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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라고 하면... 성남의 신도시 개발지역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수의 IT기업들이 자리를 잡고 있으며 신도시 개발이 진행중인 성남 판교에 비한다면 인지도가 떨어지는 시골인 서천군 판교면이지만 왜정때는 상당히 번성했던 지역인지라 장항선 철도역이 소재해 있습니다. 1930년대만 하더라도 광천장 논산장과 함께 충남의 3대 시장으로 꼽히던 지역으로 우시장(牛市場)이 유명했다고 하네요. 


여튼 신분당선과 경강선의 환승이 가능한 판교신도시의 판교(판교테크노벨리)역보다 80년 먼저 생겨났고, 판교동의 전신인 낙생면보다 훨씬 잘나가던 시기가 있었지만 현재는 인구 2300명 수준인 작은 면소재지 입니다.


여튼 서천군 종천면에 들어갔다가, 탈출을 위해 판교역에 와서 사진을 좀 남겨보았습니다.



장항선 판교역.


현재의 역사는 2008년 장항선 직선화 공사 당시 새로 지어진 신역사입니다. 구역사의 경우 면소재지 시가지 안에 있었으나, 현재는 철거하고 한우 정육식당이 들어서 있다고 하는군요. 주변의 다수의 역들이 그저 그런 유리궁전 형태로 지어졌습니다만, 판교역의 경우 지상 2층 규모에 벽돌로 마감이 되어있습니다. 





판교역 앞 작은 공원.


비슷한 시기에 새로 이설된 장항역에서 보았던 분위기와 매우 비슷해 보이더군요. 여튼 장항역은 장항이 아닌 마서면으로 쫒겨나서 사실상 아작이 났다지만, 판교역 신역사는 그래도 판교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이전해 왔습니다.



역 안으로 들어가니 작은 돔 형태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천장에는 성당에서나 볼 수 있는 스테인드 글라스로 장식이 되어 있었고요. 둥그런 돔을 중심으로 출입구와 화장실로 가는 문 그리고 플랫홈으로 나가는 문과 대합실로 들어가는 문이 오밀조밀하게 모여있었습니다.



상행선 열차와 하행선 열차를 탈 수 있는 플랫폼으로 나가는 문.


직선화로 대다수의 수요를 날려먹은 장항선 역의 특성상 사람구경 하기 정말 힘들었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상행선 열차를 타기 위해 아주머니 한분이 오시더군요. 그래도 무배차간이역이 아닌 1인근무지정역이라 역무원은 상주하고 있었습니다.



판교역의 열차 시간표입니다.


새마을호는 모두 무정차 통과. 상행선 무궁화호는 모두 정차하고, 하행선 1555호 무궁화호만 무정차 통과합니다.



텅 빈 매표소.


1인근무지정역인지라 역무원이 잠시 자리를 비우면 아무도 없는 느낌입니다.



판교역과 면소재지의 오래된 건물들과 연계하여 스탬프 투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밑으로 내려가면 장항이나 군산에도 왜정때 지어진 이런 건물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작은 면소재지에도 이런 흔적들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해당 건물 옆에 가면 스탬프가 있고 그 스탬프를 다 찍어오면 된다고 하네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킥보드를 타고 스탬프 투어를 해보고 싶습니다.



플랫홈으로 들어가 열차를 기다립니다.


신형 디젤기관차인 7600호대 기관차가 냉연코일을 잔뜩 적재하고 본선이 아닌 대피선으로 나타납니다. 아마 천안에서 장항선을 경유하여 광양으로 향하는 3435호 화물열차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렁찬 디젤엔진을 공회전시키며 여객열차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행 1157호 새마을호가 본선으로 진입합니다.


정차역은 아니지만 반대편에서 마주오는 1564호 무궁화호를 기다립니다. 그렇게 하행선에만 두대의 열차가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열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제봐도 타는 돈이 아까운 리미트 짭마을호...


발전차는 다 떨어진 데칼 그대로.. 새 도색 역시 기존 칠을 제대로 벗기지 않고 대충 칠해서 엉망진창. 썩어도 준치라고 그래도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호화롭던 시설을 자랑했던 기존 새마을호의 퇴역 이후로도 그럭저럭 잘 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머지 않아 두 열차를 기다리게 만들었던 주인공이 나타납니다.


본선의 짭마을이 먼저 출발하고, 한참 전에 와서 기다렸던 화물열차가 뒤이어 출발하겠지요.



신형 리미트객차 없이 모두 구형 객차로 편성되어 있습니다.


