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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정부여당 지지자도 아니며, 논란에 대해 맹목적으로 옹호하는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조선시대 한양부터 대한민국의 서울까지. 역사상 가장 오래 시장으로 재임하던 故 박원순 서울시장님께서 지난 7월 9일 갑작스레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비서에 대한 성추행 의혹으로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사건과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아직까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유서를 남기고 산으로 떠나셨다고 합니다. 


불과 전날만 하더라도 직접 브리핑에 나섰던 분이지만, 갑작스러운 비보가 믿기지 않더군요. 10년 가까운 서울시장 재임 당시 대중교통과 보행자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던 것은 좋았으나, 차선을 줄이고 차량의 흐름을 의도적으로 꼬이게 만들어 차를 놓고 나오게 한다는 교통정책과 맹목적인 친중행보는 제성향과 잘 맞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젊은층 사이에서 사진이 마치 욕이 바로 튀어 나올 것 같다는 의미에서 '씨발아저씨'라 부르는 데에 별다른 거부감 없이 대인배적인 행보와 어느정도 보여주기에 기반했다지만 시도했었던 공공자전거나 심야버스와 같은 정책들은 타 지자체에도 벤치마킹되어 복지사회에 한 발 더 가까이 나아가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여튼 8년 전 일입니다만, 박원순 시장님을 뵈었고 대화를 나누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2012년 1월 얘기인데, 취임 100일을 맞이하여 블로거 간담회를 진행했었고 그 자리에 참석했었습니다. 뭐 제게 서울시 공무원으로 스카웃하고 싶다는 농담스러운 덕담도 해주셨고, 그 자리에서 제가 촬영했던 사진이 꽤 오래 위키피디아의 박원순 문서에서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되었습니다.


2012/02/04 - [티스도리의 기획연재물] - 120203박원순 서울시장님을 만나뵙다! (1) 찾아가는 길

2012/02/06 - [티스도리의 기획연재물] - 120203 박원순 서울시장님을 만나뵙다! (2) 안녕하세요 시장님!


당시 간담회에 관련 기사에서의 언급 - https://news.v.daum.net/v/20120203230206772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다고 밝힌 김정수(20)씨는 "희망씨앗 중 버스의 어두운 내부조명을 밝은 LED로 교체한다고 들었는데 기사들의 안전운전에 방해되는 것은 아니냐"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차안이 밝으면 기사가 힘들 수 있다는 생각까지는 해보지 못했다"며 "너무 좋은 지적사항을 냈는데 서울시 공무원으로 탐난다"고 진심어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한참 아프기 직전 2월의 글이네요. 직후 크게 아픈 이후 글을 쓰는 성향도 많이 바꼈습니다.



제가 촬영한 이 사진이 다양한 언어판 위키피디아의 박원순 문서에서 꽤 오래 사용되었습니다. 

전 세계의 언어로 된 문서에서 제가 촬영했던 사진이 꽤 오랜세월 사용되었으니 영광이였지요.


지금은 다른 사진으로 변경되고 포르투갈어 위키피디아 문서를 제외하면 제가 촬영했던 사진은 사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꽤 오랜세월 전 세계인에게 박원순 서울시장이 누구인지 알리는 사진이 제가 촬영했던 사진이라는 사실은 변치 않고 저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박원순 시장님께 저는 그저 기억도 나지 않는 타지역 주민이겠지만, 제 삶에 있어서는 시장님을 뵙고 대화를 나눈 일이 꽤나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더 큰 사람이 되진 못했고 아픈 뒤 잉여로 살고 있지만 제게 큰 힘을 줬던 사람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고로 논란과는 관계 없이 마지막 인사를 드리는게 예의라 생각하여 서울시청 앞 광장에 시민분향소가 문을 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차를 타고 마지막 가시는 길 인사를 드리기 위해 먼 길을 다녀왔습니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을 추모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인터넷상의 논란과는 무색하게 어린아이와 함께 온 부보님도, 나이 든 어르신도 계셨고 여러모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시민분향소를 찾은 모습이였습니다. 제가 시민분향소에 도착한 시간은 11시에 분향소가 열리고, 대략 두시간정도 지난 1시 즈음이였습니다. 뜨거운 땡볕 아래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조문을 위해 찾았습니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조문객들은 거리를 두고 줄을 섰습니다.


