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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올드카 목격담은 서산의 한 마트에서 목격했던 94년 12월에 최초등록된 현대자동차의 스포츠 룩킹 카(SLC) 스쿠프입니다. 현대자동차가 처음 양산한 쿠페형 차량으로 당시 절찬리에 판매되던 엑셀의 차대를 기반으로 90년부터 96년 티뷰론의 등장 이전까지 약 6년간 판매되었습니다.

 

1세대 2세대 할 것 없이 엑셀의 차대가 1세대 미쓰비시 미라지를 베이스로 하고 초기에는 미라지와 엑셀에 적용되었던 1.5L 오리온 엔진이 적용되었으나 알파엔진의 개발 이후 알파엔진이 적용되었으며, 알파엔진에 터보차저를 올려 현대차 최초로 터보차저가 적용된 가솔린 엔진 차량이기도 적용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가솔린엔진에 터보차저를 적용했던 차량은 아토스와 비스토였습니다.

 

지금은 고성능 모델인 N 라인업도 존재하고, 모터스포츠 팀 창단 이후 WRC에서도 성과를 거두는 현대차의 야망은 빠르지도 않았고 쿠페 스타일의 그럴듯하게 생기기만 했던 스쿠프에서 시작됩니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도 그럭저럭 보이던 스쿠프는 이런저런 튜닝을 거치거나 험하게 탔던 차량들이 대다수라 도로 위에서 빠르게 사라졌고, 약 10년 전 흰색 초기형 모델이 시골 한 농가에 버려져 있었던 모습을 목격했던 이후로 언제 봤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의 아주 적은 개체만이 살아있습니다. 그냥 구경만 해도 감격스러운 일인데 구경하던 중 차주 어르신을 만나 차량에 관련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1994 HYUNDAI NEW SCOUPE

우연히 마트에 들어갔다가 지역번호판에 순정상태인 뉴 스쿠프를 목격했습니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차량을 구경합니다. 당대 함께 라인업을 구성하던 엑셀 엘란트라처럼 구형대비 유선형 디자인을 대거 차용한 부분변경 모델이자 후기형인 뉴 스쿠프입니다. 90년대 초중반 현대차들은 죄다 이런 느낌이지요.

 

1994 HYUNDAI NEW SCOUPE LS 1.5 A/T

경기 46 지역번호판과 함께 레터링 스티커도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경기 46은 고양시에서 발급된 번호판이네요. 번호판 주위로 공간이 넓은 것으로 보아 이 차량은 자연흡기 모델입니다. 터보 모델의 경우 여유공간 없이 후미등과 반사판이 이어지고 좁은 공간에 번호판이 들어갑니다.

 

SCOUPE LS

SCOUPE LS α-12V

 

고급형 트림과 LS 트림으로 나뉘는데, 고급형이 상위 트림이 아닌 LS가 상위트림입니다. 자연흡기 고급형/LS 및 터보 고급형/LS 총 네 가지 트림으로 운용되었습니다. 지금은 딱히 자랑거리가 아니지만, 4기통 SOHC에 흡기밸브를 두 개씩 넣어 12 Valve가 적용된 엔진은 당시로선 자랑거리였던지라 α-12V 레터링도 함께 부착되었습니다.

 

기사를 찾아보니 이 알파엔진의 개발 기술이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의 주요 사례로 지정되었다고 하네요.

 

 

과기부, 현대차 알파엔진 ‘국가과학기술자료’ 사례로 선정

▲현대차 스쿠프 알파에 얹었던 알파 12V 엔진이 국가과학기술자료 선례로 꼽혔다. 본격적인 등제를 마치면 역사에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제공

www.etoday.co.kr

 

순정 스포일러

LS라 보조제동등이 포함된 스포일러도 함께 존재합니다.

 

LS 기본사양으로 적용되었던 리어스포일러와 보조제동등입니다. 90년대 초반 차량들의 경우 상위차량용 사양으로 이런 스포일러를 달아주곤 했습니다.

 

스쿠프

전반적으로 깔끔한 모습입니다.

 

휠의 분진이나 자잘한 기스를 제외하곤 완벽한 상태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쉽사리 볼 수 없는 순정휠과 지역번호판까지 충분한 보존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고양 현대 모터 스튜디오에 가면 92년식 뉴 스쿠프가 한 대 있다고 합니다. 물론 메이커의 전시를 위한 복원을 거친 차량에 비한다면 아니겠지만, 순수하게 굴러다니는 차량들 중 최상급의 상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14인치 알루미늄 휠

불가사리 모양의 14인치 알루미늄 휠입니다.

