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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플립 액정을 깨 먹은 바로 다음날에 있었던 일입니다.

골목길에서 에어컨 콘덴서를 해 먹었습니다.

 

겨우 9톤을 싣고 강원도 횡성에 갔습니다. 사실상 5톤 축차 짐이죠. 25톤 운반비는 보장해 줍니다만.. 이런 경우는 복불복입니다. 진짜 적은 물량이 필요해서 주문했거나, 큰차가 진입하기 어려워 적은 물량을 여러번 주문하는 경우입니다. 후자의 경우 재고가 없어 직송을 보내는 겨웅도 있지만 소매점에서 배송을 나가는 2.5톤, 5톤차들도 가기 힘든 길이니 추가운반비를 줘가며 공장에서 나가는 큰차들에게 직송을 때려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주소를 찍어주기에 올라갈 수 있는 길이냐 물으니 충분히 큰 차들이 올라왔다고 하더군요. 아 올라는 갑니다. 힘겹게 겨우요. 누가 봐주지 않는다면 어렵고요. 좌회전도 바로 하지 못해 우회전을 하여 진행한 다음 조금 넓은 공터에서 차를 돌려 올라가야 하는 골목길 끝의 산 중턱에 있던 쓰레기 같은 곳이었습니다.

 

문제의 구간

 

고비가 세 곳이 있었는데 콘덴서가 파손된 곳이 마지막 고비였습니다.

 

올라갈 때도 옆에 있던 블록을 치워줘서 겨우 올라가긴 했는데, 내려올 때 봐주는 사람도 없고 우사(牛舍)의 지붕과 담벼락 때문에 한 번에 꺾을 수 없는 골목이기에 이리저리 꺾어 후진하다가 사진상의 시점에서 우측 아래에 사람의 힘으로 치울 수 없는 큰 돌이 하나 있었는데 꺾으며 후진하다 1축 사이로 그 돌이 들어갔고 에어컨 콘덴서가 찢겨나갔습니다.

 

처음에는 에어 새는 소리와 먼지가 좀 나기에 펑크가 났나 하고 봤더니 범퍼 아래의 에어컨 콘덴서가 찢어져서 가스가 새고 있었습니다. 이게 다 자기들도 배달 가기 좋지 않은 길인 거 알고 있으니 꽤 큰돈의 추가운반비를 부담해 가며 직송을 때려버려서 생기는 일입니다. 항의를 하려 유통회사에 전화하여 발주자 연락처를 달라 했더니만  자기 개인정보라며 번호를 주지 말고 현장하고 알아서 하라고 했다네요. 현장에서는 5톤 축차가 오는 줄 알고 있었고, 뻔히 자기도 현장 환경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 절대 연락처 주지 말라고 하겠죠. 자기가 뻔히 욕먹는 일인데 말입니다.

 

얼마나 조그마한 구멍가게 사장이라 유통업체를 두 군데나 껴서 납품을 보내는지 몰라도

비명횡사하던가 그게 좀 심하다면 부도맞고 쫄딱 망하고 재기의 기회조차 주지 말아야 하는 새끼입니다.

 

안 봐도 돈독은 잔뜩 올랐는데 나이는 뒤로 쳐먹고 대접만 원하는 틀딱일 텐데 이름 모를 구멍가게 사장새끼 한 마리 덗에 저만 이틀 연속 좆같은 일로 돈이 깨졌습니다. 아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손해를 보더라도 이 좆같은 일을 빨리 때려치워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극도의 스트레스에 도저히 정신적으로 버티지 못할 것 같아 뭘 할지라도 구체적으로 윤곽이 잡힌 다음에 정리하려 했는데 이젠 더는 참지 못하겠네요.

 

시작부터 돈 떼이고 좀 안정되니 매출바닥에 사무실 문제에 내가 박던 남이 박던 끊이지 않는 사고에 남들 2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수준의 억까도 꽤 많이 당했고요. 아무리 남들보다 운이 없고 되는 일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저랑 맞지 않는 일이라는 사실은 확실합니다. 내가 돈을 벌려고 일을 하는지 돈을 써도 이런 식으로 좆같게 쓰려고 일을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중고차였으면 진작 정리했을 텐데 무턱대고 새 차를 내려놔서 정리도 쉽지 않고 나랑 맞지도 않는 일을 3년간 억까만 계속 당해가며 굴리긴 굴렸는데, 3년간 늘어난 건 욕 말곤 없습니다. 얼마나 답답하면 무속인도 찾아가 봤을까요. 완전 상극이라며 뭘 해도 지금보단 나을 거라고 합니다. 

 

찢어진 콘덴서

 

에어컨 콘덴서가 찢어졌습니다.

교체한 지 겨우 한 달 지난 범퍼만 깨져도 좆같은데 범퍼 긁고 발판 긁고 여기까지 찢어졌네요.

