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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 개똥차 마티즈의 센터페시아 커버를 뜯어내고 가공하는 이야기를 다뤘다면, 본격적으로 2부에서는 구매하게된 오디오를 장착하는 과정에 대해 다루려 합니다.



마티즈가 한참 판매되던 그 시절. 마티즈에는 적용되지 않았지만, 커다란 액정이 들어가 DVD 혹은 TV를 지원하던 AV시스템을 제외하곤 가장 비쌌던 대우자동차의 최고급 오디오를 매우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품번은 96452452. 당시 옵션으로 4~50만원대에서 선택이 가능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 다마스 라보 마티즈를 제외한 대우차에 최고급 오디오로 적용되던 제품입니다.


뭐 폐차부품을 판매하는 사이트인 지파츠를 살펴보다보니 1din 데크의 마티즈 순정 오디오도 3만원에 판매하는데, 2002년식 칼로스에 48만원짜리 옵션으로 적용되었던 이 오디오를 2만 5천원에 판매중이더군요. 칼로스는 그냥 굴러만 간다면 수출업자들이 서로 집어가는 수출 효자차종인데, 폐차장에서 해체가 되었다면 아무래도 회생이 불가능한 사고차일 확률이 높겠죠. 


물론 이 오디오가 가장 많이 적용되었던 매그너스로 검색을 해 보고 옵션으로 함께 적용되었던 레조나 라세티로도 검색을 했었지만 같은 모델임에도 장착되었던 차량만 다를 뿐인데 4만원 이상에 판매중이였습니다.


고민끝에 2000년대 초반 최고급 오디오도 좀 느껴볼 겸 냅다 질렀습니다. UBS와 AUX 단자까지 있는 사제오디오도 몇푼 더 주면 구할 수 있지만, 대우전자에서 만든 고급 오디오를 느껴보기로 합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포천에 있는 신흥에이알이라는 폐차장에서 해체된 칼로스의 오디오입니다.


그렇지만.. 택배 상자의 상태가 뭔가 이상합니다. 분명 멀쩡한 상자에 담아서 왔을텐데. 뭔가 이상하네요.



물류센터에서 이리저리 집어던지다가 박스가 찢어져서 임시방편으로 붙여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우리가 보내는 택배가 생각보다 매우 험하게 다뤄진다는 사실은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아마 이천과 대전의 두 물류센터 중 한군데에서 일이 나지 않았나 싶더군요. 포천에서 붙여준 노란 테이프 위로 하얀색 로젠택배 물류센터 테이프가 덕지덕지 감겨있었습니다.



뜯다보니 정상적으로는 박스를 열 수 없었고, 옆구리가 터져버렸음을 확인했습니다.


식품이라던지 뭔가 부피가 나가는 물건이였다면 아마 온전히 오지 못했겠지만, 그나마 박스대비 작은 물건이 들어있음을 확인하고 테이프로 덕지덕지 감아서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테이프를 뜯다보니 그냥 박스가 해체되어 버리네요. 

다행히 완충재로 똘똘 감아 온 오디오는 무사해 보입니다.



자동차 재사용 부품 표시


■ 부품명 : AV시스템(오디오)

■ 제조사 : 쉐보레/GM대우 ■ 연 식 : 2002년

■ 차량명 : 칼로스

■ 적재위치 : A창고 / A-3-13

■ 품   번 :

■ 기   타 : 96452452


2020년에 해체한 부품인지라 관리번호가 2020으로 시작됩니다. 대부분 수출길에 오르지만 수출길에 오르지 못하고 해체된 기구한 운명으로 생을 마감한 칼로스의 명복을 먼저 빌어줍니다.


2003년형부터 등장했던 다이아몬드(DAIMOND)라는 최고급 트림을 선택했을 경우 기본 적용된 오디오지만, 다이아몬드 트림이 생기기 전인 2002년형 모델에서 탈거했다고 하니 아마 처음으로 차량을 출고했던 차주가 48만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넣었던 옵션으로 보입니다.


2000년대 초반 만들어진 제품이지만, MP3파일의 한글 파일명까지 표시해주는 고급 오디오입니다.



