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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목요일이던가. 아마 그럴겁니다. 집에서 누워있다가 바로 옆 아파트단지에서 폐차장행 오더가 올라오길래 그냥 잡았습니다. 그저 그런 평범한 똥차겠거니 생각하고 잡았는데, 차종이 스테이츠맨이더군요. 


비운의 대형세단 스테이츠맨은 2004년 여름 전국민적인 인기를 끌었던 SBS드라마 '파리의 연인'에 주인공 역할을 맏았던 박신양이 타고 나와 관심을 받았고, 이 기세를 몰아 2005년 5월 호주 홀덴에서 OEM 형태로 제조 및 수입하여 한국시장에 출시했지만 부족한 현지화와 빈약한 편의사양 탓에 결국 출시 1년 2개월만인 2006년 7월. 단종되고 맙니다.


스테이츠맨은 옛 대우시절 개발중이던 플래그쉽 세단 쉬라츠의 후속격 포지션으로 홀덴의 2세대 카프리스 WL형의 고급 세단형 모델인 스테이츠맨에 돼지코 대우 엠블렘만 부착하여 이름 그대로 수입한 OEM 차량입니다. 당연히 보험료 역시 수입차 보험료를 내며, 대우차 주제에 수입차인 부품값 역시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지요. 



아파트 지하 3층. 구석 한켠에 자리잡고있는 이 차가 바로 스테이츠맨입니다.


엄청나게 긴 휠베이스가 이 차의 상징. 후륜구동에 5단 변속기를 물렸고, 2.8L 3.6L급 V6 알로이텍 엔진이 탑재되어 당대 대형세단 중 주행성능만 놓고 본다면 가장 월등했습니다. 거기에 거의 유일한 장점으로는 당시 판매량으로 엎치락 뒤치락 하던 에쿠스와 체어맨보다도 훨씬 길고 넓은 레그룸을 자랑합니다.



방전입니다. 봄에 한번 타고 10월까지 그냥 놔둔차라고 하네요.


3.6리터 알로이텍 엔진은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었습니다. 후속모델인 베리타스를 가지고 와서 점프를 대어보지만, 완전히 방전이 된 차량이라 이거 뭐 시동이 걸리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결국 긴급출동 서비스를 불렀고, 휴대용 스타터의 엄청난 출력으로 시동을 걸기까지 약 1시간 가까이 지연되었었습니다.


일단 여기저기 차 상태를 확인합니다.



이미 백화가 일어나 볼품없는 16인치 알로이 휠.


2006년 5월에 등록된 나름 후기형 차량입니다만, 이미 에쿠스와 체어맨은 최고사양에서 17인치 휠을 장착해서 나왔고. 오피러스는 2006년 부분변경 이후 17인치 휠을 장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차체 대비 너무 작은 휠도 스테이츠맨의 마이너스 요소였습니다.


그리고 편마모를 먹은 타이어에서 타는 냄새가 나고 철심까지 보이는지라 가던 도중 스페어타이어로 교체하려고 긴급출동을 또 불렀지만, 스페어타이어는 림에서 바람이 새는 관계로 공기압만 채우고 조심스레 폐차장까지 갔습니다.



긴급출동을 기다리며 이곳저곳을 살펴봅니다.


독일제 블라우풍트 오디오는 장착되어 있었지만, 에쿠스도 체어맨도 다 달고 나오던 AVN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단지 트립컴퓨터 하나만 센터페시아 상단에 위치해 있고요. 역시 터치는 당연히 불가하고 컬러액정이 대세가 된 시점에서는 구닥다리 시스템에 불과했습니다.


거기에 동급 경쟁차종들은 풋브레이크와 전자식브레이크로 넘어간 마당에 혼자만 핸드브레이크 래버를 그것도 보조석 방향에 놓은 것 역시 당대에 줄기차게 까였던 부분이였습니다. 물론 본판 모델인 홀덴의 카프리스는 좌측통행 국가인 호주에서 판매되는 우핸들 모델인지라 딱히 문제가 되는 부분이 없었는데, 우측통행을 하는 좌핸들 국가로 판매되면서도 이 부분 고려하진 못한듯 보입니다.



