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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에 냉각팬이 고장났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박아두기를 어언 2개월. 직접 교체할까 하다가 귀찮아서 정비소를 찾았습니다만, 냉각팬 부품이 두 종류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하필이면 제 차에 장착된 팬과 요 근래 생산되어 신품으로 판매하는 팬 부품이 완전히 달라 애를 먹었습니다.

 

2021.10.04 - [티스도리의 자동차이야기] - 티코 냉각팬 고장.

 

티코 냉각팬 고장.

차고에만 박혀있는 차량. 따로 언급은 안했지만 애칭은 고수레. 귀한 손님이 오셔서 꺼내서 한바퀴 타고 들어왔는데 주차하려고 보니 이상한 소리가 납니다. 시동을 꺼도 뭔가 닿는듯한 이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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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날개 심지가 휘어 비스듬히 돌아가 소음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기존 날개와 신품 날개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한 뒤 다른 부품까지 다시 구입했으니 총 세 번을 뜯었습니다.

 

장윤정 - 고수레

그냥 넣어본 티코의 주제곡 같은 노래입니다.

 

쉐보레 신평바로서비스

오늘은 차고지 근처에 있는 가까운 쉐보레 바로정비로 향했습니다.

 

 

스파크 타던 시절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방문했습니다. 냉각팬이 돌면 날개에서 소리가 난다는 얘기와 함께 부품을 사왔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마침 다른 차 작업이 바로 끝났고 바로 본넷을 열고 작업이 진행됩니다. 사실 작업만 놓고 보면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공간이 좁아서 하기 좀 지랄맞아 그렇죠.

 

직접 구입해온 냉각팬 날개

직접 구입해온 냉각팬 날개입니다.

 

티코의 라디에이터 냉각팬은 두 종류가 생산됩니다. 신형과 구형으로 나뉘는데 제 차는 당연히 신형 팬이 달려있겠거니 생각하고 지금 나오는 부품도 신형이라는 생각이 들어 구입했습니다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맞지 않았습니다.

 

2021년 5월 생산

그래도 최근 생산된 부품입니다. 2021년 5월 26일 생산으로 보이네요.

 

2020년 2021년에 품절되었던 몇몇 티코 부품들이 새로 생산되어 판매되고 있습니다. 아무리 한국GM이 대우시절을 부정하고 한국시장에서 발을 빼려 하지만, 부품값이 많이 올라서 그렇지 이런 부품들은 그래도 꾸준히 만들어 주고 있네요. 이런건 칭찬 해줘야 합니다.

 

기존 팬 탈거

기존 라디에이터 팬을 탈거합니다.

 

96년 신차 출고 이후 단 한번도 교체되지 않았을겁니다. 뭐 모터도 멀쩡하고 날개만 휘어버리지 않았다면 그냥 사용해도 되겠지만, 날개 너트가 빠지며 휘어버려 결국 교체를 해야 합니다.

 

씹혀버린 상태

이전에 탈거하여 원인을 파악하였듯이 이렇게 씹혀있습니다.

 

날개 탈거

날개 탈거까지는 쉽습니다.

 

너트 하나 풀어주면 모터에 붙어있는 날개가 그냥 떨어져 나옵니다. 라디에이터 팬의 제조사가 두 곳이라 하는데, 날개만 다르다고 생각했더니 날개하고 모터 그리고 모터를 고정해주는 하우징까지 어셈블리 전체가 미묘한 차이가 있더군요. 그래서 결국은 기존 날개를 다시 살려보기로 합니다.

 

새 날개는 안맞아서 기존 날개 살리러 감

날개랑 하우징만 사왔습니다. 모터는 비싸기도 하고 맞겠거니 하고 구입하지 않았는데...

 

결국 모터까지 어셈블리로 다시 구입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도 일단 휘어있는 날개를 최대한 살려본다고 가지고 가셨습니다. 물리적으로 툭툭 쳐보고 토치로 열을 가해보기도 하지만, 생각처럼 쉽게 되지 않더군요.

 

담배빵

결국 이전보다 조금이나마 정상적으로 돌아가도록 펴주고 순간접착제와 담배빵으로 고정합니다.

 

순간접착제를 붙이고, 가운데 심지 주변을 뜨거운 담뱃불로 지져줍니다. 한마디로 담배빵으로 고정을 하는것이죠. 어쩔 수 없습니다. 조금 애매하지만 잘 돌아는 가네요.

