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기간은 12월 31일까지. 저렴한 가격에 미리 항공권을 구입하여 성수기를 제외한 기간에 유류할증료정도만 내고 쓸 수 있는 티켓인데, 애초에 가을쯤 갈 생각으로 있었으나 쓸 타이밍을 놓쳐 크리스마스 성수기 직전인 지난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후쿠오카행 항공권을 끊어 혼자 다녀왔습니다.
요즘 항공권 가격이 미쳤습니다. 엔저로 인한 일본 여행수요 급증과 대학생들의 방학이 시작되었고 전통적인 성수기에 가까워지고 있긴 하지만 저렴하게는 20만 원대 이하로도 왕복 항공권을 끊는 후쿠오카도 주말에 좋은 시간대라면 항공권 가격이 4~50만 원대였습니다. 원래 기프티켓으로 삿포로에 가고 싶었으나, 최소 3박 4일은 잡아야 하는 일정 문제도 있고 막상 가려고 보니 좋은 시간대 항공권은 죄다 매진이더군요.
구름
그나마 제주항공 기준 금요일 아침 첫 비행기를 타고 가서 일요일 저녁 마지막 비행기를 타고 오는 괜찮은 코스로 자리가 딱 하나 비어있어 냅다 예약했고 다녀왔습니다. 그래도 항공권 가격이 상당히 오른지라 기프티켓을 써도 손해는 아녔습니다.
이번에는 후쿠오카행 항공권을 끊었으나, 주로 렌터카를 빌려 사가현을 돌았습니다. 숙소도 비싼 후쿠오카 대신 사가현 토스시에서 하루, 사가시에서 하루를 묵었고요. 그간 계획없는 즉흥적인 여행을 추구하던 사람이었으나, 이번에는 여행의 목적과 계획도 세웠습니다.
바로 '좀비 랜드 사가 맨홀 순례'
대한민국에도 일부 지자체에서 컬러풀한 맨홀을 설치하는 경우가 있지만, 일본의 경우 아예 이런 맨홀을 관광상품처럼 활용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대표적으로 '러브라이브! 썬샤인!!'의 배경이 된 시즈오카현 누마즈시의 작은 시골마을인 우치우라가 지역 곳곳에 이런 맨홀을 설치했고, 이 맨홀을 보기 위해 일본 전국을 넘어 세계에서도 찾아와 하나의 관광지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림이 그려진 맨홀도 하나의 볼거리이자 관광상품이 되어버린거죠. '좀비 랜드 사가'는 애초에 그런 수준의 대인기 애니메이션도 아니거니와, 볼거리가 없다는 취급을 당하는 사가현에서 뭔가 관광객을 유치해보려는 시도 정도로 볼 수 있을겁니다.
사가현 전역에 그림이 그려진 맨홀을 심어두었다.
지난 2019년 후쿠오카+사가 여행 당시에도 해당 작품의 배경이 되었던 장소를 다녀오곤 했었죠.
코로나로 어수선한 시기부터 시작하여 지난 2022년까지 사가현 전역에 캐릭터 맨홀을 설치했다고 합니다. 주로 주요 관광지나 랜드마크 혹은 지역 특산품을 배경으로 하여 주요 시설이나 관광지 주변에 설치해두곤 했는데 일부 맨홀의 경우 주요 랜드마크와 거리가 떨어진 곳에 설치되어있기도 했습니다.
맨홀은 총 30개. 이 30개의 맨홀을 3일간 후쿠오카의 메이드카페에 경유해가며 모두 보고 오는것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일단 대략적인 위치를 하나하나 확인해가며 구글맵으로 찍어놓고, 렌터카를 타고 모두 보고 왔습니다. 트위터를 찾아보니 일본의 팬들도 단시간에 모두 다 찾아가서 사진으로 담아놓기는 쉽지 않다고 하더군요. 그걸 목표로 와서 중간에 후쿠오카까지 경유해가며 기여코 해냈습니다. 그리고 3일 연속 텐진 메이도리민에 개근도장을 찍어가며 놀고 왔습니다.
빡빡한 일정이지만 12월 내내 출국 전날까지 억까가 계속되던 와중 한적한 사가현에서 여유로움을 느꼈고, 메이도리민에서 약빨도 제대로 채워서 왔습니다. 이 약빨로 또 몇달 버티고 다시 비행기 타러 가야죠.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 딱히 볼거리가 없다 느껴질법한 미지의 영역인 사가현 곳곳을 돌아보고 왔습니다. 다음에 꼭 한번 더 와보고 싶은 현지인 위주인 숨겨진 명소들도 있고요.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쭉 걸어 나갑니다. 다음 목적지는 사가현 원도심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세워진 시장 내 공연시설인 PLAZA 656입니다.