완충재와 랩을 뜯으니 드디어 그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냅니다.

MP3와 DISC 로고가 선명히 찍혀있고, 카세트 테이프 입구에는 DAEWOO 로고까지 박혀있습니다.


출력은 140W급으로 사제오디오에 비한다면 상당히 낮은 수준의 출력을 내는 오디오지만, 그래도 마티즈 순정 오디오보다는 훨씬 높은 출력을 자랑하는 고급 오디오입니다. 자체적인 기능 외에도 6매 CD체인저를 지원합니다.  



마티즈 오디오에 붙어있던 노란 스티커와 딱히 다르지 않습니다.

모델명은 AGC-0106FWV. 컨넥터도 동일합니다.


제조일자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만, 2002년 5월 혹은 6월로 보입니다. 칼로스가 2002년 5월 출시되었으니 아마 초기 제작분에 적용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칼로스에서의 임무를 마치고 더 좋은 차에 장착되면 좋으련만 더 후진 99년식 마티즈에 장착될 운명입니다.



바로 마티즈로 달려갑니다. 별다른 고민 없이 오디오잭과 안테나잭을 꼽아줍니다.


뭐 대우차 오디오가 다 거기서 거기라 그냥 꼽아주기만 하면 됩니다. 장착은 이후의 문제.



바로 전원을 켜 봅니다. 화려한 녹색 액정에 불이 들어옵니다.


다만 액정에 일부 줄이 나간 모습이 확인되네요. 애초에 흑백액정이 잘 깨지는 오디오 중 하나라고 하고, 혹시 택배상자의 파손과 관계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글씨를 확인 할 수 있는 수준이기에 그냥 사용하기로 합니다. 사실 환불해도 이 가격에 이 오디오 구하지 못하는데다가 이미 장착 할 준비는 모두 마쳐놨는데요...



CD가 없는 줄 알고 들고 나왔는데 이미 들어있었네요. 

MP3 파일이 담긴 CD는 아녔지만, 별다른 튕김 없이 CD도 잘 읽습니다.


1번 트랙에는 소녀시대의 'Run Devil Run', 2번 트랙에는 2AM의 '잘못했어' 그리고 대충 기억나는대로 적어보면 애프터스쿨의 'Bang!'도 있었고, 티아라가 부른 '너 때문에 미쳐'도 있었습니다. 대략 10년 전인 2010년 봄에 공개된 노래들인데, 그 즈음 최신곡을 구운 CD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모로 선곡센스가 제 취향과 맞는 것 같아 이 CD는 두고두고 놓고 들으려 합니다. 10년 전 한참 이 노래들이 흘러나오던 시기의 추억들도 생각나고 몇몇 노래들은 지금도 즐겨듣는데 말이죠. 2만 5천원짜리 무료배송 오디오에 들을만한 CD도 함께 껴 왔네요. 본전 이상 치는 장사로 느껴집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고정을 하기로 합니다만... 

막상 마티즈 대시보드가 아래로 좁아지는 형태라 잘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쪽을 고정하니 한족 브라켓이 걸려버리네요. 1단 브라켓을 따로 준비해야 합니다만, 마티즈용 순정오디오 브라켓은 고정형이고 하니 일단 이 브라켓을 떼어낸 뒤 오디오를 밀어넣고 다시 조립하여 장착하기로 합시다.



막상 한쪽을 고정하고 나머지 한쪽 역시 고정하려 보니 2din 오디오가 조금 길이가 짧은 느낌이네요.


만능 도구인 케이블타이를 활용하기로 합니다. 큰 하중이 걸리지는 않으니 저 얇은 케이블타이로도 충분히 버티리라 생각됩니다. 결국 한쪽은 볼트로, 한쪽은 케이블타이로 고정한 뒤 센터페시아 커버를 씌워봅니다.



아.. 공조기하고 붙는다는걸 생각조차 하지 못했네요..


다시 탈거한 뒤 볼트로 고정했던 부분을 풀어주고 양쪽 다 케이블타이로 고정합니다. 물론 이런식의 고정방법이 저 혼자 타는 차에 간단한 DIY를 위해서라면 허용되는 방식이지만, 돈을 받고 작업해주는데 이따구로 작업해준다면 욕을 먹고도 남을 방법이지요.