 

부동액 주입

라디에이터 호스를 탈거하며 부동액이 새어나갔으니 일부 보충해줍니다.

 

에어컨을 켜 팬을 돌려봅니다. 그래도 소리가 나네요. 그냥 새 모터 구입해서 시간 날 때 다시 온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다시 오라고 공임을 받지 않으시네요. 솔직히 그냥 타도 상관 없을 정도로 소리가 줄어들긴 했습니다만, 모터를 구입하여 12월 말일에 다시 찾았습니다.

 

DAEWOO 서비스센터에 왜 HYUNDAI와 RENAULT SAMSUNG이?

다시 찾았는데, 대우차 서비스센터에 현대차와 삼성차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스타렉스는 타이어를 교체하고 있었고, SM520은 머플러를 교체하고 있더군요.

 

애초에 바로정비고 지정정비고 개인이 운영하는 사업장이기에 삼성차를 받던 현대차를 받던 그건 사장님 재량입니다. 이후에도 에쿠스와 아반떼MD같은 현대차 손님들이 계속 들어오더군요. 대우차 손님은 제 뒤에 온 대우의 고오급 세단이라 품격이 떨어진다며 택시모델 따위는 만들지 않는 올 뉴 말리부와 대우의 명차이자 한 때 고성능 디젤세단으로 이름을 날렸던 크루즈 말곤 없었습니다.

 

여튼 DAEWOO차가 많이 팔려야 DAEWOO차를 많이 고치러 올 텐데.... 안타깝기만 합니다.

 

아 저는 대우자동차 시절 만들어진 자동차와 GM대우 시절 만들어진 자동차를 보유하며 타타대우의 신차를 출고한 그 누구보다도 우리 고유의 브랜드 DAEWOO를 매우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말로만 대우차를 사랑하느니 대우를 좋아하느니 대우는 싫은데 자칭 미제 고오급 브랜드 쉐보레는 좋다니 하는 사람들과는 다릅니다. 사실 말리부 디젤 떨이를 한달만 일찍 했으면 삼각떼 디젤 대신 말리부 디젤을 구입했을겁니다. 내내 그 값에 살 수 있었을테니깐요. 뭐 여튼 대우버스만 구입하면 대우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겠군요.

 

수리중

오늘은 특별히 정비고에 들어가 수리가 진행됩니다.

 

부품을 구입해왔냐고 물어보셔서 조수석에 있다고 하니 바로 꺼내서 작업을 진행하시네요. 옆에 스타렉스 주인 아저씨께서 티코를 유심히 보고 계십니다. 아직도 저런 차가 있나 싶으셨겠죠. 여튼 그렇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한민국 최초의 국민차. 여기저기 관심받기 위해 차를 타고 방송이나 나가보겠다며 기웃거리고 비싸게 차를 팔아먹는 사람들만 없으면 참 좋을텐데 말입니다....

 

신품과 고품

미묘하게 다른 신품과 고품입니다.

 

새로 구입한 부품의 모터가 조금 더 크고 날개는 조금 더 작습니다. 모터가 다르니 거치하는 커버의 구조도 다르네요. 기존 냉각팬 모터는 길게 나와있는 나사산과 커버를 걸치고 너트를 체결하는 방식인데, 신품은 그냥 볼트와 너트를 가져다 고정하는 방식입니다. 이게 특별한 기술을 요구하는 부품도 아니고 단순한 부품인데 단지 생산하는 업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생산을 해야 했는지 의문입니다. 알토용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리벳으로 고정

리벳으로 매우 단단하게 고정해줍니다.

 

아마 앞으로 이 모터를 탈거할 일은 없겠죠. 앞으로도 수십년을 버텨주리라 생각됩니다. 새 모터를 올렸으니 조립은 금방 끝납니다. 조립이 끝난 뒤 다시 부동액을 보충해주고 소리 없이 돌아가는지 확인한 뒤 비용을 지불하고 가면 되겠습니다.

 

냉각수 보충 대기

냉각수 보충을 대기합니다.

 

지난번에는 발보린 냉각수를 넣어주셨는데 이번엔 DAEWOO 순정 녹색 냉각수를 넣어주시네요.

정비내역서

정비내역서입니다. 부품 품번을 넣으니 교체 공임이 나오더군요.

