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본여행 마지막날 아침에 7년 가까이 사용했던 낡은 가방의 끈이 떨어지며 수명을 다했습니다.
거의 7년 가까이 썼다.
보시다시피 이미 수명을 다 한 걸레짝 같은 가방이지만, 쓰지 못할 때까지 쓴다고 버텼습니다.
지퍼도 한참 전에 고장 났고, 속살을 드러내고 있습니다만 오기 하나로 버텼습니다.
그쯤 썼으면 바꾸라고 수 없이 얘기를 들었지만,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비바람 다 맞아가며 넘어지더라도 함께 굴러가며 고생했던 가방이라 놓아주기가 싫었습니다. 객지에서 기쁨과 슬픔을 함께 했고, 킥보드를 타고 고개를 넘을 때도 함께 했던지라 막상 바깥으로 나돌아 다니는 일을 하지 않음에도 버리기 싫더군요. 이전보다 위험한 환경에 노출될 일은 적어졌지만, 차키나 잡다한 물건들을 넣고 꾸준히 들고 다녔습니다.
저 가방을 들고 해외까지 나갔다 왔는데 결국 일본에서 최후를 맞이하네요.
그간 묶여있던 굴레를 여행 마지막날 풀고 왔다고 생각하며 들고 귀국했습니다.
마지막까지 버텼던 고리
마지막까지 버텼던 가방끈과 고리입니다.
가방과 연결된 고리가 거의 다 찢어진 상태로 사용했었는데, 결국 이게 다 찢어져서 수명을 다했습니다. 꽤 오래 사용했던 가방인지라 온갖 잡동사니도 많이 들어있었는데 내용물을 하나씩 꺼내서 버릴 물건은 버리고, 다른 가방으로 옮길 물건은 미리 빼놓기로 합니다.
카드 도장 돈 적립카드 등등..
생각보다 많은 물건들이 나오네요.
가장 먼저 신용카드와 운전면허증 그리고 인감도장과 막도장도 나옵니다. 세차장 카드와 다양한 적립카드들도 보이고요. 아이폰용 케이블과 담배는 피우지 않지만 가끔 활용하는 라이터. 그리고 옛날 명함도 나옵니다.
현금은 만 원권 지폐 두장에 500원짜리 동전과 100원짜리 동전해서 대략 25,000원. 그 외에 일본 동전이랑 인도네시아 동전도 나오네요.
대충 정리는 해두고 언제 사러 갈 일이 있으면 사야지 하고 차키만 들고 다니던 중 당진 장날에 장 구경에 갔다가 가방을 파는 좌판이 있어 가방 하나를 구매해 왔습니다.
가방 좌판
좋은 가방도 필요 없고, 시장표 가방이면 충분합니다.
허영과 허세 비싼 명품에 하나도 관심 없습니다.
애초에 허세와는 거리가 멀고 보이는 이미지보다 가성비를 따지는 사람이라 자신을 과도하게 포장하는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지 않는 도태한남충이겠지요. 허영과 허세로 가득한 인스타그램도 별로 하지 않았지만, 방치해 두던 계정도 몇 달 전에 비활성화시켰습니다.
가죽가방은 4만 원대. 슬링백은 2만 원대. 크로스백은 1~2만 원대라 캐주얼 크로스백으로 골라왔습니다.
대충 이런 가방
대충 이런 가방입니다. 블루마운트(BLUEMOUNT) 나름 국산 메이커더군요.
가죽가방들도 마찬가지고, 블루마운트 가방이라고 검색하니 정보가 꽤 나오긴 하네요. 아 생산지는 중국산입니다. 가격은 18,000원 주고 가져왔습니다. 우측에 물병을 넣을 수 있는 공간도 있는 것으로 보아 등산 시 간단한 물품을 넣어 다니는 용도로 제작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상관없습니다.
수납공간도 종전보다 꽤 넗어졌다.
가방의 면적은 7년을 쓴 가방보다 작아 보이는데 수납공간은 종전대비 꽤 넓습니다.
