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발 시모노세키행 부관훼리를 이용하여 시모노세키항으로 일본에 입국하여 큐슈 한 바퀴를 돌고, 오이타 사가노세키에서 에히메현 미사키항으로 가는 94훼리를 타고 시고쿠에 도달하여 시고쿠를 한 바퀴 돌고 다시 큐슈로 나왔다가 마지막 날은 간단히 야마구치현 일부 지역을 둘러본 뒤 귀국하였습니다.
큐슈는 최서단 지역을 제외하곤 다 가봤고, 시고쿠는 시간이 애매하여 도쿠시마현의 현도인 도쿠시마시를 거치는 대신 도쿠시마땅을 밟는다는 생각으로 미요시시를 거쳐 고치현 고치시로 넘어갔었습니다. 그렇게 약 일주일간 주행했던 주행거리는 3300km. 집에서 부산까지 왕복한 거리를 제외하면 일본에서만 약 2,500km를 주행하고 왔습니다.
관상용 차에 수년치 운행거리를 늘리긴 했습니다만, 다행히 별 탈 없이 무사히 다녀왔네요.
가고시마 미나미큐슈시
가고시마현 미나미큐슈시의 국도 226호선상의 작은 주차장이었습니다.
저 앞에 보이는 뾰족한 산은 해발 900m 수준의 가이몬산. 산과 바다 그리고 뒤의 철길이 어우러지던 전형적인 일본 스러운 풍경을 보여주던 주차장이었습니다. 이런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던 일본 스러운 풍경들을 수없이 구경하며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파제로
그리고 지나던 길에 파제로도 만났었습니다.
이번 여행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초대 파제로를 만나서 나란히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었는데, 초대 파제로와 그 주인 할머니도 함께 뵐 수 있었습니다. 일본에서는 40년 가까운 차령을 보이는 오래된 차량인지라 1세대 파제로를 한국에서 갤로퍼 보기보다 더 어려운데, 저 차량은 같은 디젤에 롱바디 터보 인터쿨러였습니다. 같으면서도 조금 다른 느낌의 파제로를 갤로퍼와 나란히 세워둔 채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크나큰 영광이었습니다.
여튼 8일간의 대 여정을 마치고 오늘 돌아왔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앞으로의 포스팅으로 계속됩니다.
당시 제가 가서 끌고 오고 이전도 해줬던 차량인데 결혼자금을 위해 이후에도 큰돈 들여놓은 차량을 매각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배우자와 미래의 자녀를 위해 아쉽게 매각하는 차량이 결혼과 처자식은 꿈도 꾸기 어려운 비행기 타고 메이드카페에 가는데 재미 들린 그런 도태남에게 왔습니다. 도태남이라 이 차를 맞이 할 수 있었다고 봐야 맞겠죠.
2020년 처음 봤던 당시 부식이 좀 있었지만, 대구에 내려가서 모든 수리를 마치고 왔던 차량입니다. 매각 직전에 에어컨까지 수리해 놓았고 몇몇 부품들은 트렁크에 넣어준다고 하네요.
완전 개썩다리 매물도 300만 원에 거래되며 DOC 하나 달려있다는 이유만으로 500만 원 이상 받아먹고 리스토어라 쓰고 합판쪼가리 붙여놓은 인스타 갬성용 빈티지 튜닝카를 만들어둔 차량들은 투자비 뺀다고 1000 이상의 어마어마한 시세를 자랑하는 마당에 꽤 큰 투자비가 들어간 차량이지만 제 3자에게 매각하지 않는 조건으로 들으면 꽤 놀랄 가격에 가져왔습니다.
1993 HYUNDAI GALLOPER S TURBO EXCEED M/T
일단 보험을 가입하고 차량이 세워진 모처에서 차량 먼저 가져가기로 합니다.
키는 총 네 개. 차량은 완전 생 순정입니다. 2020년 9월에 가져왔던 상태와 비교한다면 당시에도 일부 부식을 제외하곤 나쁘지 않았지만, 좀 더 깔끔해진 느낌입니다. 그간 년간 주행거리가 500km 수준으로 그냥 움직이는 것 자체가 아까울 수준의 상태입니다.
시동
시동을 걸어줍니다.
93년 1월에 최초등록된 차량인데 주행거리 14만 km를 갓 넘겼습니다. 한 해에 평균적으로 4,600km 정도 탔다는 이야기네요. 제가 한 달에 타는 주행거리를 1년간 탔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30년 넘는 차령을 자랑함에도 이보다 적게 탄 차들도 있습니다. 그런 차량들에 비하면 많이 탔다고들 얘기하는데 연식을 감안하면 평균보다 한참 적게 탄 차량은 맞습니다.
전반적인 레이아웃은 미묘한 차이를 제외하면 1세대 파제로 후기형 차량과 거의 동일합니다. 2020년 이 차를 처음 봤던 당시 약간 다른 뉴포터용 혼커버가 끼워져 있었습니다만 혼커버도 순정으로 바꿔놓았고 오디오도 연식에 맞는 순정 오디오로 바꿔놓았습니다.
지하주차장 명당자리에 주차
그렇게 집으로 가져와서 지하주차장 명당자리에 주차했습니다.
이렇게 독립된 공간으로 이루어져 다른 차량들과 접촉이 거의 없는 자리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동 주변의 그런 주차구역은 모두 차가 있었고 비어있던 다른 동 주차장에 차량을 세워둡니다. 그냥 구경하고 지나가는 주민은 있을지 몰라도 옆 차량이 문을 열며 문콕이 생긴다거나 그런 식의 접촉은 없을 겁니다.
