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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에서 이어집니다.



공항에서 입국수속을 모두 마치고 전철역으로 향합니다.


나리타공항에는 제1터미널 역과 제2,3터미널 역이 따로 존재합니다. 어떤 역에서 탑승하나 하차하나 약간의 운임차이를 제외하곤 별 차이가 없습니다. 어짜피 종점은 제1터미널이기 때문이죠. 여튼 저는 2터미널에 내렸기에 2~3터미널 역으로 향했습니다. 그냥 이정표만 따라가면 됩니다.



나리타공항에는 두개의 철도회사의 노선이 지나갑니다.


민영화된 국철인 JR동일본, 그리고 사철회사인 케이세이(게이세이)의 안내센터가 있습니다. 패스권을 끊거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외국인들은 저기로 들어가심 됩니다. 그냥 저처럼 어디로 가야할지 목적지가 명확한 관광객들은 그 반대편의 일반 매표소로 향하면 되겠습니다.



빨간색은 JR 동일본의 매표소.



파란색은 케이세이(게이세이)의 매표소입니다.


2000엔 넘는 가격이지만 가장 빠르게 도쿄 도심으로 들어 갈 수 있는 스카이라이너 역시 이 파란 매표소에서 발권을 받습니다. 제가 가야 하는 역은 쿠라마에역. 하네다행 엑세스특급을 타면 직방입니다만, 안타깝게도 하네다공항행 열차는 이미 다 떠나고 없습니다.


그런고로 한번 환승을 해야만 합니다.



케이세이(게이세이)의 노선도입니다.


파란색은 스카이라이너, 주황색은 액세스 특급, 빨간색은 쾌속특급입니다. 액세스 특급의 하네다행 노선을 제외하곤 모두 종점은 우에노역입니다. 뭐 여튼간에 파란색부터 주황색 빨강색으로 내려갈수록 급이 낮아집니다. 


여튼간에 제가 갈 긴자선의 쿠라마에 역은 아사쿠사역 바로 밑에 있습니다. 하네다행 엑세스 특급을 타면 게이세이선과 긴자선을 그냥 알아서 경유해서 내려가니 직방이겠지만 다 끊긴 상황에서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은 우에노행 액세스 특급을 타고 아오토역에서 긴자선 열차로 환승하는 방법입니다.




여튼 기계로 가도 상관 없습니다만, 자세한 설명을 듣기 위해 창구의 카와이한 처자한테 갔습니다.


게이세이의 카와이한 처자는 암것도 모르는 한국인 관광객에게 카와이하게 쿠라마에역으로 가는 방법을 설명해 줍니다. 라인 넘버 원에 가서 타고, 아오토에서 내려서 바로 앞에 플랫홈에 가서 갈아타라고 친절하게 알려주네요. 운임은 1290엔입니다. 전철만 타고 움직이는데 우리돈 만 삼천원이 들어가네요. 암만 헬조선이라 해도 한국의 교통비는 정말 저렴한 수준입니다.



플랫홈으로 들어가다가 보이는 무인발권기입니다.


여러번 여행을 다녀본 사람들은 알아서 잘 뽑겠죠. 뭐 교통카드를 구매하기도 합니다만, 저는 교통카드를 나중에 쿠라마에에 가서 구매했었답니다.



오렌지 라인. 1번 플랫홈으로 향합니다. 18시 37분 열차를 타야합니다.



푹푹 찌네요. 한국에서 습하다는건 습한게 아녔습니다.


10분도 서있지 않았는데 꽤나 더웠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륵주륵 흐르네요. 현지인들은 크게 더워하거나 그러진 않아 보이는데, 후덥지근한 기운에 외국인들은 죄다 더워보이는 눈치입니다. 거기에 스크린도어라도 있다면 어느정도 에어컨에서 나오는 바람을 플랫홈 안에서 맴돌게 해줄텐데 스크린도어도 없어서 정말 덥습니다.



열차에 탑승합니다. 주황색과 빨간색 그리고 파란색 완행 플랫홈은 사실상 같은 라인 위에 있습니다.


빨간라인의 쾌속열차가 주황라인의 열차가 오기 전에 들어왔었는데, 1번 플랫홈을 넘어서 3번 플랫홈까지 가서 정차하더군요. 여튼간에 나리타공항역은 하나의 플랫홈을 여러 열차가 같이 쓰는 형태로 보입니다.



열차가 생각보다 좁네요. 우리나라 대전지하철이나 광주지하철 느낌입니다.


