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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서울을 거쳐 하남에 다녀왔습니다.

 

본래 미국산 고급 대우 전기차를 타고 가려다가 배터리가 절반 이하라 가다 애매하게 급속충전을 물리느니 그냥 다른 차를 타고 가는게 나을 것 같아 지하주차장 명당자리에 잘 박아뒀던 갤로퍼를 가동하기로 했네요. 하남에 4시까지 들어가면 되는데, 이왕 올라가는 김에 서울에서 엔진오일이나 교체하고 가기로 합니다.

 

1993 HYUNDAI GALLOPER

시동을 걸어줍니다.

 

이 차로 좀 긴 거리를 다녀오는건 처음이네요. 애초에 서울 태생 차량이고, 서울에서 살며 DOC를 장착했던 차량이지만 서울땅을 밟는건 꽤 오랜만일겁니다. 예열을 마치고 살살 도로 위로 나왔습니다.

 

주행

요즘 디젤차마냥 쭉쭉 잘 나가진 않습니다만, 80km/h 선에서 무리없이 주행합니다.

 

구닥다리 부란자타입 노후경유차는 아무리 터보가 달려있다 한들 요즘차처럼 잘 나가진 않습니다. 그런고로 화물차를 타는 것과 비슷한 속도로 달립니다. 다들 추월해서 지나가네요. 불과 수년전까지만해도 지천에 널렸던 적폐 5등급 노후경유차라 지나가는 차량들이 큰 관심은 없습니다.

 

서울 시내 입성

만 30년이 넘은 구닥다리 일본차 기반의 찌프차로 서울 시내에 입성했습니다.

 

양재에서 한강다리 넘어가는데 한시간 반을 허비했습니다. 티맵도 오락가락 하네요. 차값 못하고 병신같이 가서 신호 끊어먹는 차들도 많습니다. 서울은 정말 자차로 들어오기 싫습니다.

 

성수대교 횡단

적폐 5등급 노후경유차입니다만, DOC가 장착되어있어 문제 없이 성수대교도 건넙니다.

 

물론 없어도 토요일이라 운행에 지장은 없습니다만, 확실히 서울 시내에서 노후경유차를 보기란 어려워졌습니다. 그마저도 2000년대 후반 년식인 4등급 싼타페 CM이나 두어대 봤네요. 점점 규제가 옥죄어오고 있는데 그 차들도 조만간 사라질 운명입니다.

 

최신형 자동차들의 전유물이 된 서울시내를 달리는 노후경유차입니다.

 

오일마켓

그렇게 달려서 오일마켓에 입차했습니다.

 

혹여나 천장이 낮아 들어가지 않을까 했더니 문제 없이 들어가네요. 하긴 생각해보니 카니발처럼 더 큰 차들도 리프트 위로 잘 올라갔습니다. 괜히 걱정하고 입차 가능 여부를 물어보고 온 것 같습니다.

 

 

본넷

본넷을 열고 엔진룸을 살펴봅니다. 뭐 딱히 특별한 건 없습니다.

 

오히려 저보다 주변에서 더 신기하고 경이롭게 보고 계시네요. 전차주가 하체고 뭐고 수리 할 부분은 다 수리를 마쳤고 년간 500km 타고 세워두던 차량인지라 큰 문제는 없습니다.

 

천장 턱에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는다.

천장 턱에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네요.

 

본넷과 A필러 사이 공간에 딱 천장 턱이 들어갑니다. 이보다 더 큰 차들도 이런식으로 오일 교체작업을 진행하겠죠.

 

기존 엔진오일 배출

기존 엔진오일을 배출해냅니다.

 

어차피 경유차라 얼마 안 타도 검정색입니다. 매뉴얼상에는 6개월 혹은 5000km마다 교환하라고 적혀있다는데, 1년에 500km 타는 차 6개월마다 교체하다가 타협을 본 게 1년에 한 번 교체라고 합니다. 작년 11월에 교체했다고 하니 약 10개월만에 내리게 되는군요.

