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올드카 목격담은 90년대 중반 현대에서 소나타 2를 기반으로 출시한 고급 중형세단 마르샤입니다.
95년 3월 출시되어 IMF의 직격타를 맞은 98년 10월까지 3년 조금의 짧은 시간 동안 판매되었고, 지금도 그렇지만 좋은 차는 큰 차라는 인식이 강한 대한민국 시장에서 실패한 차량 중 하나로 손에 꼽히기도 하지요. 지난주 서해안고속도로 일직분기점 부근에서 97년 1월에 등록된 마르샤를 오랜만에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영등포구에서 발급된 '서울48'로 시작하는 지역번호판을 부착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라쿤처럼 생긴 후면부 디자인에 주로 어두운 색상의 차량들을 자주 봐왔던지라 흰색 마르샤는 뭔가 좀 더 새롭게 느껴지더군요. 요즘 차량들과 비교해서는 당연히 왜소하고 내내 차령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앞에 지나가는 뉴 EF 쏘나타와 비교해도 왜소한 외관이 눈에 띕니다.
대우에서 중형차인 프린스를 고급화한 살롱 브로엄이나 이후 현대가 인수한 기아에서의 옵티마와 리갈의 관계처럼 마르샤 역시 중형차인 쏘나타2를 기반으로 고급화했던 차량입니다. 쏘나타와 동일한 2.0 시리우스 엔진과 함께 그 시절 G70과 비슷했던 포지션으로 V6 2.5 레터링이 붙은 2.5 시그마 엔진이 적용되기도 했었죠. 지금 보면 저게 그런가 싶지만 쏘나타 대비 스포티한 외관과 함께 전장은 70mm 정도 길고, 전고는 45mm 낮았었습니다. 어디까지나 큰 차를 좋아하고 무조건 큰 차가 좋은 차라는 인식이 강한 대한민국 시장에서의 흥행엔 실패했지만요.
부식도 보이지 않고 상당히 깔끔한 모습으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썬루프는 흰색으로 칠하신 것인지, 아니면 중간에 한 번 올도색을 거쳤는지 몰라도 육안상 부식도 잘 보이지 않을 수준으로 깔끔했습니다. 지하주차장에서만 모셔져 살았던 차량인지 누군가가 복원을 목적으로 하나하나 만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어도 깔끔한 상태로 28년의 세월을 버텨왔습니다.
휠의 경우 97년형 아반떼도 비슷한 디자인의 5 스포크 알루미늄휠이 적용되었죠. 아반떼 휠과는 약간 다릅니다만, 사실상 마르샤보다 아반떼가 더 많이 팔렸던지라 이 디자인은 아반떼에서 본 기억이 더 많습니다.
특유의 날렵한 눈매와 촘촘한 그릴이 인상적입니다.
최후기형인 98년형부터 그릴의 형상이 덜 촘촘한 가로줄로 바뀌긴 했는데 아직까지 마르샤라 하면 이 그릴이 가장 먼저 떠오르곤 합니다. 쏘나타에 비슷한 튜닝 그릴을 끼운 차들도 종종 보이기도 했죠. 소나타 2의 부분변경 모델인 쏘나타 3으로 넘어오면서 헤드램프 디자인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 중간에 미약한 판매량 상승이 있었다고 합니다만, 어디까지나 미약한 수준이었고 단종은 피해 갈 수 없었습니다. 또한 쏘나타3의 수출형 모델은 마르샤와 동일한 대시보드 및 센터패시아가 적용되었고 쏘나타와 호환되는 부품이 많아 쏘나타 차주들이 종종 마르샤의 내장부품을 끼우곤 했었다고 합니다.
여담이라면 마르샤의 풀오토 에어컨 공조기는 무려 2008년 유로4 이전까지 대형트럭에 사용되었습니다. 현대의 슈퍼트럭과 뉴 파워트럭을 거쳐 유로 3 트라고까지 같은 디자인의 공조기가 적용되었으니 마르샤의 단종 이후 무려 10년간 공조기는 더 생산되었던 것입니다.
뒤 휠하우스 자리에 살짝 부식이 보입니다만 경미한 수준이네요.
그렇게 자신보다 20년 이상은 늦게 세상에 나온 차들과 비등한 속도로 달리다 분기점을 빠져나가더군요.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많이 팔리진 않았지만 그럭저럭 보이던 마르샤가 이젠 언제 봤었나 기억조차 나지 않아 이렇게 보게 되면 반가워서 사진을 찍는 차가 되어있습니다.
95년 출시 초기에 출고하여 한 자리 지역번호판이 부착된 차량이 예전에도 극소수 보였었는데, 전국번호판 시행 역시 20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는 두 자리 지역번호판도 이렇게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과연 남아있는 개체가 있으련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분기점까지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제 갈길로 향했습니다. 앞으로도 오랜 세월 차주분과 함께 지역번호판을 유지하며 잘 달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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