여튼간에 오렌지라인 스카이엑세스선 열차는 여러 정류장을 거쳐 아오토역으로 향합니다.



아오토역에서 내렸네요. 내리자마자 바로 건너편 플랫홈으로 이동합니다.


다른 현지인들도 그냥 한치의 망설임 없이 이동하더군요. 마치 수도권전철 금정역의 1호선과 4호선 환승 플랫홈처럼 그냥 내리자마자 반대편 플랫홈을 바라보기만 하면 환승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물론 이렇게 환승이 용이한 역들도 있지만, 대다수의 도쿄 전철역들은 환승하기가 정말 뭐같습니다. 같은 역으로 들어가는 출입구도 한쪽 방면으로 가는 열차밖에 탈 수 없는 경우도 많구요. 마치 9호선 환승통로 건설 전의 노량진역처럼 한참을 돌아나가야 하는 경우도 수도없이 많았습니다.



열차가 곧 들어옵니다. 여행을 다녀오는 스시남 아저씨도 빨리 집에 가고싶어하는 눈치입니다.


인천공항에서 서울 시내 한복판 이동하는 느낌이라 해야할까요. 여튼 그 수준으로 멉니다. 다음에 도쿄에 가게된다면 조금 비싸더라도 나리타 대신 하네다공항행 비행기를 타고 가고프네요. 여러모로 한시간 이상씩 걸립니다.



나리타공항역에서 종전에 지나갔던 우에노행 빨간라인 쾌속열차가 긴자선 급행열차를 타니 오네요.


둘중 뭘 타도 크게 상관은 없었던 눈치입니다. 스크린도어가 없고 하니 부기관사분이 나와서 직접 확인하고 열차가 출발해도 머리를 한참동안 내밀고 확인하시더군요.



여튼 긴자선 급행열차는 달리고 또 달립니다. 역시 광주지하철이나 대전지하철 판박이 느낌이네요.


오시아게역에 정차한 우리의 긴자선 열차입니다. 조금만 참으면 쿠라마에역에 도착하니 힘들어도 참습니다. 그렇게 인내의 시간을 거쳐 약 한시간 반만에 쿠라마에에 도착했습니다.



호텔 바로 앞 A0 출구는 상행선 플랫홈에만 이어져 있는 관계로 A4 출구로 나옵니다.


그래도 횡단보도만 건너면 바로 호텔이 있습니다. A0에서는 사실상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기도 하구요. 뭐 여러모로 전철역에서의 접근성은 상당히 좋은 호텔입니다.



횡단보도를 건넙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시각장애인 유도용 버튼을 눌러야만 나오는 경쾌한 새소리가 흘러나옵니다. 경쾌한 유도음을 듣고보니 비로소 일본땅에 왔음을 실감하곤 합니다. 길을 건너는 사람은 저 말곤 없었네요. 여러모로 토요일의 도쿄는 비교적 평온한 분위기였습니다.



호텔 입구까지 다 왔습니다.


호텔 1층에는 카페와 애견미용실이 있으므로, 카운터에 올라가기 위해선 2층으로 가야만 합니다.



호텔 입구에 들어오니 안내가 잘 되어있네요. 프론트는 2층이랍니다.


짐이 있는 관계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갑니다.



낡은 9인승 엘리베이터. 


뭐 여러모로 70년대 80년대. 한창 일본이 잘나가던 시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냥 오래된 호텔이라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냥저냥 30여년 전 잘나가던 일본의 모습을 볼 수 있고 그 분위기 속에서 지낼 수 있는 좋은 호텔이라 평하고 싶네요.



여권을 내고 카운터 아저씨와 어떻게 왔다고 몇마디 주고받은 뒤 506호를 배정받습니다.



싱글룸입니다. 생각보단 좁지만 혼자 지내는데엔 그 어떠한 문제도 없습니다.


넓은 방보다 훨씬 아늑하고 오밀조밀해서 침대에 누워서 모든걸 할 수 있습니다.



화장실도 그래도 있을건 다 있습니다.


다만, 핸들식 샤워겸용가랑(수도꼭지)는 온수 온도 맞추기가 상당히 힘들었네요. 저런 가랑류를 유통하던 회사에도 다녔었습니다만 핸들식 가랑은 그리 잘 나가는 품목이 아닙니다. 일단 상당히 불편한건 둘째치고 일반 가랑들도 잘 나오는데 굳이 저걸 사다 다는 사람들은 없으니 말이죠. 주방용 가랑도 그렇고 저 비슷하게 생긴 가랑류는 어쩌다 하나 나가더군요.