 

작업중

에어크리너(엘리먼트)와 오일필터를 탈거합니다.

 

지금은 규제때문에 서울시내에 진입하지 못하는 차가 많지만 이전엔 그래도 좀 있었다고 합니다. 엘리먼트도 다 준비되어 있었는데 사실상 신품이라 나중에 다시 조립하여 넣어줬습니다.

 

현대자동차써비스 기어오일

드디어 이 기어오일통에 어울릴법한 차가 왔다고 기념사진 촬영을 거행합니다.

 

전륜구동승용차가 아니긴 하지만 92년에 생산되었던 품번이 1004인 저 기어오일통과 함께 시대를 풍미하던 차량임엔 분명합니다. 저 기어오일통은 어떻게 30년을 생존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새 엔진오일

새 엔진오일입니다. 라핀 XE 5W40.

 

무난한 가격대에 무난한 성능을 자랑합니다. 확실히 체감성능상 가볍게 느껴지는 오일이기도 하고요. 독일산 제품이지만 독일보다는 네덜란드산과 비슷한 성향이라고 합니다.

 

작업 진행중

작업은 계속 진행되고 옆에서 차량 구경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석션으로 잔유를 모두 제거하고 신유를 주입한 뒤 오일필터를 다시 끼워줍니다.

 

새어나온 오일은 깔끔하게 닦아준다

필터 교환 과정이나 드레인 코크를 막는 과정에 주변에 묻은 오일을 깔끔하게 닦아줍니다.

 

어제 트럭의 디퍼런셜 기어 오일을 교체하고 왔는데 드레인코크 주위로 오일이 좀 묻어있더군요. 오일이 묻어있는 모습이 눈에 보여도 닦아주지 않는 곳들도 많습니다만, 오일마켓의 이런 섬세한 마감은 정말 마음에 듭니다.

 

오일마켓 앞에서

오일마켓 앞에서 기념촬영도 마쳤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를 하고 차를 내려놓고도 이것저것 구경시켜준다고 이야기 하다 보니 시간이 꽤 흘렀네요. 결국 하남엔 약 30분 정도 늦게 도착했습니다.

 

적산거리

엔진오일 교체 후 적산거리는 140,850km 입니다.

 

메인으로 타는 차를 전기차로 바꾼지라 배에 싣기도 어렵고 충전 방식이 달라 충전도 어려운 전기차 대신 마음같아선 이 차를 배에 싣고 일본여행을 다녀오고 싶습니다만, 도쿄만 찍고 와도 5000km는 타게 되는데 아까워서 못 탈 것 같습니다.

 

워시존 하남 EV센터

불스워너 모임이 있었던 워시존 하남 EV센터로 이동하여 세차를 진행했습니다.

 

차가 깔끔해서 딱히 세차가 필요한가? 싶긴 하지만 약 한 달 지하주차장에 머물며 먼지가 약간 쌓이긴 했습니다. 실내베이에 들어가서 세차를 진행합니다. 아 여기 세차장 사장님께서 이 미천한 블로그를 종종 보신다고 하시더군요. 영광스러웠습니다.

 

 

확실이 이렇게 높은 차는 처음 타보니 사다리 타고 올라가서 루프를 닦는게 어렵습니다.

 

숏바디도 힘든데 롱바디는 대체 어떻게들 타고 다니시는지 신기합니다.

 

세차 후 왁스까지 도포

세차 후 이젠 구할 수 없는 불스원 고체왁스를 도포해줍니다.

 

힘드네요. 아침 점심 공복으로 있었는데 정말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럼에도 다른 불스워너분들도 관심을 가지고 차를 봐주시네요.

 

싼타페와 GV80 사이

확실히 요즘 최신형 현대 SUV에 비한다면 좁고 높습니다.

