진) 차량들은 5등급이라 지난 정권에서 높은 산봉우리같은 나라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애써 외면하며 노후경유차를 미세먼지의 주범이자 적폐로 규정하던 시기에 적폐청산을 당했거나 DPF를 장착하고 살아남았고, 같은 초기형 디자인에 휠커버가 없는듯한 차량들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판매되었던 유로 4 126마력 차량들입니다.

 

아직 2024년 조기폐차 공고가 올라오지는 않았지만, 5등급 차량의 지원은 지난해로 마무리 짓는다고 했던지라 올해는 아마 배출가스 4등급 차량만 지원금을 받고 조기폐차가 가능할겁니다. 거기에 2009년형 차량이라 2009년식 보조금을 받을 수 있으니 2008년 10월에 등록된 차량임에도 2008년형 차량보다 더 많은 지원금이 나옵니다. 고로 6개월 이상 보유하고 적폐청산이라 읽고 조기폐차라 쓰는 행위를 하게 된다면 내내 차값을 온전히 받을 수 있을겁니다. 알아보니 지난해 09년식이 아닌 08년식 기준으로도 조기폐차 지원금과 폐차비를 더해 차값 이상이 나왔더군요. 작년대비 약 20만원이 빠진다고 쳐도 이전비 자동차세 보험료에 많이 타지는 않을테니 기름값같은 유지비까지 다 포함해도 본전 혹은 그 이상입니다. 거기에 소상공인 추가지원을 받게 된다면 +100만원. 사실상 이 차를 올해 6개월만 채우고 정리하던 내년에 정리하던 언제 적폐청산을 시키더라도 무조건 투자비 이상의 돈을 버는 상황입니다.

 

이런 본전을 넘어 차익실현까지 가능하며 실용성까지 겸비한데다 어지간해선 다 수출이 가능해서 중고가 방어까지도 잘 되는 이런 1톤 트럭이 전국 최저가 수준으로 나왔는데 거지나 되팔이들의 천국인 띠띠빵빵 카페에 조회수도 그리 많지 않고 며칠간 매물로 남아있었는지 의문이 들긴 했지만, 토요일 오후에 약속을 잡고 차를 보러 갔었습니다.

 

HYUNDAI PORTER II 126PS

 

포터가 있는 용인에 도착했습니다.

 

저와 연락했던 딜러는 약속까지 맞춰놓았으나 손님이 와서 못나갈것 같다고 하며 이 차를 맏겨놓고 있는 오토바이집 사장님과 대면하고 차량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대비 흙도 묻어있고 적재함에 뭐 이런저런 쓰래기도 버려져 있고 묵은때가 좀 많이 보이긴 했습니다만, 그건 다 치우고 닦으면 되니 상관은 없습니다. 그래도 이 가격대에 1톤트럭을 살 수 있는게 어디겠습니까.

 

HYUNDAI PORTER II 126PS

 

정면에 대문짝만하게 롯데칠성. 측면 문짝에는 칠성사이다 로고가 붙어있습니다.

 

신차 시절에 롯데칠성 음료수를 납품하러 다니던 차량이었다고 합니다. 스티커는 이미 다 갈라지고 떼어낼수 있을지 모르겟는 상태였네요. 원부를 살펴보니 차생의 전부를 평택 오산 화성 용인에서 보냈습니다. 이전 차주분은 2015년에 15만km를 주행했던 상태로 인수했었고, 약 8년간 4만km밖에 타지 않았더군요. 농업용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지난 가을에도 벼백을 싣고 수매하러 다녀왔었다고도 하네요. 그래서 적재함 구석에 남아있는 왕겨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실내

 

실내는 지저분하고 먼지로 가득합니다.

그럼에도 하이패스도 있고, 시트도 멀쩡하고 오디오고 뭐고 다 정상적으로 작동하네요.

 

커피를 쏟은 자국들이 꽤 많이 보이더군요. 흙먼지와 커피자국이 꽤 많이 보였지만 농업용 차량들이 다 그렇듯이 굴러만 잘 가면 되니 그렇습니다. 대충 확인하고 차량의 시동을 걸어줍니다. 

 

엔진룸

 

라바가스가 과도하게 샌 흔적은 있지만 오일 누유는 없습니다.

 

지난 10월 검사 당시 재검이 걸려 아마 오일도 갈고 조금은 정비를 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전혀 관리가 되지 않는 차량들은 진짜 보조석 시트를 들어서 엔진을 확인해도 개판 오분전인데 그래도 꾸준히 관리를 하며 탔던 차량이라 느껴지더군요. 상태가 별로라면 그냥 돌아가려 했었지만 엔진소리도 지극히 정상이었습니다.

 

시운전

 

시운전에 나와봤습니다.