죄다 동급 모델 대비 떨어집니다만, 패들쉬프트 하나만큼은 거의 동급에서 유일했습니다.


엄청나게 길은 휠베이스로 인한 레그룸 말고도 장점이 하나 더 있었네요. 다만 기어 래버를 D에 놓고는 이 패들쉬프트를 사용할 수 없었고, 매뉴얼 모드에 놓은 뒤에만 사용이 가능했습니다. 



트렁크 역시 넓습니다.


낮고 넓은 트렁크에는 커다란 골프백도 4개 가까이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90년대 느낌이 물씬 풍겨오는 도어트림.


나름 고급스럽습니다. 재질도 그렇고요. 다만, 너무 노티가 나는건 사실입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경쟁차들은 도어록과 도어캐치가 함께 붙어있는 방식으로 설계를 했지 도어록 스위치가 저리 튀어나오게 만들던건 90년대 초중반에나 있었던 일입니다.



보조석 에어백과 고급스러운 엠블렘. 그리고.... 트렁크를 열 수 있는 스위치가 숨어있습니다.


생각보다 작았던 수납장. 그리고 수납장을 열면 보이는 좌측 상단의 동그란 버튼을 눌러야 트렁크를 열 수 있습니다. 트렁크를 열기 위해서는 쓸모없이 수납장을 열고 닫는 행해야 합니다. 이런 편리하지 못한 고급차였으니 뭐 팔리는게 용할정도.



메인키로는 일체형 리모콘키가. 보조키에는 GM의 로고가 박혀있네요.


그렇습니다. 지금은 정리된 대우도 당시 GM의 브랜드였고, 홀덴 역시 GM 산하의 브랜드였죠. 그런고로 열쇠에도 GM 로고가 박혀있습니다.



자랑스럽게 부착된 V6 알로이텍 레터링.



사이드미러를 고급스럽게 치장해주었던 크롬 커버 역시 녹 앞엔 장사 없었습니다.


물론 거울의 각도는 전동으로 조절이 됩니다만, 고급차 주제에 접히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까였던 요소 중 하나인 팝업안테나..


라디오를 켜면 올라옵니다. 에쿠스는 99년 출시부터, 체어맨도 2000년 부분변경부터 글라스 안테나가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만, 2005년에 시장에 첫 선을 보인차가 이러고 있습니다. 이거 뭐 쌍팔년도 차도 아니고... 



스타터에서 강한 전류를 흘려 겨우 시동을 걸었습니다.



주행거리 130,428km.


생각보다는 많이 안탔습니다. 다만 문제가 있다네요. 브레이크에 이상이 있고, 오무기어가 나가서 조심히 가야한다고 합니다. 물론 수리비는 국산 대형차의 2배 이상 들어가겠지요. 그런 연유에서 2006년 5월식 차량임에도 폐차장으로 향하게 된답니다. 살짝 차를 꺼내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을 살펴봅니다.



약 6개월 지하주차장에서 방치되었던 스테이츠맨은 최후를 맞이하러 마지막 주행에 나섭니다.



손은 이미 더러워졌습니다.



이 골때리는 차. 앞에는 액정 하나 넣어주지도 않더니, 헤드레스트에 모니터가 두개나 박혀있네요.


그렇습니다. 쇼퍼드리븐도 좋지만 하나만 가져다가 앞에 박아주면 얼마나 좋습니까.



고급스러운 대우 엠블렘이 부착된 매트와 함께 보이는 이것. 후석만을 위한 AV시스템입니다.


파나소닉제 제품입니다. 앞에는 독일제 뒤에는 일제.. 뭐 이런 짬뽕조합이 있는지...


이미 동급차량 기본적용은 물론이고 중형차까지 옵션 선택이 가능했던 시기인데...

90년대 초반에나 볼법한 사이드에어백 자랑까지...