다이얼식 전화기입니다.


비록 전화를 할 일은 없었지만, 수화기를 들어보니 기계식 전화기인지라 딸깍 하는 소리와 뚜----하는 전화기 수화음이 나기 시작하더군요. 여튼간에 80년대에 온 기분입니다.



일단 더운지라 에어컨부터 켜고 봅니다. 땀을 좀 식히고 밥이나 먹으러 나가야죠.


4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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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9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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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4 - [티스도리의 여행이야기] - 홋카이도(북해도) 여행 이야기 (1) 공항에서 있었던 일

2016/04/16 - [티스도리의 여행이야기] - 홋카이도(북해도) 여행 이야기 (2) 신 치토세 공항 입성!

2016/04/17 - [티스도리의 여행이야기] - 홋카이도(북해도) 여행 이야기 (3) 레일패스 발권, 삿포로역으로!

2016/04/20 - [티스도리의 여행이야기] - 홋카이도(북해도) 여행 이야기 (4) 네스트 호텔 삿포로에키마에, 마츠야에서의 점심

2016/04/23 - [티스도리의 여행이야기] - 홋카이도(북해도) 여행 이야기 (5) 삿포로 시 시계탑 -1

2016/04/28 - [티스도리의 여행이야기] - 홋카이도(북해도) 여행 이야기 (6) 삿포로 시 시계탑 -2

2016/05/02 - [티스도리의 여행이야기] - 홋카이도(북해도) 여행 이야기 (7) 호텔, 홋카이도 구 도청사를 향하여

2016/05/04 - [티스도리의 여행이야기] - 홋카이도(북해도) 여행 이야기 (8) 홋카이도 구 도청사(아카렌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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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0 - [티스도리의 여행이야기] - 홋카이도(북해도) 여행 이야기 (10) 홋카이도 구 도청사(아카렌가) - 完

2016/05/11 - [티스도리의 여행이야기] - 홋카이도(북해도) 여행 이야기 (11) 오도리(大通り) 공원

2016/05/13 - [티스도리의 여행이야기] - 홋카이도(북해도) 여행 이야기 (12) 삿포로 TV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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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8 - [티스도리의 여행이야기] - 홋카이도(북해도) 여행 이야기 (18) 오타루(小樽)역, 운하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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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26 - [티스도리의 여행이야기] - 홋카이도(북해도) 여행 이야기 (27) 3일차 - 하코다테(函館)를 향하여!

2016/08/02 - [티스도리의 여행이야기] - 홋카이도(북해도) 여행 이야기 (28) 하코다테(函館) 전차, 고로가쿠로!

2016/08/07 - [티스도리의 여행이야기] - 홋카이도(북해도) 여행 이야기 (29) 고료가쿠(五稜郭)

2016/08/15 - [티스도리의 일상이야기] - 홋카이도(북해도) 여행 이야기 (30) 하코다테의 일상들

2016/08/22 - [티스도리의 여행이야기] - 홋카이도(북해도) 여행 이야기 (31) 스에히로초 제일보 기념비, 기독교단 하코다테교회

2016/08/29 - [티스도리의 여행이야기] - 홋카이도(북해도) 여행 이야기 (32) 하치만자카 언덕, 모토마치 공원

2016/09/05 - [티스도리의 여행이야기] - 홋카이도(북해도) 여행 이야기 (33) 하코다테구 공회당

2016/09/11 - [티스도리의 여행이야기] - 홋카이도(북해도) 여행 이야기 (34) 하코다테산 전망대를 향하여


34부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강한 바람 탓에 하코다테 전망대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는 운행을 중단했고, 그 덗에 하코다테 야경을 본다는 계획은 틀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미리 예매해둔 열차가 있는지라 다시 하코다테역으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여섯시가 거의 다 된 다섯시 오십분.


그저 주택가로 보이는 쥬지가이 근처에서도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건지 모르겠는 샐러리맨 아저씨들로 넘처납니다. 전차를 타고 거주지로 향하는 사람들이지요. 퇴근 인파가 상당히 많은지라 정류장을 넘어 맨 도로까지 대기줄이 길게 서 있습니다.


그럼에도 새치기꾼 하나 없이 반듯하게 줄을 서서 자신이 전차에 탈 차례를 기다립니다.



그렇게 전차를 타고 '하코다테역앞' 정류장에 정차합니다.


