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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저는 비스토동호회(cafe.daum.net/mylovevisto)의 카페지기입니다.

 

말이 비스토 동호회지 잡차동호회가 된지 오래고 그마저도 코로나로 활성화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여튼 비스토 없는 비스토동호회 카페지기가 된지도 어언 1년입니다. 며칠 전 엘란을 타고 오셨던 지인분의 아는분이 자신에게 비스토 터보를 가져가라고 하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비스토 터보 마음껏 타시고 제게 팔아달라고 부탁을 드렸는데, 카페 회원님이셨고 바로 가져가라고 하시더군요;;

 

여튼 페이스북 '과거의 오늘'에 7년 전 비스토와의 추억과 관련된 사진이 올라올때마다 은색 비스토 터보가 가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하늘도 감동을 받으신건지 졸지에 은색 비스토 터보가 생겼네요. 그거 말고 카와이한 스시녀 만나게 해달라고는 한참 전부터 노래를 부른 느낌인데 언제쯤 이루어질까요.

 

바로 가져갈 생각도 없었고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저라면 믿고 보낼 수 있다고 하셔서 졸지에 비스토 터보를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물론 은색 비스토 터보를 원하는 이유는 단 하나.

 

그 차를 그대로 재현하여 소장하기 위함입니다.

 

다만 비스토 자체가 나오는 족족 수출길에 올라 매물이 매우 귀해졌고, 예전에는 자연흡기 비스토만 수출이 나가던게 지금은 LPG를 제외한 터보모델도 수출길에 오르고 있습니다. 거기에 펀카라고 소문이 자자해서 찾는 사람들은 많다보니 멀쩡한 차라면 아직까지도 꽤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런 비스토 터보를 말도 안되는 가격에 가져오게 되었네요. 월요일에 탁송편으로 차가 내려왔고, 화요일에 등기우편으로 인감증명서가 와서 이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상 비스토 터보는 처음 타봅니다. 일반 자연흡기 비스토에 미쓰비시제 터보를 겨우 0.5bar로 셋팅해놓았을 뿐인데 상상 이상입니다.

 

2002 KIA VISTO TURBO

2002년 5월에 최초등록된 비스토 터보입니다. 수동이였으면 더 좋았겠지만 오토로도 만족합니다.

신차시절에 월드컵의 열기를 그대로 느꼈을겁니다. 그게 벌써 만 18년 전 일이네요.

 

당시 가격으로 866만원. 밀레니엄 고급형에 터보팩을 추가한 차량입니다. 물론 당시 가격표상에 최고사양인 밀레니엄에도 에어컨이 옵션이더군요. 밀레니엄 고급형 666만원에 4단 자동변속기 105만원과 에어컨 50만원. 거기에 터보차저 45만원을 더하면 866만원이 나옵니다.

 

물론 다른 옵션으로 CDP와 ABS 그리고 동승석 에어백이 있었는데, 다른 옵션은 선택하지 않았더군요. 자동변속기는 논외로 두고 대부분의 비스토 터보가 이 차량과 같은 조합으로 출고되었습니다. 당시 소형차를 살 수 있는 가격에 터보차저가 장착된 경차를 살 수 있던 겁니다.

 

최고출력 70마력. 최대토크 106kg*m. 지금 나오는 1000cc급 경차인 모닝 및 스파크와 비슷한 성능이지만, 훨씬 더 가볍기에 주행성능은 이들보다 월등하다는게 대다수의 중론입니다.

 

전반적으로 매우 깔끔한 순정상태를 유지중.

전반적으로 매우 깔끔한데다가 순정상태를 유지중이였습니다.

 

비스토 터보는 펀카를 목적으로 타는 사람들이 많아 순정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이 차량 역시 비스토 터보입니다만, 대부분 순정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리어와이퍼가 스파크용이 끼워져 있는걸 제외한다면 사실상 순정 외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저도 첫 차로 비스토를 들이고 초창기에 했던 D.I.Y가 스파크용 리어와이퍼니 매우 대중적인 튜닝이라면 튜닝입니다. 다만 각도를 매우 낮게 맞춰놔서 분해하여 조금 더 올려줘야 합니다.

 

막상 이거저거 하고싶지만, 그냥 검정색 싸구려틱한 프라스틱에 주황색 락카로 도색이나 하고 타려고 합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언제라도 착색제를 이용하여 복원이 가능한 부분이니 말이죠. 다만 실내는 건드리지 않으려 합니다.