 

물론 가스가 새는 와중에는 시원한 바람이 나오긴 했습니다만, 조금 지나니 당연히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겠죠. 더운 날씨에 창문을 열고 달리는 것도 한계가 있고 땀을 흘려가며 겨우 와서 정비소에 차를 집어넣었습니다. 결론은 이틀 연속으로 흔히 말하는 '씨발비용'이 나갑니다. 8월도 이렇게 새어나간 돈만 백 단위가 넘어갑니다.

 

정비소 입고

 

정비소에 입고하였으나 차가 많더군요. 한참 기다렸습니다.

 

한참 기다린 끝에 정비고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확인했습니다만 아예 콘덴서가 밀려버렸습니다. 밀리면서 냉각팬도 부러졌고 고정해 주는 파이프도 휘었다고 합니다. 예상 견적이 50 수준이었는데 그보다는 조금 적게 나왔네요.

 

그렇게 점심에 입고하여 4시가 다 된 시간에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내리기 애매한 위치에 있긴 했지만 작업 자체는 한 시간 이내에 종료되더군요.

 

탈거된 부품들

 

탈거된 부품들. 파이프 냉각팬 그리고 콘덴서입니다.

 

이틀 연속으로 이런 식으로 돈 쓰는 것도 스트레스고 8월도 역시 백만 원 단위를 넘어선지라 다만 고물상에 가져다 팔아 손톱만큼이라도 손실을 줄여보려 알루미늄 재질의 콘덴서와 철제 파이프는 적재함에 집어던져서 가지고 왔습니다.

 

396,770원

 

돈 몇 푼 벌려다가 40만 원을 썼습니다.

 

아까도 언급했지만 배달 가기 싫다고 직송을 때려버린 구멍가게 사장새끼는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튀었습니다. 이름도 성도 모르는 인간 이하의 동물만도 못 한 새끼지만 분명 그 이상의 대가를 치를 겁니다. 인생이 매일같이 이런 식이라 진짜 살기가 싫습니다. 손해를 보더라도 집어던져야지 이거 계속하다간 내가 화병 나서 뒤지던지 자살하던지 둘 중 하나를 할 것 같습니다.

 

멀리서는 오늘은 또 뭐 때문에 화가 났을까 하며 재밌게 구경하시겠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사람이 이렇게도 풀리지 않는구나 싶은 비극 그 자체인 인생입니다. 오죽하면 불과 한 두 달 전만 하더라도 잘해보자고 하던 사람들도 도저히 못 해 먹겠어서 차를 내놓겠다 하니 고생했다는 소리를 하겠습니까.

 

이 모든 것을 내려놓을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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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31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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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올드카 목격담은 아산시 도고면의 한 공터에서 사실상 농자재 창고로 사용 중이던 95년 8월 등록 하이베스타입니다. 프레지오가 95년 10월부터 생산되었고 97년 말까지 병행하여 생산되었던지라 베스타만 놓고 본다면 마지막 부분변경 모델입니다.

 

이전에도 올드카 목격담에서 베스타는 종종 다뤘던 차량이지요. 가장 최근에 목격했던 베스타 역시 송탄에서 의류 창고로 활용되던 6인승 판넬밴이었습니다.

 

 

[목격] 1994 기아자동차 하이베스타 레인보우 4WD

사실상 전멸 수준으로 알고있던 차가 살아있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점촌의 한 주택가 언덕에서 목격한 베스타. 볼일을 보고 온 뒤 이 귀한 베스타의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근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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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 기아자동차 하이베스타 (1993 KIA Hi BESTA)

서산의 한 골목길. 예사롭지 않은 차량이 있어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자세히 보니 기아의 승합차 베스타가 있네요. 올드카 목격담에서 비교적 꾸준히 다뤄지는 차량입니다만 이 차량은 전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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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 기아자동차 하이베스타 밴 (1992 KIA BESTA VAN)

오늘의 올드카 목격담은 평택 송탄출장소 근처에서 의류 창고로 활용되고 있던 92년 11월 등록 하이베스타 밴입니다. 늦은 밤 지인과 약속이 있어 족발을 먹으러 갔다가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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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 기아자동차 뉴 베스타 (KIA NEW BESTA)

지난주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문경 점촌까지 탁송을 갔던 차량입니다. 소문난 올드카 애호가로 이름나신 형님께서 베스타를 사셨다고 제 편으로 탁송을 부탁하셨기에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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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운행 중인 차량은 이제 정말 보기 어렵습니다만, 이렇게 운행이 아닌 창고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차량들은 드문드문 보이곤 합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95년식 베스타 역시 그런 상황이지요.

 

1995 KIA HI-BESTA

 

베스타가 세워진 공터입니다.

 

경작지로 활용되는 부지인가 하고 봤더니 현재는 휴경 중이었습니다. 앞 번호판이 없는 남색 빛깔의 베스타 한 대가 세워져 있네요. 무성하게 자란 잡초 사이를 뚫고 베스타에 가까이 다가가 봅니다.

 

1995 KIA HI BESTA

 

이 베스타의 첫인상은 생각보다 깔끔했습니다.