 

슈퍼 트림이라 운전석 열선시트와 열선미러를 비롯하여 트위터까지 스피커도 4개고 있을건 다 있습니다. 아이신제 4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되었는데 오토임에도 잘 치고 나가더군요. 변속충격도 하나 없이 정말 부드럽게 움직였습니다. 엔진오일도 괜찮고 자동변속기 오일을 찍어보니 그냥 새 오일이고 진짜 소모품도 하나 교환할거 없이 말 그대로 타기만 하면 되는차였습니다.

 

그런고로 더 볼 것도 없었습니다. 바로 그 자리에서 보험에 가입하고  바로 딜러와 통화하여 차값을 이체하고 저는 볼트를 끌고 먼저 내려와서 컴컴해진 밤에 포터를 맞이했습니다. 이전은 월요일에 인감을 등기로 받아 화요일에 해서 등록증을 보내준다고 하네요. 아직 등기우편은 오지 않았지만, 화요일에 이전까지 마쳤습니다.

 

포터야 안녕

 

에어혼이 달려있더군요. 에어탱크가 있는데 보충해줘야 한다고 합니다.

 

그간 검사에서 큰 문제가 없었는지는 몰라도 딱히 제 취향은 아닌지라 검사 전후로 봐서 탈거하여 팔아먹던지 해야겠습니다. 주유를 하고 차를 세워둔 뒤 일요일 아침에 다시 포터의 시동을 걸어줬습니다. 버릴건 버리고 닦아줄건 닦아줘야 했기에 아침 일찍 포터를 타고 나가기로 합니다.

 

에어탱크 충전

 

차량 좌측에 달려있는 에어탱크를 충전해줍니다.

 

큰차에서 선을 연결하여 에어탱크를 충전합니다. 금방 채워지더군요. 경적을 눌러보니 저 옆에 대형 화물차보다 더 큽니다. 아 이거 쓰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래도 에어탱크가 있으니 그냥 에어선을 연결하여 에어건을 사용해도 되고 생각보다 활용할 부분이 많습니다. PTO만큼은 아니지만 다양한 용도로 활용이 가능하겠더군요.

 

에어탱크를 채우고 바로 세차장으로 이동해서 세차부터 진행합니다.

 

칠성사이다 포터 세차

 

이 차의 이름은 칠성사이다 포터입니다.

 

운전석 뒤에 그래도 오만 잡동사니를 넣어둘 공간이 있는 슈퍼캡과 달리 일반캡인 이 차량은 운전석 뒤 공간이 없습니다. 대신 적재함의 길이는 슈퍼캡보다 훨씬 더 깁니다. 즉 적재에 특화된 차량이라는 이야기겠죠. 이 포터에서 잘 일도 딱히 문제가 될 부분도 없습니다. 묵은때가 엄청 나오네요. 바깥에 세워두며 때가 묵어있습니다. 열심히 닦고 또 닦아줬습니다.

 

단점이라면 적재함에 평바닥이 안깔려있다 정도?

 

단점이라면 적재함에 흔히 차바닥이라 부르는 평바닥이 깔려있지 않다는 정도네요.

 

적재함 바닥골에 끼어있는 쓰레기나 흙먼지가 많아 아예 적재함 문을 열고 문을 뿌려줍니다. 뭐 그래도 상관 없습니다. 물건 적재에는 큰 장이 없으니 말이죠. 신차 당시 음료수를 납품하던 차량인지라 딱히 바닥을 깔지 않아도 문제는 없었을 겁니다.

 

실내 상태1
실내 상태2

 

최악의 실내상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만, 일단 매트부터 걷어내고 에어건과 청소기로 열심히 빨아들였습니다. 200만원짜리 차에 무려 0.8%인 1만 6천원을 세차비로 사용했습니다.

 

불스원 크리스탈 슬릭코트

 

무려 불스원 크리스탈 슬릭코트도 도포해 줍니다.

 

크리스탈코트 플러스보다 더 좋은 왁스입니다. 슬릭감에 특화된 물왁스인데, 이 포터처럼 흰색 위에 녹색 야매도색을 올려 클리어 상태도 썩 좋지 못한 차에 도포해주니 완벽한 비딩은 아니더라도 차체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긴 하더군요. 그렇게 적재함 문짝까지 다 크리스탈 슬릭코트를 도포해줬고, 실내외 세차에 4시간을 투자했습니다.

 

깔끔해진 실내

 

아주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람을 태워도 욕은 먹지 않을 수준까지 열심히 닦았습니다.

 

이제 좀 자가용 포터답습니다. 룸미러는 브라켓이 깨져서 떨어져 있었는데, 다이소에서 믹스 앤 픽스를 구매하여 잘 붙여줬습니다. 문제 없이 붙어있네요. 세차를 마치고 바로 오후에 비가 내리긴 했지만 그래도 묵은때가 지워져서 비를 맞고 돌아다녀도 종전보다 훨씬 더 깔끔한 외관 상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차후

 

세차 후 이 포터를 타고 볼일을 보러 다닙니다.