 

추억의 비스토 스파크 리어와이퍼 장착기

2013/04/17 - [티스도리의 자동차이야기] - 쉐보레 당진부품대리점 방문, 스파크 리어와이퍼 장착!

 

좌측 후휀다 부식
본넷 칠 갈라짐.

다만 이 차량의 하자라면 우측 후휀다에 살짝 올라온 녹과 본넷 칠이 갈라진겁니다.

 

부식이야 저정도라면 매우 준수한 수준이고요. 본넷이야 전전차주가 PPF 필름으로 갈라짐을 막기 위해 대강 붙여놓은 상태인데, 칠을 다시 올리던지 그게 부담된다면 스티커 하나 파서 가리고 다니면 될 일입니다. 막상 놓고 보니 저 상태로 다녀도 크게 위화감은 없으니 그냥 다녀도 될 일이고요.

 

카와이한 비스토 터보. 후드 에어스쿠프라 불리는 콧구멍이 비스토 터보의 상징.

여러분은 지금 은색 비스토 터보를 보고 계십니다.

 

우측 헤드램프에 습기가 차 있는 모습입니다. 다만 고무 커버는 멀쩡하게 잘 닫혀있네요. 만져보니 덜렁덜렁 거리는게 아마 밑에서 깨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지파츠에서 3만원에 무료배송까지 해주고 있으니 일단 뜯어서 말려보고 결정하던지 아니면 하나 사서 교체하던지 해야겠습니다.

 

뭐 그 외에도 범퍼에 살짝 칠이 까진 모습이 보입니다만, 별거 아니니 넘어가기로 합시다.

 

비스토는 뒷태가 아름답다. 본인피셜임.

비스토는 이 방향에서 바라보는것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일반 노말 비스토와 별다른 차이는 없습니다. 다만 전에 탔던 차주 누군가가 쉐보레용 터보 레터링을 붙여놓았네요. 아베오와 트랙스 1.4 터보에 붙던 그 레터링입니다. 비스토에도 터보 레터링이 있습니다. 유리창 하단 가운데에 붙는데, 비스토는 스티커 아토스는 플라스틱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가끔 비스토에도 스티커 대신 플라스틱 레터링을 붙인 차들이 보이긴 했는데 그게 순정이 아녔더랍니다.

 

여튼 스티커는 254원. 플라스틱은 1400원에 판매중이니 둘 다 구입해서 가지고 있던지 해야겠습니다.

 

RPM게이지와 부스트 게이지를 내장제에 피스로 박아놨네요.

경이롭습니다. 핸들 가죽까지도 멀쩡합니다.

뭐 오디오도 순정입니다. 거기에 액정까지 잘 살아있습니다.

 

다만 RPM게이지와 부스트 게이지를 A필러 트림에 피스로 박아놨네요. 핸들 뒤로는 터보타이머도 보이네요. 그 뒤로 밋션쿨러를 장착하여 미션오일 온도와 전압을 표시해주는 게이지가 달려있습니다. 이 게이지는 저 역시 비스토를 타던 시절에 장착했던지라 잘 알고 있습니다. 

 

이후 언제든 올순정화가 가능한 상태로의 보존을 위해서는 게이지를 다른곳으로 옮겨야 할 것 같습니다. 막상 게이지를 올릴 자리가 없는건 함정이지만요.

 

룸미러 모니터와 후방카메라.

룸미러 모니터에 후방카메라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뭐 이거정도야 순정상태와 크게 다르지 않으니 그냥 넘어가기로 합시다. 기존 룸미러 위에 액정이 내장된 룸미러 커버를 하나 더 장착한지라 룸미러가 매우 굵습니다. 그거 말곤 크게 특별한건 없었습니다.

 

이걸 왜 굳이 도어트림까지 다 도려내고 달았을까..

다만 실내에서 가장 큰 하자는 이겁니다. 도어트림을 다 잘라내고 컵홀더를 달았네요.

 

카페에서 예전에 본 기억이 있습니다만, 잘 모르겠습니다. 여튼 도어트림을 뜯어내고 마치 카페에서 주는 Tall 사이즈의 커피잔까지도 무리없이 들어갈법한 컵홀더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그래요 달아놓는것까진 좋은데 커버의 핀이 깨져서 닫을 수 없습니다.

 

커다란 인터쿨러와 호스 부풀음을 방지하기 위해 처절하게 감아놓은 호스반도들.

일반적인 논터보 비스토와 엔진룸 구조가 많이 다릅니다.