 

슈라우드 - 엔진 쿨링 팬을 교체하였습니다. 부가세 포함한 공임은 5만원. 이제 아주 조용합니다. 그렇게 다시 차고에 봉인해뒀습니다. 앞으로도 무탈히 그 모습 그대로 유지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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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도리

만 31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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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올드카 목격담은 오래전 다뤘던 차량에 대해 또 다뤄보려 합니다.

 

 

사라진 줄 알았던 1인신조 티코 목격. (1995 DAEWOO TICO SL)

예산군 오가면에서 차량을 받아 큰 도로로 합류했는데 낮익은 티코가 한 대 지나갑니다. 구형 지역번호판에 보기 드문 라이트에버그린(43U) 컬러의 민자티코. 녹색 티코도 은근히 보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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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치 않은 컬러죠. 미니 녹색을 칠한 차는 여러 대 있어도 순정 녹색이 적용된 티코는 실물로 이 차를 포함해서 딱 두대 봤습니다. 나머지 한대는 잘 아실 테고요. 학생 시절부터 이 녹색 티코의 모습을 보곤 했었는데, 2018년 우연히 도로를 달리던 모습을 목격하여 포스팅을 남긴 뒤 약 3년 만에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95년과 96년 겨우 1년정도 판매하고 단종되었던 흔치 않은 순정 녹색 티코에, 준수한 관리상태로 옛 지역번호판을 그대로 유지하고 계신 모습에 감탄을 하곤 했었죠. 3년 가까운 세월 동안 보이지 않기에 혹시 사라졌겠거니 싶었습니다만 예산 시내에서 우연히 이 티코를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티코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는 위에 링크를 걸어둔 포스팅을 확인하고 오시기 바랍니다.

 

개구리주차.

인도 턱에 개구리주차로 걸쳐놓은 티코의 모습입니다.

 

당시 경차 혜택으로 경차에 한정하여 개구리 주차를 허용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습니다만, 요즘은 개구리 주차도 단속 대상에 포함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약 3년 만에 생사가 불분명했던 이 티코의 생존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옆에 동승자가 있는 상황이고 여러모로 시간이 촉박하여 잠시 정차한 뒤 사진만 촬영하고 지나갔습니다.

 

그렇게 볼일을 다 보고 혹시 그 자리에 계속 있을까 싶어 다시 목격했던 장소로 향했습니다.

 

다행히 존재한다.

다행히 그 자리에 위치만 조금 바뀐 상태로 세워져 있었습니다.

 

약 3년만에 다시. 그리고 학생 시절 신례원 충남방적 담벼락 근처에 세워진 모습을 본 이후 처음으로 이 티코를 자세히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물론 티코는 수없이 많이 봤지만, 항상 이 깔끔한 티코를 자세히 보고 싶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가 생겼다고 봐야겠지요.

 

영롱한 티코

출고 당시 순정 제칠입니다. 그럼에도 광이 새로 도색한 차량 수준이네요.

95년 부착된 구형 지역번호판 역시 하나도 바래지 않은 수준으로 깔끔하게 유지 중입니다. 

 

95년형 96년형 잠깐 판매하고 사라진 컬러입니다. 이외에도 에스페로나 씨에로에 잠시 같은 컬러가 적용되기도 했습니다만, 티코도 그렇고 에스페로 씨에로도 그렇고 이 컬러는 한국보다 해외에서 촬영된 사진이 더 많이 보입니다. 한국 내수용 중고차가 수출된 남미지역 말고 현지 공장에서 생산했던 동유럽권 차량들이 대부분입니다.

 

국내에도 녹색 티코가 몇 보입니다만, 대부분 미니(MINI) 녹색입니다.

 

실물로 본 순정 녹색 티코는 딱 두대 말곤 없습니다. 그 한대는 저 뒤에 있네요. 전국을 샅샅이 뒤져봐도 10대 미만 수준으로 남아있으리라 장담합니다. 미니 녹색과 비슷하게 느껴질지 모릅니다만, 나란히 세워두고 보면 그 차이가 명확합니다. 미니 녹색이 티코 순정 녹색보다 조금 더 밝습니다. 그늘에서 보면 그 차이가 더욱 명확히 드러납니다. 미니 녹색은 그냥 진한 녹색 같은 느낌이고, 티코 녹색은 약간 어두운 청녹색 분위기가 납니다. 