 

스쿠프의 순정휠은 그나마 차가 보이던 시절에도 쉽사리 볼 수 없었는데 순정휠까지도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경차에나 들어가는 14인치 휠입니다만, 당시만 하더라도 중형차에도 적용되던 나름 고급사양이곤 했습니다. 휠캡은 쏘2 엘란트라등과 함께 공유하는 듯 보이네요.

 

감탄사와 함께 차량을 구경하고 있는데, 차주 어르신이 오셨습니다. 차주 어르신께서 실내를 보여주시고 아직 엔진소리도 좋다며 시동을 걸어주셨습니다.

 

우드그레인과 오디오 빼곤 다 순정

1.5 LS 오토입니다.

우드그레인과 사제오디오 및 시트커버를 제외하면 순정이네요.

 

아들이 새 차를 내려 타던 차를 받아서 약 25년간 타고 계시다고 합니다. 부분칠은 일부 있어도 도장도 모두 순정상태이고 아직까지 에어컨도 잘 나오고 엔진 상태도 좋다며 차량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아드님도 최소 50대는 되셨을 겁니다. 

 

협소한 뒷좌석

역시나 쿠페형 차량답게 뒷좌석은 협소합니다.

 

뒷좌석엔 인조가죽 시트커버가 덮여있었고, 사실상 타기 위한 자리라기보단 구색을 맞추기 위한 자리에 가깝습니다. 차주 어르신께서 시동을 걸어주셨는데, 머플러에서 새는 소리는 있어도 엔진소리는 준수했습니다. 앞으로 운전을 몇 년 정도 더 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운전을 그만하실 때까지 타실 거라 이야기하시네요.

 

마트를 떠나는 스쿠프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어르신의 스쿠프는 마트를 빠져나갑니다.

 

부드럽게 주차장을 빠져나와 도로로 합류합니다. 도로 위에서도 오랜만에 보는 스쿠프가 반가워서 따라오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갔더라면 지금껏 생존하지 못했을 텐데, 어르신의 자가용으로 살아 지금껏 생존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30년 가까운 세월을 달려오며 크게 속 썩이지 않았던 스쿠프가 앞으로도 어르신과 함께 무탈히 잘 달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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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도리

만 31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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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때를 마지막으로 기억하는데 정확히 언제 카세트테이프를 녹음했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습니다.

 

예전에 젠트라를 가져와서 순정 데크를 설치하곤 CD도 참 오랜만에 굽는다고 얘기하곤 했었는데, 그보다 더 오래전에 테이프를 썼으니 10년 이상은 족히 지났을 겁니다. 예전에 윤선생 영어테이프를 듣고 직접 발음한 문장을 녹음하면서 지겹도록 사용했었고, 그 이후로도 고등학생 때까진 집에 카세트테이프를 먹던 차가 있긴 했었던지라 집에 있던 필립스 미니컴포넌트로 최신가요나 좋아하던 노래를 테이프에 녹음했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아직도 구닥다리 카오디오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존재하고, 그런 사람들을 위한 유선카팩이나 무선카팩 같은 훌륭한 대체재가 존재하긴 하지만, 카팩은 테이프 특유의 그 감성이 살아나지 않습니다. 테이프 자체가 음질이 뛰어난 건 아니지만 정상적으로 녹음된 테이프 대비 음질도 떨어지고요. 올봄 매각했던 비스토 터보에서 진짜 온갖 유무선 카팩은 다 써봤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래서 빨간색 갤로퍼에서는 순정 오디오에 직접 녹음한 테이프로 음악을 들어보기로 합니다.

 

자 일단. 공테이프부터 구해야겠죠. 공테이프가 아니더라도 카세트 테이프 상단 구멍을 막으면 녹음이 가능합니다만, 카세트테이프 자체가 없습니다. 인터넷에서 살까 하다가 옛날 방식대로 오프라인에서 구매하기로 마음먹고 실천에 옮겨봅니다. 예전처럼 음반집이 동네에 있는 것도 아니고, 이미 카세트테이프가 사장된 지 한참 지난 시점에 지어진 신도시인지라 문구점에도 공 CD는 있어도 녹음용 카세트 테이프는 없더군요. 수소문 끝에 같은 문구 체인점의 홍성점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홍성 시내까지 나갔다 왔습니다.