 

누가 보면 진짜 롯데칠성음료 납품하러 다니는 줄 알겠어요.. 진짜 안전하기만 하면 포터는 최고의 차량입니다. 포터 전기차를 계약할까 고민하던 시점에 포터가 제 25톤 화물차 뒤를 박고 운전자가 나오지 못해 소방차가 출동하여 사람을 꺼냈던 일이 벌어져 포터를 살까 싶었던 생각을 접었는데, 결국 포터를 들여오네요. 조심해서 타고 다녀야 합니다.

 

마침 또 포터를 사니 차고에 묵혀뒀던 휠과 미국산 대우 전기차에 스노우타이어를 끼우며 탈착해뒀던 16인치 타이어를 처분하게 되었네요. 역시 포터를 사니 포터를 탈 일이 생기더랍니다.

 

중고거래도 편하다

 

중고거래도 정말 편합니다.

 

어지간한 물건들 사러 가거나 팔러 갈 때 전혀 부담이 없네요. 그러고 포터가 생겼으니 사무실에서 배차를 기다리는 시간에 본격적으로 고철을 주우러 다니고 있습니다. 이제 고철이고 폐지고 뭐고 부담없이 줍고 다닐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운명은?

 

이거 생각 이상으로 상태가 좋아서 바로 조기폐차를 보내기엔 정말 아깝습니다.

올해 보낼지 내년에 보낼지 내후년에 보낼지는 모르겠지만.. 오래 타고싶습니다.

 

이렇게 좋은 포터를 전국 최저가 아니 조기폐차 보내면 오히려 돈을 더 받는 가격에 가져오다니 정말 좋습니다. 언제까지 이 칠성사이다 포터와 함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조기폐차로 처분하는 그날까지 무탈히 달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온갖 DIY 혹은 다양한 이야기에 등장할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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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파란색 포터가 있습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간간히 심부름을 가거나 자재를 실어나를 목적으로 탑니다.



그냥 초장축 슈퍼캡 흔하디 흔해빠진 포터고, 126마력 CRDI 엔진이 적용된 2010년식 차량입니다. 


남양주와 대구의 차주를 거쳐 사장님께서 2014년 9월에 중고로 취득하신 차량으로 보입니다. 5년 전 주행거리 대비 약 10만km 늘어나 현재에 이르는 이 포터는 여타 현장용 포터들처럼 상태가 그리 좋진 않습니다. DLX와 슈퍼 사이의 가성비 트림인 플러스팩. 


이후 부분변경에서는 플러스라는 데칼이 붙지만, 이 당시만 하더라도 DLX 데칼이 붙나보더군요.



요즘 포터들은 좀 덜하다지만 적재함 문짝 부식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인가 봅니다.


2003년12월부터 2011년12월까지 생산된 포터가 적재함 문짝 무상수리 대상인지라 이 차량도 포함됩니다만, 어짜피 바꿀 차라고 하니 크게 지장이 있는 수준도 아니고 그냥저냥 타고 있습니다.


거기에 가장 큰 단점은 에어컨이 고장났다는 부분입니다. 이 더운 여름에 에어컨이 나오지 않아 문을 열고 갑니다. 폭우가 쏟아지면 문도 제대로 열지 못하고 급격히 올라가는 습도와 함께 유리창에 서리는 김을 일일히 닦아내야만 합니다. 그나마 브레이크는 제가 오기 직전에 여러번 건의해서 고쳤다고 하네요.



그렇게 27만km를 찍었습니다.


아무래도 조만간 새 용달차를 사 올 예정이라 하니 그 이상 보진 못할겁니다. 약 9년동안 모진 풍파를 겪으며 달려왔겠죠. 대부분의 포터와 봉고의 운명이 그렇듯이 그냥 짐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간간히 물티슈로 핸들이나 먼지가 앉은 곳을 닦아주면 담배진이 묻어나오기도 합니다.


처음 와서나 좀 닦았지, 그 이후로는 사실상 포기. 이날 운행 후 물걸레로 먼지를 닦아주긴 했지만 말이죠.



나름 CDP 오디오와 열선시트까지 적용된 차량입니다.


제가 탈 날도 얼마 남지 않았고, 근시일 내에 교체 예정이라 하니 에어컨이 고장난 여름은 아마 올해가 마지막일듯 합니다. 그건 그렇고요 아무리 그렇다 한들 이 더위에 한번 타고 갖다 줄 차도 아니고 왕왕 타는 차가 에어컨이 없다는 사실만 생각해도 숨이 턱턱 막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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