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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올드카 목격담은 외곽순환고속도로 시흥 IC 부근에서 목격한 98년식 레간자입니다.

 

소리 없이 강하다는 캐치프라이즈를 들고 나왔던 대우의 독자개발 중형 세단인 레간자는 출시 당시 획기적인 광고로 관심을 얻는 데 성공했습니다. 차는 기억하지 못해도 개구리가 나왔던 이 광고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으니 말이죠. 여튼 97년 3월. 레간자는 그렇게 큰 관심을 받으며 시장에 등장했습니다만, 곧 현대의 EF소나타가 등장하고 비등하게 경쟁이라도 가능했지만, 이건희의 야심작 삼성자동차의 SM5가 등장하며 곧 관심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IMF를 겪고 대우그룹이 어려워지며, 99년 준대형으로 출시 예정이던 매그너스가 중형차 포지션으로 출시되며 레간자는 염가형으로 판매되다 2002년 단종되었습니다. 먼저 출시되었던 라노스 누비라와 함께 패밀리룩을 이루고 나름 중형차 최초로 5홀 휠과 풀오토 에어컨을 적용하는 등 고급화에도 꽤 신경을 썼습니다만, 어수선한 분위기와 후속 차종의 빠른 등장으로 애매한 퇴장을 하고 말았습니다.

 

여튼 이번에 목격한 레간자는 5홀 15인치 알루미늄 휠이 적용된 모습으로 보아 2.0 DOHC 모델에 트림은 정확히 확인이 불가하지만, 상위급 모델로 추정됩니다.

 

1998 DAEWOO LEGANZA 2.0 DOHC

크고 아름다운 요즘 차들 사이에 조금은 왜소하게 느껴지는 레간자가 있었습니다.

 

소리 없이 강했지만, 2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른 2022년 이 시점에서는 소리가 없지도 않고 강하지도 않습니다. 함께 도로 위를 누비던 차량들도 모두 폐차장의 이슬로 사라지거나 수출길에 올라 이 땅을 떠났지만, 녹색 전국번호판이 부착된 레간자는 아직 대한민국 땅을 달리고 있습니다.

 

로고는 GM대우 로고가 붙어있고, 우측에는 DAEWOO 레터링이 붙어있습니다. 그 아래에는 포르쉐 엠블럼 스티커가 붙어있네요. 왜 붙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우와 포르쉐가 공존하고 있는 레간자입니다. 쉐슬람들조차 대우를 부정하고 혐오하고 대우 마크 못 떼서 안달인데 감히 포르쉐 같은 고급차 타는 분들은 서민들 타는 대우차에 붙어있다는 그 자체를 수치로 여길지도 모르겠지만요.

 

AIR BAG

당시 고급 안전 옵션인 에어백이 적용되었다고 뒷유리에 자랑스럽게 스티커가 붙어있습니다.

 

ABS는 적용되지 않았고, 에어백만 적용된 차량이네요. 2000년대 초중반까지 이렇게 적용된 안전사양이 무엇인지 자랑 겸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 나오곤 했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출고와 동시에 틴팅을 하러 보내니 모두 떼어내는 스티커입니다만, 노썬팅으로 25년 가까운 세월을 버텨왔으니 이 스티커도 그대로 살아있는듯 보입니다.

 

1998 DAEWOO LEGANZA 2.0 DOHC

전반적으로 부식 없이 깔끔한 상태입니다.

 

당시 대우차가 특히 부식에 취약하여 쇼바가 휠하우스를 뚫고 나와 폐차장의 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만, 이 레간자는 25년 가까운 세월을 지하주차장에서 보냈는지 육안상의 외판부식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상태라면 분명 하체 상태도 깔끔하리라 생각됩니다. 부식으로 큰 문제가 되었던 차량이고 부식으로 인해 폐차장에 간 개체가 상당한 차종이기도 합니다만, 이렇게 우수한 상태로 살아있다는 사실이 경이로웠습니다.

1998 DAEWOO LEGANZA 2.0 DOHC

그렇게 항동지구에서 저는 직진. 레간자는 좌회전을 하네요.

 

레간자의 후속인 말리부가 생산되는 부평 2공장이 11월 폐쇄되며 이와 함께 중형세단 말리부가 단종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완전한 직계 후속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우시절부터 이어지던 유구한 전통을 가진 중형 세단이 단종된다는 사실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우리 고유의 브랜드 대우를 지켰더라면, 아직도 이 땅에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대우 브랜드로 승용차를 생산했더라면..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지 의문입니다.

