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캠핑을 다니는 분들 옆에 꼽사리 껴서 다녔던 적은 있는데, 실제 텐트를 사서 캠핑을 가보긴 처음이었습니다. 불스워너 모임이 있어 다녀왔는데, 이날을 위해 무려 돈을 투자해서 원터치 텐트도 구입했습니다.
아이두젠 마운트프로 노바 원터치 텐트와 대충 맞는 사이즈의 3단 캠핑매트를 구매했습니다.
쿠팡 웰컴쿠폰으로 2만 4000원을 할인받아 67,630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했습니다. 먹거리는 알아서 준비해 온다고 하셔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캠핑용 의자와 세면도구와 여분의 옷 정도만 챙겨갔네요.
그래서 캠핑을 다니는 분들을 보면 트렁크 가득 채워서 가시던데.. 대충 던저도 자리가 남습니다.
포장도 뜯지 않은 텐트와 캠핑매트를 대충 집어던져도 자리가 남습니다. 추가로 챙긴 물건이라곤 화물차에서 속갑바로 쓰는 5m 규격의 타포린 재질의 방수포가 전부였습니다.
그렇게 논산 끝자락 대둔산 도립공원 수락계곡 근처의 수락캠핑장으로 향했습니다.
텐트 피칭이라고 할 것도 없고.. 그냥 대충 펼치면 알아서 펼쳐집니다.
바닥에 매트를 깔고 오는 길에 주운 은박 돗자리도 앞에 깔아놓습니다. 뭐 팩을 박을 필요도 없고 대충 끈으로 앞 뒤만 묶어주고 들어가니 그래도 안락하네요. 4~5인용이라고 구매했지만 성인 둘이 누우면 딱 맞는 수준이었습니다.
근데.. 밤에 비소식이 있더군요. 꽤 큰 비가 내릴 것이라 하기에.. 방수포를 텐트 위에 올리기로 했습니다.
공용으로 사용했던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그 위에 타포린 방수포를 올렸습니다.
치명적으로 없어보이는 제 텐트의 이름은 거지움막이라 명명했습니다.
참 없어보이네요. 좋은 차에 비싼 장비를 들고 다니며 인스타그램에 갬성있는 사진을 찍어 올리며 장비자랑에 허영가득한 보여주기식 캠핑이 아닌 이것이 진짜 자연과 하나 되는 캠핑이 아닐까 싶습니다. 안에 모기향을 하나 피워놓고 잠시 아래 계곡에 다녀오니 폭우가 내리기 시작하더군요.
밤새 미친듯이 내렸습니다.
진짜 있는 물건 없는 물건으로 걸쳐놓은 모습이 거지움막이라는 이름과 잘 어울립니다.
다들 비싼 장비에 타프까지 풀세트로 구비해놓고 있는데 차도 폐지수집용 포터 혹은 똥차의 대명사 티코를 타고 왔으면 더 없어 보였겠죠. 아니 이런 노숙 수준의 장비로 캠핑장의 품격을 떨어뜨린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항의를 받거나 차라리 차에서 차숙을 하라며 입뺀 당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흔한 폴딩박스도 하나 없습니다만 텐트 내부는 생각보다 안락했습니다.
천장이 좀 낮았지만 텐트 안에서 서있을 일도 그리 많지 않을 테고, 멀티탭을 연결하여 핸드폰 충전기와 차량용 선풍기를 연결하고 모기장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잤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피워놓은 모기향정도면 텐트 내부의 사물은 충분했습니다. 베게는 가져간 가방을 말아서 만들었고 이불 대신 겨울 외투를 준비했네요. 바닥이 꽤 배길거라고 해서 걱정했지만 크게 배기거나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처음엔 모기장을 꼼꼼하게 닫고 이런 상태로 누웠습니다만 자꾸 앞이 거슬려서 외피까지 닫았습니다.
계곡에서 야영하는 사람들에게 대피하라는 내용으로 추정되는 경고방송과 사이렌소리도 밤새 울렸고 재난문자와 빗소리에 자다 깨다를 반복했지만 텐트 안으로 물이 들어오진 않았습니다. 어차피 생활방수도 되는 텐트라 짧은 비에는 상관 없겠지만 폭우가 왔음에도 캠핑매트가 커버하지 못하는 끝단 바닥도 촉촉하진 않았으니 말이죠.
폭우에 텐트에서의 취침을 포기하고 차에서 주무신 분들이나 옆에서 큰 텐트를 치고 주무셨던 분도 모기에 물렸다고 하는데 제 텐트로는 모기도 들어오지 않았고요.
차량용 3구 선풍기인데 생각보다 시원했습니다.
중간엔 선선해서 선풍기 없이 잘만하여 끄고 잤네요. 날도 선선해서 자기 딱 좋았습니다. 다음엔 타프나 쉘터정도만 하나 더 준비해오면 되겠네요.
다행히 별 탈 없이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간밤의 폭우가 무색하게 물도 한 방울 스며들지 않았고 거지움막에서 모기 한 마리 없이 아늑하게 지냈네요.
강우량을 파악하기 위해 조금 큰 종이컵을 밖에 내놨었습니다만, 이 종이컵이 거의 다 찼습니다.
간밤에 비가 정말 많이 내리긴 했습니다. 첫 경험부터 이슬비도 아니고 장맛비 속에서 자게 되었네요.
공용 테이블과 의자가 제가 잤던 데크 위에 있기에 바로 테이블을 놓고 라면을 끓였습니다.
파라솔 아니 우산텐트 없이 라면을 끓이니 비가 다시 내리더군요. 그래서 우산텐트를 가져다 올려놓고 먹었습니다. 비싼 텐트에서 비싼 구이바다가 아닌 편의점 테이블에 우산텐트 끼워놓고 흔한 버너에 양은냄비로 끓이는 라면이 낭만이죠.
비가 잠시 그쳤을 때 바로 텐트를 접어봅니다.
텐트가 있던 자리만 물기가 없네요. 매트 아래 데크까지도 물기가 있는 것으로 보아 물이 매트 아래로 흐르긴 한 것 같았습니다만, 텐트도 크게 젖지는 않았습니다. 여러모로 재밌었네요.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또 한 번 원터치 텐트로 캠핑에 나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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