 

가득 찬 느낌이 드네요. 무엇보다도 인터쿨러와 매니홀드 위쪽으로 보이는 터보차저의 존재가 가장 크고요. 에어크리너통은 좌측 상단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전반적으로 엔진룸 상태가 매우 더러운데, 닦아내려면 애를 좀 먹겠습니다.

 

로커암 커버 가스켓이 낡아서 오일이 새고 주변으로 먼지가 달라붙어 떡이 된 상태입니다.

 

대략적으로 돈을 써야 할 부분이 보입니다. 뚜껑 여는 김에 간극도 봐주고요. 내내 거기 뜯는김에 플러그도 갈아주기로 합시다. 그 외에도 주행을 해보니 허브베어링도 나갔더군요. 허브베어링도 갈아주고 핸들이 좀 틀어져 있으니 휠 얼라인먼트까지 봐줘야 합니다. 막상 이것만 놓고 수십만원이네요.

 

다행히 터보차저나 오토밋션의 상태는 나쁘지 않아보입니다. 

 

타 78019k 신 11.8.1

타이밍벨트 작업을 2011년 8월 1일 78019km에 성이 신씨인 사장님이 하셨던걸로 보입니다.

그런것보다도 타이밍 작업부터 해줘야겠네요.

 

다들 이렇게 적어주던지 확인 할 수 있도록 표시해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지금 주행거리가 16만 2천km대를 넘어가고 있으니 타이밍 작업 먼저 해줘야 할 판입니다. 뭐 내내 뜯어내면서 다른 부분들도 쉽게 뜯을 수 있을테니 겸사겸사가 되는거겠죠.

 

추억의 비스토 타이밍벨트 교환기

2014/02/09 - [티스도리의 일상이야기] - 140209 비스토 타이밍벨트세트 교환

 

추억돋네. 테네시 미션쿨러.

그렇습니다. 저도 제 비스토에 장착했던 경험이 있는 테네시 미션쿨러의 써모밸브입니다.

 

하나하나가 다 추억입니다. 미션쿨러 써모밸브를 은박 단열재로 잘 감싸고 케이블타이로 묶어놓았네요. 테네시라는 분이 비스토를 타시다가 한계를 느끼고 개발하셨던걸로 아는데 아직도 클럽 테네시 카페는 운영중이네요. 여튼 다 겪고 지나갔던 일인지라 제게는 그저 추억입니다.

 

추억의 비스토 공냉식 미션쿨러+써모밸브 장착기

2013/08/05 - [티스도리의 일상이야기] - 비스토 미션쿨러,써모밸브 장착기 (1) 수술대에 오른 비스토

2013/08/07 - [티스도리의 일상이야기] - 비스토 미션쿨러,써모밸브 장착기 (2) 공냉식 미션쿨러 만세!

 

계기판은 LED 근데 실내등은 전구. 응 뭐지?

달려보았습니다. 확실히 전혀 다른 차를 타는 느낌입니다.

동력손실이 엄청난 자트코(JATCO) 4단 자동변속기(JF405E)가 달려있음에도 가뿐합니다.

 

닛산의 변속기 제조 자회자인 자트코에서 90년대 일본의 660cc급 경차용으로 개발했던 JF405E 이 변속기가 비스토 아토스를 시작으로 구형모닝과 올뉴마티즈 그리고 M300 스파크까지 적용되었습니다.  뭐 제 첫차인 01년식 비스토 역시 오토였던지라 그 악명이라면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그에 질려 스파크를 수동으로 구입하게 된 것이고요.

 

여튼 동력손실이 매우 큰 변속기임에도 주행에 큰 지장을 받진 못했습니다.

0.2bar만 올라가도 터보차저의 위대함을 체감 할 수 있었습니다.

 

악셀을 꾹 밟지 않아도 작은 언덕정도는 문제없이 나갑니다. 다만 4단 변속기의 기어비 탓인지 시내 실용영역에서는 터보차저를 잘 활용하여 시원한 주행이 가능한데 살살 다니다가 변속을 하면 중고속에서는 터보렉이 걸려버리네요. 뭐 그걸 방지하자면 RPM을 높게 끌어다 쓰고 변속을 하면 되긴 합니다만, 그렇게들 타다보니 기름을 퍼먹습니다.