 

대우를 잊은 쉐슬람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비록 대(代)가 끊어지는 레간자입니다만, 부디 오랜 세월 주인과 함께 도로를 달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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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올드카 목격담은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리던 그레이스입니다.

 

당시 현대차가 다 그러했듯 미쓰비시와의 기술제휴로 탄생했던 차량입니다. 출시 당시 최신형 모델이던 3세대 델리카를 기반으로, 2004년 단종 시까지 풀체인지 수준의 부분변경을 거쳐가며 판매했었습니다. 최근에도 서울 시내에 살아있는 97년형 뉴 그레이스를 올드카 목격담에서 다뤘었죠. 

 

 

1997 현대 뉴 그레이스 (1997 HYUNDAI NEW GRACE)

오늘의 올드카 목격담은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목격한 지역번호판이 부착된 뉴 그레이스입니다. 지방에서는 그래도 가뭄에 콩 나듯 보이는 수준입니다만 서울에서 적폐 취급당하는 5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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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 1993 현대 그레이스 (1993 HYUNDAI GRACE)

오늘의 올드카 목격담은 홍성 외곽의 한 자동차 부품점에서 사용중이던 그레이스의 이야기입니다. 지난해 11월 대전에서 꽤나 준수한 상태로 주행중이던 같은 사양의 청색 차량을 짧게나마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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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 1993 현대 그레이스 그랜드살롱 (1993 HYUNDAI GRACE GRAND SALOON)

오늘 대전의 한 골목길에서 목격한 차량입니다. 골목길을 돌아 대로를 타고 대전IC에 진입하려 하는데, 구형 지역번호판을 부착한 그레이스가 보이네요. 곧 신호가 바뀌고 재빨리 우회전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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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 현대 그레이스 6밴 (HYUNDAI GRACE 6 VAN M/T)

그레이스는 신군부 시절 정권에 의해 단종되었던 HD1000 승합차의 계보를 잇는 현대의 원박스형 승합차입니다. 당시 기술제휴 관계에 있었던 미쓰비시의 미니밴인 델리카 3세대 모델을 들여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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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많이 다뤘던 차량입니다만, 오늘 올드카 목격담에서 다룰 차량은 차체 색상이 좀 특이합니다.

 

구형 엑센트(X3) 초기형에 적용되던 '사하라 레드'컬러가 적용된 차량입니다. 지금은 그냥 영업용 봉고차 취급이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지금의 카니발과 같은 레저용 차량 취급이였기에 색상 선택의 폭도 다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잠시 당시 최신형 소형차였던 엑센트에 적용되었던 컬러가 승합차인 그레이스에 함께 적용되기도 했습니다. 

 

1995 HYUNDAI GRACE

서해대교를 내려가는 길에 멀리 그레이스가 달려오기에 핸드폰을 들었습니다만...

빨간 그레이스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칼치기까지 해가며 내려오네요.

 

순정 데칼도 깔끔하게 제 색을 유지하고 있었고, 특유의 차량 컬러 역시 바래거나 찍힌 부분 없이 잘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중간에 도색을 새로 올리고 데칼도 새로 붙인 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대다수의 그레이스가 영업용으로 굴려지며 상태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중간에 올수리를 했다 하더라도 상당히 귀중하게 느껴집니다.

 

1995 HYUNDAI GRACE

차량 내부가 보여야 9인승인지 12인승인지 파악을 하겠습니다만.. 진한 틴팅으로 가려져 있었습니다.

 

승합차 본연의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캠핑카로 개조했을지는 모르겠지만 곧 30을 바라보는 그레이스는 자신보다 20년 이상 어린 차량들 사이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특유의 완두앙금빵처럼 생긴 휠커버도 잘 굴러가고 있었고요. 마치 2000년대 초반으로 돌아간 느낌을 주네요.

 

1995 HYUNDAI GRACE

그렇게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경기74 고'는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발급된 번호판입니다. 아마 한 자리 수 지역번호판에서 소유주가 변경되었거나 차주의 주소지가 옮겨오며 지금의 번호판으로 변경되었을겁니다. 딱히 흠을 잡을만한 구석이 없는 매우 준수한 상태로 노익장을 과시하며 달리고 있었습니다.

 

저감조치를 마쳤을지는 모르겠지만 디젤이라면 5등급 노후경유차. LPG 모델이라면 역시 곧 규제가 시작되는 4등급 차량입니다. 어떤 이유에서 급하게 달려갔을지는 모르겠지만, 규제와 세월 앞에서 폐차장의 이슬로 사라지지 않고 오랜 세월 도로 위에서 그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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