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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순간부터 잘 보이지 않게 된 시대를 풍미한 대형세단.


각그랜져는 역사적으로나 여러모로 보존의 가치가 있어 지금까지도 아끼고 가꾸는 사람들이 종종 보이는데다가 도로 위에서도 간간히 하나 둘 보이긴 하다만, 뉴그랜져는 역사적인 가치도 1세대 모델에 비해 덜하고 간간히 1인신조로 굴리고 계신 어르신들이 차를 몰고 나오는 일이 아니라면 보기도 참 힘듭니다.


저 역시 폐차장행 오더에 '그랜져'라 찍혀있기에 XG겠거니 하고 갔지만, 어느순간부터 보기 귀해진 뉴그랜져였네요.



1997년식. 후드 엠블럼은 에쿠스의 것으로, 트렁크에는 V6 3000 엠블럼이 붙어있습니다만...


당연히 에쿠스도 아니고 3리터가 아닌 2.5리터 사이클론 엔진이 적용된 차량입니다. 92년 출시되어 96년 고급화 모델인 다이너스티의 탄생 이후 플래그쉽의 자리에서 내려오게 되었고, 그렇게 98년까지 생산하여 판매되었습니다.

 

22년 가까운 세월을 버틴 차량의 상태는 비교적 괜찮았습니다. 트렁크 칠이 바랜걸 제외한다면 다른 부위에는 광도 살아있고, 어디 하나 까지거나 썩거나 깨진곳도 없었으니 말이죠.



주행거리는 23.5만km. 에어백 경고등을 제외하고 다른 경고등은 들어오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하던 쇼퍼드리븐 세단이였지만, 세월엔 장사 없습니다. 이미 터져버린 쇼바와 손으로 잡아당기면 뜯어질것같은 운전석과 조수석의 에어백 커버와 다 들고 일어난 대시보드 상단의 스피커 커버까지 말이죠.



미쓰비시의 라이선스를 받아 현대에서 찍어냈던 사이클론 엔진입니다.


그랜져 자체가 미쓰비시와 함께 공동제작한 차량이니 미쓰비시의 데보네어와 거의 모든걸 공유하고 있습니다. 단지 커버에 붙은 현대 음각 대신 미쓰비시 엠블럼이 새겨져 있겠죠. 여튼 20년 넘는 세월동안 한결같이 보유하고 계셨던 차주분께서 신경을 많이 썼었던 흔적이 보입니다.


에프터마켓용 스트럿바와 배터리 주변에 얽히고 섥힌 배선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지요.



오디오에도 공을 들인 만큼, 스피커는 그대로 붙어있었지만 데크는 탈거된 상태입니다.


한 시절을 풍미하던 고급차도 센터페시아에 아무것도 없는 모습을 보면 처참하기만 합니다.



그렇게 폐차장으로 향하는 마지막 여행을 마치고 뉴그랜져는 폐차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악셀 반응도 조금 둔했고, 이미 압이 빠져버린 쇼바와 더불어 하체 역시 정상은 아닌건지 속도를 조금만 높여도 불안하더군요. 추억 없고 사연 없는 차가 있겠습니까. 20년 넘는 세월동안 도로 위를 누볐던 뉴그랜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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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되찾아온지 약 20일. 그리고 2,500km 가까이 주행했습니다.


20일동안 길들이기 한다고 제대로 밟지도 못해서 정말 답답했지만 종전에 비해 차도 잘 나가고, 독했던 배기가스 냄새도 나지 않아서 정말 좋았습니다. 거기에 쓰레기같던 연비도 꽤나 많이 향상된 수치를 보여줬구요. 다만 이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고 재작업을 위해 다시 작업대로 올라갔습니다.




며칠전부터 갑자기 배기가스 냄새가 독해지더군요.


뭔가 이상이 생긴 느낌인데, 육안상 보이는 이상은 없더군요. 엔진오일 게이지를 찍어봐도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만, 어제 게이지를 찍어보니 게이지 위쪽으로 살짝 하얀게 묻어있더군요. 그리고 오늘 시동을 걸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음에도 흰 연기가 나오는 모습을 보고 오일캡을 열어봤더니 하얗게 묻어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정확히 2,490km를 주행하고 심각한 사안임을 인지했습니다.


일이 잡혀있는 관계로 먼저 일을 다녀오기로 합니다. 일을 다녀온 뒤 차를 정비소에 입고하기로 했네요.



냉각수 보조통도 바닥까지 내려갔네요.


부천까지 올라가기 위해 약국에서 증류수를 사서 들이붓습니다. 불과 어젯밤에 확인했을때만 하더라도 냉각수가 바닥까지는 아녔는데, 아주 잠시동안 냉각수를 열심히 들이마셨다는 이야기라 볼 수 있겠지요. 여튼 증류수 두 통을 약국에서 구입했는데 한 통이 꽉 차게 들어가더군요. 


혹시모를 오버히트를 방지하고자 에어컨을 켜고, 천천히 올라갔습니다. 



다행히 별 탈 없이 도착했네요.


옆에는 쏘렌토의 작업이 진행중입니다. 사장님께서 미안하다고 하시면서 주말 안으로 차를 빼주겠다고 하시더군요.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지는 다시 뜯어보면 알겠죠. 여튼 보조통 가득 담아왔던 증류수는 바닥까지 내려가 있고, 오일캡을 다시 열으니 엔진 속에는 마요네즈 파티가 벌어져 있더랍니다.


좀 평화로워지려 하면 꼭 일이 터집니다. 이번 작업 이후엔 부디 별 탈 없길 빌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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