탑승자 3명. 하차자 3명. 그렇게 승객 등가교환 이후 열차는 떠났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판교역에 와서 스탬프 투어를 하고, 간단히 밥을 먹어보고 싶습니다. 무려 세대의 열차가 교행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번성했던 옛 면소재지를 구경 가능한 시골동네 판교역이 고층건물과 값비싼 아파트로 둘러쌓인 판교역보다 훨씬 더 마음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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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9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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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중형차 쏘나타.


1985년 스텔라의 고급형 모델로 대우자동차의 로얄 시리즈에 대항하는 경쟁모델로 첫 선을 보인 소나타는, 쏘나타로 이름을 개명한 현재 7세대(LF)까지 계승되어 내려오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자동차'라는 범주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자동차이자 표준인 쏘나타의 계보는 계속 이어져 내년에 8세대 모델의 출시가 예정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스텔라의 고급형 모델로 판매되었던 1세대 'Y1'은 그리 많이 팔린 차량도 아닌데다가 30년이 넘어가는지라 사실상 거의 전멸했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고,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었고 많이 팔렸던 2세대 Y2는 간간히 소수가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인천 작전동의 한 빌라 앞에 주차된 Y2 쏘나타를 목격했던 목격담을 남겨보려 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뉴-쏘나타.


그렇습니다. 1991년에 더욱 날렵해진 모습으로 페이스리프트가 단행된 뉴-쏘나타 차량이였습니다. 현재도 사용중인 현대 엠블렘이 적용되기 시작했고, 비슷한 시기에 엑셀과 엘란트라 역시 각진 디자인에서 쏘나타와 비슷한 외형으로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되었습니다.


여튼 91년부터 93년까지 판매되었던 뉴-쏘나타. 다만 상태가 그리 좋은 편은 아녔습니다.



곳곳에 칠이 바래고 벗겨진 흔적도 보이고, 몰딩이 떨어져 도망간 모습도 보입니다.


하얀색 전국번호판으로 확인한 해당 차량의 최초 등록일자는 1992년 8월. 만26년 이상을 달리고 또 달려왔습니다. 보시다시피 휠은 사제휠이고요. 자잘한 부식들은 보여도 눈에 보이는 큰 부식은 없으나, 전반적인 외관 상태는 불량했습니다. 다만, 그 시절 고급차에나 옵션으로 들어가던 최첨단 안전사양인 ABS가 적용된. 한 때 꽤나 힘 좀 썼던 사람이 처음 출고했던 차량이 아닌가 싶습니다. 



ABS - DOHC


지금은 포터고 모닝이고 2012년 이후부터 의무장착대상이 된 ABS와. 경차까지 개나소나 다 달고다니는 DOHC 엔진이 당시만 하더라도 엄청난 자랑거리인건 분명합니다.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SOHC 엔진이 장착된 모닝이 판매되었고, 의무장착 이전까지는 ABS가 옵션으로 남아있던 차량들이 간간히 있었으니 말이죠. 


물론 ABS 및 DOHC 엔진이 흔해진 2000년대 초중반 이후로 이러한 자랑은 사라졌지만,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본격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아지던 그 시절에는 같은 차를 타도 한차원 높은 수준의 차를 탄다고 과시가 가능한 자랑거리가 아녔나 싶습니다.   



그시절 각-그랜져 아니면 찾아보기 힘들었던 핸들리모콘. 그리고 오토매틱 변속기와 가죽시트 및 가죽핸들.


초 호화 옵션으로 무장된 이 차량의 트림은 골드(GOLD). 이 시절부터 최상위 트림의 명칭으로 골드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마이티 빼곤 골드를 트림 명칭으로 사용하는 현대차는 남아있지 않지만 말이죠. 



만 26년의 세월을 버티고 또 버텨온 가죽핸들의 상태는 영 좋지 않습니다.


오래 전 가죽임에도 요즘 나오는 차량들의 찢어지는 가죽보다는 질이 훨씬 좋아보입니다. 계기판 역시 보이지 않지만 전자식 계기판이더군요. 도어트림도 가죽. 시트도 가죽. 지금은 다 바래고 형편없어진 껍데기의 속을 들여다보니 호화로웠던 그 시절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운전석 시트의 상태는 영 좋지 않습니다.



탑승 빈도가 운전석 대비 낮았던 조수석과 뒷좌석 시트는 그래도 준수한 보존상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어르신이 타고 다니시는 차량인지 젊은 누군가가 리스토어를 위해 구입한 차량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다 바래고 뜯어진 외관에 비한다면 실내 상태는 나름 준수했습니다. 



테이프로 이리저리 붙여놓은 범퍼와 얼룩덜룩해진 트렁크.


세월이 지나도 완전히 바래지 않는 골드 엠블렘이 화려했던 그 시절을 기억하고 있을겁니다. 부디 폐차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대신 지금 주인과 오랜 세월 함께하다가 좋은 복원가를 만나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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