차근차근 정리해서 넣습니다. 그래도 공간이 꽤 많이 남는군요. 킥보드 커버까지 접어서 넣고 다녀도 큰 문제가 없으리라 판단됩니다. 이전보다 넣고 다닐 물건도 적은데 너무 큰 가방을 구입한 게 아닌가 싶지만 잘 써봐야죠. 이번 가방은 몇 년이나 쓸 수 있을까요. 아마 이전보다 험한 환경에 노출될 일이 적어 좀 더 오래 쓸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도청이나 광역시의 시청과 같은 느낌인데, 구마모토 부흥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되었던 루피 동상이 현청 앞에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옆에 유명한 라멘집인 아지센 라멘이 있어 점심까지 해결하기 위해 구마모토현청을 찾게 되었습니다.
구마모토현청
딱 봐도 관공서 느낌인 건물들이 붙어있습니다.
뒤에 보이는 건물은 현 경찰청 건물이라고 하는데, 각 건물들이 통로로 이어져 있습니다. 토요일 오전시간임에도 어떤 목적으로 방문했는지 안내를 하는 직원분이 계시더군요. 그냥 루피 동상을 보러 왔다고 얘기하니 옆에 보이는 주차장에 주차를 하라고 합니다. 주차비는 무료입니다.
로빈 나미
구마모토현 일대에는 밀짚모자 해적단 구성원의 동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특별한 행사가 없음에도 현청으로 가는 광장 앞 가로등에는 이런 캐릭터가 그려진 깃대가 걸려있습니다. 물론 구마모토현청을 행정 업무가 아닌 관광의 목적으로 찾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이 광장의 루피 동상을 보러 오는 사람들일 테니 관광객을 위한 맞춤형 깃발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몽키 D. 루피 동상
구마모토 대지진 이후 지역 부흥을 위해 2018년에 현청 앞에 설치되었습니다.
이후 약 4년에 걸쳐 구마모토현 내 동상 설치 희망지역을 신청받아 다양한 곳에 동상이 설치되었다고 합니다. 그냥 대충 가져다 세운게 아니라 각 캐릭터가 가진 특성에 맞게 쵸파는 동물원 앞에, 브룩은 음악대학이 있는 지역에, 상디는 급식센터가 있는 지역에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지역민들의 재기를 돕는 취지에서 세워진 동상이지만 순례를 목적으로 구마모토 여행을 하는 관광객들에 의해 지역경기의 활성화도 도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러 전시행 좋은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원피스 구마모토 부흥 프로젝트' 홈페이지에 접속하시면, 왜 이 지역에 해당 캐릭터의 동상이 세워졌는지의 취지와 함께 동상의 위치를 볼 수 있습니다.
비가 내리는 토요일 오전에도 루피를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모습은 꽤나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대만에서 혼자 온 여행객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해서 사진도 찍어주고 왔네요.
좀 더 있으려다가 비가 내리는데 우산도 차에 놓고 나왔던지라 우산만 가지고 라멘집으로 이동하기로 합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밀짚모자 해적단 동상 순례에 나서보고 싶습니다. 대중교통으로만 돌아보기는 어려울 테니 렌터카가 필수겠지요.
아지센 라멘 본점
구마모토에서 시작되어 일본 전역과 해외에 체인점을 가진 아지센 라멘의 본점이라고 합니다.
구마모토현청에서 걸어서 1분거리.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네요.
돈골을 우린 육수를 기반으로 하는 돈코츠 라멘집입니다. 돈코츠라멘은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맛볼 수 있기에 흔히 일본식 라멘을 떠올리면 이런 돈코츠라멘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저 역시도 마찬가지고요. 예전에는 서울 종로에도 체인점이 있었던 것 같은데 현재는 폐업했고 한국에 지점은 없다고 합니다. 11시부터 손님을 받기 시작하는데 약 10여분 남긴 시점임에도 입장을 대기하는 사람들이 좀 있었습니다.
소유돈코츠라멘
2023년 신메뉴인 소유돈코츠라멘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습니다.
간장과 돼지육수가 어우러진 메뉴라고 하네요. 그 외에도 중화면 메뉴도 있고, 밥류도 있고 라멘집 치곤 상당히 메뉴가 많았습니다. 일단 처음 와보는 식당이니 기본 메뉴를 주문하여 먹었지만 말이죠.
영업시간 안내
11시부터 22시까지 손님을 받습니다.