여튼 뭘로 가던 완벽한 고정이 목적이니 케이블타이를 활용했습니다.



그렇게 양쪽 다 케이블타이로 고정하니 아래쪽이 무거워서 위로 떠버리네요.


전혀 상관 없습니다. 센터페시아 커버를 끼우면 공조기 사이의 공간이 채워질테니 상관 없을겁니다. 보세요.



케이블타이로 완벽히 고정되었습니다.


물론 2din 데크를 장착 할 수 없는 환경에 장착을 하게 되어 여러모로 튀어나온 느낌입니다만, 고정이 풀려버리거나 흔들리지는 않더랍니다. 뭐 노래 잘 나오고 고정 잘 된거라면 상관없습니다. 제 기능만 하면 아무런 문제 없는거지요.



운전석에서 오디오를 바라본다면 이런 느낌입니다.


버튼이 지나치게 아래로 쳐진 느낌이지만, 그래도 마티즈 순정 데크 대비 출력이 올라가니 소리도 빵빵해졌습니다. 이퀄라리저를 조금만 올려도 스피커의 허용치를 넘어서는 느낌이더군요. 별다른 튜닝도 아니고 그저 당대 최고급 오디오를 달았을 뿐인데 라디오 수신감도도 매우 좋아졌고, 소리도 빵빵해졌습니다.



다만 일부 버튼의 조명이 나갔네요..


뭐 어짜피 공조기 조명도 나갔는데 그냥 타고 밤에도 딱히 탈 일이 없으니 큰 상관은 없습니다. 저렴한 가격 이상의 큰 만족을 얻었습니다. 당대 고급 중형차인 매그너스에 적용되던 오디오를 경차에서 만난다는거 자체가 영광 아닐까 싶기도 하고 말이죠.


딱히 이 마티즈에 불만은 없습니다만, 불편했던 부분을 하나하나 바꿔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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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31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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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자동차의 군산공장에서 생산되어, 전 세계로 팔려나갔던 라세티.

대우자동차가 남긴 마지막 작품이자, 마지막 삼분할 그릴 적용차량. 


GM 편입 이전 누비라의 후속모델로 개발된 'J200'이라는 코드네임을 가진 준중형차. 이 차량을 어부지리로 주워먹은 GM은 쉐보레 뷰익 스즈키 홀덴 등 계열 브랜드의 벳지 엔지니어링을 통해 전 세계에 팔아먹었고, 군산공장에서는 중국 수출용 사양의 차량을 2017년까지 생산했었다고 합니다.


2006년 대한민국 생산 승용차 중 투싼을 제치고 수출 1위라는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었고, 여튼 대우가 남긴 마지막 작품이지만 재미는 GM이 보았던 차량입니다.


여튼 2002년 출시되어 2008년까지 판매되었던 차량인지라 슬슬 폐차장에 갈 시기에 도래했습니다. 이미 글로벌 GM의 유통망을 타고 전 세계적으로도 많이 팔려서 부품수급 및 정비에도 큰 문제는 없는 차량인지라 수출시장에서도 수요가 많아 다수의 매물이 수출길에 오르고 있구요. 간간히 폐차장으로 가는 차량들도 멀쩡하다면 대부분이 수출길에 오르는듯 보입니다.



대다수의 라세티는 바로 수출업자에게 갑니다만, 이 라세티는 사정이 조금 달랐습니다.


화성의 한 정비소에서 만난 은색 라세티입니다. 차주가 수리를 포기하여 폐차를 결정한 차량으로 보였습니다. 본넷이 열려있었고, 라디에이터 부근으로 물이 새었던 흔적이 있었기에 물어보니, 질질질 새는 수준은 아니고 물도 잘 보충해두었으니 그리 멀지 않은 폐차장까지는 문제없이 갈 수 있을거라 합니다.


등록증상으로는 2003년 3월 10일에 등록되었다고 합니다. 대우의 패밀리룩 삼분할 그릴이 장착된 초기형 차량이고 민자 대우 엠블렘과 돼지코 모양의 GM대우 엠블렘이 혼용되었던 과도기에 생산되었던 차량입니다. 