이젠 뭐 전차도 여러번 타봤으니, 현지인처럼 승하차가 가능해졌네요. 그럼 뭐해요. 이제 더이상 전차를 탈 일이 없는데..ㅠㅠ 뭐 여튼간에 하코다테역전의 분위기는 점심시간대 즈음에 봤던 분위기와는 상당히 다릅니다. 다들 중무장을 하고 집에 갈 채비를 하고 있는걸로 보이는군요.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도 낮에 비해 빨라보입니다.


다들 빨리 집에 가서 쉬고싶겠지요. 다른 도시들은 대부분 역 주변으로 최고의 상권이 형성되는데 하코다테는 의외로 역이 소재한 지역이 그리 큰 번화가는 아닌지라 이렇다할 퇴근시간의 교통체증은 볼 수 없었습니다. 고료가쿠 지역 근처에서는 차가 막히는 광경을 볼 수 있겠죠.



언젠가 다시 방문한다면 이 건물도 완공되어 그 위용을 자랑하겠죠.


홋카이도 제 2의 도시이자, 일본 본토에서의 관문 역활을 해주는 하코다테. 조금 더 오래 있고 싶었지만, 곧 기차를 타야하는 몸이기에 그저 언제가 될지 모르는 다음을 기약합니다. 



마치 그림을 그린듯한 관광안내소 이정표도 나중에 온다면 뭔가 변해있을까요.



다들 뛰어가거나 종종걸음으로 역사 방향으로 향합니다.


저 앞에 교복을 입고 뛰어가던 학생은, 그렇게 뛰어 들어가서는 오랜만에 보는 친구를 예상치 않게 만났는지 상당히 반가워 하며 '히↗사'라고 말을 하더군요. 대중매체에서 익히 듣던 일본어를 이렇게 일상속에서 들어봅니다.



(사실상 히사시부리 밈을 널리 퍼뜨린 네이버 웹툰 - 프리드로우 28화)

'오래간만'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에 이런 이미지를 생각했는데.. 그저 카와이하기만 하더랍니다..



하코다테역은 생긴 모습에 비한다면 대합실이 꽤나 넓을 뿐이지 다른 상점들은 그리 넓지 않더군요.


2층에는 서점이 1층에는 편의점과 도시락 판매점 그리고 기념품 판매점이 소재해 있습니다.



1층으로 내려와서 선물을 잔뜩 사기로 합니다.


홋카이도의 여러 관광지에서도 기념용 선물을 쓸어모았었고, 오타루에서도 종종 전통 과자가게가 보이면 선물용 과자를 구매했습니다. 그럼에도 하코다테에서도 홋카이도 특산물로 만든 선물용 과자를 잔뜩 구매했네요. 막상 여기저기 주고나니 더 사올걸 그랬답니다.



슬슬 플랫홈으로 향합니다. 웬지 앞에 걸어가는 아저씨는 피곤에 쩌들어 보이는군요.


어느 나라나 직장생활이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딨겠습니까. 그래도 출장 혹은 하코다테에서의 업무를 마치고 떠나가는 길이라고 이런저런 기념품 봉지도 들고 집으로 가시는군요. 저와 같은 열차를 타셨습니다. 거기까지만 같지 같은 객차를 타진 않아서 하코다테호쿠토역에서 신칸센으로 갈아타고 본토로 가셨을지, 그게 아니라면 삿포로로 향했을지는 모르겠네요.



1,2번 플랫홈엔 특급(급행)열차인 호쿠토와 슈퍼호쿠토가 정차하고

3,4번 플랫홈엔 일반열차가 정차합니다. 모리()역을 종점으로 삼는 일반열차가 대기중이네요.



모리. 우리말로 무성할 삼(森)


급행 열차도 모리역에 정차를 합니다만, 대다수의 일반 완행열차 탑승객들은 급행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마을의 간이역이나 작은 역에서 내릴 승객들이겠지요.



하코다테로 내려오면서 언급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새마을호 포지션의 급행열차인지라 승무원도 함께 탑승합니다. 검표는 우리로 따지자면 여객전무라 불리는 아저씨들이 하지만 말이죠.


그럼에도 사실상 승객의 불편을 듣는 업무나, 판매 업무는 카와이한 승무원 누님들이 담당합니다.



차장 아저씨도 오늘의 마지막 운행을 위해 열차로 향합니다.


18시 49분에 출발하는 하코다테발 삿포로행 급행열차는 삿포로에 22시 50분에 도착합니다. 약 4시간동안 운행을 해야만 합니다. 하코다테로 내려올때는 구형 열차인 그냥 호쿠토 열차를 타고 내려왔습니다만, 다시 홋카이도로 향하는 길에는 틸팅열차인 '슈퍼 호쿠토'(スーパー北斗)열차를 타고 가는군요.