광장 잔디밭을 둘러싸고 청테이프로 라인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앞사람과 거리를 두게 만드는 선을 따라 광장을 빙 돌아 분향소로 향할 수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조문인파에 놀랐습니다. 중간중간 공무원들이 앞으로 이동하라며 줄을 선 조문객 관리를 하고 있었고, 새치기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없었습니다.



대략 15분정도 줄을 서서 기다리니 천막 안으로 들어 갈 수 있었습니다.


천막 안에서는 세줄로 나누어 들어간 뒤 인적사항과 전화번호를 작성하고 순서대로 조문을 할 수 있게 만들어 두었습니다. 한 줄에 대략 10명씩 시장님을 뵙고 묵념을 하고 방명록을 작성하러 가는 방식으로 조문이 이루어졌습니다. 묵념을 하며 시장님께서 기억하시지도 못하겠지만 제 인생에서 만들어 주셨던 좋은 추억들 감사드리고, 좋은곳으로 편안히 가시길 기도했습니다. 



조문을 마친 뒤 방명록을 작성합니다.


뭐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도 고향인 창녕에도 분향소가 설치되었다 하니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옛 현대종합상조. 프리드라이프에서 장례 절차를 진행하는듯 보이더군요. 방명록에도 묵념하며 기도했던 내용과 비슷한 이야기를 적고 박원순 시장님의 명복을 빌고 왔습니다.


물론 공적도 존재하고 과오도 존재합니다. 무조건 좋은 사람이다 혹은 나쁜 사람이다 말을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많은 정치인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지만 정부여당을 지지하지 않는 제 입장에서도 먼 길을 찾아와 조문을 했을 정도로 마음아팠던 일은 처음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사람에 따라 평가는 다를겁니다. 논란으로 인해 조문을 가지 않겠다는 정치인들도 있고, 서울특별시의 세금으로 장례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여론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으로 크다는 사실 역시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변호사로 활동하고 시장으로 재임하며 나타났던 성과들에 대한 공적이 기려지듯이, 앞으로의 정의를 위해서라도 애도기간이 끝난 뒤 권력을 앞세운 과오 역시 밝혀내야만 할 것입니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던 고향 선배인 홍준표 국회의원도 진심으로 슬퍼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홍준표라는 사람이 자칭 깨시민들에게 이제 밥값한다며 웃음거리가 되는 모습도, 그렇게 정의롭다는 사람들이 엄한 비서를 찾아 인민재판을 하는 모습도 모두 원하지 않으실겁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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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31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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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에 가 본게.. 대체 언제인가.. 기억도 가물가물 합니다.


워터파크까지 포함하자면 초등학교 5~6학년때 갔었던 캐리비안 베이가 아마 마지막으로 기억됩니다. 최소 15년은 더 된 얘기죠. 그 이후로 수영장 비스무리한 공간에도 가 본 적이 없습니다. 요즘이야 세월호 참사 이후 초등학생들은 의무적으로 생존수영을 배운다 합니다만, 2000년대 초반에 초등학교를 나온 저는 어릴때도 수영을 배워 본 일 조차 없었고요. 물을 무서워해서 워터파크나 바닷가에 가도 발이 닿지 않는 공간에는 아예 들어가지조차 않았습니다. 막상 생각해보니 신기하네요. 그동안 수영장을 가지 않았다는 사실이 말이죠.


제가 갑자기 수영을 배우게 된 계기는 당연하게도 공짜로 배울 수 있다고 하니 그렇습니다. 


지난 5월 말 즈음으로 기억합니다. 홍성군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이미지인데, 홍성군보건소에서 관내 운동시설과 제휴하여 8주간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신청대상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였습니다.



함께하GO! 가벼워지GO! 건강해지GO! 라는 이름의 비만관리 프로그램입니다.

홍성군에 주소를 두고 있는 체지방률 30% 이상의 여성, 25% 이상의 남성이면 신청대상입니다.


식단관리와 함께 자전거를 이용한 스피닝과 트램폴린을 이용하는 점핑하이. 그리고 수영과 복싱까지 총 네가지 종목의 신청자를 받고있었습니다. 대부분 오전시간대에 여유가 있는 주부를 상대로 하는 프로그램으로 보이는데, 점핑하이와 수영은 직장인을 위한 야간반도 존재하네요.


그렇습니다. 지금 하는 일을 시작하며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폭식으로 살이 많이 불었습니다.

스트레스 받기 싫어 체중계에 올라가보진 않았지만, 체지방를 25%는 거뜬히 넘을거라 짐작했습니다.