 

1995 TICO SL/1996 TICO SX

95년과 96년에 등록된 96년형 순정 녹색 티코가 만났습니다.

95년 11월 등록차량과 96년 2월 등록차량이니 3개월 터울입니다만, 그래도 저 티코가 형님입니다.

 

2017.08.09 - [티스도리의 자동차이야기] - ALTO WORKS 계기판을 장착한 TICO SX.

 

ALTO WORKS 계기판을 장착한 TICO SX.

3세대 알토 웍스. 아니 티코입니다. 알토의 3세대 모델과 거의 모든걸 공유하는 차량이다 보니 터보모델의 부품도 잘 맞습니다. 국내에도 터보모델로 외관 개조를 하고 다니는 차량들이 많이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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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인수 이후 꽤 오래 블로그에 언급이 없던 차량에 대해 언급하고 가야겠습니다. 그동안 여러 일이 있었습니다만, 막상 별다른 언급이 없었네요. 최근 대대적인 수리를 마치고 매우 깔끔한 상태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오렌지필 하나 없이 매우 우수한 도장상태를 자랑하고 있지요.

 

저 차를 오랜만에 목격했던 2018년에도 함께 두 차량을 세워놓고 사진을 촬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그 소원을 이뤘습니다. 흔치 않은 컬러의 티코끼리. 과연 얼마나 내수에 풀렸을지 모르는 색상의 티코끼리 만나는 흔히 볼 수 없는 상봉식을 거행합니다.

 

경이로운 차량상태를 유지중이셨다.

경이롭습니다. 무려 26년 가까운 세월을 시골에서 이런 컨디션으로 지내왔다니 대단하기만 합니다.

 

휠캡 역시 칠이 까지거나 벗겨진 부분 없이 매우 깔끔하게 살아있습니다. 보통 시골에서 타는 차량들이 도시 차량 대비 험한 편이긴 합니다만, 깔끔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레트로 리스토어 어쩌고 하면서 수백만원 들이부어 본질을 훼손하면서 정작 복원한다 얘기하는 빈티지룩 튜닝카보다 오랜 세월 순정상태를 유지하는 이런 차량이 더욱 가치 있고 정이 갑니다.

 

그저 비싼 가격에 투자비 회수하고 나갈 목적이거나 여러 매체를 기웃거리며 관심갈구용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요란한 빈수레보다 수십 년 세월 조용하지만 내실 있게 차를 유지하는 이런 차주분이 진정 티코를 티코답게 타고 애착을 가진 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SL에 에어로팩과 에어컨만 옵션으로 추가한듯 보인다.

중급 사양인 SL에 에어로 팩과 에어컨만 옵션으로 추가한 차량입니다.

 

크게 전기형과 후기형 티코를 나누는 기준이 되는 96년형 티코가 95년 8월부터 시판되었고, 중급의 SL 트림 역시 96년형과 함께 신설되었습니다. 그리고 SL부터 흔히 슈퍼티코라 부르는 몰딩이 부착된 슈퍼팩의 선택이 가능했습니다. 그럼에도 SL에 슈퍼팩을 선택하는 비용이면 상위트림인 SX를 구입하는 게 유리하여 SL에 슈퍼팩이 적용된 차량은 쉽사리 볼 수 없지요. 

 

그런고로 슈퍼팩을 선택하기에는 부담이 가고, SX로 올라가기에는 차값이 크게 뛰어버리니 적당한 가성비를 따져 이 즈음 나온 티코 중 SL에 에어로 팩을 추가하여 민자 티코임에도 리어 스포일러가 부착된 조합의 차량들이 많습니다.

 

이 차량 역시 리어 스포일러와 리어 가니쉬 그리고 광폭타이어가 12만원에 묶인 에어로 팩과 공통 옵션인 49만 6천원짜리 에어컨만 추가된 차량입니다. 보통 거기에 12만원짜리 파워팩도 추가하여 운전석 및 조수석의 파워 윈도까지 추가하기도 합니다만, 이 차량은 그건 빠졌습니다. 그럼 총 차량 가격이 426만 6천원이네요. 깡통 경차도 천만 원. 비슷한 수준의 중급 트림에 옵션을 맞춰도 천이백만원 수준임을 감안한다면 그 시절 티코의 가격은 매우 저렴했습니다.

 

익숙한 시트패턴

후기형 SL에 적용되던 익숙한 시트패턴입니다.

