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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태 병신 트럭커 일기. 에피소드 9.

 

2022년 마수걸이부터 라이닝이 얼어서 긴급출동을 부르고 온갖 개 쌩쇼를 하더니만, 그러고 하루 걸러 수요일. 또 일이 생겼습니다. 하루라도 입에서 욕이 나오지 않는 날이나 기쁜 일이 생긴다는건 제 인생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제 포스팅 소재가 거의 다 고난과 역경 속에서 사는 내용들인데요.

 

 

트럭커 일기 [EP.8] 새해 첫날부터 타타대우 긴급출동

오늘은 이 병신새끼가 얼마나 병신 같은 짓을 했을지 보러 오시는 여러분 환영합니다. 올해는 좀 다르겠지 싶었습니다만, 2022년 시작부터 병신도태인생은 그대로 유효합니다. 제가 항상 좋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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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과 수요일에는 공장에서 6m대 길이의 짧은 철근이 생산되어 나왔습니다.

 

화요일에는 천장크레인이 뒷짐을 올리려고 하는걸 앞짐으로 올렸는데 별 문제 없이 통과했고, 수요일에는 뒷짐을 올려주는대로 상차하고 나왔더니만 결국 일이 터졌습니다.

 

이날도 그냥 평범하게 송악ic를 올라탔습니다. 근데 싸이렌이 울리고 액정에 중량초과라고 뜨네요.

4.5t 이상 화물차가 하이패스를 이용할 땐 적재중량 측정장비가 설치된 차로로 통과해야 합니다.

 

그냥 별거 없습니다. 톨게이트 바닥에 붙어있는 중량측정용 센서를 지나며 축에 걸리는 중량과 차량의 총중량을 계산합니다. 톨게이트 외에도 국도변의 과적검문소나 가끔 국토부 혹은 지자체 소속의 스타렉스가 이동단속을 한다며 중량을 측정하기도 합니다. 차량의 무게를 포함한 총중량은 40톤까지 허용되며 축하중은 10톤까지 허용됩니다. 그 외 높이 길이 폭의 기준이 있는데, 과적 대비 단속되는 경우도 적고 과태료도 저렴합니다.

 

송악ic 적재중량 측정차로.

총중량 40톤, 축중량(축하중) 10톤. 오차를 감안하여 10%까지 허용해줍니다.

총중량 44톤. 축중량 11톤이 넘어가면 적재중량초과로 단속된다는 이야기겠죠.

 

축중에 대한 기준은 승용차 바퀴나 화물차 바퀴나 동일하게 10톤입니다. 그래서 5톤트럭에 10톤이고 15톤이고 올리고 다녀도 가변축을 달아 하중을 분산시키면 단속에 걸리지 않습니다. 

 

가변축 차량의 경우 상차 후 깜빡하고 가변축을 내리지 않고 고속도로에 진입하거나 과적검문소에 진입하는 경우 당연히 들려있는 축을 제외하고 나머지 축에 하중이 몰려 축하중 초과로 단속됩니다. 재측량시에도 같은 축으로 진입해야 하는지라, 억울하게 걸리는게 이런 케이스라고 하네요. 요즘차는 축중량이 한계치에 도달하는 경우 자동으로 축이 내려오고 강제로 올릴 수 없습니다. 원체 타이어값을 아낀다고 축을 올리고 다니는 차량들이 많아 법으로 강제한 사안이라고 하네요.

 

과적은 우리 주변에서 꽤나 흔하게 행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과적을 밥먹듯이 하고 다니면서 에어서스펜션의 압력을 조절하여 축중량을 옮기는 흔히 말하는 장난질로 톨게이트나 과적검문소를 통과하는 차량들도 꽤 많습니다. 압력조절 및 무게분배에 도가 튼 전문 과적꾼들은 쉽게 걸리지 않습니다.

 

과적단속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으니 재측정의 기회는 제공됩니다. 2차 측정 없이 과적을 인정한다면 바로 다음 절차가 진행됩니다만, 회차로를 이용하여 톨게이트에 다시 진입하거나 후진으로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다시 중량측정차로를 통과해야 합니다.

 

여튼 중량초과가 뜨니 측정차로 사이 요금소같은 부스에 있던 직원이 나와서 차를 옆으로 세우고 서류를 작성하라고 하네요. 이름 전화번호 면허번호 화물의 종류 목적지와 같은 정보를 작성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회차하여 30분 내로 다시 측정차로로 들어오라고 하네요.

 

그래서 급브레이크를 밟아 화물을 가운데까지 밀어버렸다.

화물의 무게는 26톤. 공장 계근대를 나오며 확인했던 총중량은 39.6톤이였습니다.

총중량이 여유가 있으니 과적은 아닙니다. 무게 분배가 잘못되어 축중초과로 걸렸습니다.

 

뒷짐이 실려있는 사진이 없어 설명드리기 애매합니다만 적재함 끝단에 철근이 맞춰졌었습니다. 보통 19톤 차량을 출고하여 사제 5축을 장착하는 형태의 후축 차량이라면 적재함 끝에 축이 달려있어 별 문제 없이 넘어갔을겁니다.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1. 근처 지게차 사무실에 가서 다시 제대로 상차하기.

2. 철근이 결박된 실링바를 여유롭게 풀어놓고 급브레이크를 밟아 화물을 앞으로 밀어버리기.

3. 재측정을 위해 톨게이트에 진입하며 급브레이크 밟았다 떼기를 반복하기

 

1번은 30분 내에 불가능. 2,3번으로 통과해야 합니다. 일단 차량을 회차하고 돌려나오며 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급브레이크를 수차례 때려줍니다. 화물이 밀리는 느낌이 들어 보니 1m 이상 들어왔더군요. 적재함 바닥에 깔아놓은 나무가 밀리며 정상적인 상차 수준까지 왔습니다.

 

이 상태로 다시 송악ic에 진입합니다.

 

사각형 안에 보이는것이 측정 센서

다시 송악ic를 진입합니다. 비상등을 켜고 아주 천천히 진입합니다.

제 차가 다시 진입하니 부스를 지키고 있던 직원분이 나와서 보고 계시네요.

 

사진상에 보이는 센서를 지나갑니다. 당연히 정상적으로 무게가 분배되었으니 다 정상이죠. 톨게이트를 나와 차를 옆으로 세우니 가도 된다고 합니다. 참고로 축하중인지 총중량인지 얼마나 초과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재측정 이후에도 걸린다면 얼마나 초과했는지 알려주겠죠.

 

여튼 시간은 약 30분을 허비했고, 서울 신정동에 소재한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여 철근을 내렸는데....

 

부착바가 휘었다.

네. 결박을 좀 느슨하게 풀어놓았지만, 철근이 꽤 많이 밀리면서 부착바가 휘었습니다.

 

생각보다 강한 재질입니다. 그럼에도 순간적으로 26톤의 철근이 밀리며 휘어버렸습니다. 반대편도 마찬가지. 결박했던 실링바 역시 풀어버리기 어려워 가위로 잘라냈습니다. 결국은 부착바 두개 망가지고 실링바도 다시 구입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마수걸이부터 삐끗하더니 수요일에는 뒷짐을 올려줘서 짐을 가운데로 밀어놨더니 또 돈을 쓰게 됩니다. 그리고 금요일에는 더 큰 돈이 빠져나갑니다. 인생 좆같아서 못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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