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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주 전 주말에 일본에 가 있었는데 차고에 넣어놓았던 갤로퍼의 경적이 제멋대로 울려서 배터리 - 단자를 빼놓았다는 얘기를 뒤늦게 들었습니다. 그래서 시간 날 때 수리를 해야지 마음먹고 있다가 지난 토요일에 바로 차고로 향해 핸들부터 뜯었네요.

 

구형 갤로퍼 3 스포크 핸들의 고질병이라고 하더군요. 만 31년 차의 오래된 차량인지라 당연하게도 현대정공 시절의 'HYUNDAI' 레터링이 각인된 혼캡은 나오지 않고, 개선품이자 뉴포터에 적용되었던 타원형 현대 로고가 적용된 혼캡은 구할 수 있어 다수의 차량에 뉴포터용 혼캡이 대신 달려있곤 합니다.

 

자료사진

 

마침 자료사진이 있네요.

기존 혼캡의 고질병으로 인해 이렇게 뉴포터용 혼캡을 달아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기존 혼캡 역시 살리자면 살릴 수 있습니다. 기존 혼캡의 스펀지가 다 죽어버린 상황에 날도 더운지라 동판으로 된 접점이 닿아서 경적이 혼자 울리던 상황이었고 일단 배터리를 빼놓았다고 하니 배터리 단자를 끼우기 전 핸들부터 분해하여 수리하면 되겠습니다.

 

대충 이런 상태

 

대충 본넷이 열려있는 상태로 약 일주일간 세워져 있었답니다.

 

목장갑도 보이고요. 배터리의 '-' 단자만 빠져있었습니다. 이 상태에서 먼저 만질 것은 없기에 운전석 문을 열고 핸들의 혼캡부터 뜯어내기로 합시다.

 

핸들 뒷편 볼트만 풀어주면 빠짐

 

핸들 뒷편의 볼트만 풀어주면 혼캡은 아주 쉽게 빠집니다.

 

작은 드라이버로 잘 돌려주니 볼트가 빠지고 혼캡이 떨어져 나옵니다. 크락션 배선 커넥터까지 분리하면 혼캡은 쉽게 떼어 낼 수 있습니다.

 

이미 실리콘 떡칠

 

떼어낸 혼캡을 확인합니다. 이미 실리콘이 덕지덕지 붙어있습니다.

 

이전 주인이 한 번 보수공사를 진행했었다고 합니다. 혼캡 커버 안쪽의 피스를 모두 풀어주고 실리콘까지 살살 제거해줘야 혼캡 안에 있는 동판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혼캡이 탈거된 핸들

 

혼캡이 탈거된 핸들입니다.

 

이 상태로 배터리를 연결하여 차를 차고 밖으로 빼놓습니다. 그리고 에어컨이 빵빵하게 가동되는 방 안에서 혼캡의 분해작업을 마저 진행하기로 합니다.

 

실리콘 뜯어내기

 

실리콘을 조심스럽게 뜯어줍니다.

 

마침 혼캡의 배선 역시 검정색이라 혹여나 배선을 자르지 않을까 확인해 가며 실리콘을 제거해 주고 절개선을 따라 조심스럽게 분리해냈습니다.

 

분리완료

 

혼캡 커버와 동판이 분리되었습니다.

 

커버 안쪽에 있습니다. 분리된 스위치 부분을 반대로 엎어보면 동판이 나옵니다.

 

동판

 

동판 두 개 사이에 스펀지가 붙어있고, 각 동판에 배선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즉 평소에는 스펀지로 인해 떨어져 있다가 클락션 스위치를 누르면 동판이 서로 붙어 전류가 흐르며 경음기가 울리는 원리입니다. 손만 살짝 가져다 대도 경적이 울어서 불편했는데 아마 스펀지가 오래되어 생긴 문제였을 겁니다.

 

이제 과감하게 반을 갈라 두 동판 사이에 붙어있는 스펀지를 제거해 줍니다. 

 

동판과 동판 사이

 

대충 구조는 이렇습니다.

 

동판과 동판 사이 스펀지가 붙어있어 평소에는 떨어져 있지만 경적을 누르면 동판의 튀어나온 부분이 닿아 전류가 흐르는 방식이더군요. 스펀지가 완전히 삭아있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구조도 확인했으니 도보로 1분 거리의 문구점에서 문풍지를 구입하여 돌아왔습니다.