그럼에도 준수한 시트상태와 넓은 레그룸은 마음에 듭니다.



천장 마감대가 뜯어지고, 그 사이 접착된 스펀지가 가루가 되어 떨어집니다....


이미 손도 더러워졌고, 옷도 함께 더러워집니다.



안테나가 올라옵니다. 쌍팔년도도 아니고 뭐....



그래도 안테나의 길이를 조절 할 수 있는 버튼이 따로 존재하네요. 


2006년에 나온 승용차가 안테나를 저리 올리고 다니는게 썩 자랑은 아닌지라 최소한만 올리고 갔습니다.



에어백 경고등은 덤이고 지상으로 나오자마자 ESP 경고등이 들어옵니다.


거기에 쇼바는 터져서 출렁출렁. 오무기어 나간 핸들은 흔들흔들... 총체적 난국입니다.



용케 고속도로도 달립니다. 


3.6리터 알로이텍 엔진은 좀 더 달리고 싶다고 아우성치는데 100km/h 이하로 천천히 달립니다.



약 1시간 이상 달리니 휴식을 취하라는 문구와 함께 시끄러운 소리가 계속 납니다.


그렇게 2시간 하고 조금 더 달려 우여곡절 끝에 양주에 소재한 한 폐차장에 도착했습니다.



아무래도 차도 멀쩡하고 부품용으로의 가치가 높아 눌리기보다는 부품용으로 전시될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많이 팔리지 않은데다가 부품값도 비싼지라 중고부품을 찾는 수요도 있을테고 일부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긴 하다만, 전반적인 상태는 양호하기에 아마 전시용(?)으로 세워두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호주에서 태어나 태평양을 건너온 작은 나라의 객지에서 짧은 차생을 마치고 폐차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스테이츠맨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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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9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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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자동차의 군산공장에서 생산되어, 전 세계로 팔려나갔던 라세티.

대우자동차가 남긴 마지막 작품이자, 마지막 삼분할 그릴 적용차량. 


GM 편입 이전 누비라의 후속모델로 개발된 'J200'이라는 코드네임을 가진 준중형차. 이 차량을 어부지리로 주워먹은 GM은 쉐보레 뷰익 스즈키 홀덴 등 계열 브랜드의 벳지 엔지니어링을 통해 전 세계에 팔아먹었고, 군산공장에서는 중국 수출용 사양의 차량을 2017년까지 생산했었다고 합니다.


2006년 대한민국 생산 승용차 중 투싼을 제치고 수출 1위라는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었고, 여튼 대우가 남긴 마지막 작품이지만 재미는 GM이 보았던 차량입니다.


여튼 2002년 출시되어 2008년까지 판매되었던 차량인지라 슬슬 폐차장에 갈 시기에 도래했습니다. 이미 글로벌 GM의 유통망을 타고 전 세계적으로도 많이 팔려서 부품수급 및 정비에도 큰 문제는 없는 차량인지라 수출시장에서도 수요가 많아 다수의 매물이 수출길에 오르고 있구요. 간간히 폐차장으로 가는 차량들도 멀쩡하다면 대부분이 수출길에 오르는듯 보입니다.



대다수의 라세티는 바로 수출업자에게 갑니다만, 이 라세티는 사정이 조금 달랐습니다.


화성의 한 정비소에서 만난 은색 라세티입니다. 차주가 수리를 포기하여 폐차를 결정한 차량으로 보였습니다. 본넷이 열려있었고, 라디에이터 부근으로 물이 새었던 흔적이 있었기에 물어보니, 질질질 새는 수준은 아니고 물도 잘 보충해두었으니 그리 멀지 않은 폐차장까지는 문제없이 갈 수 있을거라 합니다.


등록증상으로는 2003년 3월 10일에 등록되었다고 합니다. 대우의 패밀리룩 삼분할 그릴이 장착된 초기형 차량이고 민자 대우 엠블렘과 돼지코 모양의 GM대우 엠블렘이 혼용되었던 과도기에 생산되었던 차량입니다. 