아 저 맨홀뚜껑을 못봤네...
성 밖으로 나왔습니다. 이제 보니 저 맨홀뚜껑... 하.........
코로나 시기에 사가현 역시 좀비랜드 사가 캐릭터가 그려진 맨홀 뚜껑을 관내 곳곳에 설치해 두었다고 합니다. PLAZA 656의 맨홀뚜껑은 확인했습니다만, 사진을 보니 사가성터 입구 앞에도 맨홀뚜껑이 있네요. 다음 여행은 좀비랜드 사가 맨홀뚜껑 투어로 계획해보려 합니다.
사가번 10대 번주
나베시마 나오마사의 동상
나베시마 나오마사의 동상도 바로 앞에 있네요.
그 뒤로 보이는 작은 건물은 NHK 방송국입니다. 민영방송보다 작은 건물에서 공영방송을 송출합니다. 쭉 걸어 나옵니다. 주차장과 신사를 가로질러 갈 예정입니다.
공회전중인 버스
사쿠라교통의 관광버스가 공회전을 하며 에어컨을 풀가동 하고 있습니다.
근처 후쿠오카현 구루메시 번호판이네요. 에어컨에서 나온 물이 뒷편으로 떨어집니다. 공회전과 관련된 규제가 없는지 아님 대부분 지입 개인사업자인 한국과 달리 월급쟁이 기사라 연료 소모에 크게 개의치 않는건지는 몰라도 에어컨을 풀가동하고 있습니다.
골목길
골목길을 가로질러 갑니다.
좌측에 보이는 간판에 '자립형 개별지도'라 적혀있네요. 학원이랍니다. 학원이 생각보다 작습니다. 학원보다는 공부방이나 과외방같은 그런 개념에 가까워 보이네요.
이런 감성 너무 좋아
이런 일본 특유의 바다 혹은 수로가 지나가는곳 옆으로 다닥다닥 붙여놓은 갬성이 정말 좋습니다.
한국 시골에도 비슷한 감성을 가진 곳들이 좀 있습니다만, 일본만큼 쉽게 볼 순 없습니다.
낡은 건물들
뒤로는 수로와 접해있는 낡은 건물들입니다.
일부는 사람이 살고 있고, 일부는 빈집처럼 보입니다. 고령화와 인구소멸의 여파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한국 시골 역시 번화가임에도 비어있는 상가나 사람이 살지 않는 낡은 집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지요.
사가신사
골목길과 주차장을 가로질러 나가니 사가신사가 보입니다.
신사 뒷편이 원도심입니다. 우리나라도 전통시장이나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곤 합니다만, 이 곳 역시 비영리법인을 내세워 그런 시도를 하고 있네요.
와이와이 컨테이너
구도심 한복판에 컨테이너박스가 있습니다.
활성화를 위해 주민 커뮤니티 공간으로 세워두었는데 굿디자인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PLAZA 656
작은 공연장인데 좀비랜드사가에 잠시 비춰지던 모습을 봤던지라 이거 구경하러 왔습니다.
평범한 공연장입니다. 공연이 예정되어 있는지 준비가 한참 진행중이네요.
호시카와 릴리(星川 リリィ)
좀비랜드 사가 - 프란슈슈 6호. 호시카와 릴리입니다.
누마즈시가 러브라이브! 썬샤인 캐릭터 맨홀로 재미를 봤다고 하는데, 사가현 역시 그런 부흥을 노리고 좀비랜드 사가 캐릭터 맨홀을 곳곳에 설치해두었습니다. 다만 러브라이브! 만큼 인기가 좋지는 않은지라 잘 알려지지않아 아쉽습니다. 다음 여행은 아마 이 맨홀 탐방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PLAZA656
공연 준비중.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과연 어떤 공연이 펼쳐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지나칩니다.
S-platz
3층 규모의 쇼핑센터입니다. 출입구가 여러개라 관통하여 지나갑니다.
사가역 방향으로 쭉 올라갑니다.
유흥가
조금 올라오니 바(BAR) 같은 곳이 보이네요.
걸즈바입니다. 사가시에도 걸즈바가 있네요. 주변으로도 다 술집이나 유흥업소들입니다. 당연히 오전 시간대에는 문을 닫았겠죠. 얼추 점심시간에 가까워지니 식자재 납품 트럭만 보일 뿐 적막합니다.
한식집
친구라는 이름의 한식집도 보입니다.
체인점이네요. 삼겹살 갈비 감자탕을 판매한다고 합니다. 한국 소주나 맥주도 판매하겠죠. 오히려 맥주는 한국사람들도 일본맥주가 더 맛있다며 좋아하고, 불매운동이니 뭐니 해도 잘 팔리는데 일본사람 입장에서 한국맥주란 어떤 느낌인지는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