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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커 일기 에피소드가 정말 많이 밀려있습니다만, 장롱면허지만 타워크레인 운전 자격증이 있는 사람 입장에서 간단히 작성하고 넘어가려 합니다. 무인 타워크레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소규모 공사현장이나 일반적인 타워크레인을 세우기 어려운 현장에서는 이동형 타워크레인이나 무인 타워크레인을 사용합니다.

 

무인이라고 해서 사람이 조종하는 기기가 아닌 것처럼 느껴집니다만, 타워 꼭대기 운전실이 없고 사람이 지상에서 펜던트(리모컨)를 가지고 작동하는 기기입니다. 내내 호이스트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일반적인 타워크레인 기사의 급여보다 짜면서 더울 때는 덥고 추울 때는 춥습니다. 보통 경력이 없는 타워 기사들이 무인으로 시작한다고 합니다. 노조 빽이 없어도 상대적으로 취업이 쉽다고는 합니다만,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일반 타워보다 여건이 그리 좋지 않지요.

 

여튼 무인 타워로 하차하는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같은 사무실에서 전날 야간 상차 후 익일 아침착으로 배차된 차량들 중 제가 가장 가깝고 가기도 편한 수원 광교에 가게 되었습니다만, 말이 제일 좋은 코스지 이날 포천에서 하차를 하고 내려오는 차량들보다 더 늦게 회차했습니다.

 

두다발씩 하차.

8시 조금 넘어서부터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됩니다.

3톤 미만 타워크레인은 교육 이수만으로도 자격증이 발급되니 2.9톤짜리 크레인입니다.

 

8시 맞춰서 오라고 해서 출근시간 정체를 겪기 싫어 7시쯤 맞춰서 갔더니만 보통 일찍부터 일을 시작하는 건설현장임에도 아무도 없더군요. 오피스텔을 짓는 현장 두 곳이 바로 붙어있는데 옆 현장 관계자가 나와서 도로 위에 차를 세우고 무인 타워로 내린다고 그러더군요.

 

여튼 공사현장 두 곳이 붙어있었습니다만, 주변 오피스텔 거주자들의 민원으로 인해 8시 이후부터 공사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한참 기다리니 드디어 무인 타워가 가동을 시작하네요. 반대편에서 뺑 돌아서 제 차를 세운 자리로 천천히 내려옵니다. 그 이후 철근을 두 다발씩 들어 올려 약 7층 정도 지어진 건물 위로 올라갑니다.

 

끝없이 올라간다.

현장이 협소하여 지게차로 내리거나 근처에 야적해두고 올리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냥 저렇게 쭉 올려서 스윙하여 내려놓고 한참 뒤 다시 내려옵니다. 두 다발 가지고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데 왕복 약 10분 정도 소요되더군요. 중간중간 다른 자재를 들어 올리거나 내려올 때 폐기물이 담긴 톤백을 들고 내려옵니다. 아주 기다리다 지칠 지경이니 현장소장님 왈 그냥 차에서 쉬라고 그럽니다.

 

한 층씩 올라갈 때마다 이렇게 철근을 올려 위에서 가공하고 폼을 붙인 뒤 펌프카로 콘크리트 타설을 하는 방식으로 건물을 올려나가고 있습니다. 또 다른 층을 올릴 때도 철근을 저렇게 올리겠지요. 작업자들도 공간이 비좁아 비효율적으로 작업을 해야 하니 어렵겠습니다만, 기다리는 사람도 지칩니다.

 

짝수 맞추는 중

무인 타워크레인이 위로 올라간 사이 3톤 지게차로 짝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나마 3톤 지게차로 짝을 맞춰주고 와이어를 체결하기 좋게 들어줘서 조금 수월했습니다. 마음같아서는 3톤 지게차로라도 하나씩 떠달라고 하고 싶지만 어림도 없습니다. 최소 5톤 지게차는 와야 하고 7톤 이상급 지게차가 와야 그래도 수월하게 내려집니다. 살짝 들어 와이어가 들어갈 공간을 만드는데도 3톤 지게차의 뒷바퀴가 뜨더군요. 3톤 미만 지게차 역시 시험 없이 교육 이수만으로도 자격증이 나옵니다.

 

시간은 9시 40분정도까지 흘러가고.. 부산번호판을 달은 카고차 한대가 대한제강 태그가 붙은 철근을 싣고 와서 기다리네요. 아마 평택공장에서 나온 제품일겁니다.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것으로 보아 아마 장거리를 다니는 아저씨 같은데 저도 거의 두시간째 내리고 있다고 하니 시내바리 하나 하고 끝나게 생겼다고 분통을 터트리더랍니다. 간단한 시내바리 하나 타고 회차하여 장거리 하나 상차하고 내려가려고 했을텐데 잘 내려가셨을지는 모르겠네요. 