 

물론 30년 가까운 세월의 흔적과 드문두문 보이는 부식은 감안해야겠지만 생각 외로 도장상태가 준수했습니다. 이후 사진으로 볼 수 있겠지만 좌측 편은 그렇지 않았지만요.

 

휠타이어

 

특유의 6홀 스틸휠과 이미 다 닳아버린 타이어가 보입니다.

 

트래드가 갈라지고 있네요. 전륜 타이어는 이미 다 닳고 갈라졌어도 제 상태라도 유지하고 있지 후륜 타이어는 이미 공기압이 다 빠져서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레터링

 

하이베스타의 레터링입니다.

 

Hi 부분은 에폭시 재질의 스티커로 기억합니다. 현재까지 한국땅에 살아남은 개체들은 대부분 에폭시 부분이 검게 변했거나 이 차량처럼 떨어져 변색된 상태로 남아있더군요. 베스타 레터링의 'A'만 또 떨어져 있네요.

 

실내

 

차량 내부 상태는 상당히 온전했습니다.

 

대시보드나 도어트림 역시 들뜬 곳이 하나 없었고 시트 상태도 준수했네요. 주행거리를 정확히 확인하진 못했지만 아마 주행거리도 짧을 거라 예상됩니다. 시거잭에는 차량용 선풍기도 꼽혀있었습니다.

 

스포티지 핸들

 

92년 출시된 1세대 스포티지와 동일한 스티어링 휠(핸들)이 적용되었습니다.

 

95년형 부분변경을 거치며 기존 와이드봉고와 공유하던 핸들에서 스포티지와 동일한 이 핸들로 변경되었을 겁니다. 후속모델인 프레지오 역시 같은 핸들이 적용되었고, 레토나에도 이 핸들이 사용되었으니 스포티지를 시작으로 상당히 많은 차종에 적용되었던 스티어링 휠입니다.

 

타원형 기아 엠블럼

 

유리창에는 타원형 로고의 모습이 보이는군요.

 

당연히 로고가 바뀌고 한참 지난 시점에 나온 차량이니 익숙한 타원형 로고가 보이지요.

 

이거 번호판이 달려있었네..

 

앞에서 봤을 때 몰랐습니다만.. 번호판이 달려있습니다.

화물차로 분류되니 최대적재량 스티커도 붙어있네요.

 

'경북 8'로 시작하는 지역번호판인데, 경북에서 최소 200km 이상 떨어진 지역에서 남은 차생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번호판 상태도 준수했고 아마 앞 번호판은 자동차세 미납등의 사유로 영치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하이베스타

 

트렁크 유리 좌측 상단에 붙은 하이베스타 스티커도 잘 살아있네요.

 

물론 드문드문 갈라진 부분이 보이지만 식별하는 데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태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옛날에는 이렇게 한글로 차량명을 적어놓은 스티커들도 종종 보였는데, 2000년 리베로 이후 출시된 차량들에선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쉽기만 합니다.

 

1995 KIA HI BESTA

 

뒤로 오니 찍힌 자국들이나 테일램프가 파손된 흔적들도 보이긴 하는군요.

 

파워 스티어링

 

와이드봉고와 동일한 폰트로 제작된 파워스티어링 스티커입니다.

 

90년대 중후반만 하더라도 어지간한 차량에 파워스티어링이 적용되어 크게 자랑거리는 아녔던 걸로 기억하는데 90년대 중반에 판매된 차량임에도 파워스티어링 스티커가 붙어있었습니다.

 

차량내부

 

역시 예상대로 차량 내부에는 비료포대나 마대자루 그리고 농기구들이 있었습니다.

 

글라스밴이 아닌 판넬밴이라 트렁크를 통해 내부를 확인했습니다. 상단에 보이는 퇴비포대 아래로 지퍼가 달린 조곡용 마대가 여러 장 있네요. 현재 이 차량이 세워진 부지가 휴경 중인 상황인지라 올해는 사용하지 않았을지라도 지난 수년간은 사용되었을 겁니다.

 

전화번호

 

차량 앞유리에 전화번호가 기재되어 있습니다만.. 019 번호네요.

 

01X 번호가 번호연결 서비스까지 종료되며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도 3년이 넘게 흘렀습니다만, 아직 이 베스타에 적혀있는 전화번호의 국번은 019입니다. 거기에 경북 번호판에 충

남에 세워진 차량임에도 경기도 지역번호(031)의 유선전화번호가 적혀있었네요.

 

베스타

 

우측면과는 달리 도장도 바라고 라이트도 깨져버린 좌측면의 모습입니다.

 

그럼에도 하이베스타 레터링은 준수하게 살아있고, 휠캡도 온전히 남아있네요. 돼지풀이 점점 차량을 감고 올라오고 있습니다만, 겨울이 온다면 다 죽어버리겠지요. 그렇게 베스타는 같은 자리에서 마지막 차생을 보내다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경북 번호판을 달고 타지에서 마지막 차생을 보내는 베스타는 그렇게 오늘도 같은 자리에 세워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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