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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오기 수개월 전까지 사무실 앞에 펜스로 집을 만들어 진돗개를 키웠다고 합니다. 주인이 사무실에 있는 진돗개. 꽤나 영리해서 목줄을 풀어주면 밖에다 똥을 싸고 혼자 놀다가 다시 묶어달라고 돌아왔다고 합니다. 줄을 풀어주지 않으면 낑낑대었고 똥을 며칠 참았다고 하던데 꽤 오래 키웠고 새끼를 낳아 분양한 뒤 다른곳에서 키운다고 하네요.

 

여튼 지난해 12월로 기억됩니다. 한참 차를 세우던 시기 새끼고양이 한마리가 밥을 달라고 왔습니다. 주변에 지나다니는 고양이도 있고, 사무실 뒤 사찰에서도 밥을 주고 키우는 고양이가 있다는건 알았는데 이런 새끼고양이는 처음보더군요. 그때부터 집도 지어주고 밥도 물도 캔도 츄르도 주며 키우고 있습니다.

 

밥달라고 운다

처음 보고 사람들이 소세지를 준지 며칠 지난 시점입니다.

흔히 치즈태비라고 하는 고양이네요.

 

길에서 엄청 굶었던 고양이라 주는대로 다 받아먹네요. 소세지를 줘도 먹고 과자를 줘도 먹습니다. 다른 큰 고양이들에게 치이고 결국 사람한테 거둬달라고 온 것 같아 사람에게 얻어먹는 것 말곤 생존을 위한 방법이 없어서 그런지 사람을 생각보다 잘 따릅니다.

 

다리를 비빈다.

본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도 다리를 비빕니다.

 

사무실 앞에 세워두는 승용차 범퍼나 타이어에도 몸을 비비고, 금방 자기 영역이 된 느낌이더군요. 굴러다니는 벽돌과 나무를 이용하여 사무실 문 옆에 집도 지어주고 본격적으로 사료를 구입하여 밥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놀아주는 사람도 있고 밥도 나오고 집도 생겼으니 고양이 입장에서는 생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지요.

 

들어도 뭐라고 안한다

그냥 완벽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안과 밖을 드나들며 집고양이 다 된 느낌입니다. 사진을 찍는다고 손으로 들어도 뭐라고 안하고, 안고 걸어다녀도 크게 불편해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쓰다듬어주면 골골댑니다. 일반적인 고양이들이 반응하는 낚시대같은 장난감에는 크게 반응하지 않는게 신기하고, 고양이 치곤 성격이 매우 온순한 축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눈밭에서도 드러눕는다.

눈밭에서도 드러눕고 뒹굴뒹굴 합니다.

 

춥지 않은가 모르겠네요. 이렇게 고양이 밥을 주다보니 동네 다른 큰고양이들이 우리 고양이의 밥을 뺏어먹으러 옵니다. 볼때마다 내쫒습니다만, 그런 큰놈들이 오면 도망가기 바쁘네요. 그래서 밥을 딱 먹을만큼만 주는데 그래도 큰놈들이 자꾸 와서 괴롭힙니다. 한번은 어떤놈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고양이를 할퀴어 배에 털이 떨어져나가 맨살이 보였고, 귀에 피딱지가 생겨있더군요.

 

할큄의 흔적

꽤 크게 털이 빠졌었습니다. 한동안 거의 맨살이 보이더니 털이 조금씩 나기 시작하더군요.

 

지금은 털이 거의 다 났습니다. 그래서 크게 티는 나지 않습니다만, 왜 이 작은 고양이 괴롭히지 못해 안달났는지 모르겠네요. 오히려 친하게 지내면 자기들한테도 떡고물이 떨어질텐데 말입니다. 친하게 지내는 고양이는 딱 한마리 봤습니다. 사무실 고양이와 털 색깔과 크기가 비슷한 형제로 보이는 고양이랑 같이 나무를 타고 있더군요. 그 고양이 말곤 친하게 지내는 고양이를 보진 못했습니다.

 

동네 대장 큰고양이

큰 고양이가 사람이 있어도 밥을 뺏어먹겠다며 사무실 고양이의 집 앞까지 다가옵니다.