 

문풍지

 

문풍지와 본드를 구입했습니다만, 본드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문풍지의 두께가 기존 스펀지 대비 조금 두껍긴 했습니다만, 어차피 눌렀을 때 전류만 흐르면 됩니다. 그래서 문풍지를 잘라 위에 한 줄 아래에 한 줄을 볼록 튀어나온 부분을 살짝 피해가며 붙이고 다시 조립했습니다.

 

재조립

 

조립은 분해의 역순인지라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문풍지도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았고요 많이 잡아야 한 20cm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다시 조립

 

미리 차고에서 빼놓았던 차량에 가서 다시 핸들을 조립합니다.

 

문제 없다

 

종전에는 손만 살짝 가져다 대도 울렸던지라 잘못 누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 그런 문제도 사라졌네요.

 

일반적인 다른 차량들의 경적을 누르는 수준의 힘을 줘야 경적이 울립니다. 아마 앞으로 30년은 더 타야 한번 더 뜯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구형 핸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차가 과연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쉽게 구할 수 있는 문풍지만으로도 수리가 가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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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도리

만 31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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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플립 액정을 깨 먹은 바로 다음날에 있었던 일입니다.

골목길에서 에어컨 콘덴서를 해 먹었습니다.

 

겨우 9톤을 싣고 강원도 횡성에 갔습니다. 사실상 5톤 축차 짐이죠. 25톤 운반비는 보장해 줍니다만.. 이런 경우는 복불복입니다. 진짜 적은 물량이 필요해서 주문했거나, 큰차가 진입하기 어려워 적은 물량을 여러번 주문하는 경우입니다. 후자의 경우 재고가 없어 직송을 보내는 겨웅도 있지만 소매점에서 배송을 나가는 2.5톤, 5톤차들도 가기 힘든 길이니 추가운반비를 줘가며 공장에서 나가는 큰차들에게 직송을 때려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주소를 찍어주기에 올라갈 수 있는 길이냐 물으니 충분히 큰 차들이 올라왔다고 하더군요. 아 올라는 갑니다. 힘겹게 겨우요. 누가 봐주지 않는다면 어렵고요. 좌회전도 바로 하지 못해 우회전을 하여 진행한 다음 조금 넓은 공터에서 차를 돌려 올라가야 하는 골목길 끝의 산 중턱에 있던 쓰레기 같은 곳이었습니다.

 

문제의 구간

 

고비가 세 곳이 있었는데 콘덴서가 파손된 곳이 마지막 고비였습니다.

 

올라갈 때도 옆에 있던 블록을 치워줘서 겨우 올라가긴 했는데, 내려올 때 봐주는 사람도 없고 우사(牛舍)의 지붕과 담벼락 때문에 한 번에 꺾을 수 없는 골목이기에 이리저리 꺾어 후진하다가 사진상의 시점에서 우측 아래에 사람의 힘으로 치울 수 없는 큰 돌이 하나 있었는데 꺾으며 후진하다 1축 사이로 그 돌이 들어갔고 에어컨 콘덴서가 찢겨나갔습니다.

 

처음에는 에어 새는 소리와 먼지가 좀 나기에 펑크가 났나 하고 봤더니 범퍼 아래의 에어컨 콘덴서가 찢어져서 가스가 새고 있었습니다. 이게 다 자기들도 배달 가기 좋지 않은 길인 거 알고 있으니 꽤 큰돈의 추가운반비를 부담해 가며 직송을 때려버려서 생기는 일입니다. 항의를 하려 유통회사에 전화하여 발주자 연락처를 달라 했더니만  자기 개인정보라며 번호를 주지 말고 현장하고 알아서 하라고 했다네요. 현장에서는 5톤 축차가 오는 줄 알고 있었고, 뻔히 자기도 현장 환경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 절대 연락처 주지 말라고 하겠죠. 자기가 뻔히 욕먹는 일인데 말입니다.

 

얼마나 조그마한 구멍가게 사장이라 유통업체를 두 군데나 껴서 납품을 보내는지 몰라도

비명횡사하던가 그게 좀 심하다면 부도맞고 쫄딱 망하고 재기의 기회조차 주지 말아야 하는 새끼입니다.