오더 마감은 21시 30분까지네요.
점심과 저녁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11시 입장 전에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점심과 저녁에는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지 상상도 가지 않더랍니다.
메뉴판
메뉴판 한번 쓱 보고 기본적인 아지센 라멘으로 주문했습니다.
아침도 배부르게 먹고 왔던지라 따로 차슈라던지 면을 추가하지 않고 기본으로 주문했네요.
아지센 라멘
기대만큼 아주 맛있다? 그런 느낌은 아니고 평범했습니다.
그냥 한국에서도 개나소나 액기스 타서 끓여주는 돈코츠라멘에 적응된 입맛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구마모토에서의 일정은 아지센 라멘을 마지막으로 하고 기타큐슈로 바로 올라가기로 합니다.
본래 예정이라면 아소산을 거쳐 오이타현 벳푸에서 온천욕을 마치고 기타큐슈 공항 근처의 숙소로 갈 예정이었으나, 비도 내리는지라 그냥 바로 기타큐슈로 가기로 합니다. 공항 말고 기타큐슈의 중심지 고쿠라로 넘어가려고 하네요.
2세대 파제로 숏바디
2세대 파제로 숏바디입니다.
최소 93~94년 이후의 중기형이라고 하네요.
초기형은 우리가 흔히 아는 저 엠블럼 대신 MMC 레터링이 붙어있었다고 합니다. 번호판도 두 자리 번호판인지라 1인신조 차량으로 보이네요. 은근 구마모토에는 파제로가 많습니다. 후쿠오카만 가도 구형이고 신형이고 파제로 보기가 어려웠는데 구마모토에 오니 이런 1인신조 파제로가 꽤 많이 보이더군요. 6월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기타큐슈로
그냥 큐슈고속도로를 타고 후쿠오카를 거쳐 기타큐슈 고쿠라에 왔습니다.
여행기 분량 조절에 실패한 관계로 좀 더 쓰겠습니다.
이번 목적지는 고쿠라역 뒷편의 아루아루시티(あるあるCity)입니다. 2012년 개장한 서일본 최대 서브컬쳐 상업시설로, 지하부터 7층까지 건물 전체에 서브컬쳐와 관련된 시설들이 입점해있습니다. 물론 도쿄의 아키하바라나 오사카의 덴덴타운만큼은 아니지만, 큐슈를 대표하는 대도시 후쿠오카에도 따로 이런 시설이 존재하지 않는데 제 2의 도시인 기타큐슈에 이런 시설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더군요.
지난번에 갈까 하다가 그냥 왔는데, 이번에는 차를 끌고 왔습니다. 상업시설이 있는 건물과 부속건물인 주차타워가 있는데, 주차타워가 무려 11층에 옥상까지 있습니다. 물론 9층 이상 올라가는 경우 입차 및 출차가 불편해지니 주차비가 좀 더 저렴하긴 했습니다만, 줄줄이 밀려서 주차타워 올라가는것도 일이더군요. 중간에 빈 자리가 나오면 주차가 가능하지만 비어있는 자리가 없으면 그냥 끝까지 올라가야 합니다.
그렇게 11층 위에 옥상 주차장까지 올라왔다.
자리가 없어서 11층을 지나 옥상 주차장까지 올라왔습니다.
비는 그쳤네요. 주차타워와 아루아루시티 본건물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7층의 연결통로를 타고 가도 되고 1층으로 내려가서 올라와도 상관은 없습니다. 화장실에 가기 위해 1층부터 내려가는 루트를 택했네요.
30분에 200엔
주차비는 30분에 200엔.
저층과 고층의 주차비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최대 요금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준입니다.
나름 고쿠라역 바로 뒷편인데 생각보다 저렴하네요. 평일 기준 저층에 주차해도 우리 돈으로 6000원이면 24시간 주차가 가능합니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9000원 수준이면 24시간 주차가 가능하고요. 그러니 저층에 빈자리가 없었던겁니다. 이해가 가네요.
아루아루시티
아루아루시티에 진입합니다.
여기서부터 8부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좀 더 다룰까 하다가 애매하게 잘릴 것 같아서 그냥 여기서 자르겠습니다. 서일본 최대 씹덕성지 아루아루시티 이야기는 8부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