P.S 예전에 아버지께서 새차를 내려서 타던 칼로스가 대우와 GM대우의 과도기 모델이였다. 2003년 2월 중순에 생산되어 출고된 차량이였는데 핸들엔 민자 대우엠블렘이 그 외의 외판에는 돼지코 엠블렘이 붙어있었다. 지엠대우 출범 이후 나온 차량이지만 파란색 '드라이빙 이노베이션' 스티커만 붙고 민자 엠블렘으로 통일된 차량들도 초반에는 다수 있었다.


그 이후 2002년 연말에서 2003년 초기 생산분까지는 엠블렘이 혼용된 과도기적인 차량들이 팔려나갔었다. 이 차량도 마찬가지로 핸들의 에어백 모듈은 민자 엠블렘. 에어백이 터져서 모듈을 바꾼 경우도 많기에 과도기에 나온 차량임에도 이런 엠블렘 차이를 가진 차량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주행거리는 이제 갓 13만 4천키로...


15년 넘는 세월동안 그냥 세워둔 차로 보입니다. 30만km를 탄 차량이건 이렇게 얼마 타지 않은 차량이건 폐차장에 들어가면 그냥 똑같은 고철덩어리 똥차입니다. 물론 분해되고 눌려서 용광로에 들어갈 운명보다는 아마 타국에서 차량 자체로 혹은 부품용으로도 새 삶을 살 확률이 높은 차량이기에 그리 슬프지만은 않습니다.



조수석에 놓여있던 파란색 비닐 재질의 등록증 케이스.


대우자동차 오일사양이 깨알같이는 아니고 보기 쉽게 적혀있습니다. 엔진오일부터 시작해서 변속기 파워스티어링 그리고 후륜차량의 데후오일의 규격과 적용차종이 상세히 나와있네요. '이수화학'이 윤활유 사업을 접은지가 어언 10년이고, 그 지분을 토탈이 인수한 뒤 다시 에쓰-오일에 일부 넘겨 지금의 '에쓰-오일토탈윤활유주식회사'가 설립되었습니다.


여튼 이 당시만 하더라도 대우의 순정오일은 모두 이수화학에서 생산했습니다만, 지금은 이수화학의 후신인 에쓰-토탈 말고도 SK나 한국쉘석유 모빌코리아같은 다양한 업체에서 납품을 하고 있습니다.



이 등록증 케이스 안에는 취급설명서가 들어있었습니다.


제대로 펼쳐보지도 않았는지 그냥 새 책 그대로네요. 어짜피 폐차장에 가야 폐기물이니 주워왔습니다.



예전에 언젠가 96년식 구아방 설명서를 주워와선 나름 신기하고 재미나게 봤었는데..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지금 생산되는 한국GM 차량의 설명서와 그림체도 말투도 크게 다르지 않아 재미는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엄청나게 세련되었다고 느낄법한 대우 엠블렘 일러스트가 지금은 X나 촌스럽게 보인다는 부분이 눈에 들어오네요.


차라리 20년 넘은 구아방 취급설명서 표지가 훨씬 더 세련된 분위기라고 느껴집니다. 




지엠 대우 자동차기술주식회사


그렇습니다. 대한민국 등기법상 상호명에 영문을 기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당시 등기상의 상호는 '지엠대우오토앤테크놀로지'(GM Daewoo Auto & Technology)였고, 'GMDAT'라는 약자로 불렀습니다. 여튼 그 길고 긴 이름을 한글로 풀어서 적어놓으면 '지엠 대우 자동차기술'이라는 괴랄한 명칭이 되는거죠.



1번부터 10번까지의 파트로 나뉘고, 지금 차량의 취급설명서와 비교하여 크게 다른점은 없었습니다.


외국어 표기법도 그렇고, 설명서에 그려진 그림도 지금의 한국지엠 차량 설명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뭐 지금은 가치없는 쓰레기라 할지라도 앞으로 10년 20년 보관하고 있다 보면 언젠가 빛을 보겠죠. 진지하게 빛을 볼 그날까지 잘 소장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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