 

마지막...

그렇게 10시 30분. 마지막 철근다발을 들어올리며 하차작업이 끝났습니다.

두시간 넘게 정말 지루했습니다.

 

그나마 회차하기 좋은 수원이라 다행이지, 어디 멀리 가서 이렇게 회차한다면 정말 울화통 터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배차 체계가 오후 1시 이전에 들어오면 오전중에 배정된 당일착 오더를 받아가는 시스템이라 무조건 빨리 들어와야 합니다. 물론 들어와서 대기하는 사람이 다수라면 그 중 순번이 빠른 사람이 가져가지만 말이죠. 1시 이후에는 익일착 오더의 배차가 진행됩니다만, 사무실에 들어와서 대기하는 사람이 낚아가는 구조입니다.

 

내내 같은 사무실에서 무한 경쟁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와 올해부터 배차 체계를 개편하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만, 오전 배차는 기존처럼 진행하고 오후에는 당일착이 아닌 이상 무조건 순번대로 배차하기로 결정되었네요. 여튼 이날 무인 타워크레인이 약 두시간 넘게 하차를 하는 바람에 저보다 순번이 늦었던 차량들이 먼저 들어와서 당일착 오더를 받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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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출고 이후 업무 개시를 11월 3일에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해서 화물연대 총파업 이전인 11월 24일까지 정말 정신없이 일을 했네요.

 

주말이 포함된 3일간의 화물연대 총파업 이후에는 운반비 지급 문제로 인해 12월까지 약 보름동안 차량을 세웠습니다. 보통 운임을 다음달 25일에 지급해줍니다만, 10월 운임이 지급되는 11월 25일에 지급에 문제가 생겨 단체로 차를 세웠던 것이죠. 지금은 어느정도 진전이 있긴 했습니다만, 자리값까지 주고 들어갔는데 처음부터 온갖 험난한 역경은 다 겪었습니다.

 

시작하자마자 기름값은 폭등했고, 요소수 대란으로 인해 요소수 품귀현상까지 겪었습니다. 거기에 화물연대 총파업과 운송사 문제로 차를 세우는 일까지. 남들 한 해에 하나정도 겪을법한 일을 입문 1개월차에 모두 겪었습니다. 애초에 잘 풀리면 제가 아니죠. 불행을 몰고 오는 사람 같습니다.

 

여튼 11월 운반비는 12월 25일에 지급됩니다. 12월 25일이 토요일에 성탄절이라 휴일인지라 24일 혹은 27일에 지급이 예정되었는데, 27일 그것도 다섯시 넘어서 들어왔습니다.

 

업무현황

특별히 처음이니 매출 공개 합니다.

매월 초 이런 종이가 개인에게 배부됩니다.

 

한마디로 운행내역입니다. 단순 매출로 9,383,479원. 운송사 수수료 8.5% 666,649원. 총 지급액은 8,716,829원입니다. 여기에 부가세를 더한 금액이 지급됩니다. 지급액이 천만원은 넘겨야 경비와 할부를 제외한 순수익이 4~500만원정도 입니다. 할부가 없는 분들은 천만원 매출 기준으로 기름값이니 기타 경비를 제하고도 최소 600만원 이상은 가져간다는 얘기겠지요. 시내바리 위주의 고정배차라 장거리나 콜바리를 뛰는 사장님들보다 상대적으로 편한 축에 속합니다.

 

그래도 첫달치고는 선방했습니다. 12월 역시 한 열흘정도 차를 세워서 실질적으로 제대로 일을 하진 않았으니, 본격적으로 1월쯤 가야 정상적으로 한달치 일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느지막에 입금

지난 27일. 운반비가 들어오기 전까지 또 단체로 차를 세웠습니다.

 

차주연합회 회원이래봐야 열명 조금 더 넘는 수준인데 운송사 사무실에 가서 5시간 대기를 하기도 하고 그냥 다들 하염없이 기다렸습니다. 오전에 원청에서 운송사로 돈이 지급되기는 했다고 하는데 꼬여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입금을 해줬습니다. 부가세가 포함된 돈이 들어왔네요.

 

들어오자마자 삼각떼 할부부터 기타 보험료 기타등등 이거저거 빠져나가기 바쁘네요.

 

여튼 그렇습니다. 이 일을 시작하고 그동안 벌어둔 돈을 까먹고 부가세 환급받은 돈으로 버티며 살았는데, 드디어 돈이 들어왔습니다.

 

P.S 운반비는 2009년부터 동결되어 동종의 화물을 취급하는 근처의 다른 공장 대비 총액기준 1~2만원정도 저렴한 수준이긴 합니다만, 앞으로 1~2년 사이에 오르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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