 

그렇게 8시까지 세차장에 머물다가 근처 감자탕집으로 이동하여 늦은 저녁을 먹고 해산했습니다.

 

내려가는 길

하남에서 천천히 내려가니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이네요.

 

일요일착 오더를 받아놓아서 비록 한시간 자고 다시 나갔지만, 서울 시내를 통과하는 과정이 매우 고통스러웠지만 즐겁고 알찬 하루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긍극의 아이돌

요아소비(YOASOBI)의 아이돌(アイドル)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국내 음원차트에서도 상위권에 올라갔던 노래인지라 익히 알고 계실텐데, 내려오며 테이프에 녹음된 이 노래가 흘러나와 곰곰히 생각해 보니 막상 노래 가사에서 지칭하는 최고의 아이돌 호시노 아이를 설명하는 후렴구 가사가 마치 이 차량을 지칭하는 느낌이 들어 영상으로 남겨보았습니다.

 

누구든 시선을 빼앗기는 완벽한 궁극의 자동차. 앞으로도 무탈히 보존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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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도리

만 31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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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올드카 목격담은 서산의 한 마트에서 목격했던 94년 12월에 최초등록된 현대자동차의 스포츠 룩킹 카(SLC) 스쿠프입니다. 현대자동차가 처음 양산한 쿠페형 차량으로 당시 절찬리에 판매되던 엑셀의 차대를 기반으로 90년부터 96년 티뷰론의 등장 이전까지 약 6년간 판매되었습니다.

 

1세대 2세대 할 것 없이 엑셀의 차대가 1세대 미쓰비시 미라지를 베이스로 하고 초기에는 미라지와 엑셀에 적용되었던 1.5L 오리온 엔진이 적용되었으나 알파엔진의 개발 이후 알파엔진이 적용되었으며, 알파엔진에 터보차저를 올려 현대차 최초로 터보차저가 적용된 가솔린 엔진 차량이기도 적용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가솔린엔진에 터보차저를 적용했던 차량은 아토스와 비스토였습니다.

 

지금은 고성능 모델인 N 라인업도 존재하고, 모터스포츠 팀 창단 이후 WRC에서도 성과를 거두는 현대차의 야망은 빠르지도 않았고 쿠페 스타일의 그럴듯하게 생기기만 했던 스쿠프에서 시작됩니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도 그럭저럭 보이던 스쿠프는 이런저런 튜닝을 거치거나 험하게 탔던 차량들이 대다수라 도로 위에서 빠르게 사라졌고, 약 10년 전 흰색 초기형 모델이 시골 한 농가에 버려져 있었던 모습을 목격했던 이후로 언제 봤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의 아주 적은 개체만이 살아있습니다. 그냥 구경만 해도 감격스러운 일인데 구경하던 중 차주 어르신을 만나 차량에 관련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1994 HYUNDAI NEW SCOUPE

우연히 마트에 들어갔다가 지역번호판에 순정상태인 뉴 스쿠프를 목격했습니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차량을 구경합니다. 당대 함께 라인업을 구성하던 엑셀 엘란트라처럼 구형대비 유선형 디자인을 대거 차용한 부분변경 모델이자 후기형인 뉴 스쿠프입니다. 90년대 초중반 현대차들은 죄다 이런 느낌이지요.

 

1994 HYUNDAI NEW SCOUPE LS 1.5 A/T

경기 46 지역번호판과 함께 레터링 스티커도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경기 46은 고양시에서 발급된 번호판이네요. 번호판 주위로 공간이 넓은 것으로 보아 이 차량은 자연흡기 모델입니다. 터보 모델의 경우 여유공간 없이 후미등과 반사판이 이어지고 좁은 공간에 번호판이 들어갑니다.

