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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일요일. 수확이 끝난 논 주변을 지나가는데 논 한가운데에 뭔가 이상한 게 보입니다. 차를 세우고 가까이 가 보니 드라마 촬영 세트라며 논 한복판에 봉분을 만들어 놓았네요. 다들 이상하게 생각할 테니 드라마 촬영 세트라는 안내 현수막까지 앞에 걸려있네요.

 

드라마 촬영 세트입니다. 협조바랍니다.

드라마 촬영 세트라는 현수막 뒤로 봉분이 보입니다.

 

저처럼 놀랄 사람들을 위해 진짜 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는 현수막이네요.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었을지 궁금합니다. 그래서 논두렁을 타고 드라마 촬영용 분묘에 가보기로 합니다.

 

묘지

논 한가운데에 봉분만 덩그러니 있습니다. 앞에 작은 비석도 있네요.

 

더 가까이 접근합니다.

 

진짜 묘지라 해도 될 판.

나름 띠까지 둘러놓아서 진짜 묘지처럼 보입니다.

 

어느 드라마에 등장할지는 모르지만, 보게 된다면 참 반갑게 느껴질 거 같습니다. 지난해부터 주변 지역에서 드라마를 촬영하는 모습을 많이 보는 느낌입니다. 모범택시 1화에서도 간단히 봤던 기억이 있고요. 여름에도 어떤 드라마인지는 몰라도 시내 도로를 막고 촬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파평윤씨가족지묘

비석에는 파평윤씨가족지묘라 적혀있네요.

 

가족묘 치고는 상당히 작습니다만, 논 한복판의 파평윤씨 가족묘라고 합니다. 촬영이 끝난 뒤 다시 이전처럼 평범한 논으로 돌아가겠죠. 언제까지 이 가짜 봉분이 존재할지는 모르겠지만, 신기한 구경거리 하나 보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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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항상 그렇듯이 올해도 벌초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예년과는 다르게 올해는 벌초대행을 맏겼습니다. 뭐 대행을 맏기긴 했는데, 미리 확인차 다녀오시곤 지난 여름에 비가 많이 내려 잣나무가 뿌리채 뽑혀버렸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비가 내리던 토요일 오후 대행을 맏기긴 했지만 벌초를 다녀왔습니다.


여튼 코로나의 확산 방지를 위해 정부에서 벌초 대행을 권장하는 시기입니다만, 그와 별개로 진행했습니다.


얼마 전 할아머지 산소가 있는 지역을 지나가다가 동네 농협 청년회에서 벌초를 대행한다는 현수막을 걸어둔것을 보았는데, 그 현수막을 보고 연락을 했고 생각보다 비싸지 않은 가격에 벌초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갑작스레 비가 내리던 토요일 오후. 이미 먼저 오셔서 진입로부터 길을 내고 들어가셨더군요.


올해는 유독 비가 많이 내렸고, 당장 벌초를 하러 가서도 비가 내리던지라 땅이 푹푹 들어가더군요. 산소로 올라가는 경사지도 토사가 흘러내려 경사가 더욱 심해졌고 그놈의 비좀 작작좀 왔으면 좋겠습니다.



매년 벌초를 갈 때 마다 보여드렸던 폐가입니다. 아예 진입조차 불가능한 수준이네요.


매실밭과 농가주택이 있던 자리입니다만, 농가주택은 폐가가 된지 10년이 넘었고 매실나무는 보이지도 않을정도로 잡초가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그래도 중간중간 뭐라도 한다며 컨테이너 박스도 가져다 놓고 포터 새차도 가져다 세워놨지만 포터는 대략 2년동안 방치된 뒤 사라졌고, 컨테이너 박스 역시 덩쿨이 집어삼킨지 오래입니다.



올라가는 길 커다란 잣나무가 뿌리채 뽑혀 누워있더군요.


올라가면서 방해가 되는 가지를 치운 흔적도 보입니다. 인위적인 충격에 의해 나무가 쓰러진 모습은 봤어도 비가 많이 내려 지반이 약해져 커다란 나무가 쓰러진 모습은 처음봤습니다.



잣나무가 넘어지고도 시간이 꽤 흐르지 않았나 싶습니다.



여튼 정글 속 예초기가 낸 길을 통해 묘지로 진입 할 수 있었습니다.



벌초작업은 꽤나 진척된 상황. 산소 주변으로 심어져 있던 잣나무가 넘어져 향나무를 덮쳤습니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묘지를 조성하면서 심었던 작은 나무가 33년의 세월을 거쳐 아름드리 잣나무로 성장했지만, 전례없이 매일같이 내리던 폭우로 인해 결국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봉분 위로 넘어지지는 않았습니다. 현실적으로 이 큰 나무를 장비라고는 전기톱 말곤 없고 굴삭기나 트럭이 들어 올 수 없으니 큰 기둥은 남기고 자잘한 가지들만 처리하기로 합니다.



오랜 세월 한 자리에서 자랐던 나무가 뿌리채 뽑히는 모습을 벌써 두번 목격합니다.


이 거대한 나무가 넘어질 수준이면 대체 비가 얼마나 내렸다는겁니까. 이것도 자연의 섭리하 하지만, 30년 넘게 살아왔던 잣나무도 거기 깔려 함께 생을 마감하게 된 향나무도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전기톱으로 커다란 잣나무를 해체합니다. 

자르고 또 잘라도 꽤 무거운 나뭇가지들이 계속 튀어나오네요.


그냥 질질 끌어서 산소 구석이나 밖으로 던지는 거 말곤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그렇게 수없이 많고 굵었던 잣나무의 가지를 어느정도 베어냈습니다.


이제 봉분과 산소 주변으로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준까지 정리했습니다. 다시 예초작업이 진행되고 대행을 온 아저씨를 도와 봉분 주변을 마저 정리합니다.



대략 한시간만에 벌초작업이 모두 끝났습니다.

벌초를 마치고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묘지를 조성한지 오래되어 봉분이 많이 주저앉았습니다. 잔디는 이미 오래전 사라졌고요. 뭐 이후 납골당으로 모실 계획이 있다고 하는데 당장 실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차라리 일손을 돕기보다는 훈수만 두며 오히려 일을 만들어 내고 시간은 더 오래 걸리는 분들이 오시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네요.



향나무는 잘려나갔고, 잣나무는 앙상한 몰골을 남기고 누워있습니다.


여튼 그렇게 올해 벌초도 비를 맞긴 했습니다만, 별 탈 없이 무사히 마쳤습니다. 아마 내년에는 대행을 맏겼어도 벌초를 하는 날 올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지나가는 일이라 뭐 크게 어렵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벌초를 마쳤으니 올해도 추석 명절 가벼운 마음으로 성묘길에 오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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