P.S 예전에 아버지께서 새차를 내려서 타던 칼로스가 대우와 GM대우의 과도기 모델이였다. 2003년 2월 중순에 생산되어 출고된 차량이였는데 핸들엔 민자 대우엠블렘이 그 외의 외판에는 돼지코 엠블렘이 붙어있었다. 지엠대우 출범 이후 나온 차량이지만 파란색 '드라이빙 이노베이션' 스티커만 붙고 민자 엠블렘으로 통일된 차량들도 초반에는 다수 있었다.


그 이후 2002년 연말에서 2003년 초기 생산분까지는 엠블렘이 혼용된 과도기적인 차량들이 팔려나갔었다. 이 차량도 마찬가지로 핸들의 에어백 모듈은 민자 엠블렘. 에어백이 터져서 모듈을 바꾼 경우도 많기에 과도기에 나온 차량임에도 이런 엠블렘 차이를 가진 차량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주행거리는 이제 갓 13만 4천키로...


15년 넘는 세월동안 그냥 세워둔 차로 보입니다. 30만km를 탄 차량이건 이렇게 얼마 타지 않은 차량이건 폐차장에 들어가면 그냥 똑같은 고철덩어리 똥차입니다. 물론 분해되고 눌려서 용광로에 들어갈 운명보다는 아마 타국에서 차량 자체로 혹은 부품용으로도 새 삶을 살 확률이 높은 차량이기에 그리 슬프지만은 않습니다.



조수석에 놓여있던 파란색 비닐 재질의 등록증 케이스.


대우자동차 오일사양이 깨알같이는 아니고 보기 쉽게 적혀있습니다. 엔진오일부터 시작해서 변속기 파워스티어링 그리고 후륜차량의 데후오일의 규격과 적용차종이 상세히 나와있네요. '이수화학'이 윤활유 사업을 접은지가 어언 10년이고, 그 지분을 토탈이 인수한 뒤 다시 에쓰-오일에 일부 넘겨 지금의 '에쓰-오일토탈윤활유주식회사'가 설립되었습니다.


여튼 이 당시만 하더라도 대우의 순정오일은 모두 이수화학에서 생산했습니다만, 지금은 이수화학의 후신인 에쓰-토탈 말고도 SK나 한국쉘석유 모빌코리아같은 다양한 업체에서 납품을 하고 있습니다.



이 등록증 케이스 안에는 취급설명서가 들어있었습니다.


제대로 펼쳐보지도 않았는지 그냥 새 책 그대로네요. 어짜피 폐차장에 가야 폐기물이니 주워왔습니다.



예전에 언젠가 96년식 구아방 설명서를 주워와선 나름 신기하고 재미나게 봤었는데..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지금 생산되는 한국GM 차량의 설명서와 그림체도 말투도 크게 다르지 않아 재미는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엄청나게 세련되었다고 느낄법한 대우 엠블렘 일러스트가 지금은 X나 촌스럽게 보인다는 부분이 눈에 들어오네요.


차라리 20년 넘은 구아방 취급설명서 표지가 훨씬 더 세련된 분위기라고 느껴집니다. 




지엠 대우 자동차기술주식회사


그렇습니다. 대한민국 등기법상 상호명에 영문을 기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당시 등기상의 상호는 '지엠대우오토앤테크놀로지'(GM Daewoo Auto & Technology)였고, 'GMDAT'라는 약자로 불렀습니다. 여튼 그 길고 긴 이름을 한글로 풀어서 적어놓으면 '지엠 대우 자동차기술'이라는 괴랄한 명칭이 되는거죠.



1번부터 10번까지의 파트로 나뉘고, 지금 차량의 취급설명서와 비교하여 크게 다른점은 없었습니다.


외국어 표기법도 그렇고, 설명서에 그려진 그림도 지금의 한국지엠 차량 설명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뭐 지금은 가치없는 쓰레기라 할지라도 앞으로 10년 20년 보관하고 있다 보면 언젠가 빛을 보겠죠. 진지하게 빛을 볼 그날까지 잘 소장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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