주차 후 사진
주차 후 사진을 남겨봅니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경이롭습니다.
당시 국산차가 다 그랬듯이 80년대 일본차를 그대로 가져다 라이센스 생산했던 차량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고, 알고 있어도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추구하는 방향과 배치되는 사안인지라 좋아하는 차량임에도 그런 사실을 애써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현대차 헤리티지에 있어 꽤나 중요한 차량으로 인식되는 듯합니다.
시동도 끔
정말 아까워서 못 타겠습니다..
일단 세워두고 서류상의 차량 이전절차를 진행하러 갑니다.
취등록세
93년 1월에 최초등록된 30년 넘은 이 차량의 과세표준액은 745,000원.
갤로퍼 II라고 나옵니다만, 차량 형식은 구형이 맞습니다. 특이하네요. 취득세는 52,150원. 공채는 25,000원. 거기에 수입인지도 구매해야 합니다. 공채를 즉시 매도하니 이천 원 수준의 수수료만 붙네요. 다 해서 약 5만 7천원 정도 쓰고 왔습니다. 2020년 이전 당시 대비 과세표준액이 줄어서 그런지 취득세도 약간 줄었습니다.
이전 완료
이 차는 이제 제 겁니다. 제 마음대로 팔 수 있는 겁니다.
초기형 차량에 한해 차명이 '갤로퍼' 대신 '겔로퍼'로 등록되어 있는데, 이 차량 역시 '겔로퍼'입니다. 그간 수많은 똥차 썩차를 가져봤지만 이런 2,500cc급 고배기량 차량은 처음 소유해 봅니다.
DOC 장착
그리고 등록증 한편에는 구조변경사항으로 저감장치가 부착되었음이 표기되어 있습니다.
3종저감장치. DOC가 부착된 차량이라 5등급 노후경유차를 적폐로 규정하여 청산하는 적폐청산의 칼바람 속에서도 살아남았습니다. 서울 사대문 안을 들어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계절관리제가 시행 중인 기간에도 높은 산봉우리 같은 나라에서 미세먼지가 엄청 몰려와서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기간에도 ㅗ를 날리며 타고 다닐 수 있습니다.
물론 DOC는 저감효과가 미미하여 2000년대 후반에 보조금 지급이 중단되었던 저감장치인지라 장착해 줬던 기간도 상대적으로 짧고 아직까지 장착된 상태로 돌아다니는 개체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DPF가 개발되지 않았지만, 갬성이니 리스토어니 어쩌고 하며 차값이 크게 뛰어버린 갤로퍼에 DOC가 부착되었을 경우 시세가 천정부지로 뛰어버립니다.
영어와 독일어 설명서
다시 돌아와서 차량을 구석구석 살펴봅니다.
독일어와 영어 설명서가 있네요.
이 차량을 최초로 출고하셨던 차주분이 처음엔 사업자인지 법인인지 알 수 없는 명의로 두었다가 99년에 같은 주소지에 개인 명의로 이전을 했다는 이력을 이전에도 언급했었는데, 일반적인 루트로 출고되었던 차량이 아니라 특판팀에서 출고했던 차량이라고 합니다. 출생 및 등록부터 일반적인 차량과 달랐던 이 차량에 한국어 설명서와 함께 왜 영어 독일어 설명서가 비치되어 있는지와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었는지 정말 알고 싶습니다.
주행
흔히들 말하는 갬성이 살아납니다.
그냥 순정상태로만 타더라도 80년대 쇼와시대 일본차를 타고 달리는 느낌입니다. 아니 한국에서 생산했지만 쇼와시대 일본차가 맞긴 하죠. JDM이니 뭐니 얘기 많이 하는데 버블이 절정을 향해 달려가던 시기 일본인 아저씨가 파제로를 타던 심정은 어땠을까 상상하며 살살 달려봅니다.
센터페시아
센터페시아의 배치도 좌우만 대칭되어 있을 뿐 파제로와 사실상 동일합니다.
뉴갤로퍼나 갤로퍼 2로 이어지며 파제로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만, 구형 갤로퍼는 파제로와 사실상 동일합니다. 기어봉도 부츠도 파제로와 같으니 말이죠.
1993 HYUNDAI GALLOPER S TURBO EXCEED M/T
화창한 날에 바깥에서 사진을 촬영한다고 잠시 끌고 나왔습니다.
밖에서 보니 더욱 아름답습니다. 전국번호판이지만 녹색 번호판이라 분위기가 더욱 살아나네요.
태양 아래에서
역광을 받아도 피사체가 준수하니 멋있는 사진이 나옵니다.
오프로드 타는 척
비포장 도로를 달려온 척하며 후진으로 넣었습니다.
실제론 포장된 곳에서 후진으로 조금 넣어놓았을 뿐인데 마치 비포장 도로를 타고 달려온 느낌이지요.
완벽한 측면
부식 수리를 진행한 자리를 제외하면 순정 제칠에 사이드 데칼도 순정 제치입니다.
일본에서도 적색 파제로는 귀하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갤로퍼 역시 마찬가지고요. 흔히 말하는 연탄휠도 깔끔하고 데칼도 현재는 구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합니다. 앞으로도 이 우수한 상태 그대로 보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