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달처럼 4월에도 어김없이 고물을 주웠습니다만, 나름대로 고물수집 최대 수입을 냈던 3월 대비 절반 수준이자 평소 수준의 수입을 기록했습니다. 물론 본업이 바쁘기도 했었고, 타이밍이 애매하게 비가 내리기도 했지요. 이제 더워지며 취미생활 유지도 더 힘들어지긴 하겠습니다만, 그래도 꾸준히 치워줘야 하는 곳들이 있어 반 강제로라도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과일가게 털이
전에 언젠가 지역 카페에 폐지를 주워간다고 댓글을 달았던 적이 있었는데 꾸준히 연락이 옵니다.
한 과일가게에서 박스가 많다고 가져가라고 해서 왔더니만 엄청 많더군요. 접기 뭐해서 그냥 작은 박스들은 대충 집어던져서 한 차를 만들어 고물상에 갖다 주기도 했고 시간 여유가 있었던 토요일에 제대로 접어서 가져가긴 했습니다만 역시 종이값이 똥값이긴 합니다. 고물수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종이의 가격이 사실상 똥값인지라 이전대비 다른 물건을 더 들고 오게 되더군요.
헌옷
이번에는 헌옷도 두 차례에 걸쳐 가져갔습니다.
사무실 근처 원룸단지 쓰레기장에 마대자루로 헌 옷이 잔뜩 담겨있더군요. 아마 그 원룸에서 살던 외국인이 거처를 옮기며 겨울옷을 다 정리하고 이사를 간 것으로 보였습니다. 가져가라기에 가져왔더니 250원 정도 쳐줍니다. 따로 헌 옷만 전문적으로 수거하는 곳에 보내면 400원까지도 쳐준다고 하더군요.
트랙터 미션
그 외에도 4월에 팔았던 특이물품 중 트랙터 미션이 있었습니다.
농업용 트랙터의 변속기입니다. 이미 기어고 뭐고 다 깨져서 회생이 불가능한 물건이라고 하네요. 이 덩어리 하나만 70kg이 나왔습니다. 그래도 다니다 보니 이렇게 챙겨주셔서 입에 풀칠이라도 하는 것 같네요.
그래서 4월 수입은요...
정산
4월에 총 239,600원을 벌었습니다.
올해 누적은 1,188,200원.
1월보다는 많고 2월보다는 조금 적네요. 말일날 바빠서 채워놓고 고물상에 가지 못했던지라 아마 차에 실려있는 종이까지 팔았으면 2월과 비슷한 매출을 보였으리라 생각됩니다. 고물 가격에 상관 없이 그래도 운동도 하고 밥값도 벌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운동 겸 밥값이나 열심히 벌어봅시다.
차령 30년이 넘어가는데다 진작 수출이나 조기폐차라 쓰고 적폐청산이라 읽는 행위로 사라졌습니다만, 아직 드문드문 도로 위에서 보이는 차량 중 하나입니다. 이번에 본 차량은 95년 10월에 최초로 등록되었고 두 자리 지역번호판을 부착하고 있었는데, 상태는 별로였지만 도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1995 KIA BONGO J2
딱 봐도 세월의 풍파가 느껴지는 그런 차량이었네요.
운전석이 있는 캐빈은 상대적으로 깔끔했습니다만, 적재함 문짝은 부식으로 구멍이 다 뚫렸고 후미등은 하나는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스페어 타이어가 고정된 브라켓 역시 삭았는지 달리면서 스페어 타이어가 흔들흔들 하더군요. 그럼에도 1995년으로부터 30년이 지난 2025년의 도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1995 KIA BONGO J2
아무리 봐도 DPF가 장착되지 않은 차량입니다.
그럼에도 경기 지역번호판을 부착하고 경기도 땅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건설사 스티커가 붙어있었고 적재함에도 현장에서 사용하는 타일본드 통이나 공구들이 적재되어 있는 모습으로 보아 작은 건설사에서 작업용으로 사용하는 차량으로 보였습니다. 딱히 매연이 과하게 나온다거나 그런 느낌은 없었습니다만, 상태로 보아하니 그리 오래 버티진 못할 것 같았습니다.
팔탄분기점으로
짧은 만남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습니다만, 저 DN8이 방해하여 보지 못 했습니다.
차선을 바꿔도 앞에서 기어가고, 막상 분기점으로 따라 들어가니 자기도 앞으로 쏙 따라 들어가서 공간을 필요 이상으로 벌리더군요. 이렇게 좀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은 차가 있어도 의도치 않게 방해하는 차량들이 있는 경우 이렇게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헤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참 아쉽기만 합니다.
다음은 며칠 뒤 비슷한 구간에서 목격했던 1999년 8월에 최초등록된 현대의 중형 세단 EF쏘나타입니다.
2004년 전국번호판의 도입 이후 지역번호판 발급이 중단된지 20년이 넘은지라 충남45의 지역에서 나고 자랐어도 정말 오랜만에 보는 느낌이네요. 당진에서 최초 발급된 번호판입니다. 충남45 '라'의 경우 2001년까지 발급되었는데 보통 2000년 2001년식 차량들에서 많이 보곤 했었습니다만, '라' 1천번대라 그런지 99년 8월에 등록된 차량이었습니다.
1999 HYUNDAI EF SONATA 2.0 M/T
드림 테크놀로지라는 슬로건이 인상적이었던 현대가 자체 개발한 플랫폼이 적용된 차량이었습니다.
특유의 엔진음이 인상적인 시리우스 엔진이나 미쓰비시제 변속기를 라이선스 생산하여 적용하긴 했지만 자체 개발한 플랫폼을 적용하며 기술독립을 위해 차근차근 실현해 나가던 과정에 있었던 차량입니다. 이후 NF에서 엔진, YF에서 변속기까지 모두 미쓰비시의 흔적을 지우게 되었죠.
그 시절 현대차가 다 그랬듯 부식에 취약했던 것도 있고, 상대적으로 구형보다 부분변경 모델인 뉴 EF의 판매기간이 더 길었던지라 신형 대비 도로 위에서 더 보기 어려운 느낌이 없지 않은 차량 중 하나입니다.
무난히 달린다
드문드문 덧칠의 흔적이 보이지만 무난하게 잘 달리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수동이네요.
최신형 쏘나타 택시와 나란히 달리는 모습을 보니 25년 전에는 그리 작다고 느껴지지 않았던 EF 쏘나타가 조금 왜소하게 보여지더군요. 등록제원상 1997cc 휘발유 차량으로 나옵니다만, 1.8 혹은 택시에 적용되던 14인치 방패휠이 장착되어 있었고, 수동변속기가 적용되었던 차량이네요. GVS 이상으로 올라가야 15인치 알루미늄 휠이 적용되었는데, 이후 뉴 EF로 부분변경을 거친 뒤에야 깡통휠도 15인치로 시작하게 됩니다.
1999 HYUNDAI EF SONATA 2.0 M/T
최초등록 시기상으론 2000년형 모델이 출시되었던 시기인데....
저 그릴과 호박색 헤드램프가 적용되기 시작한게 2000년형인데 그릴은 2000년형임에도 헤드램프는 그 이전 년식용이네요. 중간에 사고가 있어 그릴을 교체했던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리저리 짬뽕된 상태임에도 건재하게 도로를 잘 달리던 EF 쏘나타였습니다. 비록 정체구간에서 짧게 만났습니다만, 앞으로도 주인 어르신과 함께 오랜 세월 도로를 누비지 않을까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