날도 더운데 거기다가 공짜라니 일단 도전해보기로 하고, 6월 1일 오전에 냅다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중... 

오랜 기다림 끝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신청자가 많아 심한 사람 위주로 대상자를 선정한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검사일정까지 잡히고, 검사 당일. 홍성군 보건소 2층으로 향했습니다.



인바디 검사와 함께 염도, 염미도 검사 그리고 혈압과 혈액검사가 있었습니다.

키 171.2cm에 체중 90.1kg. 체지방률 37%. 충격적인 검사 결과를 통보받았습니다.

키도 작고 능력도 없고 빻은 파오후 씹덕 도태한남충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키도 스무살에 아프고 난 뒤에 조금 줄은 느낌이고요. 몸무게는 제가 알고 있었던 수치에서 최소 20kg 이상 불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60kg대 후반에서 70kg대 초반을 유지하던 몸무게는 스무살에 투병생활을 하던 시기에 60kg대 초반까지 내려갔었고 이후 대략 60~70kg대를 유지했었습니다.


이후 지금 하는 일을 시작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폭식과 밤에 피자 한판을 다 먹는것으로 해소했습니다. 근래 배가 조금 더 나온 느낌이였는데 체중이 90kg까지 불어났습니다. 뭐 아버지 역시 제 나이 즈음에 20kg 이상을 감량했었다고 하니 유전적인 요인도 있겠습니다만, 인생에 답이 없음을 깨닫게 된 이후로는 그런거 상관 안하고 걍 쳐먹었습니다.


결과는 적정체중보다 23.3kg 더 살이 찐 상태고, 프리패스로 수영 야간반에 선정되었습니다.


염미도검사 결과는 적절한 수준. 혈당과 혈압은 밥을 먹고 바로 왔던지라 조금 높아 나중에 다시 측정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매우 충격적인 검사결과와 함께 6월 22일부터 시작이 예정되어있던 수영강습을 준비했지만, 홍성군 코로나 확진자의 발생으로 결국 일정은 미뤄져 7월 둘째주부터 비만프로그램이 시작되었습니다.



프로그램 시작 전 7월 첫째주에 오리엔테이션이 있었습니다.

인바디 검사 결과와 식단관리법 및 프로그램 진행과 관련된 일정을 알려주네요.


홍성군 공식인증 파오후임을 알리는 기념품입니다. 8주간 군비로 운동을 배울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인데, 마스크와 타올 양말까지도 주네요. 역시 아는 사람만이 세금을 받아 먹을 수 있습니다. 인바디 검사결과에 기반한 자신의 기초대사량과 권장칼로리 그리고 각 식품별 칼로리에 대한 강의도 있었습니다.



'나의 건강 언제나 맑음'이라는 책과 '식품교환표' 그리고 '인바디 검사결과표'를 수령합니다. 


책에 그날 무엇을 먹었는지 일지를 작성해야 합니다. 식단관리까지 체계적으로 병행해야만 한다는 얘기겠지요. 물론 혼자 사는 사람 입장에선 그리 쉬운일은 아니지만, 식사 양을 줄여보기로 합니다. 물론 쉽지만은 않습니다. 배가 고프면 당근을 씹어먹고 잘 먹지 않던 아침은 고구마 몇개 혹은 방울토마토 몇개라도 먹고 다니기로 합니다.


수영은 처음 계획과는 달리 주 3회 강습으로 화요일 목요일 금요일에 강습이 이루어진다고 하네요.



그렇게 첫 수영 강습을 위해 홍성의 서울스포렉스로 향했습니다.


헬스장 수영장 찜질방 목욕탕까지 두루 갖춘 스포렉스입니다. 출석 서명을 하고 체온을 측정한 뒤 락커룸 키를 받아 탈의실로 들어갑니다. 샤워를 마치고 미리 사 둔 수영복으로 환복한 뒤 수영장으로 가서 기다리네요. 총 열한명이 왔고, 대부분 아주머니들이였습니다. 남자는 저와 아저씨 한분.


그 중 수영을 배웠던 사람들이 대략 네명. 나머지는 수영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입니다. 


보통 발로 물장구를 치는데만 하루이상을 소요하는걸로 알고있었는데 생각보다 진도가 빠릅니다. 허벅지 힘으로 물장구를 치고 하루만에 노란 판을 들고 물에 뜨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따라가고 있긴 합니다. 그렇게 한시간이 지났고 8주간 이왕 이렇게 된 거 열심히 해 보기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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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31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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