 

악성재고 처리

문구점에 오래 묵어있던 악성재고 공테이프를 모두 가져왔습니다.

 

예전에는 양면 120분짜리 공테이프를 구해서 썼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한쪽 면에 30분. 양쪽 60분짜리 테이프더군요. 뭐 어때요 일단 구했으니 성공입니다. 공테이프를 구했으니 이제 녹음만 하면 되겠구나 하고 이사 올 때 가져왔던 필립스 미니컴포넌트에 다시 전원을 연결했습니다만....

 

대충 2014년 컴포넌트 사진 찾아옴

노트북에 외부입력으로 연결하여 사용하기도 했었네요..

다른 기능들은 싹 다 고장입니다. 이런 외부입력 오디오를 출력하는 용도로만 쓸 수 있습니다.

 

나름 기대하며 전원을 넣었습니다만, CD도 못 읽고 USB도 요즘 음원은 제대로 읽지 못하고 버튼은 제멋대로 눌리더군요. 결국 포기하고 중고 컴포넌트를 하나 구매하기로 합니다. 더블데크가 녹음 음질은 더 좋다고 하지만 활용도가 떨어집니다. 그래서 적당한 컴포넌트로 결정했네요.

 

요즘 최신형 컴포넌트는 블루투스와 USB만 지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테이프를 인식하는 구형 기기여야 합니다. 그래도 완전 구형은 아닌 USB까지 인식하는 기기여야 하고요. 대충 2000년대 후반 ~ 2010년대 초반에 나온 기기 위주로 매물을 찾아봅니다.

 

중고나라에서 발견

그러던 와중 중고나라에서 깨끗한 물건을 하나 발견해냅니다.

 

가격은 5만 원. 대략 08년 식정도. 매물이 별로 없습니다. 쿨매 수준의 매물들은 당근이고 중고나라고 싹 다 빠르게 매진이고요. 성능은 이퀄라이저 조절이 가능했던 기존의 필립스 컴포넌트가 훨씬 우월합니다만, 일단 최근 올라온 매물 중 가장 적당한 매물이라 생각하여 구매했습니다. 그렇게 택배로 받기로 하고 일본에 다녀왔습니다.

 

일본에서 택배 도착 알림 문자를 받았고. 일요일 밤에 집에 돌아와서 포장을 뜯었는데..

 

당했다.

먼지가 가득하고 USB와 AUX 단자의 커버는 아예 존재하지 않습니다.

본드 비슷한 걸로 붙여둔 흔적만 있네요. 당했습니다.

 

판매자한테 문자로 따지니 성능만 괜찮으면 되는 게 아니냐고 합니다. 그러고 혹시 포장하며 떨어졌나 찾아본다고 하더니 연락도 없네요. 직거래하러 서울까지 갈까 고민했더니만 판매자를 신뢰한 제가 잘못이죠.

 

하고 싶은 말은 많습니다만, 욕은 유튜버 도태트럭커가 지겹도록 하니 그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USB 연결

외부입력을 통해 녹음해도 되고, USB나 CD에 저장된 음원을 녹음해도 상관은 없습니다.

 

그래서 곡 순서대로 시간분배를 잘해서 약 60분 분량의 음원파일을 USB에 넣고 컴포넌트에 연결했습니다. 요즘 음원파일들이 앨범아트나 태그가 많아 용량이 큰 편이라 필립스 컴포넌트는 일부 파일을 읽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 삼성 컴포넌트는 문제없이 잘 읽습니다. 그렇게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준비완료.

모든 준비를 마쳤고, 컴포넌트에 공테이프를 넣은 뒤 녹음 버튼을 눌러줍니다.

 

USB 파일을 읽는 시점에 녹음 버튼을 눌러주고 기다리니 음악이 흘러나오는 시점에 검은 필름이 지나가네요. 성공적으로 녹음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좀 시끄럽다 싶어 이어폰을 꽂아놓고 테이프가 녹음되기를 기다렸습니다.

 

fripside

fripside의 주옥같은 명곡들을 녹음했습니다.

뭐 이런저런 노래를 다 녹음하긴 했지만, 한쪽 면에는 fripside 노래만 녹음하긴 했습니다.

 

녹음이 끝난 뒤 컴포넌트에서 재생하여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빨간 갤로퍼에 가서 들어보기로 합니다.

 

동영상

이미 손실된 음원을 다시 녹음하여 세밀한 소리까지 완벽하게 살려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만족스럽네요. 차량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테이프를 녹음하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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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31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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