 

안 봐도 돈독은 잔뜩 올랐는데 나이는 뒤로 쳐먹고 대접만 원하는 틀딱일 텐데 이름 모를 구멍가게 사장새끼 한 마리 덗에 저만 이틀 연속 좆같은 일로 돈이 깨졌습니다. 아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손해를 보더라도 이 좆같은 일을 빨리 때려치워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극도의 스트레스에 도저히 정신적으로 버티지 못할 것 같아 뭘 할지라도 구체적으로 윤곽이 잡힌 다음에 정리하려 했는데 이젠 더는 참지 못하겠네요.

 

시작부터 돈 떼이고 좀 안정되니 매출바닥에 사무실 문제에 내가 박던 남이 박던 끊이지 않는 사고에 남들 2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수준의 억까도 꽤 많이 당했고요. 아무리 남들보다 운이 없고 되는 일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저랑 맞지 않는 일이라는 사실은 확실합니다. 내가 돈을 벌려고 일을 하는지 돈을 써도 이런 식으로 좆같게 쓰려고 일을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중고차였으면 진작 정리했을 텐데 무턱대고 새 차를 내려놔서 정리도 쉽지 않고 나랑 맞지도 않는 일을 3년간 억까만 계속 당해가며 굴리긴 굴렸는데, 3년간 늘어난 건 욕 말곤 없습니다. 얼마나 답답하면 무속인도 찾아가 봤을까요. 완전 상극이라며 뭘 해도 지금보단 나을 거라고 합니다. 

 

찢어진 콘덴서

 

에어컨 콘덴서가 찢어졌습니다.

교체한 지 겨우 한 달 지난 범퍼만 깨져도 좆같은데 범퍼 긁고 발판 긁고 여기까지 찢어졌네요.

 

물론 가스가 새는 와중에는 시원한 바람이 나오긴 했습니다만, 조금 지나니 당연히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겠죠. 더운 날씨에 창문을 열고 달리는 것도 한계가 있고 땀을 흘려가며 겨우 와서 정비소에 차를 집어넣었습니다. 결론은 이틀 연속으로 흔히 말하는 '씨발비용'이 나갑니다. 8월도 이렇게 새어나간 돈만 백 단위가 넘어갑니다.

 

정비소 입고

 

정비소에 입고하였으나 차가 많더군요. 한참 기다렸습니다.

 

한참 기다린 끝에 정비고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확인했습니다만 아예 콘덴서가 밀려버렸습니다. 밀리면서 냉각팬도 부러졌고 고정해 주는 파이프도 휘었다고 합니다. 예상 견적이 50 수준이었는데 그보다는 조금 적게 나왔네요.

 

그렇게 점심에 입고하여 4시가 다 된 시간에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내리기 애매한 위치에 있긴 했지만 작업 자체는 한 시간 이내에 종료되더군요.

 

탈거된 부품들

 

탈거된 부품들. 파이프 냉각팬 그리고 콘덴서입니다.

 

이틀 연속으로 이런 식으로 돈 쓰는 것도 스트레스고 8월도 역시 백만 원 단위를 넘어선지라 다만 고물상에 가져다 팔아 손톱만큼이라도 손실을 줄여보려 알루미늄 재질의 콘덴서와 철제 파이프는 적재함에 집어던져서 가지고 왔습니다.

 

396,770원

 

돈 몇 푼 벌려다가 40만 원을 썼습니다.

 

아까도 언급했지만 배달 가기 싫다고 직송을 때려버린 구멍가게 사장새끼는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튀었습니다. 이름도 성도 모르는 인간 이하의 동물만도 못 한 새끼지만 분명 그 이상의 대가를 치를 겁니다. 인생이 매일같이 이런 식이라 진짜 살기가 싫습니다. 손해를 보더라도 집어던져야지 이거 계속하다간 내가 화병 나서 뒤지던지 자살하던지 둘 중 하나를 할 것 같습니다.

 

멀리서는 오늘은 또 뭐 때문에 화가 났을까 하며 재밌게 구경하시겠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사람이 이렇게도 풀리지 않는구나 싶은 비극 그 자체인 인생입니다. 오죽하면 불과 한 두 달 전만 하더라도 잘해보자고 하던 사람들도 도저히 못 해 먹겠어서 차를 내놓겠다 하니 고생했다는 소리를 하겠습니까.

 

이 모든 것을 내려놓을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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