 

체감상으로는 스파크 수동을 타면서도 기어를 3단에 놓고 속도가 줄어들며 올라가던 언덕을 풀악셀을 치지 않아도 4단 오토의 3단으로도 충분히 잘 치고 올라갑니다. 터보차 특유의 빨려나가듯이 나가는 맛은 덜하지만 그래도 느껴지긴 느껴집니다. 같은 비스토인데도 전혀 성능에 대한 불만이 느껴지지 않는다는게 참 경이롭기만 합니다. 오토가 이 수준인데 수동은 얼마나 더 대단할까요.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비스토 리턴즈. 폐차장의 이슬로 사라진 내 첫차에 대한 추억팔이는 이제 시작됩니다.

폐차장 탐방을 하며 목격했던 비스토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포스팅이 다음 메인에 올랐었는데, 이번에도 비스토로 다음 메인을 노려보기로 합시다.

 

대략 6년만에 터보로 업그레이드 된 비스토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그래봐야 락카칠 이야기가 주를 이루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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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목격기라고 하기는 애매한 엘란의 동승기를 남겨보기로 합니다.

 

지난 토요일입니다. 엘란을 타고계신 회원분께서 저를 보고싶다고 찾으시기에 연락을 드렸고, 토요일 집 근처에서 뵐 수 있었습니다. 빨간색 엘란을 타고 오셨는데, 그 엘란이 그냥 엘란도 아니고 휠과 서스펜션 그리고 머플러 팁을 제외하면 사실상 올순정 상태로 보존된 차량이였습니다.

 

엘란(ELAN)은 영국의 로터스(LOTUS)에서 생산하던 2인승 로드스터였습니다. 1세대 모델을 거쳐 탄생한 2세대 모델이 만년 적자를 보던 와중 엘란에 대한 상표권과 생산라인을 기아자동차에 매각하여 탄생하게 된 것이 기아의 엘란입니다. 사실 기아자동차는 당시 로터스 엘란의 경쟁모델이던 마쯔다의 MX-5(유노스 로드스터)를 도입하여 라이센스 생산하려는 목적이였지만, 이것이 수포로 돌아가자 엘란의 생산라인을 가져오게 된 것이였습니다.

 

여튼 96년 출시되었으나, 당시 기아자동차에서 손해를 감수하고 가격을 책정했음에도 대형차 수준의 비싼 가격을 자랑하던 엘란은 IMF 이후 기아그룹이 부도를 맞으며 오히려 손해를 보고 판매하던 차량이였던지라 99년 단종되고 맙니다. 총 1055대가 생산되었고 이 중 200여대는 일본에 수출된 차량인지라 대한민국 땅에 판매된 엘란은 천대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실 엘란을 지나가면서만 봤지 가까이에서 보거나 타 본 적은 없었습니다.

처음으로 가까이 마주하게 되었고, 동승까지 하게 된 것이였습니다.

 

빨간색 엘란. 녹색 전국번호판.

 

흰색 전국번호판이 등장한지도 대략 15년 가까이 지나 지금은 보기 귀해진 녹색 전국번호판의 모습도 보입니다.

 

대략 국내에 800여대가 판매되었고, 그 중 여러 사유로 방치되거나 폐차된 차량들도 다수 존재할테니 현재 대한민국 땅에서 살아 돌아다니고 있는 엘란은 절반 수준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모로 다시는 대한민국 브랜드에서 이런 자동차를 만들지도 않을것이고 상징성이 강한 차량이기에 그 가치는 시대가 변해도 꾸준히 인정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KIA ELAN

 

날도 좋고. 뚜껑 열고 다니기는 더더욱 좋습니다.

 

조금 더 추워진다면 뭐 어쩔 수 없겠지만, 지금처럼 푸른 하늘이 펼쳐지고 딱히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라면 오픈카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겠지요. 여러모로 기아차지만 기아차 같아보이지 않는 이 엘란을 처음 가까이에서 본 소감은 지금도 충분히 먹어준다였습니다. 아 물론 범퍼 하나에 100만원이고 국산차인데 영 구하기 힘든 부품과 어지간해서는 엄두도 못내는 수리비를 생각한다면 지금도 충분히 먹어주는 차량이지만, 막상 구입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어디 좋은 직장 다니고 능력 좋으신 분들이 아껴주셔야지 저같은 서민은 가질 수 없습니다.

 

순정 흘림체 레터링과 기아 엠블렘이 붙어있습니다.

 

대부분 도색 혹은 기아마크가 촌스럽다고 떼어버려 제치로 붙어있는 차량이 매우 드뭅니다만, 이 차량은 모두 제치로 부텅있습니다. 지금은 저 레터링조차도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여러모로 매우 귀한 레터링과 엠블렘이 모두 공장 출고 제치로 붙어있는 매우 귀한 차량입니다.