 

SCOUPE LS

SCOUPE LS α-12V

 

고급형 트림과 LS 트림으로 나뉘는데, 고급형이 상위 트림이 아닌 LS가 상위트림입니다. 자연흡기 고급형/LS 및 터보 고급형/LS 총 네 가지 트림으로 운용되었습니다. 지금은 딱히 자랑거리가 아니지만, 4기통 SOHC에 흡기밸브를 두 개씩 넣어 12 Valve가 적용된 엔진은 당시로선 자랑거리였던지라 α-12V 레터링도 함께 부착되었습니다.

 

기사를 찾아보니 이 알파엔진의 개발 기술이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의 주요 사례로 지정되었다고 하네요.

 

 

과기부, 현대차 알파엔진 ‘국가과학기술자료’ 사례로 선정

▲현대차 스쿠프 알파에 얹었던 알파 12V 엔진이 국가과학기술자료 선례로 꼽혔다. 본격적인 등제를 마치면 역사에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제공

www.etoday.co.kr

 

순정 스포일러

LS라 보조제동등이 포함된 스포일러도 함께 존재합니다.

 

LS 기본사양으로 적용되었던 리어스포일러와 보조제동등입니다. 90년대 초반 차량들의 경우 상위차량용 사양으로 이런 스포일러를 달아주곤 했습니다.

 

스쿠프

전반적으로 깔끔한 모습입니다.

 

휠의 분진이나 자잘한 기스를 제외하곤 완벽한 상태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쉽사리 볼 수 없는 순정휠과 지역번호판까지 충분한 보존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고양 현대 모터 스튜디오에 가면 92년식 뉴 스쿠프가 한 대 있다고 합니다. 물론 메이커의 전시를 위한 복원을 거친 차량에 비한다면 아니겠지만, 순수하게 굴러다니는 차량들 중 최상급의 상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14인치 알루미늄 휠

불가사리 모양의 14인치 알루미늄 휠입니다.

 

스쿠프의 순정휠은 그나마 차가 보이던 시절에도 쉽사리 볼 수 없었는데 순정휠까지도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경차에나 들어가는 14인치 휠입니다만, 당시만 하더라도 중형차에도 적용되던 나름 고급사양이곤 했습니다. 휠캡은 쏘2 엘란트라등과 함께 공유하는 듯 보이네요.

 

감탄사와 함께 차량을 구경하고 있는데, 차주 어르신이 오셨습니다. 차주 어르신께서 실내를 보여주시고 아직 엔진소리도 좋다며 시동을 걸어주셨습니다.

 

우드그레인과 오디오 빼곤 다 순정

1.5 LS 오토입니다.

우드그레인과 사제오디오 및 시트커버를 제외하면 순정이네요.

 

아들이 새 차를 내려 타던 차를 받아서 약 25년간 타고 계시다고 합니다. 부분칠은 일부 있어도 도장도 모두 순정상태이고 아직까지 에어컨도 잘 나오고 엔진 상태도 좋다며 차량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아드님도 최소 50대는 되셨을 겁니다. 

 

협소한 뒷좌석

역시나 쿠페형 차량답게 뒷좌석은 협소합니다.

 

뒷좌석엔 인조가죽 시트커버가 덮여있었고, 사실상 타기 위한 자리라기보단 구색을 맞추기 위한 자리에 가깝습니다. 차주 어르신께서 시동을 걸어주셨는데, 머플러에서 새는 소리는 있어도 엔진소리는 준수했습니다. 앞으로 운전을 몇 년 정도 더 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운전을 그만하실 때까지 타실 거라 이야기하시네요.

 

마트를 떠나는 스쿠프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어르신의 스쿠프는 마트를 빠져나갑니다.

 

부드럽게 주차장을 빠져나와 도로로 합류합니다. 도로 위에서도 오랜만에 보는 스쿠프가 반가워서 따라오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갔더라면 지금껏 생존하지 못했을 텐데, 어르신의 자가용으로 살아 지금껏 생존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30년 가까운 세월을 달려오며 크게 속 썩이지 않았던 스쿠프가 앞으로도 어르신과 함께 무탈히 잘 달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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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도리

만 31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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