 

초기형의 SR 트림 및 시트 패턴과 조금 비슷합니다만 다릅니다. 직물시트의 재질은 최근 생산을 종료하고 재고를 털어내는 다마스 라보와 비슷합니다. SX부터는 화려한 패턴이 적용되고 직물의 재질도 다릅니다. 실내 역시 마땅히 윈도우필름을 시공하지 않았음에도 조근 바랜 대시보드를 제외하면 깨지거나 유실된 부분 없이 매우 준수하게 유지 중입니다.

 

정갈한 실내.

도어트림 포켓에는 테이프가 가득하고, 대시보드 위에는 추억의 핸즈프리의 모습도 보이네요.

 

오디오 자리에는 HAM 무전기가 자리 잡고 있고, 기존 슈퍼티코용 테이프 꽂이를 개조하여 2 DIN 오디오를 달아두셨습니다. 잘 보이지 않습니다만, 저도 마티즈에 달았던 그 대우 순정 MP3 CDP 오디오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복원이 가능한 부분이지요. 기어봉 연장대야 쉽게 분해가 가능한 부분이고요.

 

무엇보다도 저 핸즈프리 오랜만에 봅니다. 2000년대 초반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본격적으로 단속하며 저런 사제 핸즈프리가 불티나게 판매되었습니다. 핸드폰 이어폰 잭을 연결하여 저 기기에 내장된 마이크와 스피커를 통해 통화를 하는 단순한 기기입니다. 이 즈음 출시되는 신차부터 차량의 오디오 스피커와 연동된 옵션으로 제공되다가 그 기능이 오디오의 블루투스 연동으로 진화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잠시 동안 판매되었던 용품인지라 20대 초반만 하더라도 저 핸즈프리를 기억하는 경우가 드물 겁니다.

 

역사적인 순간을 만끽하고 있다,

역사적인 순간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도장 상태도 출고 제칠임에도 매우 우수하고, 육안상 부식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흠을 잡자면 자잘하게 생긴 문콕이나 돌이 튀어 살짝 까진 부분 말곤 없습니다. 마치 90년대 혹은 2000년대 초반으로 돌아간 기분입니다. 20년이 흐른 2020년대에 흔치 않은 녹색 티코가 조우하는 모습을 보고 계십니다.

 

그렇게 감탄사를 연발하며 녹색 티코를 자세히 탐구하고 있던 와중 주인아저씨와 사모님께서 차를 타러 오셨습니다. 이 티코가 세워진 모습을 지나가며 보고 혹시 그대로 있는지 볼일을 본 뒤 다시 왔다고 말씀드리고, 잠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쌍둥이차

다른 녹색 티코가 한대 더 있는 모습을 보시곤 "어? 쌍둥이 차네" 하시며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95년 가을에 신차를 출고하여 지금껏 타고 계시다고 합니다. 출고 상태 그대로고 하시는 말씀에서 티코에 대한 애착이 매우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또 예산 외곽에 살아있는 다른 흰색 티코의 존재 여부도 알고 계시더군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예산 시내에 티코가 한대 더 있었다고 하는데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도 해주셨습니다.

 

그러곤 제 티코도 유심히 보십니다. 문도 열어보시고요. 년식과 같은 수동이라는 얘기도 주고받습니다. 이렇게 깔끔하게 관리하시는 비법이 무엇이냐 여쭤보니 항시 차고에 넣어둔다고 하시더군요. 확실히 주차만 잘해도 차량 관리의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운행 중이 아니라면 항시 차고에 모셔진 상태라 그런 건지 예산 시내를 돌아다녀도 이렇게 우연히  티코의 모습을 쉽사리 볼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안전하게 오래오래 타시길 기원합니다.

오래 시간을 끌기도 그런지라 나중에 뵙겠다고 인사를 드리고 왔습니다.

 

명함이라도 드리고 왔어야 하는데 생각을 못했네요. 대략 어디 살고 계신지 알려주셨으니 그 주변을 탐색하면 아마 또 뵐 수 있을 겁니다. 아마 흘러왔던 세월처럼 앞으로도 오래오래 타고 다니시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다음에 뵙게 된다면 리어 가니쉬 사이즈도 측정해가고 궁금했던 내용들도 정리해서 여쭤보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티코다운 모습으로 사랑받으며 도로 위를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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