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불스워너 모임이 있어서 양평 용문산자락에 소재한 용문사에 다녀왔습니다.
가족단위 체험에 중점을 둔 모임이었던지라 다들 가족단위로 방문하였지만 혼자 다녀왔고,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체험 역시 가족단위에 꼽사리 껴서 모두 다 하고 올 수 있었네요. 나들이철이라 극심한 정체에 시달리며 당진에서 두시간 반 정도 걸려 양평에 도착했고, 복귀하는 길은 집까지 두 시간 정도 걸렸었네요.

천년고찰 용문사가 소재한 용문산은 경기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솟홀삼문. 이 문을 통과함과 동시에 주차요금이 발생합니다. 승용차 기준 일 3000원 수준인데 주차공간이 부족할 수준으로 차가 들이닥치니 답이 없더군요. 다행히 저는 제일 위 주차장에서 차가 빠지기를 기다렸다 주차를 하고 왔던지라 생각보다 수월하게 주차를 하고 올라갔습니다.

용문산 가섭봉은 해발 1157m.
용문사와 은행나무까지 보고 오는 코스 역시 관광안내소 기준 왕복 1.3km가 소요됩니다.
일주문 이후 용문사까지의 코스는 조금 난이도가 있지만 식당가 관광안내소부터 농업박물관까지는 무난히 산책삼아 갈 수 있는 수준입니다. 오긴 왔으니 천년의 세월을 버틴 은행나무는 보고 가야겠죠.

거대한 은행나무의 모습이 보입니다.
수령은 1100년정도로 추정. 최근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의 수령이 1300년으로 추정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보다 200년 젊지만 그래도 기껏 살아봐야 100년 남짓인 사람보다 훨씬 더 오래 살아온 은행나무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다만 단풍철에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를 상상하고 왔지만 은행잎이 노랗게 변하려면 아직 몇 주 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용문사로 들어오는 길목의 작은 은행나무들은 벌써 낙엽이 떨어지던데 이 큰 나무는 아직 은행잎이 떨어지려면 멀었나 봅니다. 11월 중순즈음이면 아마 주변 나무들처럼 이 거대한 용문사 은행나무도 노랗게 변하겠지요.

절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건물. 대웅전도 구경하고 갑니다.
은행나무가 있는 곳에서 계단을 타고 올라오면 대웅전이 보입니다.

안전운전을 기원하는 초도 하나 공양하고 왔습니다.

대웅전에서 바라보는 은행나무는 대충 이런 느낌입니다.
석탑 뒤로 보이는 은행나무. 그냥 제멋대로 자란 느낌일지 몰라도 무려 아파트 14층 높이를 자랑합니다. 산 중턱에 14층 건물이 세워진 상태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렇게 용문사와 용문사의 명물 은행나무까지 보고 내려와서 친환경농업박물관으로 이동합니다.

친환경농업박물관에서 다도와 짚풀공예 두 가지 체험을 하고 왔습니다.
먼저 다도체험을 진행했는데 30년 넘게 살면서 다도는 처음이었습니다.
어릴적 기억으론 집에 다기가 있었던 건 기억을 하는데, 제가 직접 다도를 해보기는 처음이었네요. 다례에 대해 배우고 직접 차를 우려서 대접하는 방법에 대해 배웠습니다. 가족단위 특히 어린이들이 체험에 많이 참여하다보니 카페인이 있는 녹차 대신 부담없는 뽕잎차를 우려냈는데 그냥 우려낸 차를 주전자로 쓱 따라주면 되는구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우측에 보이는 사발. 숙우에 우려낸 차를 담아내고 숙우를 들어 잔에 따른 뒤 상대에게 대접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기의 세척은 차를 우린 물로만 한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았네요. 찻물이 들어서 다기의 색이 누렇게 변하면 변할수록 오래 쓴 그만큼 가치가 있는 다기가 된다고 합니다. 옆에서 가족단위로 체험을 하고 있을 때 혼자 따라주고 혼자 마시고 왔습니다.
그렇게 다도체험을 마치고 짚풀공예 체험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짚풀공예 역시 옆에서 새끼줄을 꼬는 것만 봤지 직접 해보긴 처음이었네요.
복조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나름대로 잘 설명된 자료도 있었고, 중간에 막히는 부분은 선생님께서 돌아다니면서 설명해주고 도와주시더군요.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어린이들에겐 난이도가 있다보니 가족동반이여도 거의 어른들이 만들었습니다.
상당한 난이도와 인내심을 요구하는 작업이었는데 별다른 접착제 없이 짚풀만으로도 가재도구를 만들어 생활했던 과거 조상들이 겪었을 불편이 느껴지더군요. 가재도구야 뭐 그럭저럭 오래 쓴다지만 짚신은 금방 닳아 없어질건데 구두쇠들은 그 짚신마저 아낀다며 맨발로 다니며 누군가에게 보여질때만 신발을 신고 다녔었다고 그러시더군요.

중간에 많이 잘못되긴 했지만 어떻게 만들고 만들어서 제 손길이 닿은 복조리가 탄생했습니다.
보통 대나무로 엮습니다만, 관상용인지라 짚풀로 엮어도 상관은 없겠지요. 물론 선생님 지분이 꽤 크긴 합니다만 제 손으로 만든 복조리가 탄생했습니다.

고양이 모래삽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복조리입니다.
만들어놓고 보니 고양이 화장실의 굳어버린 똥이나 오줌덩어리를 치우는 모래삽처럼 생겼습니다. 이 복조리와 기념품을 들고 해산했습니다. 혼자 와서는 다도체험이고 짚풀공예 체험이고 둘 다 어려웠을건데 단체로 와서 다도와 다례도 배워보고 짚풀로 복조리인지 고양이 모래삽인지 모를 물건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었습니다. 가는 길은 막히고 짜증났었지만, 정말 보람찼던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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