 

우리 고양이도 꽤나 살이 붙었고 크기도 많이 커졌지만 아직까지 자기보다 엄청 더 큰 고양이들에게 당하고 사는 입장으로 보입니다. 저는 보란듯이 사료를 더 가져다 주고 물도 주고 츄르도 줬습니다. 꼬우면 니들도 괴롭히지 말라는 행동이라 보면 되겠죠.

 

드러눕는 이유는 뭘까?

계속 대치하다가 드러눕네요. 항복의 의미인지 그냥 사람 믿고 저러는건지는 모르겠지만요.

 

결국 저 고양이가 밥그릇 앞까지 침범을 감행해서 쫒아냈습니다. 다른 고양이들이 오면 사무실로 피신하는데, 사무실에서는 식빵자세로 편하게 있네요. 그런데 안으로 들어오는건 항상 눈치를 봅니다.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계시구요.

 

그래도 편하게 사는중

그래도 편하게 살고 있습니다.

 

잠시 차 앞에서 뭘 한다고 있었더니만 제가 서있으며 생긴 그늘 아래에 드러누워 뒹굴뒹굴 하고 있더군요. 팔자 좋습니다. 날이 좀 더 풀리면 따뜻한 물 받아서 목욕이라도 시켜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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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31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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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 나는 도태되었고 실추될 명예와 이미지도 없다고 생각하기에 내 치부를 스스로 밝히는 사람이다. 04년 당시 있었던 일이나 어제 달렸던 댓글이 타인이 보기엔 기분 나쁘게 보였으리라 생각할지 몰라도 아직도 내가 수백 명 앞에서 개망신을 당해가며 혼날 이유는 없었다고 생각하기에 긴 글을 적어본다.

3월 9일에 투표를 하려다 어제 사전투표를 하고 왔다. 고민 끝에 내키지 않는 후보 중 한 사람을 선택하여 찍고 왔다. 평소 어떤 정치인을 좋아했는지 어떤 정당을 특히 싫어했는지에 대해 스크롤을 내리며 대충은 알고 계셨겠지만, 보이는 선거만큼은 중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 어제 투표 인증샷이라고 손등에 도장을 14회(15회를 찍는다고 하였으나 하나 덜 찍힌 느낌) 찍어 SNS에 게시했다.

그리고 '너 초등학교 때 이런 거 하다가 존나 죽도록 빠다 맞았지?'라는 댓글이 달렸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어렴풋이 기억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나보다 남들이 먼저 기억할 정도로 꽤 큰 사건이었는데 일기장에도 없어서 잊고 지냈었구나. 처음에는 어른들의 투표 인증을 따라 한다고 손등에 도장을 찍거나 인주를 묻혔던 기억이 있었는데, 그래서 그랬나? 라고 생각하고 기억을 되짚어 보니 전혀 다른 이유로 전교생 앞에서 개같이 처맞고 교실로 올라와서 또 처맞았다.

그 상황을 목격했던 다수의 목격자와 내 기억을 교차 검증한 결과는 아래와 같다.

2004년 3월. 합덕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이던 시절로 돌아간다. 1학기 전교 임원선거가 있었다. 전교 반장과 회장을 뽑는 선거였고, 5학년과 6학년이 러닝메이트 형태로 팀을 꾸려 출마하는 방식이었다. 그냥 평범한 유권자였던 나는 회장인지 반장인지 둘 중 하나는 이미 몇 번을 뽑을지 결정했고, 하나는 결정하지 못한 상태로 후보들의 유세를 보고 기표소에 들어갔다.