뭐라 표현하기 난해한 잠자리 대가리(?)마냥 생긴 키하281계 동차가 우리의 객차를 하코다테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주리라 믿습니다.



조용하고 깔끔한 객실. 곧 승객들이 탑승하기 시작합니다.


제가 탄 객차에 탑승한 승객은 많아봐야 열명 남짓. 그 중 절반 이상은 삿포로역에서 다함께 내렸습니다.



뭘 먹기 애매해서 그냥 열차에 탔습니다만, 배가 고프더군요.


일본 철도하면 도시락을 빼놓기 뭐하기에 '산카이 이로 고한(山海いろごはん)'이라 불리는 도시락을 먹기로 합니다. 우리말로 풀어보자면 '산과 바다의 색을 담은 밥'정도가 적당하겠네요. 


좌석에 비치된 카다로그를 가르키며 스낵카를 가지고 돌아다니는 카와이한 오네상한테 '고래 쿠다사이'라고 말하니 그자리에서 바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테이블까지 펴주더랍니다.



가격은 880엔.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편의점표 도시락은 쳐다도 안봅니다만, 이건 차원이 틀립니다.


홋카이도산 쌀밥 위에 연어알, 가리비 조림, 표고버섯, 당근, 유부, 어묵, 다시마, 머위, 단무지등이 올라가 있습니다. 일본 음식들이 보통 짜고 달은데 그렇게 짜지도 달지도 않아서 입맛에 맞게 먹을 수 있었답니다. 오직 삿포로-하코다테 노선의 슈퍼호쿠도 열차와 하행선 호쿠도 열차에서만 먹을 수 있답니다.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우를 건너어면~~~~


대낮에 봤던 작은 마을에는 가로등이 켜지고, 각 집마다 불이 켜져있습니다.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음영지역도 지나고, 그저 나무만 무성했던 숲도 지나갑니다. 전동차가 아니라 경유를 연료로 하여 움직이는 디젤동차인지라 객차 안에서도 엔진소리가 잘 들리더랍니다.


왕복 8시간동안 엔진소리만 줄곧 듣다보니 기관사 아저씨가 어떤 스타일로 운행을 하는지도 감이 잡히더군요. 일단 4단 변속기로 추정됩니다. 정차 후 출발시 4단까지 넣고 최고속을 낸 다음 악셀을 떼고 그 타력으로 계속 주행을 하다가 3단 혹은 2단을 넣고 다시 가속하는 방법으로 열차를 운행하더군요.


그렇게 4시간씩 무한반복.. 기어를 중립으로 빼고 그 타력으로 달리는건지 재 가속을 위해 주행중 변속을 하면 덜커덩 하는 변속충격도 느껴집니다. 그저 기관사 아저씨와 하나가 된 시간..



하루동안 열심히 굴러갔던 전동차들도 다음날 운행을 위해 이렇게 쉬곤 합니다.


홋카이도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진눈깨비가 날리더군요. 그리고 곧 열차는 삿포로역에 도착합니다.



꽤나 힘든 여정이였습니다.


밤 열한시가 다 된 시간에 도착이라.. 8시에 출발한 막차는 새벽 늦게 도착한답니다. 그에 비한다면 열한시는 양반이지요. 종종걸음으로 삿포로역 플랫홈을 내려옵니다.


사람이 그렇게 많던 삿포로역에도 늦은 밤 귀가하는 사람들 말곤 한산합니다.


이들이 느지막에 집으로 가기 위해 들어오던 남쪽 출구로 삿포로역을 빠져나옵니다.



추위를 타는 체질이 아닌지라 바람막이 하나만 입고 다녔는데 견디기 힘들게 춥다 느끼긴 처음입니다.


늦은 밤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는 샐러리맨 아저씨들. 그리고 택시기사 아저씨들은 승객을 기다리며 이 추운날에도 문을 열어두고 계시더랍니다. 그렇게 호텔로 들어가서 삿포로에서의 마지막 밤을 만끽합니다.


35부, 3일차 끝. 여러분의 염원 속에 여행에 다녀온지 6개월 안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게 생겼습니다. 참고로 30부 하코다테의 일상 이야기는 다음 메인까지 올라가는 영광을 얻기도 했습니다.


36부에서는 4일차 - 치토세(千歲)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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