 

뭐 복원도 좋지만, 일단 가장 중요한것은 온전한 상태로 보존된 제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엘란은 기아에서 국산화를 하며 기존 양산형 차량의 부품을 대거 사용하였습니다.

 

대표적으로 저 핸들은 크레도스와 카니발 카렌스 스펙트라 등 그 당시 기아자동차 차종에 고루 적용되던 고급 가죽 에어백 핸들입니다. 계기판은 크레도스의 것을 사용했고요. 기어노브 역시 크레도스 수동변속기 차량에 적용되는 것과 동일합니다. 스위치 역시 당시 기아 범용 스위치를 사용했습니다.

 

마치 요즘 개발되는 군용차에 민수용 차량 부품이 다양하게 활용되는것처럼 말이죠. 여튼 엘란의 순정핸들과 순정 기어노브 그리고 오디오는 매우 보기 어렵습니다. 그동안 심심할때마다 엔카에 들어가 엘란 중고매물을 많이 보았지만, 가끔 순정 에어백 핸들이 장착된 경우는 볼 수 있었어도 순정 오디오가 장착되었던 차량은 단 한번도 보지 못했으니 말이죠.

 

엘란을 타고 차주분과 함께 달려봅니다.

 

슈퍼카처럼 미친듯이 튀어나가지는 않습니다만, 슈퍼카에 준하는 감성을 자랑합니다. 속도를 올리면 올릴수록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색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됩니다. 직접 운행해보지는 않았지만, 차주분은 슈퍼카에 준하는 핸들링이라 하시더군요. 아 그렇습니다. 95년 출시된 기아자동차의 중형 승용차인 크레도스도 개발과정에서 로터스에 승차감과 핸들링에 대해 외주를 줘 나름 동급 대비 우수한 승차감과 핸들링 능력을 선사했었습니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우수한 핸들링 감각을 선사하겠죠.

 

 

볼트게이지와 오일 압력 게이지 그리고 아날로그 시계의 모습이 보입니다.

 

비상등 스위치는 구형 세피아용 부품을  그대로 사용하였습니다. 어릴적 패밀리카가 구형 세피아였던지라 매우 익숙하게 보이네요. 기아에서 국산화를 거치며 눈에 보이는 여러 부분이 국산 부품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순정 1din CDP 오디오입니다.

 

고사양 트림인 하이팩 차량인지라 CDP 오디오가 적용되었다고 합니다. 뭐 그렇지 않은 차량은 일반적인 카세트 테이프가 들어가는 오디오가 적용되었지요. 당시만 하더라도 CDP는 고급 옵션에 속했습니다. 뭐 지금은 블루투스로 노래를 듣는게 가장 대중화된 음악 감상 방법이지만 말이죠. 당시 대부분의 기아차가 그렇듯이 알파인제 데크입니다.

 

조수석 대시보드에 붙어있던 엘란 뱃지의 모습도 보입니다.

 

금장 기아로고와 엘란 레터링. 역시나 엘란 중고매물을 보면 대신 다른것이 붙어있곤 합니다만, 이것 역시 순정이라고 합니다. 여러모로 매우 귀한 순정상태의 엘란입니다. 뭐 순정이 아닌 서스펜션은 순정을 보유중이셨고, 순정휠은 전 주인이 보유하고 있던 시기에 엿장수가 훔쳐가서 결국 사라졌다고 합니다.

 

다들 로터스 엠블렘을 붙이고 다니니 생소하게만 느껴지는 엘란 하이팩용 엠블렘

 

초기형의 경우 기아마크가 붙은 차량들도 있었답니다만, 마치 스포츠팀 로고같이 생긴 하이팩용 엠블렘이 부착되어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사제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기아 정품이 맞습니다.

 

주행을 마치고 가까운 공원에 도착하니 지나가던 어르신께서 유심히 보고 가십니다.

 

분명 기아차인데 기아에서 이런 차를 만들었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수백대 남짓 남아있는 차량인지라 어딜 가나 시선이 집중됩니다. 관심을 느끼고 싶으시다면 한대 구입해보시는걸 추천합니다. 다만 관리가 매우 어렵고 어지간히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것이 문제죠.

 

트렁크도 열어봅니다. 생각보다 엘란의 트렁크는 넓었습니다.