들어가서도 한참을 고민했었고, 결론은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순수한 의미에서 '미안'을 찍어 내자는 생각에 기표소 도장으로 '미안'을 만들기 시작했다. 두 개의 기표소가 있었는데, 내가 들어간 기표소만 줄이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고 있으니 한 선생님이 기표소의 천막을 열어보았다. 투표용지에 ''는 다 찍었고, ''의 ''을 찍고 있던 찰나 뒤를 돌아본 나와 그 선생님의 눈이 마주쳤고 '투표를 장난으로 아느냐'며 개처럼 멱살을 잡혀 기표소에서 끌려 나와 투표를 기다리던 수백 명의 학생들 앞에서 엎드려뻗쳐 자세로 개처럼 맞았고 소명의 기회도 없었다. 왜 그랬느냐는 소명의 기회가 있었더라도 체벌이 만연했던 시기라 결과는 별반 다르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나는 분명 투표를 장난으로 알지도 않았고, 누구보다 진지하게 임하여 비밀이 보장되는 투표용지에 아무도 선택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순수한 마음을 표현했을 뿐인데 말이다.

다른 곳에 있었던 당시 5학년 담임선생님은 강당에 들어와 개처럼 맞고 있던 나를 보곤 무슨 일인지 물었고, 나를 때리던 그 선생님은 투표지에 장난을 쳐놨다고 얘기하며 인계했다. 담임 역시 강당에서도 날 걷어찼고 교실에 끌려와서는 때리는 사람만 바뀌었을 뿐 복날 개 패듯이 맞았다. 그래도 담임은 내 말을 들어라도 주겠지 싶어 '제발 제 말 좀 들어주세요'라고 애원해도 발길질에 책에 온갖 물건이 나에게 다 날아왔다. 두 명의 성인 남성에게 개처럼 처맞았던 초등학교 5학년생인 나는 학교 안에서 하나의 밈처럼 소비되었다. 한동안 왜 거기서 맞았느냐는 질문을 지겹도록 들었고, 사건의 전말을 아무리 말해줘도 내 의견에 동조해주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물론 우리 엄마부터 어릴 적부터 내 말은 들으려고 하지도 않아 상당히 억울했던 사람이기에 부모도 아닌 교사에게 내 발언권을 존중받기를 바라는 건 무리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다 쳐도 문제는 나보다 한 살 어린 여동생에게 있었을 거다. 수백 명 앞에서 개처럼 맞던 나 때문에 나만큼 질문을 많이 받았을 것이고 내 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서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았을 게 분명하며, 같은 학교에 다니던 내가 도움은커녕 삶의 걸림돌이 되었으리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그래서 그런지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나와 엮이지 않는 학교로 진학했다. 그런데도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기행을 일삼으려 드는 나라는 사람의 동생이라는 게 살아가며 마이너스로 작용했긴 했을 테니 두고두고 미안하게 생각된다.

초등학교의 전교 임원선거는 결과보다 선거 절차를 익히고 유권자의식을 함양하는 교육의 목적이 더 크리라 생각된다. 투표로 보여준다는 말이 무엇인가. 득표수와 당선 여부와 같은 결과로 보여준다는 이야기도 되겠지만, 유권자의 뜻을 보여주는 수단이니 그런 관용어를 사용하는 게 아닌가. 찍을 사람 없으면 군소 후보에 투표하거나 무효표라도 내고 오라고 얘기한다. 무효표를 만드는 이유는 다양하더라도 소중한 유권자의 뜻이다. 임원선거에 출마하는 초등학생들이 내놓는 공약이란 행복한 학교를 만들겠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나 학부모의 힘이 없으면 독단적으로는 실현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이고, 학부모회(자모회) 임원이라면 모를까 전교 임원 어린이가 학교나 교사를 상대로 부조리한 일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도 아니다. 사실상 인기투표일 뿐인 초등학교 선거에서 나는 투표로 내 뜻을 보여주려다 개처럼 처맞은 너무 성숙한 의식을 가졌던 초등학생이었던 것이다. 체벌도 사라졌고 도태된 남성이라 결혼도 못 하겠지만 만약 내 자녀에게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나는 칭찬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이후 나를 기표소에서 개처럼 끌고 갔던 젊은 선생님은 1년 뒤 6학년 담임이 된다. 생각해보니 지금의 내가 그 나이다. 교사의 자질도 충분하고 좋은 선생님이기에 그분 자체를 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교사 입장에서 충분히 장난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개처럼 맞을 만큼 잘못했는지 나는 그렇다고 치고 졸지에 함께 피해를 본 내 동생은 도무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다시금 묻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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