 

골프백 하나정도 들어가는 수준의 공간입니다. 킥보드 하나도 쉽게 들어갈 수준이고요. 작은 체격의 로드스터가 트렁크가 커봐야 얼마나 크겠나 싶었습니다만, 예상 외로 큰 공간에 놀랐습니다. 그리고 워셔액 보조통도 협소한 엔진룸 대신 트렁크에 존재하네요.

 

나름대로 트렁크 마감도 꼼꼼히 신경을 쓴 모양입니다.

 

트렁크 경첩을 고정하는 볼트에서도 빛이 나고 있습니다.

 

하이팩 차량이라 순정 가죽시트가 적용되었다고 합니다.

 

사제처럼 보이지만 순정입니다. 특유의 엘란 레터링의 모습도 보이고요 바디컬러와 동일한 빨간색이 포인트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차량은 직물시트가 적용되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 좁은 공간으로도 시트 뒷편으로 우퍼박스가 들어있다고 합니다.

 

 

이런 자잘한 부분까지도 가죽으로 마감을 했고, 엘란 레터링을 각인했습니다.

 

엔진룸을 열어봅니다. 기아자동차에서 자체개발한 1.8L T8D 엔진의 모습이 보이네요.

 

대다수가 흡기라인을 개조하여 순정 흡기라인이 그대로 살아있는 차량은 매우 보기 드물다고 합니다. 순정 흡기시스템이 그대로 살아있는 매우 귀한 차량이라는 이야기겠죠. 뭐 크레도스와 동일한 그 엔진 그대로 쓰지만, 출력은 훨씬 높습니다. 지금이라면 뭐 그저 그런 성능으로 느껴지겠지만, 당시로서는 획기적으로 느껴질법한 최고출력 151마력과 최대 토크 19.0kg*m를 자랑합니다.

 

딱히 손을 대지 않은 차량인지라 엔진룸 내부 스티커까지 모두 살아있습니다.

 

당시 공인연비는 11.8km/l. 물론 지금 기준으로 측정한다면 8~9km/l 수준밖에 나오지 않겠죠. 엔진 조정과 관련된 안내문과 배출가스 관련 부품 보증기간에 대한 설명이 존재합니다.

 

 

냉각수 보조통 캡 역시 순정이라고 하네요.

 

대부분 순정을 구할 수 없어 다른 차량용 캡을 구해다 끼운다는데, 이 차량은 출고 당시부터 제치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따로 냉각수가 배출되는 구멍이 없이 캡에서 배출된다고 하네요.

 

차대번호는 1033번입니다. 1055대가 생산되었던 엘란 중 끝물 모델이라 보면 되겠죠.

 

원부상 99년 10월에 제작되어 등록되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기아자동차주식회사는 결국 현대자동차에 합병되었고, 한동안 개성있고 실험적인 자동차를 만들어내던 기아자동차는 그저 현대의 아류로 특색없는 자동차만 만들던 브랜드기도 했습니다. 2000년대 후반부터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하여 디자인적으로 두각을 나타내어 지금은 디자인만 놓고 본다면 현대보다 우수한 평가를 받는 모델들도 많습니다만, 엘란이 생산된 이 시기 이후 현대의 손에 들어간 기아차는 한동안 정말 암울했습니다.

 

다시 엘란을 타고 이동합니다.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입니다.

 

사이드미러는 수입이였을까요? 한글로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대신에 'Objects in mirror are closer than they appear'가 적혀있네요. 엘란뽕이 차오릅니다만, 애석하게도 유지를 할 수 없으니 살 수 없습니다. 뭐 로또 맞으면 살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지하주차장에 도착하여 내리려 하니 룸미러에서 등이 켜지네요.

 

뭐 일부 오픈카가 이런 구조의 룸미러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만, 여러모로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엘란 차주님과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습니다.

 

다음에도 엘란으로 뵐 수 있을지, 고민끝에 구입하시게 된 새 차량으로 뵐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여러모로 저와 올드카에 대한 철학이 어느정도 일맥상통하셔서 좋았습니다. 스토리가 있는 차를 좋아하는것도 그렇고요. 어짜피 오래된 자동차인데 조금 낡아보이면 뭐 어떻습니까. 무조건 새걸로 바꾼다고 능사는 아니지요. 당연하게도 빈티지 튜닝카들은 말 할 가치도 없고요. 좋은 주인을 만난 엘란이 앞으로도 순정 상태를 최대한 유지하며 오래오래 살아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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